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오페
by 송화은율
드리오페
어느날, 드리오페는 젖먹이 아들 암피소스를 데리고 언니인 이올레와 강둑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녀는 에우리토스왕의 딸로, 남편인 안드라이몬과 신혼의 단꿈에 젖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강둑의 윗 쪽에는 도금양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드리오페 자매는 꽃을 꺽어 아름다운 꽃다발을 만들어 강의 요정들의 제단에 바칠 생각이었다.
드리오페는 걸으면서 아들 암피소스에게 젖을 먹였다. 자신의 품안에서 젖을 빠는 아들의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둑 아래로 조금 내려 갔을 때, 매우 아름다운 보라색 꽃이 대추나무처럼 생긴 나무에 가득 피어 있었다.
이 나무는 열매를 먹으면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어버린다는 로토스나무였다.(어떤 사람들은 로토스나무를 연꽃이라고 생각한다.) 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드리오페는 저도 모르게 꽃송이가 달린 가지를 하나 꺽어 아이의 작은 손에 쥐어 주었다. 동생의 뒤를 따르던 이올레도 꽃을 따러 나무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 하마터면 이올레는 깜짝 놀라 기절할 뻔 하였다. 드리오페가 방금 가지를 꺽은 자리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나무는 님프인 로티스였다. 로티스는 자신을 범하려는 정원의 신 프리아포스에게서 도망치다가, 다급한 나머지 로토스나무로 변하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실을 드리오페나 이올레는 몰랐던 것이다. 나무나 꽃을 꺽을 때마다 그것이 살아있는 요정인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뭇가지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본 드리오페는 놀라서 도망치며, 마음속으로는 요정들에게 제물을 바칠 것을 약속하였다.
그렇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드리오페의 발에서 어느새 나무 뿌리가 돋는가 싶더니 발목에서부터 나무로 변해 가는 것이었다. 드리오페는 땅에서 발을 뽑으려 하였으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잠시 후, 허리를 지나 가슴까지 나무로 변하자 안고있던 아들 암피소스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엄마의 젖을 빨아도 젖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도 괴로운 나머지 드리오페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 뜯으려 하였다. 그러나 그 손도 이미 잎사귀가 무성한 나뭇가지로 변해 있었다. 마침내 드리오페는 검은 포플러나무로 변하였다. 그녀는 나무로 변해 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기를 어미의 가지로부터 떼어내어, 유모를 찾아 내 나무 아래서 젖을 먹게 하세요. 이곳에서 놀다가, 말을 배울 나이가 되면, 슬픔 속에서 이렇게 가르쳐 주세요. '여기에 네 어머니가 숨어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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