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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성의 ‘고향 없는 사람들’ -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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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성의 고향 없는 사람들’ - 해설

 

<고향 없는 사람들>19361<신동아>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이 작품은 <홍수 전야>, <한귀(旱鬼)>등과 함께 1930년대 일제 식민지 치하의 수탈정책에 의해 희생된 빈곤한 한국 농촌상이 묘사되어 있다. 박화성의 초기 대표작인<고향 없는 사람들>은 홍수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하고 일제하 관의 종용에 따라 고향을 등지고 강서 농장으로 이민을 떠나는 당대 농민들의 비참한 생활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담고 있다.

 

작품 전반에 걸쳐 풍부하고 박진감 있는 문장으로 현실을 묘파하면서 독특한 리얼리티의 모습을 보여 준 이 소설은 극적 효과보다는 판소리 등에서 볼 수 있는 민족적 서글픔과 비감을 한이 맺히도록 애절하게 그리고 있어 다분히 서정적인 요소도 내포되어 있다.

 

불암리라는 작은 마을에 큰 홍수가 나자 더 이상 고향 땅에서 살 수가 없게 된 오삼룡이네 외의 열 가구 40여명은 평남 강서 지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되었다.

 

여보소 이 사람 어디를 가나

산 높고 물 깊어 길 험하다네

강서가 예서도 일천오백리

나는 새라도 사흘 간다네

 

이와 같은 서글픈 삶의 애환이 서린 노래가 이들이 강서 농장으로 이민 간뒤로 누구의 입에서인지 흘러 나와 온 동리에 퍼지게 된 것이다. 지난 해 홍수 때문에 농사라고는 쌀 알 몇 입밖에 건져 보지 못한 각 면, 각 마을의 일백 호나 되는 가족들이 일제히 강서로 떠나게 되는 날이 되기까지 이들을 전송하는 부락민들이 판옥이네 집에 모여 따뜻한 석별의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가난 때문에 형제나 혈육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지역으로 떠나는 것이 마음이 쓰리고 서글퍼서 울음바다를 이룬다.

 

한편, 이렇게 삶의 터전을 잃고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되는 설움 속에 빠져있을 때, 먼저 이민 간 덕근 아배에게서 이민의 참상을 담은 편지가 판옥에게 온다. 내용인즉 강서 농장에 이민 온 사람들이 전부 모여 고향에 다시 보내 달라는 진정서를 총독부에 보내고, 날마다 회사에 가서 졸라댄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귀향하기를 허락 받았다. 고향으로 떠날 것을 작정한 사흘 전 삼룡은 판옥에게서 홍수와 흉년으로 인한 고향의 궁핍한 현실이 담긴 편지를 받는다.

 

산룡은 편지를 다 읽고 나서 회사에 다녀온 후,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우리는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니 고향을 떠날 때 뒤도 돌아 보지 말게,앞만 바라보고 호랑이같이 사납게 나가 보세. 알아 듣겠는가? 동무들에게 이 뜻을 말해주소......’

 

이 작품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경제적 이탈 정책에 의해 희생된 우리 농민들의 핍박받는 생활이 암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특히 고향을 떠나 방황하는 농민들의 침상은 식민지와 우리 민족이 겪은 민족의 공통적인 운명이었다.

 

이 소설에서는 불암리 마을에서 농사를 짓다가 새로운 삶을 찾아 강서 농장으로 이주해간 오삼룡과 고향에 남아서 농사를 계속 지은 강판옥이라는 두 인물을 설정하여 이들 자신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경제적인 궁핍과 더 나아가 마음의 고향까지 잃어버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가난에서 오는 재난을 인위적인 재난으로 형상화시켜 주인공의 주체적인 행동의지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화성의 다른 작품, 이를테면 <한귀(旱鬼)>등과 일치한다. 가뭄이라는 자연적인 재난이 식민지 경제 정책과 결합하면서 인위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연적인 재난을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시키는 방법을 당시 프로 문학에서 널리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이기영의 <홍수>를 들 수 있다.

 

<고향 없는 사람들>은 그의 다른 작품에서 나타난 것처럼 가난의 불행을 극복하기 위해 샤머니즘과 기독교에 얽힌 갈등은 없다. 그 대신 고향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끼리 무한한 인정이 가난을 극복하고 그 인정 때문에 어디서나 발을 붙이고 살아야겠다는 삶의 의지를 갖는다. 한편, 가난의 사회적 원인을 식민지 경제 정책에서 찾고 있으며, 더 나아가 조국을 잃어버린 한민족의 민족적 수난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민족적 서글픔과 비탄이 작가의 저항의식의 한 형태로 보여지며 당시의 식민지 현실에 대응하려는 이들 인물들의 정신적 지향과도 흡사하다.

 

작품 요약

 

주제 : 일제 식민지하 경제적 수탈 정책에 의해 희생된 우리 농민들의 참상.

인물 : 오삼룡-불암리 마을에서 농사를 짓다가 새로운 삶을 찾아 강서 농장으로 이주해간 인물. 귀향을 결심하나 고향의 궁핍한 현실을 담은 사연을 받고 끝내 정신적인 고향까지 잃어버린 비참한 인물.

강판옥-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계속 지으려는 의지가 강한 인뭉.고향을 떠나는 삼룡에게 노자돈 5원을 주는 인정은 가뭄과 홍수를 이겨내려는 원초적인 애정임.

배경 : 1930년대 일제 식민지하 빈곤한 한국의 농촌.(공간적 배경은 식민지하 경제적 수탈 정책에 고통받는 한국의 농촌과 강서 농장이며, 시간적 배경은 서술자가 주로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다가 현재의 시간으로 교체되는 일상적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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