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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허난설헌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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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愁倚小屛風 수의소병풍

墻頭杏花落 장두행화락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숨어들 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요점 정리

 

지은이 : 허난설헌

갈래 : 한시, 오언절구

연대 : 조선 명종 때

성격 : 독백적, 서정적, 애상적

압운 : 幕, 落

구성 : 선경(기승)후정(전결)의 시상

기 : 못에 내리는 봄비 - 쓸쓸한 정경

승 : 장막 속에 숨어드는 찬 바람 - 이른 봄의 추위가 외로움을 더함

전 : 시름을 못 이기는 화자 - 시름에 잠긴 화자의 모습

결 : 담 위에 지는 살구꽃 - 허망하게 지나가는 젊은 날

어조 : 애상적인 목소리

제재 : 못에 내리는 봄비, 담 위에 지는 살구꽃

주제 : 젊은 여인의 고독과 우수(憂愁), 규중 여인의 고독한 심사(心思), 젊은 날을 보내는 여인의 고독과 우수

표현 : 객관적 상관물(시작詩作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어떤 정서나 사상을 그대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그것을 나타내 주는 어떤 사물, 정황, 혹은 일련의 사건을 빌려 표현해야 한다. 이러한 사물, 정황, 사건을 객관적 상관물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봄비, 찬 바람, 살구꽃을 객관적 상관물로 볼 수 있다.)을 사용하여 화자의 감정을 사물에 의탁하여 표현함.

특징 : 效崔國輔體(최국보의 체를 본받아) 3首 중 세 번째 작품

출전 : 김억(金億)의 '한국 여류 한시 선집'

내용 연구

 

암 : 어둡게 하다. 못에 보슬보슬 내리는 모양을 이렇게 표현함.

습 : 엄습하다. 바람이 스며드는 모양을 표현함

막 : 휘장, 바람이나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문 또는 창문에 둘러친 휘장을 의미함

수 : 근심, 우수, 능력을 갖추었지만 쓰일 데 없이 임만을 쳐다 보아야 하는 시인의 한을 의미함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제시되고 있는 부분으로 쌀쌀함이 남아 있는 초봄이 시간적 배경이고, 비 내리는 연못이 공간적 배경이다. '봄비'는 화자의 감정을 객관적인 사물에 의탁하여 표현한 객관적 상관물로 화자의 쓸쓸함을 자아내는 배경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 : 시적 화자의 고독한 처지를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구절로, '찬 바람'도 '봄비'와 '살구꽃'과 함께 객관적 상관물이다.

시름 :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고 항상 남아 있는 근심과 걱정.

뜬시름 못내 이겨 - 살구꽃 담 위에 지네. : 시적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수'라는 시어에 화자의 심정이 집약되어 있다. 세월을 보내는 아쉬움과 시적 화자의 시름이 극대화된 부분이다. 여기서 살구꽃은 봄날 한 때 피었다가 금방 지는 꽃으로 인생의 짧은 젊음 또는 여인의 짧은 아름다움을 상징함

이해와 감상

 

왜 조선 땅에서 태어나고, 현재의 남편(김성립)과 인연이 된 것을 후회하고, 남자로 태어나지 못함을 한탄했다던 허난설헌의 서러움과 시적 화자의 고독한 정서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비 내리는 봄날의 나른함이 홀로 지내는 규방의 적막함에 더해져 서정적 화자의 고독한 정서를 극대화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앞 부분에서 공간적·시간적 배경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정적 화자의 정서를 부각시키는 한시의 일반적인 시상(詩想) 전개 방식을 보이고 있다. 시름에 겨워 병풍에 기대어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살구꽃을 바라보는 서정적 자아의 정서가 고독함과 함께 젊은 날의 세월을 보내는 아쉬움으로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해서 규중 여인의 외로운 심정을 표현한 오언절구 한시로, 연못에 내리는 봄비와 살구꽃의 떨어짐을 배경으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인의 외로움을 쓸쓸하게 표현하고 있다.

곡자(哭子)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지난 해 사랑하는 딸을 잃었고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올해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哀哀廣陵土 애애광릉토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두 무덤이 마주 보고 있구나.

 

蕭蕭白楊風 소소백양풍

백양나무에는 으스스 바람이 일어나고

鬼火明松楸 귀화명송추

도깨비불은 숲속에서 번쩍인다.

 

紙錢招汝魂 지전초여혼

지전으로 너의 혼을 부르고,

玄酒存汝丘 현주존여구

너희 무덤에 술잔을 따르네.

 

應知第兄魂 응지제형혼

아아, 너희들 남매의 혼은

夜夜相追遊 야야상추유

밤마다 정겹게 어울려 놀으리

 

縱有服中孩 종유복중해

비록 뱃속에 아기가 있다 한들

安可糞長成 안가분장성

어찌 그것이 자라기를 바라리오.

 

浪吟黃坮詞 낭음황대사

황대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血泣悲呑聲 혈읍비탄성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

 

 

요점 정리

 

지은이 : 허난설헌

갈래 : 한시

성격 : 애절함이 가득 담긴 추모적, 비극적

어조 : 비탄적 목소리

구성 :

1-2행 : 두 자식을 잃음

3-6행 : 무덤 앞에서 느끼는 쓸쓸한 사회

7-8행 : 술을 따르며 죽은 이를 조상함

9-10행 : 죽은 이후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11-12행 : 마음 붙일 곳 없는 화자의 마음

13-14행 : 한 맺힌 화자의 마음 표현

주제 : 죽은 자식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

 

내용 연구

 

광릉 : 경기도 광주의 이름

쌍분 : 두 무덤

백양 : 백양나무, 고래로 무덤에 심어왔다.

송추 : 소나무와 가래나무. 이 두 가지 나무는 무덤에 심는 나무임에서 전의하여 묘지의 뜻

지전(紙錢): 무당이 비손할 때에 쓰는 할 때 쓰는, 돈 모양으로 잇대어 둥글게 오려 만든 긴 종이 오리. (비손: 두 손을 싹싹 비비면서 신에게 소원을 비는 일)(오리: 가느다란 가닥. 예: 실 오리)

현주(玄酒) : 제사 때 술 대신으로 쓰는 찬물. 무술

응지 : 응당히 앎. 꼭 그러리라고 여김

종유 : 비록 ~ 이 있다할지라도

안가 : 어찌 ~ 할 수 있으랴

기 : 바람

낭음 : 하염없이 읊음.

황대사: 당의 장회태자(章懷太子) 현(賢)이 지은 노래로 황대과사(黃臺瓜辭)라고도 한다.

탄성 : 소리를 삼킴

이해와 감상

 

허난설헌이가 두 자식을 잃고 쓴 작품으로 세상을 떠난 자식에 대한 피눈물나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으로, 젊어서 딸과 아들을 연이어 잃고 난 후, 자식의 무덤 앞에서 그 슬픔을 곡진하게(자세하고 간곡하다) 노래하고 있는 시이다. 감정 이입의 방법을 사용하여 자연물을 바탕으로 정서가 표출되고 있으며, 의지할 데 없는 마음을 뱃속의 아기까지 거론하며 진솔하게 표출하고 있다. 마지막에 '황대노래를 부질없이 부르며/ 피눈물로 울다가 목이 메이도다'라는 표현에서 자식을 잃은 어미의 응축된 슬픔의 마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심화 자료

곡자에 대한 [평설]

 

사랑하는 딸

지난해 잃고

귀여운 아들

올해 여의어

슬프디 슬픈

광주 땅에는

두 무덤 마주

새로 생겼네.

 

백양나무 숲

쓸쓸한 바람

도깨비불빛

흐르는 묘지

지전 흔들며

너희 넋 불러

무술을 친다

너희 무덤에

 

응당히 너희

남매의 혼이

밤마다 서로

좇아 놀려니 -

비록 새 아길

가진다 한들

어찌 바라리

장성하기를 -

하염없는 맘

황대사 외며

피눈물 울어

소리 삼켜라! - 손종섭 역 -

지정무문(至情無文)이라 한다. 지극히 가까운 정분의, 지극히 절박한 감정에서는 글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린 두 자녀를 작금 양년 사이에 다 잃고 만, 모정의 아픔이야 실로 어떻다 하랴.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통곡을 삼키고 심서를 가다듬어, 이런 한편의 시를 이루었음이 우선 대견스럽다.

 

고시체인지라 비록 엄격한 율격을 요하는 것은 아니나, 여기서는 몇 차례의 환운에 의한 압운이 되어 있을 뿐, 기타는 거의 배려되어 있지 않은 채, 조탁(彫琢)도 퇴고(推敲)도 안 거친 대로, 낙서하듯 그적거려 던져버린 것 같이 거칠다. 그것은 저 〔 비록 새 아길 가진다 한들 어찌 바라리 장성하기를〕 부분만 보아도 그렇다.

이 부분의 듯은 다음 구의 '황대사(黃臺詞)'의 전제로는 약간의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겠으나, 전체의 내용에는 도저히 조화될 수 없는 작대기감일 뿐이다. 어쩌면 시편을 정리하던 후인의 착종(錯綜)으로 딴 시에서 혼입(混入)된 연문(衍文: 문장 가운데 잘못 들어간 쓸데없는 말)이 아닌가고도 여겨질 만큼의 불협화음이다.

그런데도 이 시가 우리의 마음을 이처럼 크게 울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흐트러진 심사에서는 해조(諧調: 잘 조화됨)보다 오히려 난조가 제격으로, 독자의 심금을 또한 같은 난조로 뒤흔들어 놓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는 필경, 시란 형식이나 기교보다는 심충(深衷)에서 솟구쳐 오르는 그대로의 가식없는 목소리여야 할 것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기도 하다. 끝구의 '황대사' 운운은, '내 황대사의 어미처럼 덕이 없고 사랑이 모자라, 제 자식을 스스로 연달아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자책(自責)이요

자형(自刑)이다.

황대사는 다음과 같다.

황대 아래 외 심으니

주렁주렁 외가 익네.

첫 번째는 외 좋으라 외 따내고

두 번째는 아직 배다 솎아내고

세 번째는 맛이 좋다 또 따내고

네 번째는 덩굴채로 걷어 가네.

種瓜黃臺下 瓜熟子離離

一摘使瓜好 再摘令瓜稀

三摘尙云可 四摘抱蔓歸

* 당 고종(高宗)의 아들이 여덟인데, 위로 넷은 천후(天后)의 소생이다.

맏인 홍(弘)을 태자로 삼았으나, 계후(繼后: 두 번째 왕비)가 시기하여

독살하게 되자, 둘째인 현(賢)을 태자로 세웠다. 그러나 현은 수심에 가득차

말이 없고, 이 노래를 지어 악공에 주어 부르게 하여, 상(임금)과 후(왕비)의

깨달음을 얻으려 했으나, 그도 결국 쫓겨나 죽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 출처: "옛 詩情(시정)을 더듬어: 한국(韓國)역대명한시(名漢詩)평설", 손종섭,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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