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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屛風)- 김수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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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영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시인 스스로 자신의 현대시의 출발작이라 할 만큼 높이 평가하는 작품이다. 죽음을 노래하면서도 감상에 빠지지 않는 고도의 감정적 절제가 돋보이는 주지적 경향의 모더니즘 시이다. 이러한 감정의 절제는 거의 모든 문장이 끊어준다무관심하다있다등의 평서형 종결 어미를 취하고 있다는 것에서 기인하며, ‘병풍낙일등 우리 고유의 동양적 정서를 함축하는 시어를 통해 죽음의 현대적 이미지를 동양적 정서 속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문상(問喪)을 와서, 주검을 가리고 있는 병풍을 바라보며 죽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 ‘병풍뒤에 누워 있는 주검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깨닫고, 병풍에 그려져 있는 예술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 인생의 허무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병풍은 화자의 인식의 추이 과정에 따라 사전적 의미 죽음의 의미 예술의 의미로 발전 확산된다. 12행에서는 화자가 병풍을 대면하는 상황으로, 여기서 병풍은 단순히 가리개라는 일상적 사물일 뿐이다. 이와 같은 병풍은 34행에서 주검에 취한 사람처럼’,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하다는 표현을 통해 죽음의 이미지와 관련되고 56행에 이르면 완전히 죽음을 뜻하는 의미 기호로 제시된다. ‘은 하늘로 오르는 상승의 이미지이며, ‘낙일은 하루 해가 서산으로 지는 하강의 이미지임을 생각할 때, 그것은 분명해진다. 이제 주검의 전면 같은병풍의 그림 속에서 동양적인 죽음을 발견한 화자는 7행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끊어야 할 것이 설움이라고 가르쳐 주는 병풍에서 진정한 예술의 세계는 먼저 개인적 감상을 배척해야 함을 깨닫는다. 8행에서는 허위의 높이보다도 더 높은 곳에위치해 있는 병풍을 보여 줌으로써 허위와 가식의 세계에 우선하는 예술의 진실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9행의 비폭유도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1011행에서는 두 가지 의미의 주검이 나타난다. 하나는 예술의 주검인 병풍이요, 또 하나는 실제 주검인 시신(屍身)이다. 따라서 내 앞에 서서 주검을 가지고 주검을 막고 있다는 구절은 영원한 예술을 통해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담겨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병풍은 가장 어려운 곳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1213행은 12행에서의 병풍을 마주하고 있는 화자의 상황을 다시 한 번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는 병풍과 화자의 관계가 끊어 준다무관심하다라는 단절의 상태였음에 비해, 여기서는 바라보다비추어주다의 단절의 극복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화자와 주검 간의 좁혀지지 않던 거리감이 마침내 달이 나의 등 뒤에서 비추어 주는것으로 극복됨으로써 화자는 병풍의 주인 육칠옹해사와 하나가 될 뿐만 아니라, 영원한 예술의 병풍처럼 그의 영혼도 영원할 것임을 믿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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