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의 기원- 김해강
by 송화은율새 날의 기원- 김해강
<감상의 길잡이>
김해강의 1933년도 동아일보 신춘 문예 당선 작품이다. 이 시는 그 제목에서 보듯 새해를 맞는 소망을 기도체의 문장으로 담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시적 화자는 ‘이 땅 겨레의 가슴에도’ ‘새로운 붉은 해가 돋아오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러한 기원은 해마다 비는 연례적인 행사이긴 하지만, 특히 이 해에 더욱 간절한 마음이 되는 것은 그만큼 시적 화자가 처한 현실이 어둡고 답답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1930년대 이후 더욱 악랄해진 일제의 폭압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시인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의 애타는 염원을 ‘붉은 해’로 표상하고 있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이러한 염원을 그냥 엎드려 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담아 ‘주먹을 놓고 맹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은 ‘가슴이라도 베여 정성을 다하고 싶’고, ‘어깨라도 끊어 정성을 다하고 싶’을 정도로 절대 절명의 소원으로 표현된다. 그리하여 시적 자아는 현실의 어둠과 답답함을 ‘붉은 해’가 힘차게 열고 빛나게 하기를 새해를 맞아 빌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 새해 첫날은 사실 1년 365일의 모든 날을 의미하는 것일 테지만, 새해 첫날을 빌어, 시인이 평소 간직하고 있는 깊은 소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이러한 소망의 표현도 더이상 마음 놓고 하지 못하게 된 현실의 역설적 상황을 보여 주는 것이리라. 일제 치하의 암담한 현실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 눈물겹도록 애처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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