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논술49 - 제18단계 : 대학별 기출문제 풀이-학생 발표
by 송화은율
제18단계 : 대학별 기출문제 풀이-학생 발표
<건국대학교>
다음 두 지문을 읽고, 주어진 문제에 답하시오.
[문제]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평강공주와 코딜리아의 행위에 나타난 가치관적 특성을 지적하고, 이들 행위가 바람직한지에 대하여 논술하시오.
<유의사항>
1. 제목은 쓰지 말고 본문부터 시작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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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평강왕의 어린 딸이 울기를 잘 하였으므로 왕이 장난으로 말하였다. '너는 늘 울어대어 내 귀를 시끄럽게 하니 자라서는 필시 사대부의 아내가 되지 못할 것이다. 마땅히 바보온달에게나 시집을 보내야겠다.' 왕이 늘 이렇게 말하곤 하였는데, 딸의 나이가 열 여섯이 되어 상부(上部)의 고씨(高氏)에게 하가(下嫁)시키려 하자, 공주가 응대하여 말하였다. '대왕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반드시 온달의 아내가 될 것이다.'라고 하시더니 이제 무슨 까닭으로 예전의 말씀을 바꾸시나이까? 필부(匹夫)도 오히려 식언(食言)하고자 아니하거늘 하물며 지존(至尊)이시겠습니까? 그러므로 말하기를, '임금은 장난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제 대왕의 명(命)이 잘못되었으므로 저는 감히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왕이 화가 나서 말하였다. '네가 나의 말을 따르지 않으니 진실로 내 딸이 될 수가 없다. 어찌 함께 살 수 있겠느냐?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중략
공주가 그 집을 나와 산 밑에 이르니 온달이 느릅나무 껍질을 지고 오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 마음 속의 생각을 말하니, 온달이 발끈 화를 내며 말하였다. '여기는 어린 여자가 나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니 사람이 아니고 여우귀신인 게 틀림없다. 나를 쫓아오지 말아라.' 온달이 내달아가며 돌아보지도 아니하니, 공주가 혼자 그 집으로 돌아와 사립문 밑에서 자고 이튿날 아침 다시 들어가 모자(母子)에게 자초지종을 갖추어 말하였다. 온달이 우물쭈물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그 모친이 말하였다. '내 자식은 지극히 누추해서 귀인의 짝이 되기엔 부족하고, 우리 집은 지극히 가난해서 진실로 귀인이 거처하기에 마땅치 못합니다.' 공주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옛 사람의 말에 한 말 곡식만으로도 오히려 찧어 먹고 살 수 있으며, 한 자 베만으로도 오히려 바느질해 입고 살 수 있다 하였습니다. 진실로 마음만 하나가 된다면 어찌 반드시 부귀한 뒤에야 함께 살 수 있다고 하겠습니까?' 이에 금팔찌를 팔아 밭이며 집과 노비와 우마(牛馬)와 기물(器物)들을 사들여서 살림을 온전히 갖추었다. (김부식, {삼국사기} : 출제자 역)
<나> 리어 왕 : 그 동안 가슴 속에 품어온 내 의향을 말하겠다. 그 지도를 이리 다오. 잘 알다시피 나는 나의 왕국을 셋으로 나누었다.
이번의 내 결심은, 모든 어려운 국사를 노인의 어깨로부터 젊고 기운찬 젊은이들에게 이양하고, 나는 홀가분하게 죽음의 길에 대한 준비를 하려는 것이다.
사위 콘월 공과,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사랑하는 올버니 공, 나는 지금부터 딸들에게 물려줄 재산을 공표하려고 한다. 그것은 오직 후일에 있을지도 모를 싸움의 불씨를 없애버리기 위해서이다. 프랑스 왕과 버건디 공작 두 사람은, 내 막내딸의 사랑을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을 하며, 벌써 오래 전부터 이 궁전에 머물러 왔는데 이 자리에서 그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중략
코딜리아 : (방백) 나 코딜리아는 뭐라고 말할까? 사랑하긴 하지만 잠자코 있어야지.
리어 왕 : (지도를 가리키며) 이 경계선에서 이 선까지의 울창한 숲과 기름진 들판, 풍요한 강과 광활한 목장을 모두 네 영지로 주겠다. 이것은 너와 올버니의 자손들의 소유다, 영원히. 그럼 우리 둘째딸은 뭐라고 말하지? 내가 지극히 사랑하는, 콘월의 아내 리건아, 말해봐라.
리건 : 저도 언니와 똑같은 심정입니다, 그러니 부디 동등하게 생각해 주세요. 정말이지 언니는 제 효성을 그대로 말해 주었습니다.
다만, 좀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어떤 훌륭한 사람들이 인정하는 즐거움일지라도, 효심 이외의 즐거움은 모두 적으로 삼고, 오로지 아버님에 대한 애정 속에서만 참다운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코딜리아 : (방백) 아아, 가엾은 코딜리아! 아니, 그럴 리는 없어, 나의 사랑은 분명히 입으로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것인걸.
리어 왕 : 왕국의 이 풍요로운 3분의 1이 너와 네 후손의 영원한 영토가 된다. 면적으로나 가치로나 혹은 갖가지 기쁨으로나, 조금도 거너릴의 것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자, 그럼 내 귀여운 막내딸의 차례다. 막내이긴 하지만, 사랑에서는 결코 막내가 아니지. 프랑스의 포도원과 버건디의 목장이 앞을 다투어 너의 순결한 사랑을 구하고 있다. 언니들 것보다 기름진 3분의 1을 차지하기 위해, 넌 뭐라고 하겠느냐? 말해봐라.
코딜리아 : 드릴 말씀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리어 왕 : 아무것도 없다고?
코딜리아 : 네, 그렇습니다.
리어 왕 : 할 말이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런 소득도 없다,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코딜리아 : 불행하게도 저는 제 마음 속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아버님을 사랑하는 것은 자식으로서의 제 본분입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리어 왕 : 아니 뭐라구? 코딜리아야, 말을 좀 고쳐 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 재산에 손해가 돌아간다.
코딜리아 : 아버님, 아버님은 저를 낳으시고, 기르시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할 것이며, 아버님께 순종하고, 아버님을 사랑하고, 마음으로부터 공경하겠습니다.
언니들은 왜 남편을 맞이했을까요? 정말로 아버님만 사랑하고 있다면? 저 역시 결혼을 한다면, 저의 애정이나 배려나 시중의 절반은, 제 맹세를 받아줄 남편에게 바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언니들처럼 결혼은 할 수 없어요, 오직 아버님만을 사랑한다고 할 것 같으면요.
리어 왕 : 그게 네 본심이냐?
코딜리아 : 네, 아버님.
리어 왕 : 어린 나이에 어찌 그리도 완고하냐?
코딜리아 : 나이가 어린 만큼 진실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아버님.
리어 왕 : 그럼 좋다, 그 진실이라는 걸 결혼 지참금으로 삼도록 해라! 태양의 신성한 광휘에 걸고, 헤카테의 마법과 밤의 어둠에 걸고, 모든 인간의 삶과 죽음을 맡아보는 성신의 작용에 걸고 굳게 맹세한다. 나는 앞으로 너에 대해 아버지로서의 정리(情理)는 물론 그리고 앞으로는 영원히 너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생판 남으로 생각하겠다.
예의 야만스런 스키타이 인이나, 자기의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제 자식이라도 잡아먹는다는 인간을, 이 가슴에 껴안고 불쌍히 여기며 돌봐주는 편이 차라리 낫겠다, 너 같은 딸을 사랑하기보다는.
(셰익스피어, {리어 왕} : 이근삼·윤종혁 역)
<예시 답안>
평강공주와 코딜리아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주체적인 인간형을 지향하였다. 이들은 옳다고 여긴 생각을 지키기 위해 부녀관계가 깨어지고 공주로서의 특권을 잃게 되는 손해도 감수하였다. 또한 이들은 장난말이라도 꼭 지켜야하며 진실을 담지 않은 말, 실행 못할 약속은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언행일치의 가치관을 보여 주었다. 그 다음으로는, 이들은 결혼 상대를 선택함에 상대의 지위나 재물 생김새 등은 부수적인 것으로 여긴다든지 사랑의 진실은 꾸며 말할 필요가 없다는 순수성을 지향하는 가치관을 보여 주었다.
이렇게 볼 때 이들의 가치관은 이상적인 면이 있으며 감동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는 상대방의 입장이나 인간의 일반적 가치체계에서 볼 때 크게 비판받아야 할 소지가 있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장난말을 굳이 지켜야한다는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버지의 상식적인 명을 거절하고 끝내는 부녀관계를 저버림을 감수하였던 것은 아버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니 결국 자신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의 주체성을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리고 장난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전통사회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소중한 인간관계인 가족관계를 저버림도 가치의 경중을 모르는 어리석은 행위임이 분명하다. 또한 진실된 말을 하고 언행이 일치해야 함은 일반인들로서도 물론 마땅히 지녀야 할 가치이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우는 것을 달래려는 선의의 장난 말 속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태도는 언어사용의 지나친 경직화를 가져오고, 언어 사용상의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 언어 지상의 가치관으로서 말을 한 주체의 진의보다 입으로 나온 말 자체의 가치를 절대화하는 오류를 범할 것이다. 진실은 꾸며 말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도 화장이나 장식 심지어 시인이나 화가의 창작행위조차 부정하는 메마른 인식임을 부정할 수 없다. 신랑감으로 온달을 끝까지 주장하는 태도도 순수한 일면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만나보지도 않은 신랑감을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의 신념은 그에 관련된 진실이 어떠하냐에 상관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또 하나의 억지인 것이니 순수한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주체적인 인간이 따돌림을 당하고, 헛된 약속이 횡행하며, 사랑보다는 재산이나 지위 등이 결혼의 조건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는 요즘에 우리를 반성케 하는 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이들의 행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초암논술아카데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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