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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사(狂畵師) / 줄거리 / 김동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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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사(狂畵師)

 

 

 

광화사배따라기,광염 소나타와 함께 탐미(유미)주의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위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라는 내레이터가 등장하여 자신이 처한 자연환경을 묘사하고 있다. 산에 올라 암굴을 발견한 는 음모의 도시 한양의 추악한 이미지를 보고 거기에서 벗어나 한 줄기 샘물을 발견, 그 샘물을 두고 암굴에서 느낀 것과는 다른 좀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꾸며 보고자 한다. 자연과 도시의 대조는 샘물과 암굴의 대조로 축소되고, 이 둘은 앞으로 꾸며질 이야기의 창조적인 측면과 부정적·파괴적 측면을 암시하는 상징물이다. 즉 암굴은 솔거의 고뇌와 절망을, 샘물은 솔거의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상징한다.

 

이 작품의 뼈대를 추려보면, ‘솔거의 예술 창조의 욕구예술 창조를 위한 노력 예술 창조의 실패로 요약된다. 사건을 이끌어 가는 일차적인 동기는 솔거의 예술적 욕망이다. 솔거의 미인도 제작에 대한 의지와 욕망은 그의 추악한 외모로부터 추진력을 얻고 있다.

 

코가 질병자루 같다. 눈이 퉁방울 같다. 귀가 반죽 같다. 입이 나발통 같다. 얼굴이 두꺼비 같 다. 소위 추한 얼굴의 주인으로서, 그 얼굴이 또한 굉장히도 커서 멀리서 볼지라도 그 존재 가 완연하리 만하다. 그래서 그는 사람 만나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솔거의 이 못생긴 외모는 타인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치명적으로 작용하여 그를 고뇌와 절망 속으로 몰아 넣게 된다.

 

일즉이 열 여섯 살에 스승의 중매로서 어떤 양가의 처녀와 결혼하였었지만 그 처녀는 솔거의 얼굴을 보고 기절을 하고 기절에서 깨어나서는 그냥 집으로 도망쳐 버리고, 그 다음에 또 한 번 장가를 들어보았지만 그 색시 역시 첫날 밤만 정신 모르고 치른 뒤에는 이튿날은 무서워서 죽어도 같이 못살겠노라고 부모에게 떼를 써서 두 번째의 비극을 겪고……

 

그래서 솔거의 자기 부정의 비참한 심경은 그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발전하며, 자신의 얼굴을 은폐하기에 이른다.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삶과 행복을 거부당한 솔거는 수천 점의 그림으로 자신의 소모되지 못한 정력과 성적(性的) 리비도(libido)의 예술적 승화를 구현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근원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하나의 대리 만족에 그칠 뿐 진정한 자기 실현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의 자기 실현은 대개 복수심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한 감정들은 솔거로 하여금 색다른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욕구를 충동하게 된다. 하늘에서 타고난 천분과 스승에게서 얻은 훈련과 저축된 정력의 소산인, 한 장의 그림이 생겨날 때마다 솔거는 그것을 보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새로운 그림에 대한 강한 욕망을 느낀다. 새로운 그림에 대한 솔거의 욕구는 순수한 예술적 의욕과 천재성에서만 온 것만이 아니라 세인에 대한 그의 양면적 감정에서 온 것이다. 즉 정상인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그것이 거부되는데서 오는 원망이나 적대감은 자존심 회복을 위한 복수욕으로 심화되면서 미인도 제작의 원동력으로 발산된다.

 

세상이 주지 않는 안해를 자기는 자기의 붓끝으로 만들어서 세상을 비웃어 주리라. 이 세상 에 존재한 가장 아름다운 계집보다도 더 아름다운 계집을 자기의 붓끝으로 그리어서 못나고도 아름다운 체하는 세상 계집들을 웃어주리라. 못난 계집을 안해로 맞아 가지고 천하의 절색이라 고 믿고 있는 사내놈들도 깔보아 주리라. 四五명의 처첩을 거느리고 좋다구나고 춤추는 헌 놈 들도 굽어보아 주리라.

 

솔거가 미인도를 그리고자 하는 이유가 원색적으로 잘 나타난 대목이다. 이러한 갈등과 병행하여 줄곧 나타나고 있는 것이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다.

 

지금은 거의 그의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어린 시절에 자기를 품에 안고 눈물 글썽글썽한 눈 으로 굽어보던 어머니의 표정이 가끔 한 순간씩 그의 기억의 표면까지 뛰쳐 올랐다. 인자한 어머니의 표정. 그것을 그려보고 싶었다. 커다란 눈에 그득히 담긴 눈물, 그러면서도 동경과 애무로서 빛나던 눈, 입가에 떠오르던 미소. 번개와 같이 순간적으로 심안(心眼)에 나타났다 가는 사라지는 이 환영(幻影)을 화공은 그려보고 싶었다.

 

솔거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아내에 대한 소유욕으로 변질되어 간다. 솔거는 자신의 근원적 삶의 보금자리로 회귀하고 싶은 소망이 근친상간(近親相姦)과 유사한 금기(禁忌)를 범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 욕망[Oedipus complex]을 도덕적 손상을 주지 않도록 아내에 대한 욕구로 전환시킨다. 솔거가 미인도를 제작하고자 하는 특정 동기는 예술적 포부이지만, 근본적 동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복수심으로 나타나는 자존심의 회복이다. 그러한 주인공의 강한 내적 욕망을 만족시킬 모델은 애초부터 외부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산에서 발견한 눈먼 처녀에게서 가까스로 어머니의 환영을 본 솔거는 미인도 완성의 직전에서 그만 소경 처녀를 범한다. 천재일우로 얻은 구원의 모친상이 순간적인 성적 욕구로 말미암아 사라지고 만 것이다. 처녀가 이제는 병신 천치로만 보이는 것은 어머니를 범했다는 자신의 죄책감의 투사(投射). 미인도를 완성하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승화시키고, 고독과 불행의 현실로부터 근원적인 삶의 이상향(용궁)으로 회귀하려 했던 그의 소망은 좌절됐다. 뿐만 아니라 완전한 미인을 창조함으로써 정상인들을 비웃어주려 했던 그의 복수욕도 실현 불가능하게 됐다. 그것은 추악한 외모에서 온 불행한 운명으로부터의 해방이 실패했음을 뜻하며, 인생의 패배와 자존심의 파탄을 의미한다. 솔거는 순간적 분노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처녀를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는 자신의 모든 좌절과 패배의 책임을 처녀에게 미루지만 사실은 어머니를 범했다는 무서운 도덕적 자책감의 반작용인 것이다. 처녀가 죽으면서 튀긴 먹물이 튀어서 미인도의 눈동자를 절묘하게 완성한다는 점은 E.A.Poe의 괴기함이나 악마성과도 상통하는데, 이런 점이 <광화사>의 탐미적·악마주의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그려진 눈동자가 원망의 빛을 띄고 있어서 솔거는 더욱 경악하고 수일 후 광인이 되어 거리를 방황한다. 이는 마치 오이디푸스(Oedipus)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한 형벌로써 자신의 두 눈을 뽑아버린 것과 오레스테스(Orestets)가 부정(不貞)한 자기 어머니를 살해한 뒤 미쳐버린 것과 같은 자기 파괴적 충동이다.

 

<광화사>는 이처럼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얻지 못한데서 오는 삶의 비극과 인간의 삶을 초월한 순수한 아름다움의 추구와 좌절 등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작가가 미에 대한 광폭(狂暴)한 동경을 보여준, <포플라>에서의 최서방의 성욕을 통한 쾌감, <광염 소나타>에서의 백성수의 악마적 예술 창작 행위 등을 나타낸, 일련의 작품들과 비교된다.

 

 

작품의 요약과 확인

 

핵심 정리

1. 갈래 : 단편 소설, 액자 소설

2.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외부 이야기), 전지적 작가 시점(내부 이야기)

3. 배경 : 조선 세종 때 한양의 백악(인왕산)

4. 주제 : 예술적 욕망과 현실 간의 괴리에서 오는 화공의 갈등

5. 출전 : 야담(193512월호)

 

확인 문제

1. 솔거가 미인도 제작에 열정을 바치게 되는 심적 동인(動因)을 밝혀봅시다.

아내가 없는 데 대한 불만· 모성 회귀적 본능의 확산과 대 사회적 분노 의 반작용으로서 최고의 미인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복수심이 예술 완성 의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2. 주인공 솔거를 추남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주인공 솔거가 완성하려는 작품은 완성 그 자체가 불가능한 절대 미인의 그림이다. 그런 아름다움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을 추구하는 자가 세상에서 가장 추한 모습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 다. 이와 같은 비극성을 심화시키기 위한 의도적 설정이다.

 

3. 작품 결말부에 가서 솔거가 자기 의도대로 미인도 제작에 성공했다고 본다 면 그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보자.

비록 화공의 애초의 의도는 빗나갔지만, 소경 처녀의 영혼이 깃든 작품 이 완성되었고 미친 화공이 그것을 품에 안고 소중히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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