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의 ‘고향’ - 해설
by 송화은율현진건의 ‘고향’ - 해설
작가 : 현진건(玄鎭健,1900- 1943)
대구 출생.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 귀국.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관계함. 특히 <동아일보> 재직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 년간 복역함. 처녀작은 1920년 <개벽> 12월호에 발표된 「희생화」이고 주요 대표작으로는 「빈처」(1921), 「운수좋은 날」(1924), 「B사감과 러브레터」(1925) 등과 함께 장편 「무영탑」(1938), 「적도」(1939) 등이 있다.
그는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 우리 나라 근대 단편 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이다. 전기의 작품 세계는 1920년대 우리 나라 사회와 기본적 사회 단위인 가정 속에서 인간 관계를 다루면서 강한 현실 인식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했고, 그 때의 제재는 주로 모순과 사회 부조리에 밀착했었다. 그리고 1930년대 후기에 와서는 그 이전 단편에서 보였던 강한 현실 인식에서 탈피하여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되었다.
등장인물
그(주인공) : 일제의 핍박으로 고향을 떠나 유랑하다가 돌아온 사내(일제 하 우리 농민의 상징적 존재).
나 : 차 중에서 그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話者)
줄거리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 보았다. 두루마기격으로 일본옷을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거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油紙)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나는 대구에서 서울로 오는 기차 안에서 동석하게 된 기묘한 사나이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는 동양 3국의 옷을 한 몸에 감은 듯한 기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일본 옷과 옥양목 저고리와 중국식 바지를 입은 그는 ‘3국’ 편력을 은근히 암시하며 일본말도 곧잘하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우리 옆에는 각각 중국인, 일본인이 앉아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에 대하여 경멸적인 태도를 가지나, 그의 찌든 모습에 동정적으로 변하고 호기심을 느껴 그의 지난 일들을 듣게 된다. 냉랭하게 바라보았던 나의 태도에 대하여 스스로 미안한 마음도 갖게 된다. 그는 고향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9년 전 일제의 착취로 농토를 빼앗기고, 일제의 핍박과 수탈에 못 이겨 서간도로 갔다. 그러나 거기서도 그는 비참한 생활 끝에 부모도 잃었다.
여기서 나는 그를 위로할 겸, 술을 권하며 계속해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러 곳에서 고생만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규우슈우 탄광에도 있어 보고, 오사카 철공소에도 일하며 돈벌이를 하고자 하였으나 가난하게 귀국하여 고향에 들렀다. 고향은 이미 폐농이 되어 있었다. 고향을 둘러보고 나오던 그는 단 한 사람 - 14 살 때 고향에서 혼인 말이 있던 여자-를 만났는데, 그 여자는 17 살 때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서 유곽(창녀촌)으로 팔려 갔다가 몸값 20원을 10년 동안이나 갚고도 빚이 60원이나 남았는데 병들고 산송장이나 다름 없이 되어, 쓸모가 없어지자 겨우 유곽에서 풀려나 고향에서 일본집의 식모살이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의 신세가 같음을 알고 술(정종)을 나누고 헤어졌다.
나는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듣기가 싫어서 술을 마시고, 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우리가 어릴 때 멋모르고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볏섬이나 하는 전토는 신작로가 되고요 -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감옥소로 가고요 -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공동 묘지로 가고요 -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유곽으로 가고요 -
해설
「고향」은 사실주의의 일반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현실 폭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일제의 수탈로 찌그러진 두 남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사실적인 조선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마지막 결미의 노래에서 민족의 고뇌를 함축하고 있는 풍자를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1인칭 서술로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중반의 일제 수탈로 황폐해진 농촌의 실상을 역력히 보여 준다. 또 작품의 구성에서는 액자 소설적 형태를 보여 준다. 일제에 대해 철저히 저항적이었던 지은이의 저항 정신의 표출인 이 작품은 입체적 구성을 지니고 있으나 실제 이야기하고 있는 시간과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달리 짜여 있는, 3단 구성의 유형을 지니고 있다. 즉 현재의 차중 묘사가 먼저 나오고, 그로부터 듣는, 고향을 떠나 유랑하던 이야기, 그리고 다시 현재의 취흥과 노래를 통한 사회상의 3 단 구성이라는 이야기이다.
비참한 유랑 생활을 한 그는 일제 치하의 식민 한국인의 전형으로 그려져 있으며, 그의 눈물은 곧 일제에게 짓밟힌 고국, 즉 조선의 얼굴로 요약 상징된다.
이 작품은 종래 참고서에 출전이 1922년 <개벽>으로 되어 있었으나, 그것은 잘못된 것이고 원래 「그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1926년 1월 4일자 <조선일보>에 발표되었다가 1926년 단편집 조선의 얼굴에 실리면서 「고향」으로 개제되었다.( 인하대 최원식 교수의 검증)
(주제) 일제 시대 한민족의 비참한 현실 고발. 일제 치하 한국민의 비참한 삶
(갈래) 단편 소설, 액자 소설, 본격 소설.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과 3인칭 시전의 혼합
(표현) 치밀한 묘사와 대화를 통한 서술
(문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문체, 사투리의 효과적 사용. 동정적, 영탄적 어조
< 해설 2 >
<고향>은 1926년 발간된 단편집 <조선의 얼굴>에 수록되어 있는 단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단편 소설로는 다소 짧은 3, 40매 정도의 분량으로, 1922년 조선일보에 발표당시 <그의 얼굴>이었는데, 나중에 <고향>으로 제목을 바꾸었다.
<고향>의 의미는 평화로운 농촌에서 폐허가 되어 버리 농촌으로, 단지 한국의 특정한 한 농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후 일제의 식민지 수탈정책에 의해 폐허와 같이 변모해 버린 한국의 국토 전체를 상징한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중반 농촌을 배경으로 당대의 일반 민중, 특히 ‘하층민의 빈궁한 참상을 폭로하고 일제에의 저항’을 사실적인 표현 기법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소설은 액자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서두 부분에서 ‘나’와 ‘그’가 만나는 장면과 마지막에 노래를 부르는 장면 사이에 주인공 ‘그’의 이야기가 내부 서사를 이루고 있다. 또한, 1인칭 관찰자 시점에 의해 서술함으로써 성격 창조의 초점은 ‘그’에게 집중되고 있고, 서술자인 ‘나’는 부수적 인물로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사건을 전달해 준다.
서울행 기차안에서 ‘나’는 이상한 옷차림을 한 젊은이를 만난다. ‘그’는 두루마기 격으로 일본옷을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를 입었으며, 아랫도리는 중국식 바지를 입은 3국 혼합형의 기묘한 복장에 어울리게도 공교롭게 동석을 한 일본인과 중국인을 상대로 달갑지 앟은 수작을 벌일 만큼 일본말, 중국말도 제법 한다. 처음 그는 나에게 흥미있는 관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웃기보다는 찡그리기에 가장 적당한 얼굴임을 발견한다. 그가 나에게 들려준 지난 9년간 삶의 역정은 대략 이러하다.
역둔토를 지어 먹던 그의 집은 남부럽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세상이 뒤바뀌자 농토가 모두 동양척식회사(東洋拓殖會社)의 송유가 되면서 부터 착취적인 소작 제도로 살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열일곱 살 때, 그의 갖고은 살 길을 찾아 서간도로 쫓기듯 이사를 갔다. 거기서 이년 동안 농사를 지었는데 빈 주먹 뿐이었고, 극심한 궁핍속에서 질병과 기아로 부모가 사망했다. 간도를 떠나 신의주, 안동현, 쿠우슈우, 오오사카 등지로 가난 속에 떠돌아 다니다 오랫만에 고향에 와보니 가슴 터질 일만 남았다. 그와 혼인 말이 오갔던 여자가 이십 원에 유곽으로 팔려 갔는데 그 빚은 십 년을 갚고도 육십원이 남는 희한한 일이 되버렸다. 마침내 몹쓸 병이 듥자, 빚을 탕감 받고 작년 가을에 고향에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녀를 우연히 만난 그의 술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취홍에 겨워 어릴 때 부르던 노래를 읊조렸다.
이 작품은 구성상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 부분은 서울행 차안에서 기묘한 차림을 한‘그’에게서 신세 타령을 듣게 된 내력이며, 중간 부분은 핵심적 내용으로 고향을 떠난 ‘그’가 걸어가는 비참한 삶의 역정은 한 개인으로 국한 것이 아닌 것이다. ‘그 여자’ 역시 일제의 수탈 정책으로 인하여 한국 여성이 겪게 된 비참한 운명을 표현한 것이며, ‘그’가 그리는 ‘그 여자’의 얼굴은 바로 당대를 살아가는 ‘조선의 얼굴’임을 알 수 있다.
<고향>에는 많은 단편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드러진 개성의 소유자나 극적인 흥미를 자아내는 사건도 없다. 그러나, 이 작품처럼 일제치하 식민지시대의 한국인의 비참한 삶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극명하게 제시한 소설도 드물다. 이 소설은 그것이 나타내고 있는 현실성 뿐아니라, 기법상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상징법과 구체적 외양 묘사, 노래의 제시를 통한 주제의 집약적 표현, 사실적 언어 구사 등 능란한 기법으로 광범위한 제재를 수용하여 형상화하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이와 같이, 당대의 비극적 사회현실 인식이 드러난 작품으로는 <고향>외에 <운수 좋은 날> (1924), <불>(1924), <사립정신병원장>(1926)등이 있다.
작품 요약
주제 : 일제 강점기 하층민의 빈궁한 참상을 폭로하고 일제에의 저항.
인물 : 그- 이제 강점기 박해받는 우리 농민의 전형적 인물로 내부 이야기의 주인공. 고향을 떠나 유랑하다 돌아온 ‘그’는 전반부에서 현실 순응적 태도를 보이나, 후반부에서는 현실 비판과 저항 의식을 드러낸 동적 인물.
나- 기차 안에서 만난 ‘그’ 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 이 글에서 ‘나’와 ‘그’의 대화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대의 사회 현실에 비분을 느끼게 함.
배경 : 1920년대 중반 식민지하 농촌.
(현실적 공간은 서울행 기차 안이며, 허구적 공간은 황폐화된 농촌과 서간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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