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이 맑다커늘
by 송화은율북창이 맑다커늘
북쪽 하늘이 맑아서(맑다고 하기에) 비옷도 없이 길을 나섰더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는구나.
오늘은 차가운 비를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요점 정리
지은이 : 임제(林悌)
갈래 : 평시조, 일명 한우가라고도 불림
성격 : 중의적, 구애적
주제 : 임에 대한 사랑의 호소
표현 : '찬비와 얼어의 중의적 표현에서 작자의 재치가 돋보임.
내용 연구
북창(北窓) : 북쪽으로 난 창문. 여기서는 그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을 가리킴
맑다커늘 : 맑다 하기에
우장 : 비옷
난이 : 나니. (길을) 떠나니, 나섰더니
찬비 : 차가운 비. 기녀(妓女)인 '寒雨(한우)'라는 이름을 지칭하기도 하는 중의적 표현
맛잣시니 : 맞았으니
얼어 : 언[凍] 몸으로, 또는 교합(交合)하여. 성교(性交)하여. 고어에 '얼우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동침(同寢)하다'의 뜻. '얼우+ㄴ=얼운>어른', 서동요의 '얼어두고'도 이와 같은 의미이다.
이해와 감상
일명 '한우가'라는 작품으로 임제의 뛰어난 재치와 풍모가 돋보인 작품이다.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시조 한 수(청초우거진 골에)를 짓고 제사지냈다가 임지에 부임도 하기 전에 파직당한 것과 기생 한우(寒雨)와 주고받은 시조의 일화, 평양기생과 평양감사에 얽힌 로맨스로도 유명한 풍류 남아(風流男兒) 지은이가 평양에 갔을 때, 그 곳에서 '한우'라는 기명을 가진 명기를 만나 부른 노래이다. 이 시조의 종장은 기발한 중의적 표현으로서, '오늘은 한우(寒雨-찬비)를 만났으니, 당신[寒雨(한우)]과 잠자리를 함께 하고 싶소.'라는 고백이 상스럽지 않음은 그의 언어적 구사 능력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심화 자료
임제
1549(명종 4)∼1587(선조20). 조선 중기의 시인. 자는 자순(子順), 호는 백호(白湖)·풍강(楓江)·소치(嘯癡)·벽산(碧山)·겸재(謙齋). 본관은 나주(羅州). 절도사 진(晉)의 맏아들이다.
임제는 어려서부터 지나치게 자유분방하여 스승이 따로 없다가 20세가 넘어서야 성운(成運)을 사사하였다. 교속(敎束)에 얽매이기보다는 창루(娼樓)와 주사(酒肆)를 배회하면서 살았다. 23세에 어머니를 여의었다. 이에 창루와 주사를 그만두고 한때는 글공부에 뜻을 두어 몇 번 과거에도 응시하였다. 그러나 번번이 낙방하였다. 창루와 주사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로 뛰어든 그의 눈에는 부조리와 당쟁만이 가득 찼다.
임제가 22세 되던 어느 겨울날 호서(湖西)를 거쳐 서울로 가는 길에 우연히 지은 시가 성운에게 전해진 것이 계기가 되어 성운을 스승으로 모셨다. 그로부터 3년간 학업에 정진하였다. 그 때에 ≪중용≫을 800번이나 읽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임제는 1576년 28세에 속리산에서 성운을 하직하고, 생원·진사에 합격하였다. 이듬해에 알성시에 급제한 뒤 흥양현감·서도병마사·북도병마사·예조정랑을 거쳐 홍문관지제교를 지냈다. 그러나 서로 헐뜯고 비방하고 질시하면서 편당을 지어 공명을 탈취하려는 속물들의 비열한 몰골들이 그의 호방한 성격에 용납되지 않았다. 벼슬에 대한 선망과 매력, 흥미와 관심은 차차 멀어져 가고 환멸과 절망과 울분과 실의가 가슴속에 사무쳤다. 그러기에 10년 간의 관직생활은 아무런 의의가 없었다.
임제는 벼슬에 환멸을 느껴 유람하였다. 가는 곳마다 숱한 일화를 남겼다. 사람들은 임제를 기인이라 하고 또 법도에 어긋난 사람이라 하였다. 그래서 임제의 글은 취하되 사람은 사귀기를 꺼렸다. 서도병마사로 임명되어 임지로 부임하는 길에 황진이의 무덤을 찾아가 시조 한 수를 짓고 제사지냈다가 임지에 부임도 하기 전에 파직당한 것과 기생 한우(寒雨)와 주고받은 시조의 일화, 평양기생과 평양감사에 얽힌 로맨스도 유명하다.
성운이 세상을 등진 이래로 지기(知己 ; 친구 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가 끊어지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고향인 회진리에서 39세로 죽었다. 운명하기 전에 여러 아들에게 “천하의 여러 나라가 제왕을 일컫지 않은 나라가 없었다. 오직 우리 나라만은 끝내 제왕을 일컫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못난 나라에 태어나서 죽는 것이 무엇이 아깝겠느냐! 너희들은 조금도 슬퍼할 것이 없느니라.”고 한 뒤에 “내가 죽거든 곡을 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다. 칼과 피리를 좋아하고 방랑하며 술과 여인과 친구를 사귀었다.
임제는 호협한 성격과 불편부당을 고집하는 사람이다. 〈수성지 愁城誌〉·〈화사 花史〉·〈원생몽유록 元生夢遊錄〉 등 3편의 한문소설이 있다. 그의 작품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이밖에 시조 3수와 ≪임백호집≫ 4권이 있다.(출처 : 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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