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빛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1 / 해설 / 최동호
by 송화은율
새벽 빛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1 / 최동호
이해와 감상
구정은 우리의 전통적인 명절이기도 하면서 모든 것들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출발의 의미도 갖고 있다. 시작이란 과거의 잘못된 것, 부정적인 것들을 덮어 두고 새로움만을 향해 나아가는 일종의 정신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에서는 그러한 것에다가 깨끗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갖는 흰눈이 배경으로 설정됨으로써 그 의미가 더욱 잘 살아나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인이 삶의 싱그러운 모습을 인식하게 되는 것은 4연에서 알 수 있듯이 글을 써 나가는 행위에서이다. 작은 글자들의 움직임 속에서 머나먼 산간 계곡의 싱그러운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은 바로 글쓰기가 시인에겐 존재인식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해 실존적 자각을 갖게 된 것이다. 쓴다는 것은 사전 속에 굳어 있는 글자들을 꿈틀거리게 하는 일, 즉 살아 있음을 일깨우는 일이다. 그런데 삶의 의미란 동물적 생존만으론 불가능한 까닭에 살아있다는 자체만 가지고는 또다른 진리, 새로움의 세계로 나아갈 수가 없다. 삶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동물적 한계를 일깨워주는 매개가 필요하다.
그것이 이 시에서의 딱따구리의 존재찾기이다.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글씨를 딱딱한 부리로 치는 행위, 그것은 그러한 한계들을 벗어나는 삶의 일깨움이며 새로운 진리에 대한 열망인 것이다.
인생의 참다운 진리추구라는 어려운 철학적 문제를,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갖는 구정과 흰눈이 주는 깨끗한 이미지 속에서 명쾌하고 쉽게 풀어내고 있는 시다. [해설: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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