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김소월
by 송화은율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 김소월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 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 가나니, 볼 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란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 저 혼자…… 산경을 김매이는.
(시집 '진달래꽃', 1925)
<핵심 정리>
▶ 감상의 초점
김소월의 시는 흔히 비애와 정한의 전통적 정서로 파악되었다. 이러한 비애와 정한은 임이 없은 상황에서 비롯되었고, 초기의 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러나 1930년대를 지나면서는 강한 현실 의식을 드러낸 시들이 나타난다.
이 시는 1925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소월의 현실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작품으로 민족이 당면한 역사적, 사회적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 성격 : 저항적, 의지적, 참여적
▶ 어조 : 의지에 찬 남성적 어조
▶ 구성 : ① 1연 : 잃어버리고 없는 행복한 삶
② 2연 : 집과 땅을 잃은 슬픈 역사
③ 3연 : 희망이 없는 고통과 절망의 정황
④ 4연 : 미래 지향적인 희망의 제시
▶ 제재 : 빼앗긴 국토
▶ 주제 : 현실 극복의 의지
<연구 문제>
1. 이 시의 정서는 소월의 시에서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정한의 세계와는 다르다. 「진달래꽃」에서 드러나는 정서와 비교하여 그 정서면의 차이점을 35자 정도로 쓰라.
☞ 「진달래꽃」은 임이 사라진 시대의 바장한 감회를 노래한 데 반해, 이 시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체념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였다.
2. 이 시는 시상의 흐름에 따라 제1-3연과 제4연의 두 단락으로 구분되고, 어조상의 변화가 드러난다. 그 변화의 특징을 간단히 쓰라.
☞ 절망적 목소리에서 의지적 목소리로 전환된다.
3. 이 시에서 문장의 호응이 잘못된 문장을 찾아 쓰라.
☞ 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가라.
(자칫은 ‘ -을 -ㄹ뻔하다’와 호응)
4. 이 시와 관련된 다음 글의 ( ㉠ ), ( ㉡ ) 각각에 들어갈 말을 쓰라.
☞ ㉠ : 임, ㉡ : 땅
소월은 국민 시인으로 불릴 만큼 그의 시는 널리 애송되고 있다. 그의 시가 민요에 바탕을 두고, 민족의 호흡과 가락과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는 그러한 서정의 세계에서 눈을 돌려, 사회와 역사의 반영으로서, 사회적, 시대적 현실을 노래하였다. 그것은 원심력을 가지고 그의 내면의 시와 함께 공감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 ㉠ )’ 없음의 한(恨)에서 ‘( ㉡ )’ 없음의 한으로 확대된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1)
인간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데 땅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터전이다. 삶의 터전인 땅을 상실하였을 때 인간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일제 치하의 우리 민족의 삶은 바로 땅을 잃어버린 절망적인 삶이었다. 이 시는 이러한 땅이 없는 슬픔을 노래한 작품이다.
소월은 나라를 잃고, 땅도 잃어버린 암담한 현실 속에서 나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서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 평범한 농부의 한 사람이 바라는 소박한 꿈이 집을 상실하였기에 허무하게 무너지고, 씨 뿌리고 가꿀 땅을 잃고 끝이 없는 방황의 길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시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체념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력히 표출하고 있다. ‘나는 나아가리라. / 한 걸음, 또 한 걸음’에서 드러나는 화자의 단호한 의지는 고난을 극복하려는 미래 지향적 전망을 제시한 것이다.
흔히 소월의 시가 드러내는 어조는 여성적이며 애조를 띤 연민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러한 서정의 세계에서 눈을 돌려 사회와 역사의 반영으로서의 현실을 노래하였다. 이것은 그의 내면의 시가 공감의 폭을 널리 확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상의 길잡이>(2)
흔히 정한과 비애의 전통적 정서로 파악되는 소월의 시 세계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현실 인식이 투영된 그의 또 다른 시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임의 부재(不在)’에서 비롯된 그간의 한과 체념의 정서로부터 벗어나, 국권 상실이라는 비극적 현실 인식과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저항 의지를 보여 주는 이 시는, 민족 공동체로서의 정서를 땅의 상실이라는 구체성에 바탕을 두어 작품의 효율성을 얻고 있다. 이러한 변모는 식민지 치하의 현실 상황에서 그저 한스럽다며 울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적극적 자세를 드러내 주는 것으로, 개인적 서정의 세계에서 ‘우리에게’, ‘우리의’과 같은 민족 모두의 문제로 시적 인식의 폭을 확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꿈의 모습인 1연과 땅을 빼앗기고 살아가는 현실의 2~4연을 대립시킴으로써 현실의 고통과 비극을 더욱 극명히 드러내는 표현 방법을 취한 이 시는 ‘보습 대일 땅’, 즉 농토를 빼앗김으로써 물거품이 되어 버린 꿈을 쓸어안고, 아침부터 저물녘까지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20년대 우리 민족의 삶의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러므로 동서남북을 유랑하는 그들에게 희망은 ‘별빛’처럼 아득일 뿐이요, ‘가슴에 팔 다리에’는 절망과 고통의 ‘물결’만이 떠오를 뿐이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생존을 위해 새벽부터 열심히 산비탈을 경작하는 이웃들을 목격하는 순간,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일지도 모르는 절망적 심경을 떨쳐 버리고, ‘나는 나아가리라 / 한 걸음, 또 한 걸음’ 이라 힘차게 외치며 밝은 내일을 향한 미래 지향적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맥락 읽기>
1. 화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 농사짓는 사람
2.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시구는?
☞ 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저 저 혼자…… 산경을 김매이는
3. 내가 즐거이 여기는 꿈은?
☞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지런히/벌 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즐거이, 꿈 가운데.
4. 그런 꿈에 비해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은?
☞ 집을 잃고 땅도 없어 아침 저녁으로 떠돈다. 그래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긴다.
5.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시구는?
☞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 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 손에 /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6. 이러한 현실은 나 혼자만 겪는 것인가? 짐작할 만한 시구를 찾아보자.
☞ 우리 모두가 겪는 현실이다.
☞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7. 이러한 삶에 대한 나의 심정은 어떨가?
☞ 절망적이다. 슬프다.
8. 그러한 삶에 대한 화자의 심정이 은근히 나타나 있는 시구는?
☞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의 아득임은, /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9. 이러한 현실 속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그것을 짐작하게 하는 시구는?
☞ 현실을 이겨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 자칫 가느란 길이 이어가라. / 나는 나아가리라 / 한 걸음, 또 한걸음.
10. 나 혼자서만 그렇게 행동하는가? ☞ 아니다.
11. 그것을 짐작할 수 있는 시구는?
☞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12. 그들이 하는 일은?
☞ 새벽 일찍부터 나와 산에 있는 땅이라도 일구려고 한다.
<생각해 볼 거리>
♣ 이 시가 지어진 시대와 관련지어 시의 내용을 다시 음미해보고 ‘보습대일 땅’과 ‘새벽 동무’와 ‘산경을 김매는’의 의미를 더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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