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행(少年行) / 줄거리와 해설 / 김 남 천
by 송화은율소년행(少年行) / 김 남 천
<작가소개>
1930년대 초부터 소설과 평론을 쓰기 시작하였던 김남천은 월북전까지의 10여년동안 줄곳 많은 작품을 써왔다. 2편의 장편소설을 비롯하여 단편소설 40여편을 창작해 냈다. 또한 90여편의 평론을 쓴 것을 계량하면 그가 천부적인 작가임을 이내 알 수 있다. 그가 월북 작가였고 프롤레타리아 사상을 가졌기에 분단이후 줄곳 연구대상으로서 학자나 비평가들이 기피해 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 줄 거 리
“소년행(소년행)”의 첫부분은 누이가 자신을 보러 서울에 왔다는 기별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이와의 상봉은 봉근에게 분함과 배신감을 안겨준 대상과의 만남이므로 하나의 커다란 시련이고 괴로움으로 인식되어 진다.
누이와의 7년만의 만남은 봉근으로 하여금 병으로 앓기까지 하며 꿈속에서도 가위눌리게 하고 여러 감정들을 복받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고민과 아픔을 겪은 봉근은 누이에게 느꼈던 배신감을 떨쳐버리고 누이의 사랑과 정성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감정을 되찾기 위해 누이와 상봉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러나 봉근이 받아들일수 있었던 누이의 모습은 현실세계에서 농락당할대로 농락당해 찢어진 육체만이 남은 쇄락한 상상 속의 누이로 일종의 연민이 섞인 감정으로 누이와 화해하고 용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봉근이 만난 현실의 누이는 상상 속의 쇄락한 누이의 모습이 아니라 '너무 능청맞도록 비등비등하게 살이찌고'. 그에게 '돈이 제일' 이라고 설교하는 '징글징글한 염증'을 주는 누이일 뿐이다.
이처럼 누이에 대한 또 한 번의 실망은 순수의 세계를 표상하는 또다른 이상적인 여인상을 탐색하게 되고, 이를 누이와 한 집에서 사는 '연화'라는 기생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 대상인 연화는 '기생'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유지하려는 순수한 가치의 세계와 사회적인 윤리관과의 시선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누이와 바람을 피우는 난봉꾼 병걸에게 '기생오빠는 어쩔수 없어'. '봉근이가 난봉이 난가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의 순수한 사랑이 곡해되고 더럽혀짐을 깨닫고 연화에게 선물해준 콤팩트를 깨버리게 된다.
○ 해 설
「소년행」은 김남천의 작품「남매」에 설정된 시․공간이 변화되어 설정되어 있다. 즉 11살이었던 봉근이 18살의 '조숙한 소년에서 청년기로 넘아가는' 시기로 바뀌었고, 공간도 역시 시골집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 한약방에서 사환으로 취직한 봉근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인물의 시간적 성장은의식의 각성과 진전된 전망에 대한 기대를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의도적인 배려이다.
어린 나이의 주인공일수록 그 성숙하는 과정이나 가치판단의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봉근의 성장된 모습은 좀더 진전된 상황인식의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서울'이라는 공간의 이동은 시골집에서의 유년의 모습을 더 이상 간직하지 않은 봉근으로 탈바꿈하게 해주고 또한, 버젓이 직장이 있는 한 사회인의 모습으로 설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봉근이 누나를 상봉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 수 있다. 즉, 현실과 타협하여 살 수밖에 없는 누이의 모습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은 소년이 현실과 타협한다기 보다는 그러한 현실을 포용할 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봉근은 누나에 대해 실망을 하나 '연화'라는 기생에게서 순수의 세계를 표상하는 이상적인 여인상을 탐색하게 된다. 순수한 대상이 '누이'로부터 '연화'에게로 바뀌는 양상을 인물기능항의 대립상으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
|
|||||||||
주 체 |
|
= |
|
봉 근 |
|
⇒ |
|
봉 근 |
|
|
객 체 |
|
|
(누 이) |
(연 화) |
|
|||||
|
||||||||||
발신자 |
|
= |
|
(누 이) |
|
⇒ |
|
(연 화) |
|
|
수신자 |
|
|
봉 근 |
|
봉 근 |
|
||||
|
||||||||||
협조자 |
|
= |
|
(누 이) |
|
⇒ |
|
(연 화) |
|
|
방해자 |
|
|
부 모 |
|
누 이 |
|
||||
|
||||||||||
<인물기능항의 변화비교> |
위에서 보듯이 순수세계에 대한 탐색대상이며, 발신자, 협조자의 역할을 수행하던 누이의 기능이 완전히 연화에게로 대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순수의 가치세계를 누이가 아닌 연화에게서 찾으려 하는 모습은 더 이상 가족구성원 중의 한 여성이 아니라 가족이 아닌 다른 이성으로부터 이상적인 자치세계를 찾으려는 노력이고, 이는 소년에서 청년기로 성장한 봉근의 설정에 있어서도 그 의도가 드러난다.
다음으로 봉근이가 연화에게 선물을 준 콤팩트를 깨버리는 장면, 이 장면에서는 사회적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임이 전제된 기생을 순수의 대상으로 설정하였다는 모순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었던 상황이며, 이로 인해 봉근은 또 한 번의 성숙의 과정을 치르게 된다.
즉 아버지 누이 연화와의 순수한 사랑이 모두 배신당하면서 조금씩 성숙한 인식의 단계로 변해가고 있다. 이때에 대응하는 봉근이의 행위도 '돈을 바닥에 던지다'(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집을 떠나다' (누이에 대한 배신감) '콤팩트를 깨뜨리다'(자신의 사랑의 변질)로 나타나, 대상에 대한 배신이나 좌절을 느꼈을 대 그 상황과 타협하거나 눌러앉지 않고 소극적이나마 대항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결말부분에서의 봉근은 배신으로 인한 분함과 좌절의 감정 상태가 아니라 이를 극복하고 새롭게 진전해 나가는 긍정적인 전망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서두와 결말은 둘다 '자전거 타다'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두에서의 자전거 타기는 미숙하고 불완전한 타기행위로 미성숙 단계인 봉근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꽁꽁 얼은 땅과 그것도 골목과 언덕이라는 자전거 타기에 불리한 공간에서 낡은 자전거를 몰던 봉근이가 결말에서는 피어나는 가로수 사이로 판판한 넓은 길을 아주 능숙하게 자전거를 타고 있다. 결국 계절적(겨울→봄), 공간적(골목→넓은 길), 물리적(낡은 자전거→새 자전거) 상황의 변화된 모습을 서두와 결미에 대조시켜 보여 줌으로써 봉근의 자연적인 성숙뿐 아니라 심리적 세계와 인식의 태도 면에서도 성숙하였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 관련작품 : 김남천의 「남매」
「남매」와 「소년행」은 봉근이 주인공이면서 초첨인물로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다. 단지「소년행」은 「남매」에서 설정된 시․공간이 변화되어 설정된 것이다.
청년기로 성장한 봉근의 설정에 있어「소년행」은 봉근의 순수의 대상이 누나에서 연화로 바뀌지만「남매」에서의 봉근은 누이가 지켜가려는 사랑에 대한 순수함을 지고 지순의 대상으로 여기고 누이를 신성시 한다. 이 연작소설의 서두와 결말은 둘다 자전거 타기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있는것이 특징이다
○ 출 전 : 이재인(저자) 김남천문학(책이름) 문학아카데미(출판사)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