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롱불- 김상훈
by 송화은율반응형
호롱불- 김상훈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해방공간을 살아가는 고단한 민중의 삶을 노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시적 화자의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노인들은 ‘석유를 그득히 부은 등잔’ 아래서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지만, 모두 ‘죽구 싶다는 말 뿐이다’. ‘쓸만한 젊은 것은 잡혀가고’ ‘기운 센 아이들 노름판으로 가고’에서 보듯, 그들의 삶을 이끌어 줄 진취적인 힘은 이미 없다. 토지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아 소작농의 신세는 해방 이전과 마찬가지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애당초 누구를 위한 농사냐고’ 하면서 ‘이박사의 이름을 잊으려 애’쓴다. ‘곳집에 도적이 들었다는 / 흉한 소문이 대수롭지 않’은 현실, 곳간에는 곡식이 쌓여 있지만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역설적 현실, ‘암탉이 알을 낳지 않고 / 술집이 또 하나 늘었고 / 손주 며느리 낙태를’ 하는 비극적 현실하에 노인들은 잠을 이룰 수 없다. ‘잠들면 악한 꿈을 꾸겠기에 / 짚신을 삼아 팔아서라도 / 부지런히 석유만은 사’ 와야 하는 모순적인 현실을 통해 시인은 은연중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드러낸다. 그것은 ‘이박사’로 지칭된 당대 우파적 정치 세력에 대한 비난이자, ‘쓸만한 젊은 것은 잡혀’갈 수밖에 없는 미군정 체제에 대한 비판이다.
이처럼 이 시는 매우 간략한 서술과 역설적 어법으로 일제 잔재․봉건 잔재의 청산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서 기인하는 민중의 고단한 삶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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