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세숫물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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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숫물

 

옛날이었습니다. 서울 어떤 여관에는 상투를 틀어 붙이고, 굵다란 짚신을

신은 시골뜨기 두 사람이 들었습니다. 한 번 보아, 이들은 궁벽한 산촌에서

온 사람인 줄을 여관 주인은 곧 알았습니다.

과연 이들은 밤이나 낮이나 산새 소리와 돌 틈으로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

만 듣고 자라난, 아주 산골내기였습니다. 이들은 서울이 좋다는 바람에, 

라 좋다는 서울이나 한 번 가 볼 테라고, 몇 달 동안 팔아 모은 나무값을

죄다 긁어 가지고, 서울로 뛰어온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여관집 하인은 대야에 물을 떠서, 소금과 함께 두 상투쟁이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 이것은 묻지 않아도 세수하라고 놓은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미련하게도 이 물을 세숫물로 생각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생각다 못해 마시기로 했습니다. 서울 사람은 아침엔 이

런 것을 먹고 마는가 생각하여, 소금을 한 번 혀 끝으로 찍어 먹고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또 소금을 먹고는 물 마시고, 이리하여, 그들은 그 많은 물

을 거의 다 마시고 말았습니다.

곁에서 이 꼴을 본 여관 주인과 하인들은 배를 움켜쥐고 깔깔대었습니다.

그러자, 조반상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두 상투꾼은 소금과 물로 배를

채웠기 때문에, 밥은 한 술도 먹지 못하고 도로 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에잇, 서울은 깍쟁이만 산다더니, 아침밥을 남기게 하느라고 밥보다 먼

저 물을 먹이는구나.”

여보게, 어서 가세. 서울 구경이고 뭐고, 이런 데 있다간 사람 죽겠.”

하며, 그들은 골이 머리 끝까지 나서, 여관 문을 나섰습니다. 서울을 원망

하며 산골짜기 집을 향하여 걸음을 빨리 하였습니다. 길가에서 날이 저물게

되어, 다시 어떤 여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세숫물을 떠다 놓는 여관집 하인을 보고, 두 사람은 다 같이

호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야박하기로 손님에게 맹물을 마시게 하다니, 그래 그런

법이 어디 있단 말이냐, ?”

책망을 들은 하인은 어쩐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였다가, 나중에 모든

것을 알고는 하도 어이가 없어,

, 여보, 손님, 그게 소금으로 이 닦고, 얼굴 씻으라는 물이라오. 

, 우스운 사람도 다 보겠네.”

이 말을 들은 두 사람은 얼굴도 들지 못하고, 다시 그 여관 문을 나섰습니

.

여보게, , 그걸 몰랐구먼!”

글쎄, 그렇겠지. 냉수를 먹으라고 하였겠나

그들은 산골길로 향하지 않고, 다시 돌아서서 서울로 향하여 걸었습니다.

이왕 구경 떠난 바이니, 구경을 하고 가려고…….

다시 서울 온 두 상투꾼은 어느 여관에 드나 망설이다가, 결국 전에 들었

던 여관을 찾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은 전에 잘 모르고 세숫물을 먹었던 것

, 이제 와서는 우리도 세숫물인 줄 안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보여 주기

위한 생각에서, 다시 그 여관을 찾았던 것이었습니다.

한가롭던 그 여관에는 세숫물 마시던 사람이 또 왔다.’하여 갑자기 야

단이 났습니다. 그리하여, 새벽부터 그 여관에는 너도 나도 세숫물 마시는

꼴을 구경하러, 근처 영감, 근처 할머니 다 잔뜩 모였습니다. 여관 주인은

하인에게 이르기를,

손님에게 세숫물을 마시게 하여서야 되겠느냐? 오늘 아침에는 팥죽을 묽

게 쑤어서 갖다 드려라.”

하인은 주인의 말과 같이 팥죽을 묽게 쑤어서 큰 그릇에 가뜩 담아, 손님

의 방문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

손님은 마침 어서 세숫물을 떠 오기만 하면, 얼굴을 씻으리라 고대하다가,

하인이 무엇을 놓고 가매 곧 문을 열고 나와, 저고리를 벗어 젖히고, 손을

담그려다가 보니, 그것은 물이 아니라 맛있음직한 죽이었습니다.

여기서 두 사람은 고개를 기웃거립니다. ‘이것은 분명 죽인데, 먹으라고

떠 온 것일까? 세숫물일까? 먹을까? 얼굴을 씻을까? 아니 먹으면 또 잘못하

는 것이 아닐까? 에라, 서울 사람은 죽으로도 세수하나 보다!’ 하고, 결국

그이들은 죽그릇에 두 손을 담가 얼굴과 목과 머리에 그 죽을 비비대기 시

작하였습니다. 이 꼴을 본 많은 사람들은, 참고 참았던 웃음이 일시에 터져

아하하하는 소리에 여관에 떠나가는 듯하였습니다.

 

<어린이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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