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바위 / 줄거리 / 김동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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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1936신동아에 발표된 단편 소설. <바위><무녀도>와 같이 자연물을 숭배하는 민간의 토착 신앙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당시의 민족적 비애와 인간 존재의 문제를 토착적 정서와 회고적 낭만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은 문둥병에 걸린 불행한 여인이다. 병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죽으라는 욕설을 듣고 자살을 결행하지만 죽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게된다. 동리 밖 밭 언저리에서 동냥을 하며 살아가던 이 여인은 어느 날 우연히 장에서 아들 술이를 만난다. 술이는 그 동안 어머니의 병을 구하고자 돈을 모았지만 치료에 한계를 느끼게 되고, 그 동안 모아 놓은 돈을 하룻밤 노름에서 탕진해 버리고, 어머니와의 재회를 약속하고 정처 없이 떠난다. 어머니는 날마다 아들을 만나야겠다는 일념으로 동구 밖 복바위를 어루만지며 아들과의 재회를 꿈꾸지만 아들을 만나지 못한 채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한 많은 삶을 마감한다.

 

문둥이 여인은 조상의 원죄로 인해 신에게서 버림받은 보편적 인간상을 나타낸다. 그녀가 남편과 자식은 물론 길마재 언덕 기슭 갈밭 속에 겨우 지은 움막마저 밭 주인에 의해 불태워지는 것은 그녀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신에 의해 내려진 형벌 때문이다. 이러한 신화적 문맥에서 이 작품을 분석해 보면, 소원 성취를 위해 그 앞에 가서 비는 복바위는 결코 문을 열지 않는 하나의 벽인 것이다.

 

문둥이 여인은 전통적인 민간 신앙에 바탕을 두고 복바위에 자신의 소원을 빌고 그것이 성취되리라는 종교적 희망을 갖고 바위를 처절하게 갈고는, 결국 장터에서 아들을 잠시 만나지만 그것은 신주님이 베푼 은혜가 아니라 단지 우연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여인에게 있어서 그것은 영험으로 인식되고, 죽음을 무릅쓰고 계속 자신의 소원을 복바위에 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바위는 마을사람들로부터 더욱더 여인을 버림받게 만들고, 마침내 비참한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미 감각도 없는 두 손으로 바위를 더듬었다. 그리하여 바위를 안은 그녀는 만족한 듯이 자기의 송장같이 검은 얼굴을 비비었다.

 

바위 위로는 싸늘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이튿날 마을 사람들이 이 바위 곁에 모이었다. 그들은 모두 침을 뱉으며 말했다.

더러운 게 하필 예서 죽었노.”

문둥이가 복바위를 안고 죽었네

아까운 바위를……

 

바위 위의 여인의 얼굴엔 눈물이 번질번질 말라 있었다.

천형(天刑)으로 사회에서 격리되어, ‘바위로 상징되는 움직이지 않는 을 뛰어넘으려는 여인의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같이 원죄 때문에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조금도 분담하려 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 생각으로 일관하는 것은 우리들의 뼈아픈 반성과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 일제 감정기의 민족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차원의 가치를 지니며, 표현 면에서도 뛰어나, ‘존재의 벽을 상징하는 바위는 물론, 절망적인 여인의 소멸을 불타는 저녁놀로, 그리고 기러기 우는 가을 등의 상징과 이미지는 이 작품의 내용과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어서 한국인의 한과 토착적인 정서와 감정을 동양적인 화폭으로 그리는 데 탁월한 미학(美學)을 보이고 있다.

 

 

작품의 요약과 확인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2. 시점 : 전지적 작가시점

3. 배경 : 가을에서 겨울사이의 어느 마을 및 기차 다리 주변, 장터.

4. 주제 : 소외당한 여인의 비원(悲願)과 그 비극적 성취

5. 출전 : 신동아(1936)

 

확인 질문

1. 술이 어머니는 복바위를 자날 때마다 그것을 동경어린 눈으로 보기도 하 고, 원망스러운 눈으로 보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행을 씻어 줄 기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더욱 큰 고통을 더해 주는 존재이므로

2. 동네 주민들이 술이 어머니를 끝까지 이해 못하는 태도가 드러나 있다면, 그녀가 끌어안고 죽은 복바위는 믿음의 대상 외에 그녀에게 또 어떤 의미 가 있을까?

소외당한 자가 극복해야 할 현실적 장벽

3. 술이 어머니는 자신이 거처하던 토막이 밭 주인에 의해 불타고 있는 장면 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한 듯이바위를 끌어안고 죽어간다. 그 렇다면 이때 바위는 여인에게 어떤 존재로 다가오며, 여인은 그것을 어떻 게 생각하는지에 관해 생각해 보시오.

아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으며, 바위는 아들과 동일시되는 존재였기에 다른 세상에서의 영원한 만남, 즉 소원 성취로 볼 수도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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