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을 헌 아이들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반응형
새집을 헌 아이들
어느 동리에 과수원이 잔뜩 있고 그 과수원에는 온갖 과실 나무가 가득 채
워 있었습니다.
봄이 되면 고운 꽃이 피고, 새들이 재미있게 이 가지 저 가지로 날아다니
며, 좋아라고 울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해마다 나무가 찢어질 듯이 과실이 잔뜩 열리고, 그 중에도
맛있는 능금과 배가 아이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런데, 동리 아이들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새가 필연코 과실 나무를 결딴 낼 거야, 꼭 결딴 내고야 말지.”
그러자, 새집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 아이들은 집을 헐어 버렸습니다.
집을 잃고 달아난 불쌍한 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아니했습니다.
가을도 지나고, 겨울도 지나고, 새로운 봄이 왔습니다.
그러나 새는 영영 오지 아니했습니다.
여러 가지 나쁜 벌레들이 잔뜩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꽃조차 잎사귀조차
긁어먹어 버리고, 뻣뻣한 나무만 쓸쓸하게 서 있어서, 꼭 겨울 모양이었습
니다.
가을이 와도 빨간 능금이나 누런 배가, 아이들을 기쁘게 할 만큼 열지 아
니 했습니다.
가지 위에는 즐거운 새들이 그림자도 보이지 아니했습니다.
〈《어린이》 6권 6호, 1928년 10월호,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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