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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말씀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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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말씀

 

한 산 속에 암자에 덕이 높은 선생님이 있어서, 각 처에서 그 제자가 되기

를 바라고 따라와서, 공부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아홉 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사람이 공부가 아직 부족하고 욕심이 많아서, 남의 붓

이나 주머니칼 같은 것을 넌지시 집어 가지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여덟 친구들이 알면서도, 선생께 말씀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으나 점점

더 심해지므로, 한 번은 남의 돈을 넌지시 가져갔을 때에 선생님께 말씀을

하였습니다.

그런 나쁜 사람과 함께 있고 싶지 아니하오며,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이

선생님 명예에도 좋지 못하겠사오니, 속히 그 사람을 내보내 주옵소서.”

그러나, 선생님은 듣기만 하실 뿐이고, 아무 대답이 없으시고, 며칠을 지

내도 그를 내쫓지 않았습니다.  10여 일이 지나서, 또 돈을 가져다 썼으

므로, 여덟 제자는 선생님께 또,

이번에는 용서하지 마시고, 내어보내 주십시오.”

라고 여쭈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듣기만 할 뿐이요, 대답도 없고, 내보내지도 않았습니

.

그 후, 세 번째 그런 짓이 있었을 때, 여덟 제자는 아주 결단하고서,

이번에도 내어보내 주시지 않으면 황송한 말씀이오나, 저희 여덟 사람이

나가겠습니다.”

하였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면, 얼른 그 한 사람을 내어보낼 줄 알고 그런 것입니다. 

러나 선생님은 태연하게,

그대들이 정말 나가겠는가?”

하고 묻습니다.

, 이번에도 그 나쁜 사람을 안 내보내 주시면, 저희들이 모두 나가기

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면, 잘들 돌아가게! 아무쪼록 몸 성히 지내기를 바라네.”

하고 태연히 작별의 말씀을 합니다. 제자들은 너무도 뜻밖의 말씀에 놀라

,

선생님, 어찌하여 행실 나쁜 사람을 안 내보내시고, 저희 여덟 사람을

내보내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때에 대답한 선생님 말씀,

자네들은 다행히 그런 나쁜 행실을 아니하는 좋은 사람들이니, 여기서

나가서 아무 곳에 가더라도 훌륭한 대우를 받겠지마는, 그 사람은 아직도

행실이 고쳐지지 아니하니, 나에게 더 있어서 더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그 사람의 행실이 고쳐질 때까지는 자네들을 다 내보낼지언정, 그 사람을

내어보내지는 못 하겠네.”

여덟 제자는 그 깊은 말씀에 감동하여 선생님 앞에 절을 다시 하였고, 

중에 그 말을 듣고 그 한 사람의 행실은 아주 그 시간부터 고쳐졌습니다.

 

〈《어린이 6 2, 1928 3월호,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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