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시대 / 요점정리 / 박경리
by 송화은율작자소개
박경리(朴景利, 1927- )
1926년 10월 28일 경상 남도 충무에서 출생했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했으나, 한국 전쟁중 부군이 납북된 후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1955년과 그 이듬해에 걸쳐 <현대 문학>에 단편 <계산>과 <흑흑백백>이 추천되어 문단에 등장한 이래 <전도>, <불신 시대>, <암흑 시대>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1957년 부정과 악에 강렬한 고발 의식을 보여 준 <불신 시대>를 발표하여 제3회 현대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여류 작가로서의 기반을 굳건히 하였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대체로 한국 전쟁 때 남편을 잃고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거나 딸 하나를 데리고 사는 전쟁 미망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아들 작품에서는 전쟁 미망인들의 삶, 또는 그들의 눈을 통해 사회 현실의 훼손된 국면들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1959년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독한 여인의 심적 방황을 그린 장편 소설 <표류도>를 발표하여 제3회 내성 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장편 소설의 집필에 주력하였다. 이후 <내마음은 호수>, <은하>, <푸른 은하> 등의 신문 연재 소설을 발표하는 한편, 1962년에는 전작 장편 <김약국의 딸들>을 발표하였다. <김약국의 딸들>은 이전의 전쟁 미망인을 즐겨 등장시킨 자전적 사건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선을 확보하였고, 공간적 배경도 전쟁터가 아닌 통영으로 바뀌었으며, 제재와 기법면에서 다양한 변모를 보인 전환기적 작품이다. 1964년에는 한국 전쟁이라는 민족사의 비극을 생활인으로서의 시각과 전쟁을 수행하는 이데올로기의 시각을 통해 예리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역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노력을 담은 전작 장편 <시장과 전장>을 간행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듬해에 제2회 한국 여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가을에 온 여인>, <늪지대>, <타인들>, <환상의 시기>등을 연재하였다.
1969년 이후부터는 대하 장면 <토지>에 몰두하고 있다. 하동의 대지주 최 참판네 일가를 중심으로 한말에서부터 식민지 시대를 거쳐 조국 광복에 이르는 민족사의 변천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광대한 스케일과 한국 근대사의 전개에 관한 작가의 독특한 시각은 우리 소설사에서 매우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72년에는 <토지> 제1부로 제7회 월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요점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시간 - 9·28 수복 직후의 혼란기 / 공간 - 1950년대 서울
성격 : 혼란기 사회의 부정에 대한 고발.
시점 : 3인칭 전지적 시점
주제 : 혼란기의 부정적 사회에 대한 분노와 고발.
인물 : 진영(眞英) - 한국 전쟁 중 남편을 잃고 아들마저 거리에서 넘어져 의
사의 무성의로 죽게 되는 비극의 여인이다.
여승, 갈월동 아주머니, 상배, 의사 - 진영이 사회를 불신하게끔 만
드는 부정적 인물들.
구성 : 발단 - 한국 동란 중 남편과 사별한 진영은 유일한 희망인 아들 문수
마저 의사의 무성의한 치료로 잃게 된다.
전개 - 사회에 대한 진영의 불신은 더욱 증폭된다.
절정·결말 - 아들의 명복을 위해 절에 맡겼던 문수의 사진과 위
패를 되찾아 태움으로써 그녀의 사회에 대한 증오는 절정에 달
한다.
이해와 감상
1975년 <현대문학>에 발표된 단편소설. 9·28 수복 전야에 유엔군인 남편을 잃은 진영이라는 여성의 힘겨운 삶이 중심 내용이다. 의사의 무관심 때문에 외아들 문수가 죽고, 중들은 돈을 좇아 종교를 팔고, 병원에서는 치료약의 함량을 속이며, 곳곳에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현실에서 진영은 외로움과 무기력함을 느끼며 이 시대를 불신한다. 그러나 아들의 위패를 불태우는 행위로써 현실의 폭력성에 대결코자 한다.
'불신 시대'라는 제목이 밝혀 주듯이, 주인공 진영을 둘러싼 사회 현실은 모두 그녀를 기만하고 배신한다. 특히, 그 지독한 배금주의는 그녀로 하여금 생존 자체에 대하여 환멸을 느끼게 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아들의 위패를 태우게 되는데, 아마 그녀는 아들의 영혼이 이 썩어빠진 세상에서 영원히 떠나기를 바랬기에 그런 매몰찬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때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렇지, 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 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그녀에게 이 위패를 태우는 범상치 않은 행위는 쓰라린 과거를 의식 속에서 지우는, 그리하여 새로운 인간적 면모로 세상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비록 실천적 행위를 통하여 시대 상황을 부정하고 거부하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은 보여 주지 못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 내에서 내면적으로 대결 의지를 다진다는 점에서 한 여인의 한계와 상황 극복의 결의를 동시에 읽을 수 있다.
다만, 이 소설에서 아쉬운 점은 여러 가지 사건과 상황 전개가 주인공 진영 개인의 체험과 의식으로만 제시된다는 점이다. 환경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피해 의식과 감상주의에 치우쳐 있어서 소설의 마지막 독백, '그렇지, 내게는 아직….'이라는 대목은 개인적 차원의 자기 설득이요 다짐일 뿐 공감대의 형성에는 한계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
한국 동한 와중에 남편과 사별한 진영은 한 점 혈육인 아들 문수마저 엑스레이도 찍지 않고 약도 준비하지 않은 의사의 무관심 때문에 잃어버리고 만다. 아들 문수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은 그녀로 하여금 사회를 불신하게 만든다.
진영의 눈에 비친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폐결핵인 진영이 찾아간 병원은 한결같이 엉터리였다. Y병원은 주사약의 분량을 속였고, S병원은 건달꾼이 의사 노릇을 하였고, H병원은 빈 외제 약병을 내다 팔았다. 거리에는 가짜 주사약이 난무하고 있었다.
집에 찾아온 여승은 시주로 받은 쌀을 팔려고 했고, 문수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찾은 절은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대접을 달리하는 타락한 곳이었다. 신앙이 깊어 의지하려 했던 갈월동 아주머니에게 돈을 떼이게 되는 사건, 그러한 아주머니를 상대로 종교를 빌미삼아 사기 행각을 벌인 대학생 '상배', 신발을 들고 들어가야만 하는 교회 등, 불신 시대의 문제들은 진영을 지치게 만든다.
결국, 진영은 자신의 삶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는 마지막 결심을 하게 되는데, 아들 문수의 영혼을 위해 절에 맡겨 두었던 아들의 위패를 찾아 태우게 된다. 왜냐하면, 불심(佛心)의 깊이를 금전으로 측량하는 절에서는 문수의 영혼이 편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들의 위패를 태움으로써 자신을 억압하는 불신 시대의 모든 조건들을 불살라 버리자는 심산인 것이다.
진영은 마음 속으로 이 시대를 불신 시대라 규정 짓고, 이 사회에 항거하자는 다짐을 하며 산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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