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송이부령귀국(臣說送李府令歸國)
by 송화은율신설송이부령귀국(臣說送李府令歸國)
옛글에 이르기를,‘신하되기가 쉽지 않다.’고 하였으니 조심해야 한다. 임금에게 잘 보였을지라도 백성에게 잘 보이지 못한다면, 비록 높은 지위(地位)의 봉록(俸祿)은 누릴 수 있을망정 백성들의 원망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남에게 칭찬을 받을지라도 후세에 칭찬(稱讚)을 받지 못한다면, 비록 많은 공적을 세웠다고 할지라도 비난을 받을 것이다.
옛날 신하된 사람은 차라리 임금에게 잘 보이지 못하더라도 감히 백성의 원망(怨望)을 사지 않았으므로, 지위나 봉록을 서두르지 않았다. 또한 그는 차라리 지금 당장의 칭찬을 받지 못하였더라도 감히 후세 사람에게 비난을 받지 않았으므로, 공적(功績)을 따지지 않았다. 원망과 비난을 받으면서 지위와 봉록, 공적을 서두른다면, 이는 신하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 지위와 봉록은 반드시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공적은 반드시 많이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책을 맡은 신하란 이런 신하를 말할 것이다. 임금이 어리고 나라가 위태로울 때, 여러 사람의 뜻이 통일되지 못하고 변란(變亂)이 갑자기 생겨서 사태가 불안하고 장차를 알지 못할 경우, 뚜렷하고 확고하게 대의(大義)를 주장하고 죽고 사는 것과 화(禍)와 복(福)을 따지지 않고 몸가짐을 한결같이 한다. 그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은 안심하고 사태는 수습된다.
권세를 부리는 신하란 이런 것이다. 권세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채우고, 임금을 옆에 끼고 남에게 은혜를 팔며, 몰래 칼자루를 거꾸로 하여 제압하고 위협한다. 사람들이 이를 원망하고 분하게 여기지만 누구 하나 감히 말하지 못한다. 이 신하 역시 일시적인 안위(安危)를 진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중책을 맡은 신하와 비교할 때 비슷하면서도 같지 않은 점이 있으니, 이해 관계를 따지면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이 때문에 일찍이 학자가 이를 논한 바 있다.
또한, 충성된 신하란 이런 사람이다. 그는 나라 일만 생각하고 자기의 집은 잊어버리며, 공적인 것 이외의 사적인 것은 잊어버린다. 임금에게 근심이 있으면 자신은 모욕을 감수하고, 임금에게 모욕이 있으면 자신은 죽음을 감수한다. 분투(奮鬪)하여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의리를 따른다.
그리고 간사한 신하란 이런 것이다. 그는 충신과는 반대로 간교한 말과 애교 있는 모양을 빚고, 음모와 속임수로 임금을 기만한다. 백성을 우롱하여 이익은 자기가 차지하고 원망은 임금에게 돌리다가, 갑자기 위급한 일이 생기면 임금을 앞에 내세우고 자기는 뒤로 물러날 뿐만 아니라, 뒤에서 떠밀고 또 돌까지 굴러 내린다. 이런 사람은 손에 칼이 없다 할지라도, 임금에게 한 순간에 칼을 들 사람인 것이다.
곧은 신하란 어떤 신하를 말하는가? 임금에게 잘못이 있으면 강하게 비판하고, 일에 결함이 있으면 말을 한다. 오직 임금이 옳지 못한 일을 할까 두려워하며, 죄 없는 백성이 죽을까 걱정한다. 거리낌없이 바르고 곧은 말을 하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이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사악한 신하는 그렇지가 않다. 그는 큰 도를 따르지 아니하며 바른 길을 행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영합하며 비위를 맞추어 종기도 빨고 치질도 핥는 등 못하는 짓이 없다가도,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면 위태로움을 따른다. 아첨과 탐욕, 음탕은 다 간사하고 사악함에 해당되는 것이다.
만일 임금이 밝게 듣고 널리 받아들이며 미워하면서도 좋은 점을 알아 주지 못한다면, 충성스럽고 곧은 신하를 간사한 신하로 여길 것이고, 간사한 신하를 충성스럽고 곧은 신하로 여길 것임이 분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치란(治亂)과 백성의 기쁨, 근심은 이런 일을 잘 살펴야만 가능하다. 아, 인재가 이와 같이 일정하지 않으며, 잘못되고 잘 되는 것과 나아가고 물러나는 것이 이와 같이 일정하지 않은 것은, 곧 임금이 어떠한 것을 숭상하느냐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영주(永州)의 이군(李君)은 나의 친구다. 성격이 소박하고 꾸밈이 없어 편안할 때나 위험할 때나 변함이 없다. 그는 비록 스스로 중책을 맡은 신하〔重臣〕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충성된 신하〔忠臣〕그 이하의 범주에 속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간사하고 사악한 사람들의 소행을 보면, 그들을 개, 돼지만큼도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불우하였다. 이 때문에 그는 삼대(三代)의 임금을 차례로 섬겼지만 자기의 학식을 발휘할 수 없었다. 지금 새로이 보위에 오르는 임금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이미 떠날 준비가 다 되었다. 임금은 따르는 신하 가운데 이군을 선발대로 뽑아, 나라 백성들에게 정치가 새롭게 된다는 뜻을 말하고 나아가 임금의 은택이 널리 미칠 것이라고 위로하도록 명하였다.
이곡,‘신설송이부령귀국(臣說送李府令歸國)’
요점 정리
작자 : 이곡
형식 : 수필
성격 : 계도적
주제 :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도리
이해와 감상
이 글은 지도자(指導者)가 갖추어야 할 도리(道理)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지도자가 되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백성을 생각해야 되고, 임금에게 잘 보이기보다는 백성에게 잘 보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지위(地位)나 봉록(俸祿)이나 공적(功績)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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