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개념과 특성
by 송화은율시의 개념과 특성
시라고 할 때 그 개념은 다양하다. 그 까닭은 시가 거쳐 온 역사적 모습의 다양성, 역할의 다양성, 향유방식의 다양성, 용어의 다양성 등에 기인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성격이나 형식의 다양성을 낳게 되었다. 시라는 용어대신 향가(鄕歌), 속요(俗謠), 가사(歌辭), 시조(時調), 창가(唱歌) 등 다양한 명칭이 있는 것은 그 역사적 모습의 다양성과 성격의 다양성에 기인하며, 또 이들을 가리켜 시가(詩歌)라고도 하고 시(詩)라고도 하는 것은 입으로 짓고 노래했는가 아니면 글로써서 읽었는가 하는 향유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그런가 하면 시를 가리켜 순순한 정서의 표출이라고도 하는가 하면 이와 달리 사람을 흥분, 고양시키는 문학 향식이라고도 하는 것은 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하는데 따른 관점의 차이를 반영한다.
시의 개념은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시의 공통된 특성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우선 노래로서의 성격을 들 수 있다. 예전에는 시가 음성 언어로 노래되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 그 구체적 사례가 상대의 시가, 향가, 고려가요, 시조, 악장, 가사, 창가 등이며 이 장르에 속하는 작품들은 노래되었던 자취를 작품 자체에 지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음악으로서의 노래라는 성격을 떠나 글로 쓰고 글로 읽는 시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 근대시와 현대시이며 이들은 노래로서의 자취를 그 율격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래서 고전시대의 시를 시가라고 하여 현대의 시와 구분하기도 한다. 특히 시문학은 고전과 현대의 그것이 양식상으로 현저하게 차이가 있기도 하고 더구나 고전시가는 왕조의 변화와 거의 같은 궤도로 변모를 거듭한다는 점에서 그 연속성을 말하기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국문학의 연속성을 탐구하는 데 실마리가 되게 함은 역설적이다. 그것은 문학의 연속성을 형식이 아니라 본질에서 구해햐 할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의 시가는 구어 행위였던 것임에 반해 오늘날의 시는 문어 행위라는 근본적 차이 때문에도 시는 어째서 시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이 구어 시대의 시가 지닌 가락과 박자를 오늘날에는 운율로 바꾸어 지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시의 중핵적 요소가 음악임을 말해 준다. 운율은 소리의 현상이라는 점이 그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문학의 변화는 그 문학의 존재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게 된다. 음악으로 시가를 향유하던 시대에는 시의 요소가 곧 음악이었고 음독 또는 묵독되는 시대에는 운율로 대치된다. 앞으로 사이버의 세계에서 시를 향유하게 된다면 그 때는 노래의 요소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는지 예언하기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그렇듯이 향유 방식의 변화가 시의 모습을 변모시키리라는 예측은 충분히 할 수 있게 된다.
- 김대행, ‘시와 문학의 탐구’, pp233-235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