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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소설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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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沈熏, 1901-1936, 본성명 심대섭·大燮)

 

· 소설가, 언론인, 시인. 본관 청송. 서울생

· 교동초등학교 졸, 경성제1고등학교 입학, 4학년 때 3·1운동에 참가하였다가 체포되어 서대문 형무소에 투옥

· 그 후 상해로 망명. 1923년에 귀국

· 귀국 후 [동아일보], [중앙일보] 기자 생활

· 1924년 [동아일보]에 번안소설 <미인의 한> 연재하면서 작가명을 얻음

· 1926년 [동아일보]에 영화소설 <탈춤>을 연재한 인연으로 영화계 진출.

· 1927년 영화 <먼동이 틀 때>를 원작, 각색, 감독한 영화인

· 1930년 이후 <동방의 애인>, <영원의 미소>(33), <직녀성> 등의 장편과, <상록수>(35)를 발표, 소설가로 모습을 부각.

· 또한 시로서 <그날이 오면> 발표, 민족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한 염원을 격렬한 호흡으 로 노래.

- 1932년 시집 [그날이 오면]이 일제 검열로 출간되지 못하자 낙심, 아버지의 농토가 있는 충남 당진군 송악면 부곡리로 낙향 )

·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다는 보도가 실린 신문 호외(號外)의 뒷면에 <오오 조선의 남아여!>라는 즉흥시를 씀

· <상록수> 출판을 위해 교정을 보다 장티푸스에 걸려 경성제대부속병원에서 하직

 

- 유적지

1) 심훈시비(필경사 경내 소재) : ‘그날이 오면’ 새김

2) 상록수문학비(경기 안산시 본오동) : 우리문학기림회(회장 이명재)는 소설가 심훈의 장편 < 상록수>를 기리는 문학비를 이 작품의 무대인 경기 안산시 본오동의 상록수전철역 앞 녹지공 원에 세웠다(1996)

---  시 <너에게 무엇을 주랴>, <그날이 오면>

 

󰏐 <심훈>의 작품 세계(글, 천이두)

 

사실 이광수나 현상윤 등의 단편소설에서 시작된 한국의 근대소설은 망국의 한이 서린 식민지 상황에서 시작된다. 국토와 주권을 상실한 현실에 대한 순응과 변혁의 갈등 속에서, 한민족은 탄압과 수탈 속에서 굶주리고, 고향을 버리고 북간도로 떠나는 민족적 비극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식민지 상황에서 많은 작가들은 민족의 광복과 현실 극복을 위하여, 사회적 자아의 인지와 성취를 위하여, 현실을 조명하고 그 아픔을 극복하려는 헌신적 삶을 창조하는 경향을 띠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게 된다.

 

심훈도 역시 19세의 나이로 3․1 운동에 뛰어들어 옥고를 치르고, <탈춤>이나 <상록수>와 같은 작품으로 식민지 상황을 극복하려는 강력한 저항의식을 형상화하고, <영원의 미소>와 <직녀성>과 같은 작품으로 지난날의 생활윤리와 이제의 그것의 갈등 속에서 인간성을 발양(發揚)하려는 변혁적 의식을 보여준다. 민족의 해방과 자유를 노래한 <그날이 오면>에 집약되어 있는 절규는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시원치 않아 가죽이라도 벗겨 북을 만들어 마구 행렬 앞에 치고 싶은 그날 ― 조국의 광복과 독립을 절규한 강력한저항의식이 나타난 이 시를 보아도 심훈의 지향의식이 무엇인가를 짐작케 한다. 심훈은 이런 의지로 제일고보 재학 시절 19세의 나이로 만세를 부르고 옥고를 치를 때 <옥중에서 어머니에게 몰래 내보낸 사연>은 민족의 자유를 위해 헌신하려는 집요한 의지가 피맺혀 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는 조금도 저를 위하여 근심하지 마십시요. 지금 조선에는 우리 어머님 같으신 어머니가 몇천 분이요, 또한 몇만 분이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머님께서도 이 땅에 이슬을 받고 자라나신 공로 많고 소중한 따님의 한 분이시고, 저는 어머님보다 더 크신 어머님을 위하여 몸을 바치려는 영광스러운 사나이외다.

 

이 얼마나 처절한 부르짓음이며, 자유를 위한 절규인가.

심훈은 1901년 9월 12일 서울 노량진 현 수도국 자리에서 조상 숭배의 관념이 철저한 부 심상정과 파평 윤씨 사이에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조선조 말 중류 가정의 출생으로 온후한 성품을 지녔고 뛰어난 재질을 지닌 여인이었다. 심훈은 본명은 대섭이고 소년 시절에는 금강생, 중국 유학 때는 백랑(白浪), 1920년 이후에 훈(薰)이라고 썼다. 1915년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경성제일고보(후의 경기중)에 입학하여, 작곡가 윤극영과 은행가 윤기동과 함께 미남 행렬 속에서 명석함을 자랑했다. 1917년 3월 외족이며, 명문인 후작 이해승의 누이 전주 이씨와 혼인하여 심훈이 해영(海映)이란 이름을 지어주었다. 3․1운동 때(제일고보 4학년, 19세때) 만세운동에 참가했다가 3월 5일 피검되어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중국으로 망명길에 올라 변장을 하고(안경을 쓰기 시작) 상해를 거쳐 항주에 이르러 지강(之江)대학 국문학과에 입학한다. 여기에서 이동녕과 이시영 등과 알게 되고 귀국한 후 안석주 등과 교우하여 극우회를 만들기도 했다.

 

심훈은 손이 없어 이해영과 헤어지고 1924년 이후 동아일보의 기자로 있으면서 나라 없는 울분을 술로 달랬으나, 아무리 기생이 구애를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아 호탕하고 멋진 미남의 무관심에 기생들은 가슴만 불태웠다.

 

1930년 12월 24일, 심훈은 19세의 무희인 안정옥과 혼인하여, <독백> <그날이 오면> 등을 발표하다가 장남 재건과 같이 충남 당진에 내려가 창작에 전념하게 된다. 1933년 장편 <영원의 미소>를 조선, 중앙일보에 연재하고 단편 <황공(黃公)의 최후>를 발표한다. 이해영에 대한 회고 작품이라고 하는 <직녀성>을 조선 중앙일보에 연재하여 그 고료로 부곡리에 집을 지어 <필경사>라고 불렀다. 이 필경사에서 쓴 <상록수>가 1935년 동아일보 15주년 현상모집에 당선되어 상금 5백원을 받아 그 중에서 상록학원을 설립한다. 1936년 9월 6일 대학병원에서 급서(急逝)하여 심훈의 문학은 더 펼치지 못하고 만다. 시집 <그날이 오면>이 일제의 검열로 출간되지 못하고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동방의 애인> <불사조>가 걸열로 중단되고 말아 미완성으로 끝난다.

 

<상록수>(1935), <황공의 최후>(1933), <탈춤>(1926) 등은 심훈의 소설세계를 조명할 수 있고, 장편과 단편, 영화소설이란 심훈의 소설의 양식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상록수>는 경성농업을 졸업하고 진학하라는 권유를 물리치고 부곡리에서 ‘공동경작회’를 만들어 농촌운동을 일으킨 당질 <심재영>을 모델로 하여 수원군 반월면 천곡리에서 활동하다가 죽은 <최용신>과의 허구적 로맨스를 만들어 씌어진 소설이다. <상록수>에는 심재영이 박동혁으로 최용신이 채영신으로 주인공이 되어 있고, 심재영이 한 <공동경작회>는 <농우회>로 <샘골>이 <청석골>로 바뀌어져 있으며, 심재영은 작품과의 인연으로 최용신의 무덤을 찾아보기도 했다고 한다. <상록수>는 당시 브나로드 운동의 선봉에 서서 농촌활동을 하는 박동혁과 채영신의 헌신적인 봉사와 둘 사이에 얽혀지는 사랑을 내용으로 한 소설이다. 청석골을 다듬어지고 가꾸어진 성취된 사회로 만들려는 지향적 욕구와 식민지 치하라는 존재적 현 실 사이의 갈등과 그 비극적인 현실을 그린 농민소설이다.

 

또한, <황공의 최후>는 직업을 잃고 시골 삼촌집에 온 ‘나’라는 청년이 애지중지하면서 기른, 기골이 장대하고 영리한 황공이 닭과 같은 짐승을 잡아 먹는 것으로 하여 미움을 사던 중 마을사람들에 의해 보신탕용으로 죽는 처참한 최후를 본다는 내용으로 무엇인가 상징적인 내용이 담긴 단편이다.

 

<탈춤>은 최초의 영화소설로서, 혜경이란 한 여성을 둘러싸고 서로 사랑하는 일영, 처자가 있으면서 여러 여성을 섭렵하고 혜경이를 탐내는 지주의 아들 준상, 혜경이와 일영의 사랑을 성취시키려는 흥열의 인물이 진실한 사랑과 탐욕적인 사랑의 상극 속에서 준상의 위선적인 결혼식에서의 희극적인 결말과 혜경의 죽음으로 비극적인 종말을 보여주는 애정 삼각의 멜로드라마적인 면에서도 인물의 갈등이 심화된 작품이다. 또한 혜경의 아버지가 준상이네 집의 소작인이라는 것과 지주의 아들인 준상이 소작인인 혜경의 아버지를 협박하여 혜경이를 준상의 집에 머물게 하여 야욕을 채우려는 장치나, 준상의 처남 아이를 낳는 난심이, 준상의 아들을 데리고 온 일영, 그리고 이런 사실을 매도하는 흥열, 이 혼인식장에서 고하는 희극적이기도 한 종말은 이 영화소설의 절정을 이루어 현실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해부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또한 삽화로 당시의 배우 나운규, 김정숙, 주삼손 등이 매장면에서 실연(實演)하는 사진을 넣은 것도 특이하다. 이 <탈춤>은 심훈이 영화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러한 심훈의 소설은 다음 몇 가지 면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첫째는 존재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행동성이 강력하게 나타나 있다. 식민지 치하의 질곡 속에서 신음하는 현실, 낡은 관념과 관습이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동력을 저해하는 현실을 초극하여 새로운 내일을 지향하려는 정신이 투철하게 나타나 있다. <상록수>에서 여러 촌로(村老)의 거부와 일제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 청석골을 낙후되고 고질화된 농촌에서 보다 활기차고 운명을 같이하는 공동체로서의 한 이상향으로 변혁시키기 위하여 채영신과 박동혁이 각기 청석골과 한곡리에서 농우회를 조직하고 야학을 운영하여 ‘갱생의 광명은 농촌으로부터’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일하기 싫은 사람은 먹지도 마라 !’ 등의 기치 밑에서 낡은 관습에 젖어 잠자고 있는 농촌을 일깨워 새로운, 갱생되고 다 같이 웃고 살 수 있는 한 낙원을 건설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한다. 안에서의 관습에 의한 방해와 밖에서의 일제의 탄압을 극복하면서 그날을 성취하려는 집요한 의지와 행동이 보인다. 또한 <탈춤>에서 소작인의 딸을 애욕의 대상으로 구사하려는 낡은 의식과 사랑을 기저로 한 내일에의 지향을 위한 갈등이 행동화하여 나타나 있는 것은 그런 경향을 말한다. <영원의 미소>에서 서로 사랑하는 수영과 계숙은 현실적인 절망의 극한 상황속에서도 지주의 유혹과 협박에 굴하지 않고 결별하여 빈손으로 갯벌을 일군 보리밭에서 힘찬 내일을 그리면서 미소를 짓는 것도 바로 현실 극복의 자세이다. <그날이 오면>의 시에 나타나 있는 조국의 광복과 청석골을 위시한 농촌의 변혁을 실현하려는 심훈의 소설에선 역사적 현실을 인식한 세계관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행동성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변혁적 의지의 발로 이며, 낙원 추구 사상의 발로이기도 하다.

 

둘째는 사랑을 기저로 한 인간 애정이 발현되어 있다. 역사적 현실의 인지에서 인간의 본질을 외면한 표면적인 현실의 인식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 심훈은 사랑을 비롯한 인간의 본질의 인지와 그 역동에 의한 현실극복의 지표를 추구한다. <상록수>에서 채영신과 박동혁의 사랑과 신앙에 의한 성취적 활력소나 청석골의 젊은이들의 인간에 대한 생활의 성숙을 비롯하여, <영원의 미소>의 수영과 계숙의 사랑을 근저로 한 현실 극복의 집요한 자세, 그리고 <탈춤>의 일영과 혜경의 현실의 굴곡 속에서 성숙하려는 사랑을 모태로 한 준상의 봉건적 잔재의식의 극복과 흥열의 의사적(義士的)인 구제, <황공의 최후>에서 황공에 대한 애정 등이 다 사랑을 기저로 한 인간애의 발현이다.

 

셋째는 장르의 확대에 의한 표현영역의 확대와 일탈이다. 심훈은 주로 소설을 쓰면서 저항정신이 나타나 있는 시집 <그날이 오면>의 시, <탈춤>의 영화소설 등 장르의 확대에 의해 그의 문학적 영역의 다양성과 확대를 보여준다. 그러나 소설은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어 그의 기법과 문체는 변혁보다는 영역의 확대라는 데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이 심훈은 식민지 치하란 역사적 현실에서 존재현실을 극복하려는 행동성을, 사랑을 기저로 한 인간애의 정신을 박동혁으로 하여 장르의 확대에 의해 <상록수>, <황공의 최후>, <탈춤> 등에 강력히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심훈을 1930년대 소설에서 사회의식에 의한 현실과 지향적 성취의 갈등을 부각하고 삶의 지표를 제시하려는 경향의 기수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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