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신경림 시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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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申庚林, 1935- )

 

· 충북 충주 생. 동국대 문리대 영문과 졸업

· 1956년 [문학예술]지 <갈대> 추천 등단

· 오랜 침묵 끝에 작품 활동을 재개함

·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수상

· 시적 경향

- 초기시 : 인간존재를 관념적으로 다룸

- 후기시 : 농촌현실을 통한 인간 정서

---  시집 [농무]속의 시 <농무>, <장마>,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목계장터>, <갈대>, <가난한 사랑노래>

 

▲ 눈길

 

아편을 사러 밤길을 걷는다

진눈깨비 치는 백 리 산길

낮이면 주막 뒷방에 숨어 잠을 자다

지치면 아낙을 불러 육백을 친다.

억울하고 어리석게 죽은

빛 바랜 주인의 사진 아래서

음탕한 농짓거리로 아낙을 웃기면

바람은 뒷산 나뭇가지에 와 엉겨

굶어 죽은 소년들의 원귀처럼 우는데

이제 남은 것은 힘없는 두 주먹 뿐

수제비국 한 사발로 배를 채울 때

아낙은 신세 타령을 늘어 놓고

우리는 미친놈처럼 자꾸 웃음이 나온다.

 

󰏐 [새로 읽는 그작품] 신경림 시집 `농무'.....글 안도현

## 친근한 언어로 담아낸 `70년대 삶'...현실 그대로 묘사 새 장 ##.

 

 

비탈진 달동네 개똥이네집 지붕이 비만 오면 샌다거나 공장에 나가는순이가 얼굴이 헬쓱하다는 이야기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도 없는 일처럼 꾹꾹 덮어 두는 게 제대로 세상을 사는 방식임을 가르치고 또 익히던 시절. 그야말로 가난이 죄라서문학예술마저 그 가난을 드러내기를 주저했고, 오히려 외면하고 말았던시절.

 

[농무]라는 한 권의 얇은 시집이 조근조근 되셔겨낸 세계는 현실의 사실적 묘사 하나만으로도 크나큰 사건이 될 만했다. 얻어 쓴 조합 빚과 술집 색시의 분 냄새와 담뱃진내 나는 화투판이 소외의 장막을 활짝 걷어젖히고 신선한 시어가 되어 한국문단의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파장])는 화두를 접한 [못난 놈]들이 비로소 소줏잔을 들이키며 당당히 어깨를 흔들수 있게 되었던 것.

 

열일고여덟 살 무렵 [농무]가 아직 내 책꽂이에 꽂히기 전, 까까머리나는 이른바 고등학생 문단을 들락거리던 나름대로 [잘난] 문학소년이었다. 쥐뿔도 없는 내가 잘난 척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입맛에 맞는 시를 척척 써낼 수 있었기 때문인데, 그 기술을 나에게 전수한 것은 요샛말로 모더니즘이었다. 가증스러울 정도로 치밀하게 언어를 계산하는 데 몰두했으며, 삶의 남루와 슬픔을 함부로 까발리지 않아야한다는 자기 제어 장치도 마련해 두고 있는 터였다. 나는 향기롭기만한 시를 쓰고자 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겨운 풍경들이 내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전에는 나와 어울려 놀았으나, 내가 까마득하게 잊어 버린, 빛바랜 흑백사진속에 담겨 있던 풍경들이 생생하게 다시 인화가 되어 나타났다.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는 가난하나 외롭지 않고, 우리는/무력하나 약하지 않다}는 시집속의 평범한 좌우명 하나가 실제로 시골 큰집 내 사촌 형의 책상 앞에 붙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시집 속에 쓸쓸하고 고단한 줄로만 알았던 세계가 그렇게 눈부신 또아리를 틀고 들어앉아 있었다니! 게다가 구태여 말을 비비 꼬지 않더라도 시가 태어날 수 있으며, 한토막의 이야기도 서정을 만나면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새롭게 배웠다.

 

원래 이 시집은 한 이름없는 출판사에서 시인이 자비로 5백부 한정판을 낸 뒤에 1975년 [창비시선] 제 1권으로 재출간된 것이다. 이십 년이지나도록 시집을 찾는 이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니 과히 시를쓰고자 하는 문학청년들의 빠뜨릴 수 없는 교과서가 되고 있다 하겠다. <시인>발행일 : 97년 09월 23일

 

󰏐 시집 [농무(農舞)]에 대하여 - 제1회 만해문학상 심사를 마치고

 

신경림씨의 시집 [농무]는 새 각광을 받는다. 이는 신씨의 시가 모두 걸작이라는 것도 아니요, 그가 위대한 시인이라는 것도 아니다. 그는 시의 리얼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리얼한 데서 시의 감동을 찾는다. 진실로 리얼한 데는 산문에도 시와 같은 감동이 있다. 그의 시의 감수성이나 언어구사가 그런 데 기조를 두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민족 정서의 바탕은 농촌에 있었던 것인데, 현대의 물질 문명에 눌려 우리는 그것을 가난으로만 알고 잊어버렸다. 이것을 오늘의 독자들의 감수성에 맞도록 회복하는 것이 한국시가 살아가는 하나의 길이 될 수도 있다. (1974.5)

 

󰏐 신경림시인 회갑기념 평론집 출판기념회

 

申庚林 시인의 회갑기념 평론집인 「신경림 문학의 세계」 출판기념 모임이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 용강동 한정식집 「나룻터」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申씨와 가깝게 지내는 문인들과 집필자 출판관계자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학계에서 서울대 白樂晴, 연세대 李善榮, 수원대 具仲書, 이화여대 柳宗鎬, 인하대 尹永川, 고려대 黃鉉産교수등이 참석했다. 또 任在慶 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아동문학가 孫春翼씨, 시인 閔暎, 趙泰一, 鄭喜成, 李時英, 金正蘭, 金正煥 씨, 소설가 李文求씨, 문학평론가 金思寅, 金允泰, 林奎燦, 方珉昊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평론집은 申씨와의 대담 작품론등에대해 16명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 국문학자들이 집필했다.

 

56년에 문단에 데뷔한 申씨는 민예총 사무총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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