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손창섭의 ‘비오는 날’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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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의 비오는 날 해설

 

< 해설 1 >

 

작가 : 손창섭(孫昌涉, 1922 - )

평양 출생. 만주, 일본 등지를 전전하며 수학함. 1952 공휴일 <문예>의 추천을 받아 등단. 1973년 일본에 건너가 귀화함. 한국 전쟁 후, 1950년대의 음울한 분위기와 불구적 인간형을 그려내어 전후의 우리 현실을 반영함. 초기의 단편들은 심신 장애자가 주인공이고, 후기 단편들은 비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인간들이 주인공이다. 그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소설에 기성 사회에 대한 의 반발을 그리려고 하다가 보니 자연 냉소와 자조, 실의와 체념, 허위와 불신, 질서의 상실, 생활의 분열 등이 나타나게 된다고 하였다. 1955 혈서로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 1959 잉여인간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함. 대표작으로는 미해결의 장(1955), 낙서족(1959), 인간동물원초(1956) 등이 있다.

 

등장 인물

정원구 : 화자, 동욱의 친구

김동욱 :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와 미군을 상대로 초상화를 주문 받아 소개하며 살아가는 무기력한 인물

김동옥 : 동욱의 누이동생. 다리 불구자, 오빠가 주선해 오는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로 살아감.

 

줄거리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원구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도록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욱 남매의 음산한 생활 풍경이 그의 뇌리를 영사막처럼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원구는 으레 동욱과 그의 동욱과 그의 여동생 동옥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들의 어두운 방에 쓰러져 가는 목조 건물이 비의 장막 저편에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비록 맑은 날일지라도 동욱의 오뉘의 생활을 생각하면, 원구의 귀에는 빗소리가 설레이고 그 마음 구석에는 빗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원구의 머리속에 떠오른 동욱과 동옥은 그 모양으로 언제나 비에 젖어 있는 인생들이었다.

 

동욱은 현재 누이동생 동옥과 1.4 후퇴 때 월남해서 살고 있다. 소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원구 역시 월남해서 행상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으나 오히려 친구인 동욱과 동옥의 생활을 걱정한다. 피난지 부산에서 원구는 리어카에 잡화를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옥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인물로 왼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 부자유자이다. 그의 오빠인 동욱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착실한 교인으로 목사 지망생이었다.

 

그러나 6.25 라는 전쟁은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월남 이후 동욱은 미군 부대를 전전하면서 초상화를 주문 받고 동옥은 집에서 초상화를 그리면서 생계를 간신히 꾸려 나간다. 그들은 인가에서 외딴 곳, 황폐한 집에 사는데, 그들이 살고 있는 목조 건물조차 그들의 비참한 생활을 나타내고 있다. 동옥이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런 곳에 사는 것이다. 장마가 진 어느 날 원구가 동욱의 집을 찾아갔으나 동옥의 얼굴에서는 자조적인 웃음밖에 발견 할수 없었고, 오히려 냉담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구는 돌아오다가 동욱을 만나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지붕은 비가 새어 방안에 양동이를 받쳐 놓았는데 빗물이 가득한 것을 버리려다 쏟고 말았다. 그때 물을 피하려 일어나는 동옥을 보고야 동옥이 다리 불구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 비오는 날이면 자주 그 집을 방문하였는데, 점차 동옥이 원구를 대하는 태도가 좋아진다.

 

그러던 어느날 이후 동욱은 그의 유일한 생계인 초상화 작업마저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동옥이 너무 불안해 하니 자주 찾아와 위로해 주라는 부탁을 동욱이 원구에게 한다. 다시 비오는 날, 그들을 찾아가니, 동옥이 그 동안 모아둔 돈을 빚낸 주인 노파가 도망가 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동옥은 더욱 절망해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욱과 동옥이 세들어 살던 집마저 주인이 몰래 팔고 도망가 버려 결국 그집에서 나오게 된다.

 

원구가 한달여 만에 그집을 방문했을 때 이미 그들은 떠나고 없어 궁금해 한다. 아마도 동욱은 군대에 끌려가고- 그 당시는 검문해 증명이 없으면 군대에 끌려 가게 되어 있었다. - 동옥은 주인 녀석이 사창가에 팔아 먹은 것 같다는 격분과 자책을 안고 돌아온다.

 

마음 속 한 구석을 의식하면서도 천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그는 말없이 발길을 돌이키었다. 이놈 내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는 흥분한 소리가 까마득히 먼 곳에서 자기를 향하고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에 오한을 느끼며 원구는 호박 덩굴 우거진 밭두둑 길을 앓고 난 사람모양 휘청거리는 다리로 걸어나가는 것이었다.

 

해설1

이 작품의 배경은 부산이다. 부산은 한국전쟁 중에 고향을 떠나 남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비극적인 장소이다. 폐가와 장마라는 배경 또한 주제 의식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전쟁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우울한 내면 심리를 다룬 전후문학. 사건의 직접 제시보다 어떤 사건에 의해 환기된 심경의 변화를 그리는 일이 앞서고, 객관적 인물 묘사보다 처음부터 작가에 의해 주관화된 냉소적인 관찰로 인물 묘사가 행해지는 특이한 소설양식을 갖고 있다. 주로 간접 화법에 의해 대화가 처리되며, 부사어 및 것이다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으로 이를 알 수 있다. 아무튼 이 작품은 6.25 라는 전쟁이 개인을 어떻게 황폐화 시킬수 있었던 지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이범선의 오발탄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여 준다.

 

(주제) 전쟁이 가져다준 인간의 무기력한 삶과 허무 의식.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무기력한 삶

(시점)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허무적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구성) 단순 구성, 평면적 구성

(문체) 간결체

 

 

 해설 

 

비오는 날 1953 11 문예 18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전후 소설을 대표하는 것으로 절망의 시대 분위기가 빚어낸 비인간적이며, 무기력하고 참담한 삶의 모습을 표상하고 있다.

 

비오는 날에서 는 단순한 비가 아니라 이 소설의 분위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등장 인물들이 처해 있는 전후 시대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그린 것이다.

 

한국전쟁(6.25)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피난지 부산을 배경으로 장마철의 눅눅한 분위기와 같은 불쾌감이 이 작품의 주제와 관련하여 인간의 무기력한 삶 또는 허무 의식을 전기적 작가 시점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것은 실존을 무의미하게 하거나 허무감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손창섭의 소설들은 시대적 조건이나 사회 환경에 압도되어 살아가는 인물들을 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의 인물들 역시 소외된 변두리(주변부) 인간으로서 그 모습을 보여 준다. 즉 역사적 조건이 빚어 놓은 병리적 사회 현상이 개인을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 넣고, 그 상황에서 개인은 무기력하게 피폐해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 준다.

 

비오는 날이면 원구는 동욱 남매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원구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그들의 삶은 그 자체가 언제나 비에 젖은 인생으로 여겨졌다. 동욱은 누이동생 동욱과 1.4후퇴 때 월남해서 함께 살고 있다. 소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원구 역시 월남하여 피난지 부산에서 리어카로 잡화를 팔며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욱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하는 감수성이 예민한 인물이며 왼쪽 다리가 불편한 신체 장애자이다. 그의 오빠인 동욱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목사 지망생이다. 그러나 6.25라는 전쟁은 그들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월남 이후 동욱 남매는 미군 부대를 전전하면서 초상화를 그려서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이들 남매가 외딴 목조 건물에서 황폐하게 자조적인 웃음으로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 후 동욱은 유일한 생계 수단인 초상화 작업마저 못하게 되자 마침내 능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이에 불구자인 여동생 동옥의 불신감, 비만 오면 마구 새는 집, 끼니 걱정, 앞날에 대한 전망의 부재 등으로 엮어진 현실 앞에서 동옥은 끝내 신경증 환자로 변해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주인 노파에게 사기당해 오갈 데 없는 알거지가 되자, 동욱은 불구자인 누이동생 하나 건사하는 것마저 실패했을 정도로 무능한 꼴을 보인 것이다. 원구는 새 집주인으로 들어온 사내가 동옥을 사창가에 팔아 넘겼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져든다.

 

이 작품은 절망적인 상황과 비정상적인 인간들의 삶을 통해 전쟁이 가져다 준 물질적 정신적 상처와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서술 태도는 그 자신의 개인적 체험에 의한 특성과 1950년대라는 역사적 시기가 함께 상승 작용을 일으켜 부정적인 인간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선 그 공간적 배경이 피난지 부산이다. 부산은 남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모여든 곳으로 원구나 동욱 남매에서 보듯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비극적 장소이다. 더구나 폐가나 다름없는 동욱 남매의 집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해 주고 있다. 또한 시간적 배경은 장마철, 비오는 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소설은 상황적 배경을 사회적 배경과 적절히 배합하여 주제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시선은 끝까지 냉소적인 입장으로 허무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작가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인간을 얼마난 무기력하고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그로 인한 절망이 단순한 인간애로 극복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손창섭의 초기 소설은 비가 오거나 음산한 날시간적 배경 낡아빠진 셋방 공간적 배경 에서 정신이나 육체가 병든 남녀인물가 계속 앓고 있다는 공식을 중심에 놓고 그때마다 적절히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능하고 한심한 사람들이며,‘병자 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이 모인 곳은 병실을 방불케 한다. 1950년대 우리 사회를 병실로 파악한 작가는 인간다움에서 소외된 비정상적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정확하게 투시한 것이다. 이와 같은 작품으로는 󰡔비오는 날󰡕외에 󰡔미해결의 장󰡕 (1955), 󰡔혈서󰡕(1955), 󰡔유실몽󰡕(1956) 등이 있다.

 

작품 요약

 

주제 : 전쟁의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무기력한 삶과 허무 의식.

인물 : 동욱-1.4후퇴 때 동생 동옥과 함께 남한 인물 대를 상대로 초상화 주문을 맡아 생계를 꾸려나가지만, 그 후 어려운 상황이되자 입대해 버린 무기력한 정적 인물.

원구 - 이 글의 화자이며 동욱의 친구. 그 역시 월남해서 리어카로 잡화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동욱 남매에게 온정을 보인 정적 인물.

배경 : 6.25를 전후한 시기 피난지 부산의 변두리. (공간적 배경은 전후의 황폐한 피난지 부산 동래 부근의 외딴 마을로 비극적 삶의 공간이며, 시간적 배경은 장마철 비오는 날의 음울한 분위기와 동욱 남매의 버림받은 삶을 회상하는 일상적 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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