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망제(不忘祭): 별제(別祭) 3 / 이명자
by 송화은율반응형
불망제(不忘祭): 별제(別祭) 3
이해와 감상
이별의 한 의식을 뜻하는 「별제(別祭)」라는 연작시의 한 편으로 쓰인 이 시의 제목이 어째서 「불망제(不忘祭)」일까. 이별이란 인식하고 있을수록 더욱 멀어지는 까닭에, 이별의 노래 속에는 언제나 미련과 집착과 연민이 가득차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시인은 `버릴 것 모두 버리고 잊을 것 모두 잊어도 버려야 할 마음 잊지 못'한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버렸다고 믿은 것들, 잊었다고 생각한 마음들, 그것들을 생각할수록 어느덧, 마지막으로 버린 맨발로, 맨발 위로 쌓이던 모래로, 이별을 선언하던 입김으로, 그 입김으로 흘러들던 강물로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별을 생각할수록 사랑은 깊어져 진정한 이별을 이룰 수 없는 인간의 외로운 열망을 알아차린 시인은 이제 체념 어린 어조로 버렸거나 버리지 않은 그대로의 마음으로, 잊었거나 잊지 않은 마음 그대로 이별의 강을 건너가려 간다.
`나 좀 그냥 내 마음 가지고 가자, 가자'하고 말하는 그 체념 어린 어조에는 그러나 다시 나 영원히 이별할 수 없다는 애원의 빛이 서려 있다. 이별과 불망 사이에, 체념과 미련 사이에 이 시가 서 있는 셈이다. [해설: 박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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