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by 송화은율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와 함께 놀기를 좋아했다.
그날도 아프로디테와 에로스는 활을 만지며, 누구를 골탕먹일까 궁리하고 있었다. 잘 알려진대로 에로스의 황금 화살은, 화살을 맞고 처음 본 사람을 사랑하게 만드는 신통력을 갖고 있다. 반대로 납 화살은, 화살에 맞은 후 처음 본 사람을 혐오하게 만든다. 그런데, 황금 화살을 이리저리 만져 보던 아프로디테는 그만 가슴을 찔리고 말았다. 화살에 찔린 상처가 채 아물기 전에,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라는 청년을 보고 말았다. (아도니스는 키프로스 섬의 파포스왕, 키니라스와 그의 딸 미라의 근친상간에서 태어났다.) 원래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지만, 아레스와 연인 사이였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사랑의 열병을 앓게된 것은 아도니스가 처음이었다.
아도니스를 사랑하게 된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신전이 있는 파포스나 크니도스, 아마토스 등에 가지 않는 것은 물론 신들의 궁전인 올림포스에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아도니스와 함께 있고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아도니스는 사냥을 좋아하여, 숲 속으로 사냥을 다니기를 좋아하였다. 아도니스가 사냥감을 좇아 숲 속을 달릴 때면, 아프로디테도 같이 달렸다. 화살통과 활을 메고 달리는 아프로디테의 모습은 미의 여신이 아니라, 마치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같아 보였다. 사랑하는 아도니스와 함께 숲 속을 달리며, 사냥을 하는 것은 즐겁고 가슴 벅찬 일이었지만 아프로디테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나 불안함이 있었다. 혹시 사나운 동물이 아도니스를 해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아프로디테는 아도니스에게 맹수를 조심하라고 타일렀다.
'용맹스럽고 사나운 동물과는 상대하지 마라. 자연이 준 무기를 지닌 동물과는 무
모하게 겨루지 마라. 나를 매혹시킨 그대의 아름다움과 젊음이 털을 곤두세운 멧돼지나 사자와 같은 동물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할테니까, 사랑하는 아도니스여, 수염에 쌓인 야생 멧돼지의 입은 번개처럼 빠르고, 움켜쥐는 사자의 발톱은 벼락보다 사납다.'
천상의 신들이 모두 모이기로 한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도니스를 혼자 두고, 아프로디테는 백조가 끄는 그녀의 마차를 타고 올림포스로 날아 올랐다. 여신이 그토록 주의를 주었건만. 그러나, 사나운 맹수를 뒤쫓아 활이나 창으로 쓰러뜨러 굴복시키는 것만큼 사냥에서 즐거운 것은 없다. 더구나 아도니스는 혈기왕성한 청년이 아닌가? 올림포스를 향하던 아프로디테의 마차가 미처 키프로스섬을 다 벗어나기도 전에 아도니스의 비명이 대기를 울렸다.
저돌적인 멧돼지의 어금니가 아도니스의 옆구리를 찔렀던 것이다. 사냥개들이 잠자던 멧돼지를 동굴에서 깨워내자, 아도니스는 보기 좋게 창으로 멧돼지를 찔렀다. 그러나, 멧돼지는 옆구리에 찔린 창을 물어 뽑아내고는 오히려 아도니스를 향해 돌진하였다. 있는 힘을 다해 도망을 쳤지만, 아도니스는 결국 멧돼지에게 살해되었다.(일설에 이 멧돼지는 질투를 느낀 아프로디테의 연인 아레스가 변한 것이라 한다.)
피투성이인 아도니스의 시신을 끌어안고, 아프로디테는 운명의 여신들을 원망하며 울부짖었다. '나의 슬픔의 표시로, 아도니스여, 하나의 기념비를 세우겠다. 너와 네가 흘린 피는 아름다운 꽃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슬픔과 탄식은 매년 새로워질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향기로운 천상의 술을 뿌리니, 그의 피에서 거품이 일면서 석류처럼 붉은 꽃이 피어났다. 바로 아네모네다. 바람이 불면 피었다가 다시 바람이 불면 진다고 해서 사람들은 이 꽃을 '바람꽃'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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