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냥 - 박덕규
by 송화은율아름다운 사냥 - 박덕규
작가 : 박덕규(1958- ) 경북 안동 출생.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 졸업. 1980년 『시운동』에 「낙하산」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당선, 1994년 『상상』에 소설 발표 등으로 문학평론가․소설가 활동을 아울러 함. 『시운동』 동인.
동시대적 역사와 사회에 대한 남다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이 참답게 살아갈 길을 탐색하는 지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아름다운 사냥』(문학과지성사, 1984) 등이 있고, 문학평론집 『시의 세상 그늘 속까지』(한겨레, 1988), 『문학과 탐색의 정신』(문학과지성사, 1992), 기타 『신숙주 평전:사람의 길, 큰사람의 길』(둥지, 1995) 등의 저서가 있다.
< 감상의 길잡이 >
누군가에게 사랑의 표적이 되고 싶은 마음을 시인은 사냥꾼 주위를 떠나지 않는 사냥감의 마음에 비유했다. `왜가리'는 그의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사냥꾼에게 다가가려 한다. 그가 자신에게 총을 발사해 주기를 열망하면서. 그 적극적인 행동은 왜가리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면서 동시에 나의 사랑을 성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냥꾼은 왜가리를 잡으려는 뜻이 별로 없다. 돌을 주워 던지지도 않으니, 왜가리를 멀리 쫓으려는 뜻도 없는 것이다. 미움도 살의도 관심도 없는 관계, 무관심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적극적인 관계를 원하는 대상에게 무관심은 최악의 반응인 것이다.
이 시에서 쓰인 비유의 구도 속에서 살의는 곧 사랑이다. 왜가리의 탈을 뒤집어쓴 시인의 마음은 이를테면, `사랑이 아니면 증오를 달라'는 것인가. 어쨌거나 어떤 이의 마음을 구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살의의 도구조차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 시에서 시인이 드러내는 사랑은 아름답고 슬프다. 그래서 왜가리 사냥은 `아름다운 사냥'이 된다.
시인은 간단할 수도 있는 주제를, 간단할 수도 있는 비유의 틀을 빌어 표현하면서, 의도적으로 복잡한 다층적 시각을 동원하였다. 이 시에서 일인칭 대명사 `나'는 빠짐없이 왜가리이지만, 그 `왜가리'를 왜가리라 부르는 삼인칭의 존재가 따로 있음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두개의 시점이 이 시의 언술을 교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도적인 표현의 흐트림은 시의 목소리를 두텁게 하고 재미있는 의미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서글픈 사랑의 포로가 된 시인의 열망과 낙담은 왜가리와 사냥꾼이 포함된 원경으로 더욱 강화되고, 더 많은 언어들이 동원된 일인칭의 하소연에서 왜가리의 내심, 곧 시인의 마음은 절박감을 더한다. [해설: 이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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