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손님과 어머니 / 줄거리 및 해설 / 주요섭
by 송화은율사랑 손님과 어머니 / 줄거리 및 해설 / 주요섭 ( 1935년 11월, <조광> 1호)
작가:주요섭(朱耀燮, 1902 - 1972)
호는 여심(餘心). 평양에서 태어남. 1927년 상해 호강대학 교육학과 졸업.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 유학. 1921년 <매일신보> 에 「깨어진 항아리」를 발표하여 등단. 초기에는 「인력거꾼」(1925), 「살인」(1925) 등 신경향파에 속하는 ‘빈궁문학(貧窮文學)’을 주로 썼으며 하층 계급의 생활상과 그 반항 의식을 즐겨 그렸고, 중기에는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기점으로 하여 1930년대에는 짙은 서정성이 있는 작품을 발표함. 후기네는 주로 현실적인 문제를 그림. 한때 <신동아>의 주간을 지내기도 하였고, 1934년부터 북경 보인대학 교수 역임. 광복 후 귀국하여 「대학 교수와 모리배」(1946) 등 당시의 세태를 풍자하는 소설을 발표. 국제 펜클럽 한국 본부 위원장 역임.
등장인물
박옥희: 서술자. 어린 소녀.
어머니: 과부. 아저씨를 사랑함.
사랑손님: 옥희네 사랑에 세든 교사.
줄거리
나는 금년 여섯 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 지금 중학교에 다니는 외삼촌은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는지, 집에는 끼니 때 외에는 별로 붙어 있지를 않아 어떤 때는 한 주일씩 가도 외삼촌 코빼기도 못 보는 때가 많으니까요. 깜박 잊어버리기도 예사지요,
옥희네 집에는 세 식구가 산다. 한 사람은 스물네 살 난 과수댁인 옥희 어머니이고, 또 한 사람은 중학교에 다니는 외삼촌이다. 그런 옥희네 집에 낯선 손님이 나타난다. 그는 큰외삼촌의 친구이고 죽은 옥희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한데, 옥희네 동네의 교사로 부임해와, 마침 하숙할 곳이 적당하지 않아서 옥희네 사랑채에 들게 된 것이다. 옥희는 그 사랑방 손님이 좋다. 어느날 옥희가 점심을 먹고 사랑에나가보니 아저씨가 점심을 먹고 있다. 그는 옥희는 어떤 반찬을 제일좋아하누? 하고 묻는다. 옥희는 삶은 달걀이 좋다고 한다. 그러자 아저씨도 삶은 달걀이 제일 좋다고 한다. 옥희는 뛸듯이 기뻐하며 안방으고 뛰어가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그후 옥희는 매일 좋아하는 달걀을 먹게 된다.
그러던 어느, 옥희는 어머니를 놀라게 해주려고 벽장 속에 숨었다가 그만 잠이 어다. 집안에서는 옥희를 찾아 야단이 난다. 그 일이 있은 다음날 옥희는 어머니에게 좀 좋은 일을 해주고 싶어서 유치원 선생님 책상 위에 꽂힌 빨간 꽃을 가져다 어머니에게 준다. 어머니가 그 꽃은 어디서 났니? 퍽 곱구나 하고 묻자, 옥희는 엉겹결에 사랑아저씨가 엄마 갖다주라고 줬다고 대답해버린다. 엄마의 반응은 아주 예상 밖으로 나타나, 몹시 놀라며 그런 걸 받아오면 안된다고 야단친다. 어머니의 표정으로 보아 옥희는 그 꽃이 곧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머니는 꽃병에 꽂아서 풍금 위에 놓아둔다. 그 날 밤 옥희는 사랑방에 나가 아저씨 무릎 위에서 논다. 그런데 문득 풍금소리가 울려나오는 것이다. 옥희는 안방으로 뛰어가 본다. 거기에는 소복을 하고 달빛을 받으며 풍금을 타는 어머니가 있는데 두 뺨에선 숼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딸을 보고 말한다. 옥희야!너 하나문 그뿐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아저씨는 어머니에게 전하라고 옥희에게 봉투를 준다. 그것을 받은 어머니는 몹시 당황하며 봉투를 연다. 거기에는 밥값과 함께 종이쪽지가 들어 이다. 그날 밤 옥희는 밤 중에 깨어나, 어머니가 아버지 옷을 꺼내놓고 앉아 있는 것을 본다. 어머니는 옥희와 함께 기도하다가, 시험에 들지 말게......시험에 들지말게..... 하고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그후 어머니는 어떤 때는 매우 즐거워하다가 금세 풀이 죽어 우울해하곤 한다. 세월이 지난 어느날, 옥희는 아저씨가 짐을 꾸리는 것을 본다. 어머니는 옥희와 함께 언덕에 올라가, 아저씨가 탄 기차가 사라질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고 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 책갈피에 끼워놓은 꽃송이를 버리라 준다.
그래서 아저씨가 주신 인형의 귀에다가 내 입을 갖다대고 가만히 속삭이었습니다.
“ 얘, 우리 엄마가 거짓부리를 썩 잘 하누나. 내가 달걀 좋아하는 줄 잘 알문성 생 먹을 사람이 없대누나. 떼를 좀 쓰구 싶다만 저 우리 엄마 얼굴을 좀 봐라. 어쩌면 저리두 새파래졌을까 ? 아마 어데가 아픈가 보다.”
라고요.
해설
이 작품은 그가 신경향파 문학에서 벗어나 발표한 작품으로 「아네모네 마담」, 「추물」 등과 같은 계열에 속한다. 옥희라는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과부인 어머니와 사랑 손님과의 사랑, 미묘한 애정 심리를 기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어른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시각을 사용하여 참신하고, 산뜻한 미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사랑과 윤리, 즉 기존 관습과 마음 속 사랑의 갈등이라는 평범한 주제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순박한 화법으로 서술하여 성공을 거둔 것은 아마 이런 시점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평자들은 이 작품을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표본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설은 화자가 어린 아이이므로 서술의 대상과 범위가 제한되어 사상과 주제 의식을 담기가 어렵다.
흔히 이런 시점을 ‘신빙성 없는 화자(unreliable narrator)’라고 하는데, 신빙성 없는 화자란 등장 인물 중 하나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그의 미성숙 내지는 무교양으로 인해 사건을 잘못 파악, 서술하기 때문에 독자가 전체 상황을 수집하여 올바른 판단을 해야하는 경우의 화자를 말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화자가 당연히 몰라야 할 상황에서 “모르겠다.”라는 화자의 말을 자주 사용하여 은연 중에 작품에 개입하면서 예술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주제) 기존 윤리와 본능적 사랑 사이의 갈등
애정과 기존 인습 사이의 갈등
(문체) 경어체의 구어체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구성) 순행적 구성(평면적 구성)
(갈래) 단편 소설, 본격 소설
(표현) 인간 심리의 사실적 묘사
(성격) 인간주의적, 사실주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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