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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깎던 노인 / 본문 일부 및 해설 / 윤오영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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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깎던 노인 / 윤오영

 

 

벌써 40여 년 전이다. 내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의정부에 내려가 살 때다. 서울 왔다 가는 길에, 청량리역으로 가기 위해 동대문에서 일단 전차를 내려야 했다. 동대문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방망이를 한 벌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방망이 하나 가지고 에누리하겠소?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깎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깎고 있었다.

 

<하략>


 작자 : 윤오영(尹五榮 1907-1976)
 형식 : 수필(경수필)
 문체 : 우유체, 간결체,
 성격 : 교훈적, 신변잡기적, 회고적, 서사적(하나의 줄거리를 가진 이야기 형식), 우리의 전통적인 장인 정신의 소멸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글.
 표현 : 일상적 체험을 회고적 기법으로 표현, 간결한 문장을 사용하여 사건의 추이를 서사적으로 표현함. 대화, 묘사, 서술을 적절히 사용하여 표현의 묘미를 살림.


 구성 : 4단계 구성으로, 현재-과거-현재의 순서에 따른 시간적 입체적 구성
1. 방망이를 깎던 무뚝뚝한 노인
2. 아내의 칭찬과 나의 뉘우침
3. 옛 사람들이 보였던 장인 정신
4. 방망이를 깎던 노인에 대한 향수
 제재 : 방망이 깎던 노인
 주제 : 장인 정신의 숭고함(소신 있는 삶의 아름다움), 전통적인 장인 정신 예찬


 줄거리 : 일상의 체험을 대화와 묘사를 사용하여 회고적 기법으로 표현한 서사적 수필이다.
 '나'는 방망이를 제대로 깎아야 한다는 노인의 고집 때문에 차를 놓쳐 기분이 나빴지만, 방망이가 아주 잘 깎였다는 아내의 칭찬을 들은 후, 노인의 장인 정신을 깨닫고 자신을 반성한다. 하는 일에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노인의 자세와 조급하고 이기적인 '나'의 행동을 대비시키면서 성실한 삶의 태도와 사라져 가는 전통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감동적인 수필이다.

 

구성

 

 세간난 : (결혼하여) 새로 살림을 차린
 에누리 : 값을 더 얻어서 부르는 일.
 방망이 하나 가지고 - 가 사우 : 노인의 무뚝뚝한 성품이 나타난 구절이다. 노인은 방망이를 파는 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보기에는 - 있었다 : '나'와 노인의 방망이에 대한 안목의 차이가 나타난 구절이다. '나'는 방망이란 그저 적당히 만들어 모양만 갖추면 된다는 식이지만, 노인은 비록 작은 물건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 노인이 늑장을 부리는 데 대한 갑갑하고 초조한 심정을 밝힌 구절이다. 노인의 느긋함과 대조적으로 지은이의 성급함이 나타나 있다.


 "끓을 만큼 끓어야 - 밥이 되나" : 일이란 순서와 절차에 따라 착실하게 해야함을 강조한 말이다. '바늘 허리 매어 못쓴다.'는 속담과 같은 말로, 노인의 생활 철학이 담긴 구절이다.


 노인은 태연히 - 바라보고 섰다 : 노인의 의연한 모습을 서술한 것으로 노인에 대한 지은이의 불쾌감이 누그러지게 된 계기가 되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동대문 지붕 추녀는 장신 정신이 발휘된 사물의 상징으로 해석된다.


 치이다 : (피륙 등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뭉치다.
 다듬잇살 : 다듬이질이 알맞게 되었을 때 피륙에 생기는 윤기나 풀기
 헤먹기 : 꼭 맞지 않고 헐겁기
 부레 : '부레풀'의 준말. '부레'는 물고기의 뱃속에 있는 공기 주머니.
 숙지황 : 한약의 재료. 생지황을 술에 넣고 여러 번 찐 약재.
 금방 붙는다 - 못하다 : 접착제로 대쪽을 붙이면 빠르기는 하지만 단단하지 않다. 빠른 것보다는 단단한 것이 더 중요함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인들의 태도를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요새 남이 보지도 - 같지 않다 : 빠른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이 며칠씩 걸려 가며 소라 붙이는 일을 할 것 같지 않다. 옛사람들과 현대인들을 대조시킨 구절로, 전통적인 장인 정신의 소멸을 우려하는 지은이의 심리가 담겨 있다.


 옛날 사람들은 - 그것에만 열중했다 : 옛날 사람들은 물건을 만드는 순간에는 그것을 파는 일이나 먹고 사는 일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그 일에만 열중했다.


 이 방망이도 - 괴로움을 느꼈다 :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겠다는 심정으로 자신의 일에 열중하던 노인을 오히려 원망하고 비난했던 것을 뉘우치는 대목이다.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 온 마을이 다듬이질 소리로 싸여 있던 시절은 온데 간데 없고, 지금은 단지 북어나 두드리는 도구로 전락해 버린 다듬이 방망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사라져 버린 고귀한 장인정신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일상의 체험을 대화와 묘사를 사용하여 회고적 기법으로 표현한 서사적 수필로, '나'는 방망이를 제대로 깎아야 한다는 노인의 고집 때문에 차를 놓쳐 기분이 나빴지만, 방망이를 아주 잘 깎었다는 아내의 칭찬을 들은 후, 노인의 장인 정신을 깨닫고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하는 일에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노인의 자세와 조급하고 이기적인 '나'의 행동을 대비시키면서 성실한 삶의 태도와 사라져 가는 전통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감동적인 수필이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방망이 깎던 노인의 여유 있는 자세와 조급하고 이기적인 작가 자신의 행동을 대비시켜 성실한 삶의 태도를 부각시키고, 사라져 가는 전통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서사적 수필이다. 전체는 네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째 단락은 사십여 년 전 방망이를 깎던 노인에 대한 회고이고, 둘째 단락은 자신의 일에 성실했던 노인에게 퍼부었던 타박과 그에 대한 뉘우침의 회상이며, 셋째 단락은 옛 사람들의 자세와 노인의 거룩한 모습에 대한 자신의 반성이고, 넷째 단락은 사라져 가는 옛것에 대한 향수이다.

 

 이 작품에서의 방망이와, 그것을 깎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노인은 우리가 흔히 소홀히 하기 쉬운 옛 전통의 상징이다. 작자는 이를 통해 잊혀져 가는 옛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http://www.kynews.co.kr/insa/jangin01.htm)

 

 

 '방망이 깎던 노인'에 나타난 주제 의식

 이 작품은 이야기 구조나 표현의 묘미보다는 교훈적 의미가 더 주목되는 작품이다. 모든 일을 서둘러 처리하려는 현대인과는 달리, 비록 느리긴 하지만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지은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부각시키고 있다.

 

 윤오영(尹五榮)

 수필가. 교육자. 서울 출생. 호는 치옹(痴翁). 서울 보성고등학교 교사 역임. 주로 토속적인 제재를 사용하여 동양적인 인생관의 가치를, 고전의 세계와 조응되는 한국적 정신을 바탕으로 많은 작품을 썼다.

 

 

 윤오영의 작품 경향

 작품 경향은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하여 글을 썼으며, 동양적 허무주의적 인생관을 담고 있다.


(출처 : http://www.kwangjufolk.go.kr/index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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