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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꽃 하나 / 이건청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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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초꽃 하나 / 이건청

 

이해와 감상

 

이 시의 분위기는 쓸쓸하며 낮게 가라앉아 있다. 겨울 영하의 날씨에 정신병원 담장 안의 망초들이 죽어 버린 마른 꽃을 달고 어둠에 잠겨 있다. 시인의 시선이 주로 향하는 대상은 망초꽃이다. 그러나 작은 망초꽃 하나에서 시인은 정신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과 그 의미를 읽어낸다. 망초꽃은 겨울이라는 냉혹한 시간과 정신병원이라는 암울한 공간이 빚어내는 절망의 분위기가 한몸에 투사(投射)된 정서적인 상관물(相關物)로 기능하고 있다.


 정신병원은 정상적인 삶과 격리된 억압과 폐쇄의 공간이다. `발을 묶인 사람들이 잠든', `모든 문들이 밖으로 잠긴' 어둠 속의 정신병원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가장 소외되고 막다른 지대임이 분명하다. 시의 화자는 시름 깊은 연민의 눈으로 정신병원의 담장 안을 들여다본다. 거기에는 마른 꽃을 달고 선 채로 죽어버린 일년생 풀 망초가 있고, 그 잎에 붙은 곤충의 알이 있으며, 깃을 웅크리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새들과 여름내 울던 풀무치들의 시체가 있다. 그리고 병원 안에는 아름답게 잠든, `풀무치 한 마리 죽이지 않은'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시인이 바라보는 죽음과 고통의 광경에는 어떠한 필연성도, 이유도 내재되어 있지 않다. 이것이 시인으로 하여금 한없는 슬픔과 연민 속에 빠져들게 한다. 이 세계에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쉽게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 중에는 우리가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고통도 있다. 정신병원의 담장 밖에서 다만 안을 들여다보기만 할 뿐인 시인이 말하려는 것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정신병원의 `겨울, 영하의 뜨락 / 마른 꽃을 단 망초'를 보며 시인은 우리의 세계가 지니고 있는 고통의 한 단면을 어찌할 수 없는 비애와 쓸쓸함 속에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해설: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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