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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朴氏傳)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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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전(朴氏傳)

대명 승정 연간에 조선국에 한 재상이 있으니 성은 이요, 이름은 득춘이라. 어려서부터 학업에 힘써 문장을 성공하매 이름이 일국에 진동하고 또한 지인지감이 있는지라. 이러므로 소년 등과 하여 차차 승천하여 외직으로 경상 감사, 물망으로 함경 감사, 내직으로 좌승상하여 집으로 돌아와 그 아들 시백으로 문필을 힘써 권하니 사서 삼경, 시서백가를 무불통달하며, 또한 계교와 술법이 장안 제일이라. 상공이 심히 사랑하니 만조 백관이 뉘 아니 칭사하리요. 상공이 또한 바둑, 장기를 통이하며, 옥저 불기를 잘 하는지라. 꽃을 향하여 불면 꽃이 다 떨어지며, 그 재주가 세상에 없더라.

하루는 외당에 홀로 앉았더니 어떠한 사람이 갈건야복으로 찾거늘, 상공이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의 의복은 비록 남루하나 용모와 거동은 비범한 사람일러라.

급히 일어나 공손히 예하고, 좌정후에 성명을 물으니, 그 사람이 답하여 가로되,

"나는 금강산 박처사라. 상공의 높으신 덕을 듣고, 한번 뵈옵기를 원하여 왔나이다."

하거늘, 상공이 단정히 예좌하며 사례하여 가로되, "존객은 선관이요. 나는 진세(塵世)간 더러운 사람이라. 선범(仙凡)이 현수(縣殊)한데 오늘날 말씀이 분외에 지내오니, 도리어 황공하나이다."

하고 주찬(酒饌)을 성비하며 극진히 대접하니 처사가 가로되. "듣자오니 상공께옵서 바둑 두기와 옥저 불기를 세상에 당할 이 없다 하오매, 나도 또한 조박(糟粕 : 학문·서화·음악 등에 있어 옛사람이 다 밝혀 내어 전혀 새로움이 없는 것을 비유함)이나 아는 고로 한번 듣고자 왔나이다."

하거늘 상공이 공순 답하여 가로되,

"나는 진세간 무지한 사람이라. 바둑과 옥저 불기를 조금 안다 하오나 선관에 미칠 바 아니어늘, 오늘날 성문 과장의 말씀을 듣자오니 도리어 무류하여이다."

한 대 상공이 안마음에 헤오되.

'내게 바둑과 옥저를 세상에 당할 이 없더니, 이제 이 사람을 보매 거동이 비범하고 또 바둑과 옥저를 안다 하니 아무거나 재주를 시험하리라.'

하고 바둑을 대하여 수삼차를 두니, 상공은 정신을 과히 허비하나, 처사는 유념치 아니하고 예사로 두되 재주 월등하여 미칠 길이 없는지라.

일변 탄복하며 일변 주찬으로 대접하고, 또한 옥저를 잡아 대하여 부니 과연 꽃이 떨어지거든, 처사가 크게 칭찬하고 옥저를 취하여 꽃나무를 향하니 부니, 소소리 바람이 일어나며 꽃나무 뿌리째 빠지거늘, 상공이 보매 신기함을 이기지 못하여 백번 치사하며 안마음 그윽히 탄복하더라.


이러구러 여러 날 소일하다가 하루는 처사가 상공께 청하여 가로되,

"듣자오니 귀댁에 귀남자가 있다 하오니 잠깐 보기를 청하나 이다."

상공이 고히 여겨 그 아들 시백을 불러 처사에게 뵈인대, 처사 이윽히 보다가 칭찬하여 가로되,

"이 아이 진실로 귀남자라. 봉의 머리요 용의 얼굴이라, 반드시 재상하리로다."

하고 사공더러 가로되,

"내 이곳에 옴은 다름 아니오라, 여식 하나를 두었으되 연광이 이팔이요 재덕이 남에게 내리지 아니하되, 혼인은 천정(天定)이 아니면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두루 구하여 귀댁 공자만한 자가 없사오니 허락하실까 하나이다."

상공이 안마음에, '이 사람 거동이 비범하고 신기한 일이 많으니, 만일 자식으로 이 사람의 사위를 삼으면 필연 좋은 일이 있으리라.'

하고 허락하며 가로되,

"나는 진세간 더러운 사람이라 선관의 높은 덕으로 이렇듯 하옵시니 도리어 감당치 못할까 하나이다."

처사가 웃어 가로되,

"한미(閑微)한 사람의 말을 듣고 이렇듯 관후하시니, 그 덕을 어찌 치사치 아니리까."

하고 즉시 손금을 짚어 가로되,

"아무 날이 가장 좋으니 그날로 행례하시되, 신행하는 날에 상공은 상객 되고, 절차를 찬란케 말고 부디 단솔케 하여 금강산으로 찾아 오옵소서."

즉시 하직하고 떠나는 지라.

상공이 처사를 이별하고 집안 사람들과 친척을 모아 정혼한 말을 의논한대 모두 말하되,

"혼인은 인륜 대사라, 경솔히 할 바 아니요, 또한 하물며 장안 성중에 귀한 대신 댁이 허다하며 어진 처자가 많거늘, 구태여 알지 못하는 산중 사람에게 허락하시며, 또한 문벌도 모르옵고 이렇듯이 경솔한 일 있사오리까?"

혹,

"퇴혼하라."

하고 혹,

"상공의 의향대로 하라."

하며 시비가 분분하거늘 상공이 웃어 가로되,

"사람의 혼인은 인력으로 못할 바요, 또한 그 사람을 보니 범인과 달라 우연한 일이 아니매 이것이 다 천정이라. 내 또한 허락하였으니 어찌 고치리요. 이제는 내 의향대로 할 것이니 다른 의논하지 말라."

하더라.

일변 신행 절차를 차리더니 상공 가로되,

"처사의 집을 본 사람이 없고, 또한 금강산 산길이 머니 미리 가거라."

하고 행장을 단속하며 하인을 단솔케 하여, 시백을 데리고 길을 떠나니라. 여러 날 만에 금강산에 다라르니, 아무 데도 갈 줄 모르더라..

(중략)

가설 용골대의 아우 용홀대 후원에 들어가, 풍경을 두루 구경하다가 한 편을 바라보니, 담 밖에 수목이 무성한 곳에 수십 칸 초당이 정결하고, 당우(堂宇)에 한 가인(佳人)이 홍상채의(紅裳彩衣)를 선명(鮮明)히 입고, 아미(蛾眉)에 시름이 가득하야, 수삼 세 된 아이를 좌우에 앉히고 희롱하거늘, 용홀대 한 번 보매 정신이 황홀하야 생각하되, '장부 세상에 났다가, 저런 미인을 사랑하지 못하면, 어찌 원통하지 아니리오.' 하고 몸을 일어, 수백 철기(鐵騎)를 거느려 그 곳에 이르러 보니, 수목이 일시에 변하야 철기 되어, 기치(旗幟) 창검(槍劍)이 벌리듯 하는지라. 점점 나아가 보니, 장중(帳中)에 한 낱 영채를 세우고, 진문(陣門) 밖에 한 미인이 앞을 향하야 크게 꾸짖어 가로되,

"네 호국 장사 용골대의 아우 용홀대 아닌다? 네 본대 오랑캐로 천의를 모르고 남의 나라를 침범하고, 또 감히 사부가(士夫家)의 규문(閨門)을 당돌히 범하니, 너 같은 놈은 죽여 후일을 징계하리라."

하고 완완(緩緩)히 걸어 다라들며 이르되,

"네 나를 아는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광주 유수 이공의 부인 박씨의 시비 계화로소니, 네 선봉이 되었다가 나 같은 여자의 손에 목 없는 귀신이 될 터이니, 어찌 불쌍하고 잔인하지 아니리오."

하며,

"내 칼을 받으라."

하는 소래, 옥반(玉盤)에 진주(眞珠)를 구을리듯 한지라. 용홀대 바라보니, 그 미인이 머리에 태화관(太和冠)을 쓰고, 몸에 홍금사 화의(紅錦沙華衣)를 입고, 허리에 측금사만대를 두르고, 손에 용문자 화검(龍文字華劍)을 들고, 완연히 섰으니, 나는 제비 같은지라. 용홀대 정신이 어찔하나 분기를 참지 못하야 다시 정신을 차려 꾸짖어 가로되,

"조고마한 여자 엄연히 장부를 꾸짖는다? 내 너를 잡지 못하면 어찌 세상에 서리오."

하고 다라들거늘, 계화 용홀대를 보니, 머리에 용봉쌍학(龍鳳雙鶴) 투구를 쓰고, 몸에 황금사 문갑(黃金紗紋甲)을 입고, 허리에 진홍 보호대(眞紅保護帶)를 두르고, 손에 삼백근 금강도(金剛刀)를 들었거늘, 서로 싸화 사십여 합에 승부를 모르더니, 계화의 칼이 번듯하며, 용홀대의 머리 검광을 좇아 마하(馬下)에 나려지니, 계화 그 머리를 칼 끝에 끼여 들고 좌우충돌하야 사방으로 달리니, 모든 장졸이 혼비백산하야 일시에 항복하니, 계화 용홀대의 머리를 박 부인께 드리니 부인이,

"그 놈의 머리를 높은  에 달아 두라. 용골대 제 아우의 머리를 보면 낙담상혼(落膽喪魂)하리라."

하니, 계화 영을 듣고, 후원 전 에 높이 달아 두니라.

그 후 여러 날만에 용골대 인마를 거느리고 호기(豪氣) 있게 승전고를 울리며, 왕십리를 지나 동대문을 들어오다가, 제 아우 용홀대가 박씨의 시비 계화에게 죽음을 듣고 분기대발(忿氣大發)하야, 즉시 박씨 있는 곳을 찾아가, 소래를 벽력(霹靂)같이 질러 가로되,

"박씨는 어떠한 여자완대 감히 대장을 죽이고, 또 그 머리를 저  에 달았으니, 어찌 당돌하지 아니리오. 바삐 나와 내 칼을 받으라."

하고 달라드니, 박씨 분기를 참지 못하야 계화를 불러 가로되,

"네 가서 죽이지 말고, 이리이리 하야 간담을 서늘하게 하라."

계화 응낙하고 나올새, 일월국화관(日月菊花冠)을 쓰고 몸에 홍금사 나의(紅錦紗羅衣)를 입고 손에 삼 척 비수를 들고, 문 밖에 내다라 용골대의 거동을 보니, 얼굴은 무른 대추빛 같고 눈은 번개 같아, 보기에 흉악한지라, 계화 목청을 가다듬으며 꾸짖어 가로되,

"용골대야, 네 대장으로 조선에 와 날 같은 조고마한 여자에게 욕을 보고 돌아가려 하니, 어찌 애닲지 아니리오."

(중략)

제 11회 용울대 대군과 함께 모든 부인을 노략하여 본국으로 가다

차설(且說) 울대 군중(軍中)에 영(令)하여 일시에 불을 지르니 화약이 터지는 소리 산천이 무너지는 듯하고 불이 사면으로 일어나며 화광이 충천(衝天)하니, 부인이 계화를 명하여 부작(符作)을 던지고, 좌수에 홍화선(紅花扇)을 들고, 우수에 백화션(白花扇)을 들고, 오색(五色)실을 매어 화염(火焰) 중에 던지니 문득 피화(避禍)당으로 조차 대풍이 일어나며 도리어 호진(胡陳) 중으로 불길이 돌치며 호병(胡兵)이 화광(火光) 중에 들어 천지를 분변(分辨)하지 못하며 불에 타죽는 자가 부지기수(不知其數)라. 울대 대경(大驚)하여 급히 퇴진(退陣)하며 앙천(仰天)탄식(歎息)하여 가로되,

"기병(起兵)하여 조선에 나온 후 병불혈인(兵不血人)하고 방포일성(放砲一聲)에 조선을 도모(圖謀)하고 이 곳에 와 여자를 만나 불쌍한 동생을 죽이고 무슨 면목으로 임금과 귀비(貴妃)를 뵈오리오."

통곡함을 마지 아니하거늘, 제장(諸將)이 호언(好言)으로 권위( 慰)하며 의론 왈,

"아무리 하여도 그 여자에 보수(報讐)할 수는 없사오니 퇴군(退軍)하느니만 같지 못하다."

하고, 왕비와 세자·대군과 장안(長安) 물색(物色)을 거두어 행군하니, 백성의 울음 소리 산천이 움직이더라. 차시 차시 박 부인이 계화로 하여금 적진을 대하여 크게 외쳐 왈,

"무지한 오랑캐놈아. 내 말을 들으라. 너의 왕은 우리를 모르고 너 같은 구상유취(口尙乳臭)를 보내여 조선을 침노하니 국운이 불행하여 패망(敗亡)은 당하였거니와 무슨 연고로 아국 인물을 거두어 가려 하느냐. 만일 왕비를 뫼셔 갈 뜻을 두면 너희 등을 함몰(陷沒) 할 것이니 신명을 돌아보라." 하거늘, 호장이 차언(此言)을 듣고 소(笑) 왈,

"너의 말이 가장 녹록(碌碌)하도다. 우리 이미 조선 왕의 항서(降書)를 받았으니 데려가기와 아니 데려가기는 우리 장중(掌中)에 달렸으니 그런 말은 구차(苟且)이 말라." 하며 능욕이 무수하거늘 계화가 일러 왈, "너희 등이 일향(一向) 마음을 고치지 아니하나 나의 재주를 구경하라." 하고, 언파(言罷)에 무슨 진언(眞言)을 외오더니, 문득 공중으로 두 줄 무지개 일어나며 우박이 담아 붓듯이 오며 순식간에 급한 비와 설풍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 호진장졸이며 말굽이 얼음에 붙어 떨어지지 아니하여 촌보(寸步)를 운동치 못할지라. 호장이 그제서야 깨달아 가로되,

"당초에 귀비 분부하시되 '조선에 신인(神人)이 있을 것이니 부디 우의정 이시백의 후원을 범치 말라.'하시거늘, 우리 일찍 깨닫지 못하고 또한 일시지분(一時之憤)을 생각하여 귀비의 부탁을 다 잊고 이 곳에 와서 도리어 앙화(殃禍)를 받아 십만 대병을 다 죽일 뿐이라. 골대도 무죄히 죽고 무슨 명목으로 귀비를 뵈오리요. 우리 여차(如此)한 일을 당하였으니 부인에게 비느니만 같지 못하다."

하고, 호장 등이 갑주(甲胄)를 벗어 안장에 걸고 손을 묶어 팔문진(八門陳) 앞에 나아가 복지(伏地)청죄(請罪)하여 가로되,

"소장(小將)이 천하에 횡행(橫行)하고 조선까지 나왔으되 무릎을 한 번 꾼 바 없더니 부인 장하(帳下)에 무릎을 꿇어 비나이다."

하며 머리 조아려 애걸하고 또 빌어 가로되,

"왕비는 아니 뫼셔 가리이다. 소장 등으로 길을 열어 돌아가게 하옵소서."

하고 무수히 애걸하거늘 부인이 그제야 주렴(珠簾)을 걷고 나오며 대질(大叱) 왈,

"너희 등을 씨도 없이 함몰하자 하였더니, 내 인명을 살해(殺害)함을 좋아 아니하기로 십분 용서하나니 네 말대로 왕비는 뫼셔 가지 말며 너희 등이 부득이 세자·대군을 뫼셔 간다 하니 그도 또한 천의(天意)를 따라 거역(拒逆)지 못하거니와 부디 조심하여 뫼셔 가라. 나는 앉아서 아는 일이 있으니 불연즉 내 신장(神將)과 갑병(甲兵)을 모아 너희 등을 다 죽이고 나도 북경(北京)에 들어가 국왕을 사로 잡아 설분(雪憤)하고 무죄한 백성을 남기지 아니리니 내 말을 거역지 말고 명심하라."

한대, 울대 다시 애걸 왈,

"소장의 아우의 머리를 내어 주시면 부인 덕택으로 고국에 돌아가겠나이다."

부인이 대소 왈,

"옛날 조양자는 지백의 머리를 옷칠하여 술잔을 만들어 이전 원수를 갚았으니, 나도 옛날 일을 생각하여 골대 머리를 옷칠하야 남한산성에 패한 분을 만분일이나 풀리라. 너의 정성은 지극하나 각기 그 임금 섬기기는 일반이라. 아무리 애걸하여도 그는 못하리라."

울대 차언을 듣고 분심(忿心)이 충천하나 골대의 머리만 보고 대곡(大哭)할 따름이요 할 일 없어 하직하고 행군하려 하니 부인이 다시 일러 왈,

"행군하되 의주(義州)로 행하여 임 장군을 보고 가라."

울대 그 비계(秘計)를 모르고 내념(內念)에 혜오되,

"우리가 조선 임금의 항서를 받았으니 서로 만남이 좋다."

하고, 다시 하직하고 세자·대군과 장안(長安)물색(物色)을 데리고 의주로 갈 때 잡혀가는 부인들이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여 왈,

"박부인은 무슨 복으로 환(患)을 면하고 고국에 안한(安閑)이 있고, 우리는 무슨 죄로 만리 타국에 잡혀 가는고. 이제 가면 하일(何日) 하시(何時)에 고국 산천을 다시 볼꼬."

하며, 통곡유체하는 자가 무수하더라. 부인이 계화로 하여금 외쳐 가로되,

"인간 고락은 사람의 상사(常事)라. 너무 슬퍼 말고 들어가면 삼 년 지간에 세자·대군과 모든 부인을 뫼셔 올 사람이 있으니 부디 안심하여 무사 득달(得達)하라."

위로하더라. 이 아래를 분석(分析)하라. (하략) <덕흥서림판 구활자본>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연대 : 미상(18세기 이후)

갈래 : 역사소설, 군담소설, 여걸 소설, 영웅 소설, 도술 소설

성격 : 역사적, 비현실적, 전기적(grotesque)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문체 : 운문체, 역어체

배경 : 시대적 배경은 조선 인조 때 병자호란 직후, 공간적 배경은 조선 한양 대궐문 밖 안국방

구성 :

전반부(능력 발휘의 준비 단계)

후반부(능력 발휘의 실천 단계)

가정내의 갈등 - 추한 용모로 인한 갈등을 탁월한 능력과 재치, 그리고 허물을 벗음으로 해결

사회(국가)갈등 - 자신의 도술적 재능으로 승리

도입부(출생~결혼)

전개부(피화당 건립 ~ 병자호란)

종결부(죽음과 자손의 번영

 

이시백의 출생과 박씨와의 결혼(처음부터 주인공이 아닌 이시백의 출생을 다룬 것이 특징)

피화당의 건립과 박씨의 비범한 재주(조복 완성, 말을 키워 재물을 늘림, 남편을 장원시킴)

박씨의 허물을 벗음과 병자호란에서의 영웅적 활동

1. 박씨가 도술을 써서 울대를 물리침

2. 박씨가 용울대의 항복을 받고 왕비를 구출함

3. 박씨가 용울대를 꾸짖고 용골대의 머리로 치욕을 당한 분을 풀고자 함

4. 잡혀가는 사람들의 탄식과 박씨의 위로

박씨의 죽음(선계로 되돌아감)과 자손의 번영

표현 : 변신 모티프

제재 : 병자호란

주제 :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 그리고 박씨 부인의 영웅적 기상과 재주(병자호란이라는 치욕적인 사건을 겪은 민중들의 현실적인 패배와 고통을 상상 속에서 복수하고자하는 심리적인 욕구를 표현하였다. 아울러 여성을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봉건적 가족제도하에 억압당한 여성들의 해방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의의 : 병자 호란을 배경으로 한 작자, 연대 미상의 군담 소설로, 여성 영웅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여성의 시련 과정을 보여준 소설로 역사적 사실에 바탕하여 허구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이시백의 아내 박씨는 영웅적 기상과 재주로 호왕과 적장을 농락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한다.

등장 인물의 성격 :

박씨 부인: 이시백(李時白)의 아내. 천하의 박색이었으나 자신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행동하는 능동적 성품을 지닌 여인(→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여성들에게 정신적인 위안). 영웅적 기상과 재주로 호왕(胡王)과 적장을 농락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한 애국적인 여인

이시백: 작품의 초반에 소개된 것과는 다르게 여자의 현숙한 덕보다는 미색을 추구하는 평범한 인물로 들어남

기타

①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② 전쟁의 패배를 허구적 승리로 바꾸어 정신적인 승리의식으로 패배감을 극복하려 하였다.

③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여성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주었다.

줄거리 : 조선 인조 때 서울 안국방에서 태어난 이시백은 어려서부터 매우 총명하고 문무를 겸하여 그 이름이 온 나라에 떨쳤다. 아버지 이 상공의 주객으로 지내던 박 처사는 자신의 둘째 딸 배필이 병조 판서 이득춘의 아들 이시백임을 알고 청혼한다. 이시백은 첫날 밤 부인이 천하의 박색임을 알고 대면조차 하지 않는다. 부인 박씨는 시아버지에게 청하여 후원에 피화당을 짓고 시비 계화와 지내며 신이한 기적을 보이지만, 시백은 거뜰도 보지도 않는다. 박씨의 신이한 기적으로 남편을 장원급제시킨다. 박씨는 시기가 되어 3년만에 액운을 벗고 천하 절색 절대가인이 되자 거들떠 보지도 않던 시백은 크게 기뻐하여 박 씨의 뜻을 그대로 따르고, 부부가 화목하게 지내게 된다. 이 때 중국의 호왕은 용골대 형제에게 수만의 병사를 주어 조선을 침략하게 한다. 천기를 보고 이를 안 박씨는 시백을 통하여 왕에게 호병이 침공하였으니 방비를 하도록 청하였으나 간신 김자점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침내 호병의 침공으로 사직이 위태로워지자 왕은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지만 결국 항서를 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잡혀 죽었으나 오직 박 씨의 피화당에 모인 부녀자들만은 무사하였다. 이를 안 적장 용골대가 피화당에 침입하자 박씨는 그를 죽이고, 복수하러 온 그의 형 용울대도 크게 혼을 내 준다. 그러나, 박씨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오랑캐의 침략을 막아 내지만 나라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인질을 보낸 것으로 전쟁은 끝난다. 왕은 박씨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서는 박씨를 충렬 부인에 봉한다. 박씨와 이시백은 국난을 극복하고 행복한 여생을 보내다 선계로 돌아간다.

 

(1) 한양의 이득춘이 늦게 낳은 아들 시백은 총명하고 비범하였다.

(2) 금강산의 도사 박 처사가 자신의 딸과 시백의 혼인을 청하자, 득춘이 허락한다.

(3) 시백은 신부의 얼굴이 추물임에 실망하여 부인을 돌보지 않는다.

(4) 박씨는 후원에 피화당(避禍堂)을 짓고, 홀로 지낸다.

(5) 박씨는 부덕(婦德)과 신묘한 도술의 힘으로 가정을 풍족하게 하고 남편을 장원 급제 하게 한다.

(6) 어느 날 박 처사가 와서, 액운이 끝났다며 딸의 허물을 벗겨 주니 절세 미인으로 변한다.

(7) 시백을 비롯한 가족들이 박씨를 사랑하게 된다.

(8) 시백은 병조 판서가 되어 남경에 사신으로 갔다가 임경업과 함께 가달의 난을 평정하고 귀국한다.

(9) 호왕이 조선 침공에 앞서 시백과 경업을 죽이려고 첩자를 보내지만, 박씨가 이 첩자를 쫓아버린다.

(10) 박씨가 시백을 통하여 호왕의 침입에 대비하도록 조정에 청했으나, 김자점의 반대로 거절된다.

(11) 호국이 침입하자 왕은 남한산성으로 피난했다가 항복하고 많은 사람이 화를 당한다.

(12) 적장 용골대의 아우가 피화당에 침입했다가 박씨에게 죽고, 복수하러 온 용골대도 박씨 도술에 혼이 난다.

(13) 용골대가 인질들을 데리고 회군하다가 의주에서 임경업에게 대패한다.

(14) 왕은 지난날을 후회하고 박씨를 절충 부인에 봉한다.

작품 개관 : 이작품은 인조 때 일어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실재 인물이었던 이시백과 그의 아내 박 씨라는 가공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은 서사문학이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주성이 매우 강한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주무대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역사적인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킨 점과 남존여비 시대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점 등을 통해 작자의 주제의식이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출전 : 덕흥서림판 구활자본

 

내용 연구

 

[여기서 수록되어 있는 부분은 박 씨가 영웅적 행동과 도술로 북방의 오랑캐들을 농락하는 장면이다]

 

제 9회

호병이 물밀듯 성중에 들어오고 용골대[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장수] 피화당을 엄습하다가 크게 놀람을 받다

차설[그리하여, 고전소설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 글머리에 쓰는 접속어의 일종], 기홍대 본국에 돌아가 호제께 돌아왔음을 주달하니, 호제[오랑캐의 황제, 청나라 황제를 가리킴] 문왈,

"이번에 조선에 나아가 어찌하고 돌아왔는가?"


홍대 주왈,

"소녀가 이번에 봉명하옵고[명령을 받들어서] 대사[큰일]를 경영하와 만리 타국에 갔삽더니, 성공은 고사하옵고 만고에 무쌍하온 박 씨를 만나 목숨을 보전치 못하고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 원혼이 되올 것을 소녀가 누누이 애걸하올 뿐 아니라 오히려 박 씨는 소녀를 용서하여 보내오며 이르되, 폐하에게 욕이 돌아오고 도리어 범람[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이 크게 나돎]한 뜻을 두었으니, 또한 금수[짐승]로 지목하여 언어가 정직하며 깊이 책하더이다."

하고 지낸 전후사[앞뒤의 일]를 주하니, 호제 대로 왈.

"네가 부질없이 나가 성공은 고사하고 묘계만 탄로하고 왔으니 어찌 분한치 않으랴."

하고, 또 귀비를 청하여 가로되,

"이제 기홍대가 조선에 나가서 신인과 명장을 죽이지 못하고 집에 욕만 및게[미치게, 당하게] 하니 어찌 분한치 아니하며, 조선을 도모[어떤 일을 이루려고 수단과 방법을 꾀함]치 못하게 되었으니 분심[분한 마음]을 어디 가 풀리오."

한대 귀비 또 주왈,

" 한 묘책이 있사오니, 청컨대 행하여 보옵소서."


호제 왈,

"무슨 묘계 있느뇨?"

귀비 주왈

"조선에 비록 신인과 명장이 있사오나 간신이 있사와 신인의 말을 듣지 아니할 게요. 명장을 쓸 줄 모르오니 폐하가 군사를 이루어 조선을 치되, 남으로 육로에 나아가 치지 말고, 동으로 백두산을 넘어 조선 함경도로 장안 동문으로조처 들어가면 미처 방비할 수 없어 도모하기 쉬우리이다."

호제 듣고 대열하여[크게 기뻐하여] 곧 한유와 용울대를 명하여

"군사 십만을 조발하여[군사를 불러모아] 귀비의 지휘대로 행군하여, 동으로 백두산을 넘어 바로 조선 북로로 내려 장안 동문으로조차 들어가 여차여차하라."


귀비 또 가로되,

"그대는 행군하여 조선에 들어가거든 바로 날랜 군사를 의주와 경성 왕래하는 중로에 매복케 하여 소식을 통치 못하게 하고, 장안에 들어가거든 우의정 집 후원을 범치 말라. 그 후원에 피화당이 있고 후원 초당의 전후 좌우에 신기한 나무가 무성하였을 것이니, 만일 그 집 후원을 범하면 성공은 고사하고 신명을 보전치 못하여 고국에 돌아가지도 못하리니 각별 명심하라."

양장이 청령[명령을 주의 깊게 듣고]하고 십만 대병을 거느려 동으로 행군하여 동해로 건너 바로 장안으로 향할새, 백두산을 넘어 함경도 북로로 내려오며 봉화를 끊고 물밀듯 들어오니, 경성 수천 리에 알 자가 없더라.

차시, 충렬부인이 피화당에 있더니, 문득 천기를 보고 대경하여[비범한 능력을 지닌 박씨 부인이 운세를 점친 후 적이 침입하는 사실을 알고 놀라서] 급히 상공을 청하여 왈,

“북방 도적이 침범하여 조선지경에 들어오니, 의주부윤 임경업을 급히 불러 군사를 합병하여 동으로 오는 도적을 방비하소서.”
승상이 대경 왈,

“나의 소견에는 아국에 도적이 들어온다 하여도 북적이 들진대 의주로조차 번성할지라. 의주부윤을 불러오면 북을 비웠다가 호적이 북도를 탈취하면 가장 위태할지라. 부인이 무슨 연고로 염려치 아니하고 동을 막으라 하느뇨?”


부인 왈,

“호적이 본디 간사한 꾀 많은지라. 북으로 나오면 임 장군을 두리워[두려워하여] 의주는 감히 범치 못하고 백두산을 넘어 북으로조차 동대문을 깨치고 들어와 장안을 엄살[엄습하여 죽임]할 것이니 어찌 분한치 않으리오. 첩의 말을 헛되이 아시지 마시고 급히 상께 주달[임금께 아룀]하여 방비하옵소서.”


승상이 청파[
끝까지 들음. 듣기를 마침]에 크게 깨달아 급히 탑전에 들어가 부인의 하던 말대로 세세히 주달하니, 상이 들으시고 크게 놀라시며 만조를 모아 의논할새 좌의정 원두표 주왈,

“북적이 꽤 많사오니, 부윤 임경업을 명초하여[임금이 신하를 불러] 동으로 오는 도적을 방비함이 옳을까 하나이다.”

말이 맟지[마치지, 끝나지] 못하여 좌하에 일인이 출반주왈,

“좌의정이 아뢰는 말씀이 극히 불가하여이다. 북적이 경업에게 패를 입었사오니 무슨 힘으로 아국을 엿보오며, 기병한다 하여도 반드시 의주로 들어하리니 가장 위태하올지라. 국가 흥망이 조석에 있삽거늘, 요망한 계집의 말을 들어 망령되이 동을 막으라 하오니, 어찌 요량과 지혜 있다 하오리까. 이는 나라를 해코자 함이니 살피옵소서[박씨 부인의 우려를 거짓으로 간주하여 임금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려는 '간신' - 앞의 귀비가 지목한 사람 - 이 한 말].”


상이 가라사대,

“박 씨 신명이 과인한지라. 짐이 징험[앞에서 보인 징조가 들어맞은, 징조를 경험한]한 일이 있으니 어찌 요망하다 하리오. 그 말을 좇아 동을 막음이 가하도다.”하니, 기인이 대 주왈,

“지금 시화연풍[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들고]하고 국태민안[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살기가 평안함] 하와 백성이 격양가[어진 임금이 다스리는 태평한 세상]를 부르거늘, 이 같은 태평성대에 요망한 게집이 말을 발설하와 아국을 경동케 하며 민심을 요란케 하옴이니, 전하께서 여차한 요망한 말씀을 들으시고 깊이 근심하사 국정을 살피지 아니하옵시니, 원컨대 이 사람에게 먼저 국법을 시행하여 민심을 진정케 하옵소서.”

하며 왕명을 밀막으니[핑계를 대어 거절하니], 모두 보매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영의정 김자점이라. 소인을 친애하고 군자를 멀리하여 국정을 제 마음대로 하는지라. 이 같은 소인이 나라를 망하려 하니, 만조제신이 그 권세를 두려하여 말을 못하는지라. 공이 항거치 못하여 분심을 이기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부인더러 연중 사연을 세세히 설화하니, 부인이 듣고 앙천탄왈,

“슬프다. 국운이 불행하여 이 같은 소인을 인재라 하여 조정에 두었다가 나라를 망하게 하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미구[오래지 않아]에 도적이 장안을 침범할 것이니, 신자가 되어 나라 망함을 차마 어찌 보리오. 상공은 비간의 충성을 효칙하사 사직[나라 또는 조정]을 안보하옵소서.”

하고 대성통공하니, 공이 청파에 강개지심을 이기지 못하여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고 궐내로 들어가니 이때는 병자 납월 회일[음력 섣달 그믐]이라. 호적이 동대문을 깨치고 물밀듯 들어오니 함성이 천지 진동하는지라. 백성의 참혹한 경상[모습]은 일필난기[한 붓으로 이루 기록할 수 없음. 간단히 적기 어려움]라. 적장이 군사를 호령하여 사면에서 엄살하니, 주검이 태산 같고 피 흘러 내가 되었더라.[과장법]


상이 이때를 당하여 황황망극[
마음이 급하여 허둥지둥하며 어찌할 줄을 모름]하사 어찌 하실 줄을 모르고 제신을 모아 의논하사 왈,

“이제 도적이 성내에 가득하여 백성을 살해하니 사직의 위태함이 조석에 있는지라. 장차 어찌하리오?”

하시며 앙천 탄식[하늘을 우러러 보고 탄식하니]하시니 우의정 이시백이 주왈,

“이제 사세[일의 형세] 급하오니 남한산성으로 파천[임금이 도성을 떠나 딴 곳으로 피란함]하심이 좋을까 하나이다.”

상이 옳이 여기사 즉시 옥교[임금이 타던 가마의 한 가지 '위를 꾸미지 않았음'.보련]를 타시고 남문으로 나오사 남한산성으로 행하시니, 전면에 일지 군사가 내달아 좌우충돌[이리저리 찌르고 치고 받고 함]하니 상이 대경하사 왈,

“차적을 뉘가 물리치리오?” 하시니,

우의정이 말을 내몰아 왈,

“신이 차적을 물리치리이다.”

하고 정장출마하여 일합[칼·창 등으로 싸울 때, 칼과 칼, 또는 창과 창이 서로 한 번 마주침]에 물리치고 어가[임금이 타는 수레]를 모셔 남한산성으로 들어가시니라.


차시, 호장 한유와 용울대가 십만 정병을 거느려 이르러 바로 장안을 취하여 들어와 궐내로 들어가니 궐내가 비었는지라. 남한산성으로 피하신 줄 알고, 아우 용골대에게 장안을 지키어 물색을 수습하라 하고 군사 천여 인을 남겨 두고, 군사를 몰아 남한산성으로 가 성을 에워싸고 충격하는지라. 여러날 군신이 성중에 싸이어 위태함이 조석[
아침과 저녁, 짧은 순간]에 있더라.

차시, 충렬 부인 박 씨가 일가 친척을 피화당으로 모아 있게 하매, 병란을 당하여 피난하던 부인들이 용골대가 장안의 물색을 수탐[수사하고 탐지함]한단 말을 듣고 도망코자 하거늘, 부인이 그 거동을 보고 모든 부인을 위로 왈,

“이제 도적이 처처에 있사오니 부질없이 요동치 마옵소서.”

하니 모든 부인들이 반신반의[반쯤은 믿고 반쯤은 의심함]하여 있더니, 차시 호장 용골대 군사 백여기를 거느리고 장안 사면으로 다니며 탐지하더니, 한 집을 당하여 바라보니 정결한 초당이 있고 전후 좌우에 수목이 무수한 가운데 무수한 여자들이 있거늘, 용골대 좌우를 살펴보니 나무마다 용과 범이 되어 서로 수미[처음과 끝]를 응하며, 가지마다 새와 배암이 되어 변화가 무궁하여 살기 충전한지라. 용골대, 부인의 청명하던 날에 문득 흑운이 일어나며 뇌정벽력[천둥 번개]이 천지 진동하더니, 무성한 수목이 변하여 무수한 갑병이 되어 점점 에워싸고 가지와 잎은 창검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놀라게 하는지라. 용골대 그제야 우의정 이시백의 집인 줄 알고 대경하여 도망코자 하였는데, 문득 피화당이 변하여 첩첩 산중이 되었더라.

차청 하회 급급 석람하라[다음 회를 빨리 살펴보라](중략)



제 11회 용울대 대군과 함께 모든 부인을 노략하여 본국으로 가다


차설(
且說 :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꺼낼 때, 앞서 이야기하던 내용을 그만둔다는 뜻으로 쓰는 말) 울대 군중(軍中)에 영(令)하여 일시에 불을 지르니 화약이 터지는 소리 산천이 무너지는 듯하고 불이 사면으로 일어나며 화광이 충천(衝天 :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는 것)하니, 부인이 계화를 명하여 부적(符籍)을 던지고, 좌수에 홍화선(紅花扇)을 들고, 우수에 백화션(白花扇)을 들고, 오색(五色)실을 매어 화염(火焰) 중에 던지니 문득 피화(避禍)당으로 부터 대풍이 일어나며 도리어 호진(胡陳) 중으로 불길이 돌치며 호병(胡兵)이 화광(火光) 중에 들어 천지를 분변(分辨)하지 못하며 불에 타죽는 자가 부지기수(不知其數)라. -박씨 부인과 울대의 싸움

울대 대경(大驚)하여 급히 퇴진(退陣)하며 앙천(仰天)탄식(歎息)하여 가로되,

"기병(起兵)하여 조선에 나온 후 병불혈인(兵不血人)하고[병사가 칼에 피를 묻히지 아니하였다는 뜻으로 피를 흘릴 만한 싸움도 하지 않고 쉽게 이기고] 방포일성(放砲一聲)[포나 총을 한번 쏘는 소리]에 조선을 도모(圖謀)하고 이 곳에 와 여자를 만나 불쌍한 동생[박씨에게 죽임을 당한 용골대]을 죽이고[역사적 사실과는 다름] 무슨 면목으로 임금과 귀비(貴妃)를 뵈오리오."[울대가 박씨 부인에게 패하고 탄식하는 부분으로 독자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함]

통곡함을 마지 아니하거늘, 제장(諸將)이 호언(好言)으로 관위(寬慰)하며[위로하며] 의론 왈,

"아무리 하여도 그 여자에 복수[앙갚음]할 수는 없사오니 퇴군(退軍)하느니만 못하다."

하고, 왕비와 세자·대군과 장안(長安) 물색(物色)[평범한 보통 사람]을 거두어 행군하니, 백성의 울음 소리 산천이 움직이더라.

차시, 박 부인이 계화로 하여금 적진을 대하여 크게 웨어[외쳐] 왈,

"무지한 오랑캐놈아. 내 말을 들으라. 너의 왕은 우리를 모르고 너 같은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는 뜻으로, 말과 하는 짓이 아직 어림을 일컫는 말]를 보내여 조선을 침노하니 국운이 불행하여 패망(敗亡)은 당하였거니와 무슨 연고로 아국 인물을 거두어 가려 하느냐. 만일 왕비를 뫼셔 갈 뜻을 두면 너희 등을 함몰(陷沒 : 재난을 당하여 멸망함, 몰사) 할 것이니 신명[몸과 목숨]을 돌아보라." 하거늘, 호장이 차언(此言)을 듣고 소(笑) 왈,

"너의 말이 가장 녹록(碌碌)하도다[변변하지 않다. 보잘것없다. 하잘것없다. (주로 뒤에 부정어와 함께 쓰여) 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 우리 이미 조선 왕의 항서(降書)를 받았으니[병자호란의 패배로 청나라에 항복하였던 역사적 사실이 있었음] 데려가기와 아니 데려가기는 우리 장중(掌中)[손바닥안]에 달렸으니 그런 말은 구차(苟且)[군색스럽고 구구함]이 말라." 하며 능욕이 무수하거늘 계화가 일러 왈, "너희 등이 일향(一向)[언제나 한결같이] 마음을 고치지 아니하나 나의 재주를 구경하라." 하고, 언파(言罷 : 말을 끝냄)에 무슨 진언(眞言 : 주문)을 외오더니, 문득 공중으로 두 줄 무지개 일어나며 우박이 담아 붓듯이 오며 순식간에 급한 비와 설풍이 내리고 얼음이 얼어 호진장졸이며 말굽이 얼음에 붙어 떨어지지 아니하여 촌보(寸步 : 몇 발짝 안 되는 걸음)를 운동치 못할지라[계화가 주문을 외워 오랑캐를 크게 혼내는 장면이다. 고전 소설의 특징인 전기적 요소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남존여비 시대에 신선의 딸인 박씨, 계화, 만리를 본다는 마씨 등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이러한 설정이 드문 것이어서 오늘날까지도 박씨전은 그 빛을 잃지 않고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호장이 그제야 깨달아 가로되,

"당초에 귀비 분부하시되 '조선에 신인(神人)이 있을 것이니 부디 우의정 이시백[실존 인물임]의 후원을 범치 말라.'하시거늘, 우리 일찍 깨닫지 못하고 또한 일시지분(一時之憤)[한순간의 분노]을 생각하여 귀비의 부탁을 다 잊고 이 곳에 와서 도리어 앙화(殃禍)[지은 죄의 갚음으로 받는 온갖 재앙]를 받아 십만 대병을 다 죽일 뿐이라. 골대도 무죄히 죽고 무슨 명목으로 귀비를 뵈오리요. 우리 여차(如此)한 일을 당하였으니 부인에게 비느니만 같지 못하다."

하고, 호장 등이 갑주(甲胄)를 벗어 안장에 걸고 손을 묶어 팔문진(八門陳) 앞에 나아가 복지(伏地)청죄(請罪)[땅에 엎드려 사죄함]하여 가로되,

"소장(小將)이 천하에 횡행(橫行)하고 조선까지 나왔으되 무릎을 한 번 꾼 바 없더니 부인 장하(帳下)[장막아래]에 무릎을 꿇어 비나이다." [박씨 등의 초월적 능력을 보고 호장이 항복함]

하며 머리 조아려 애걸하고 또 빌어 가로되,

"왕비는 아니 뫼셔 가리이다. 소장 등으로 길을 열어 돌아가게 하옵소서."

하고 무수히 애걸하거늘 부인이 그제야 주렴(珠簾)을 걷고 나오며 대질(大叱) 왈,

"너희 등을 씨도 없이 함몰하자 하였더니[능력이 있음에도 세자와 대군의 구출을 포기하는 것은 인과적 필연성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듯함], 내 인명을 살해(殺害)함을 좋아 아니하기로 십분 용서하나니 네 말대로 왕비는 뫼셔 가지 말며 너희 등이 부득이 세자·대군을 뫼셔 간다 하니 그도 또한 천의(天意)를 따라 거역(拒逆)지 못하거니와 부디 조심하여 뫼셔 가라[병자호란 당시 청군에게 소현세자·봉림대군·3학사 등이 끌려간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표현이다. 호란의 정신적 극복을 위해 쓰여졌기는 하나 호왕의 공주와 용골대를 살려 보낸다거나 세자와 대군까지 구출하지 못하는 것은 이 작품의 한계이다. 운명론에 바탕을 둔 민간사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나는 앉아서 아는 일이 있으니 불연즉[‘그렇지 않으면’의 뜻의 접속 부사.] 내 신장(神將 : 귀신 가운데 무력을 맡은 장수신)과 갑병(甲兵 : 갑옷을 입은 병사들)을 모아 너희 등을 다 죽이고 나도 북경(北京)에 들어가 국왕을 사로 잡아 설분(雪憤 : 분풀이)하고 무죄한 백성을 남기지 아니리니 내 말을 거역지 말고 명심하라."

한대, 울대 다시 애걸 왈,

"소장의 아우의 머리를 내어 주시면 부인 덕택으로 고국에 돌아가겠나이다."

부인이 대소 왈,

"옛날 조양자[중국 춘추 전국 시대 인물]는 지백[춘추 시대 晋나라 사람으로 조양왕을 치다가 패하여 죽음을 당했음]의 머리를 옷칠하여 술잔을 만들어 이전 원수를 갚았으니, 나도 옛날 일을 생각하여 골대 머리를 옷칠하야 남한산성에 패한 분[청나라의 황제에게 항복한 일]을 만분일이나 풀리라. 너의 정성은 지극하나 각기 그 임금 섬기기는 일반[마찬가지라는 뜻]이라. 아무리 애걸하여도 그는 못하리라." - 박씨 부인이 울대를 굴복시키고 꾸짖음

울대 차언을 듣고 분심(忿心 : 벌컥 성을 낸 마음. 분한 마음)이 충천하나 골대의 머리만 보고 대곡(大哭)할 따름이요 할 일 없어 하직하고 행군하려 하니 부인이 다시 일러 왈,

"행군하되 의주(義州)로 행하여 임 장군을 보고 가라."

울대 그 비계(秘計)[비범한 계책]를 모르고 내념(內念)에 혜오되[속으로 생각하되],

"우리가 조선 임금의 항서를 받았으니[우리가 청나라에 항복했던 병자호란 당시 본래의 역사적 사실을 전제로 한 말] 서로 만남이 좋다."

하고, 다시 하직하고 세자·대군과 장안(長安)물색(物色)[서울에 있는 쓸만한 물건이나 보통 사람.]을 데리고 의주로 갈 때 잡혀가는 부인들이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여 왈,

"박부인은 무슨 복으로 환(患)을 면하고 고국에 안한(安閑)[평안하고 한가로움]이 있고, 우리는 무슨 죄로 만리 타국에 잡혀 가는고. 이제 가면 하일(何日) 하시(何時)에 고국 산천을 다시 볼꼬."

하며, 통곡유체[눈물을 흘리며 소리 높여 슬피 우는]하는 자가 무수하더라. 부인이 계화로 하여금 외쳐 가로되,

"인간 고락은 사람의 상사(常事)라. 너무 슬퍼 말고 들어가면 삼 년 지간에 세자·대군과 모든 부인을 뫼셔 올 사람이 있으니 부디 안심하여 무사 득달(得達)[아무 일 없이 목적지에 도착하라]하라."

위로하더라. (하략) <덕흥서림판 구활자본> - 박씨 부인의 계책과 잡혀가는 이들에 대한 위로

용골대 :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장수

차설 : (소설 등에서) 화제를 돌리려 할 때, 그 첫머리에서 하는 말. 각설. 그리하여라는 접속어의 일종

호제 : 오랑캐의 황제, 청나라의 황제를 지칭

봉명하옵고 : 명령을 받들어서

및게 : 미치게, 당하게

대열하여 : 크게 기뻐하여

조발하여 : 군사를 불러 모아

청령하고 : 명령을 주의 깊게 듣고

두리워 : 두려워하여

문득 천기를 보고 대경하여 : 비범한 능력을 지닌 박씨 부인이 운세를 점친 후 적이 침입하는 사실을 알고 놀라서

엄살할 : 엄습하여 죽일

명초하여 : 임금이 신하를 불러

맟지 : 마치지, 끝나지

징험한 : 앞에서 보인 징조가 들어맞은, 징조를 경험한

사회연풍하고 :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들고

밀막으니 : 핑계를 대어 거절하니

미구에 : 오래지 않아

이는 나라를 해코자 함이니 살피옵소서 : 박 씨 부인의 우려를 거짓으로 간주하여 임금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려는 '간신 - 앞의 귀비가 지목한 사람 - 이 한 말

사직 : 나라 또는 조정

납월 회일이라 : 음력 섣달 그믐이라

경상 : 모습

옥교 : (위를 장식하지 아니한) 임금이 타던 가마의 한 가지

어가 : 임금이 타는 수레

겁칙코자 : 겁측코자, 폭행이나 협박을 하여 강제로 부녀자와 성 관계를 갖고자

뇌정벽력 : 천둥 번개

차청 하회 급급 석람하라 : 다음 회를 빨리 살펴보라

병불혈인하고 : 병사가 칼에 피를 묻히지 아니하였다는 뜻으로 피를 흘릴 만한 싸움도 하지 않고 쉽게 이김

방포일성 : 포나 총을 한 번 쏘는 소리

관위하며 : 위로하며

웨어 : 외쳐

장중 : 손바닥

일향 : 언제나 한결같이

촌보 : 짧은 걸음

우리 이미 조선 왕의 항서를 받았으니 : 우리가 청나라에 항복했던 병자호란 당시 본래의 역사적 사실을 전제로 한 말

앙화 : 지은 죄의 갚음으로 받는 온갖 재앙

복지청죄 : 땅에 엎드려 사죄함

장하 : 장막 아래

조양자 :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물

지백 : 춘추 시대 진(晉)나라 사람으로 조양왕을 치다가 패하여 죽음을 당했다.

해오되 : 속으로 헤아려 생각하되

통곡유체 : 눈물을 흘리며 소리 높여 슬피우는

무사득달하라 : 아무 일 없이 도착하라.

부작 : 부적의 변한 말.

구상유취 : 입에서 아직 젖내가 남. 즉, 말이나 하는 짓이 아직 유치함.

함몰 : 결딴을 내어 없앰.

녹록하다 : 평범하고 하잘 것 없다. 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

구차이 : 군색스럽고 구구하게 가난하게.

능욕 : 업신여기어 욕보임.

언파 : 말을 끝냄.

진언 : 주문.

횡행 : 모로 감. 여기서는 거리낌없이 제멋대로 행동함의 뜻

주렴 : 구슬을 실에 꿰어 만든 발, 구슬발.

대질 : 크게 꾸짖음.

십분 : 충분히. 넉넉히.

언파에 ∼ 운동치 못할지라 : 계화가 주문을 외워 오랑캐를 크게 혼내는 장면이다. 고전 소설의 특징인 전기적 요소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이 특이한 것은 남존여비 시대에 신선의 딸인 박씨, 계화, 만리를 본다는 마씨 등 남성보다 우위에 있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이러한 설정이 드문 것이어서 오늘날까지도 박씨전은 그 빛을 잃지 않고 높이 평가받고 있다.

네 말대로 ∼ 조심하여 뫼셔 가라 : 병자호란 당시 청군에게 소현세자·봉림대군·3학사 등이 끌려간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표현이다. 호란의 정신적 극복을 위해 쓰여졌기는 하나 호왕의 공주와 용골대를 살려 보낸다거나 세자와 대군까지 구출하지 못하는 것은 이 작품의 한계이다. 운명론에 바탕을 둔 민간사상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갑주 : 갑옷과 투구

불연즉(不然則) : 그러지 아니하면.

신장 : 신병(神兵)을 거느리는 장수.

갑병 : 갑옷 입은 병사.

설분 : 분풀이.

지백 : 춘추 전국 진(晉)나라 사람.조양왕을 치다가 패하여 죽음을 당했다.

옷칠 : 옻칠,'옻'은 옻나무에서 나오는 진액.

차언(此言) : 이 말.

대곡 : 크게 곡하여 욺.

비계(秘計) : 은밀한 계획.

내념에 헤오대 : 속으로 생각하되.

장안물색 : 서울에 있는 쓸만한 물건이나 사람.

안한(安閑) : 편안함.

통곡유체(痛哭流涕) : 슬프게 울며 눈물을 흘림.

 

 

소년등과 : 일직 과거 급제함

위엄 : 존경하고 어려워할만한 틀거지

총명영오 : 총명하고 남보다 뛰어나게 영리함

두목지 : 두목. 중국 당나라 후기 시인. 작품은 <아방궁부> <강남춘> 등

과인 : 보통사람을 넘어섬

요적 : 심심할 때

폐의파관( 衣破冠): 헌 옷차림과 부서진 갓을 씀. 즉 초라한 옷차림

유숙 : 머물러 하룻밤을 자는 것

범인 : 보통사람

무가객 : 집이 없어 떠도는 나그네

명산대찰 : 유명한 산과 큰 절

연만 : 나이가 많음

편답 : 널리 돌아다님

염슬단좌 : 무릅을 거두고 옷자락을 바로 하여 단정히 앉음

욕임 : 욕되이 오심

난만 : 꽃이 만발하여 한참 볼만하게 탐스러움

장자방 : 한고조를 도와 한나라를 일으킨 장량

출장입신 : 나가서는 군사를 거느려 싸우는 장수요, 들어서는 재상이 될만한 신하

가연 : 아름다운 인연. 즉 혼인의 인연

주유 : 천하를 이곳 저곳 떠돌아다님

용둔 : 못나고 아둔함

진세간 : 티끌과 먼지가 일어나는 더러운 인간세상

의혼 : 혼인을 의논함

분수상별(分手相別) : 손을 놓고 서로 떠나 이별함

인륜 :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

봉접 : 벌과 나비

양유 : 수양버들

숙조투림 : 잠을 자러가는 새는 숲속으로 들어가고

세궁역진 : 형세는 궁하고 힘은 다 빠짐

와룡선생 : 제갈량의 별칭

구목위소(構木爲巢) : 나무를 얽어서 집을 짓고 나무열매를 먹으며 생활

식목실(食木實) : 나무열매를 따먹음

이발지시(已發之矢) : 이미 시위에서 떠난 화살. 즉 돌이키기 어려운 형세

회정 : 오던 길을 도로 도라감

전안일 : 신랑이 기러기를 신부집에 가지고 가서 상에 놓고 절을 하는 날. 즉 혼인날

갈건야복 : 산중에 숨어사는 은사의 의복으로 칡으로 만든 옷과 건

죽장망혜(竹杖芒鞋) : 대지팡이와 삼껍질로 만든 미투리

옷에 스며들고

辛苦 : 매우 고생함

무별미 : 아무런 맛도 없음

昨日 : 어제

일낙서산 : 해가 서산에 떨어짐. 날이 저물었음

남극노인 : 남극성의 화신. 나타나면 태평하고 나타나지 않으면 전란이 발생한다고 함

별진잘숙 젼동진동 : 다리를 절이어 기우뚱거리는 모양의 의태어

구고친척 : 시부모와 일가친척

임사지덕(妊 之德) : 임사는 주문왕의 아내 태임태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아내의 현숙한 덕행을 일컫는 말.

패가지본 : 패가망신. 집안을 망하게 함

수신제가 : 자신을 다스린 후 집안을 다스림

설월 : 눈과 달처럼 차갑고 순결한 절개

만사무석 :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죄가 중함

차면 : 얼굴을 가림

계명성 : 새벽 닭 울음소리

중치 : 엄중히 꾸짖어 다스림

자부 : 며느리

혼정신성 : 아침저녁으로 부모님께 문안 드림. 효성을 일컬음

금실지낙 : 부부간의 애정

가권 : 가족

종차 : 이처럼 따라함

편성 : 편벽된 성격

필부포원 오월비상 : 한 여자가 원한을 품으면 여름같은 오월에도 서리가 내릴 정도로 무서움

취색 : 색이 바램

침선 : 바느질

가음 : 옷감

형산백옥 : 형산에서 나는 백옥. 여기서는 현명하고 어진 인재를 뜻함

진토 : 티끌과 흙. 즉 보통사람 세계

앙망불급 : 우러러 볼 뿐 따라서 할 수 없음

기한 : 춥고 배고픔

명감 : 앞일을 내다보는 눈

공방독숙 : 빈방에서 홀로 잠. 부부간에 사별하거나 애정이 없어 홀로 빈방에서 자는 것을 뜻함

자금위시(自今爲始) : 지금으로부터 시작하여

국태민안(國泰民安) :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함

동렬 : 동료

고성대질 : 큰소리로 꾸짖음

불승분기 : 분함을 이기지 못함

감식 : 음식을 맛있게 먹음

비리먹다 : 비루병에 결리다. 말, 나귀 등에 생기는 병으로 눈꼽이 끼고 털이 빠지는 듯 병들고 영양 실조 상태를 말함

오백닙 : 닷냥

천리준총 : 천리를 능히 달릴 수 있는 좋은 말

은휘 : 꺼리어 감추고 숨김

기망 : 윗사람을 속임

스되 : 세 되

신칙 : 착실하게 지킴

청기 흑기 적기 백기 황기(五氣) : 오행의 오묘한 기운을 각 방위에 배치함

일취월장(日就月將) : 나날이 다달이 장성함

천수 : 하늘의 운수

가군 : 자신의 남편

거가 : 집안에서 기거함

타문에 취처 : 다른 가문에 장가를 듦

대국 : 명나라

결가 : 가격을 결정함

편소 : 좁고 어설픔

명견만리 : 앉아서 만리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짐

시화연풍 :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듦

택취 : 가리어 취함

과행길 : 과거보러 가는 길

회과자책 : 스스로 잘못을 깨달아 책망함

이왕지사 물논 : 이미 지나간 일은 논하지 않음

문불가점(文不加點) : 더할나위 없이 뛰어난 글

길흉영욕 : 길하고 흉함과 영예와 욕됨

난편 : 어렵고 힘듬

근친기구 : 근친 가는데 소용될 물건

예필좌정 : 예를 마치고 앉음

적회 : 쌓였던 회포

수괴(羞愧) : 부끄럽고 창피스러움

액운(厄運) : 불행한 운수

탈갑 : 껍데기를 벗음

단순반개 :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림. 지그시 웃음

희색이 만안하다 : 얼굴에 기쁜 색이 가득함

촉비 : 코를 자극함. 냄새가 코를 찌름

접어 : 말을 건넴

視若不見 聽若不聞 : 보되 못본 듯하고 들어도 못 들은 듯함

촉하 : 촛불 밑

거거익심 : 갈수록 심해짐

糟糠之妻 不下堂 : 조강지처는 소중하게 대해야 함

고혹 : 남을 꾀어 속임

지자천려 필유일실(智者天慮 必有一失) : 지혜로운 자도 천 번 생각에 한 번 실수는 있기 마련임

환영평석 : 원한을 생각지 않고 옛정을 다시 회복함

녹의홍상(綠衣紅裳) : 푸른 저고리에 붉은 치마. 젊은 여자의 곱게 치장한 복장을 뜻함

옥안운빈 : 옥같은 얼굴과 구름같은 귀밑머리. 미인을 일컬음

소화 : 불 태움

여상(如常) : 여전히 같음

마전 : 빨래를 함

청가일곡 : 아름다운 노래 한 곡조

산호채 : 산호로 만든 채

天地는 萬物之逆旅, 光陰은 百代之過客.   若夢 春風細柳.

百代之興亡은 春風에 亂影. 一時變化는 莊生蝴蝶.

淸山 杜鵑花는 蜀中寃魂. 階花의 春鳥聲은 王昭君의 눈물.

滄海로 술을 빚어 萬歲同樂하여보자 (천지는 만물의 여관같은 것이요. 세월은 백대를 지나는 과객이니, 하루살이같은 이세상이 꿈만 같도다. 봄바람에 가는 버들 춤추는 이 좋은 때에 아니 놀고 어이하리. 옛일을 생각하고 지금 세상을 살펴보니 백대의 흥망이 춘풍에 어지러운 그림자로다. 일시변화는 장자가 꾼 나비의 꿈이니 청산의 진달래꽃은 촉나라 황제의 원통한 혼이오. 꽃밭의 새소리는 왕소군의 눈물이로다. 세상을 생각하니 이 세상이 뜻없고 짧은 봄 좋은 때 아니 놀고 무엇하리. 어화세상 만물들아 푸른 바닷물로 술을 빚어 만년토록 함께 놀아보자)

파연곡 : 잔치를 파하는 노래

작폐 : 폐단을 일으킴

장파 : 임금에게 장계를 올려 수령을 파직함

포양 : 임금에게 포계하여 벼슬을 올림

선치 : 백성을 잘 다스림

따비 : 쟁기처럼 생긴 밭가는 기계

함포고복 : 배불리 먹어 배를 두드림

제비평민 : 백성들을 수탈하며 가혹하게 다스림

산무도적 : 산에는 도적이 없고

도불습유(道不拾遺) :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풍속이 아름다와 길에 떨어진 물건도 줍지 않을 정도임

입석송덕(立石頌德) : 비를 세워 덕을 기림

현알 : 조상이나 웃사람에게 찾아가 뵘

청병 : 구원병을 청함

승직 : 직급이나 직품이 올라감. 승진

구몰 : 부모 모두가 돌아가심

초종범절 : 장례를 치루는 모든 예절

상통천문 하찰지리 : 위로는 천문을 통하고 아래로는 지리를 살펴봄

초패왕 : 항우

탐재호색(貪財好色) : 재물을 탐하고 여자를 좋아함

육국종횡시의 소진장의 : 춘추 전국시대에 연횡과 합종책을 주장했던 전략가 장의와 소진

검술 : 칼 쓰는 법

만부부당지용 : 산 사람이 당해내지 못할 용맹

수화중(수화중) : 물과 불. 즉 어려운 곳을 따지지 않음

만세유전 : 오랜 세월동안 이름을 전함

순주 :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전국으로 된 술

촌기 : 촌에 사는 기생

관비정속 : 관노비로 배속됨

再山 : 산에 있음

호번 : 당번. 숙직. 당직

후기 : 후일 기약

행역 : 여행할 때의 괴로움

이주대빈은 예의지상사요 인륜지통의 : 술로써 손님 접대하는 것은 예의에 늘 있는 일이요 인간세상의 통쾌한 의로움임

호사다마 : 좋은 일에는 장애가 많이 생김

홍문연 잔치 : 중국 섬서성에 있는 땅으로 유방과 항우가 회견을 함. 여기서 항우가 유방을 칼춤 추어 베려할 때 번쾌가 유방을 구한 고사

목자진열(目 盡裂) : 눈이 다 찢어질 정도로 흘겨봄

망상지죄 : 잘못 생각한 죄

양호유환 : 호랑이의 새끼를 키워 당하는 환란

거재두량(車載斗量) : 수레에 실을 정도로 많음

관자 : 관문. 관의 공문서

추설 : 더러운 말. 욕

비계 : 비밀한 계획

개구 : 입을 벌림

납월 : 음력 섣달

기치검극 : 기치와 칼과 창. 즉 군사의 많음을 말함

번신낙마 : 몸을 번드치고 말에서 떨어짐

생금 : 사로잡음

육손 : 삼국시대 오나라의 명장으로 관우를 침

불가사문어타인 : 다른 사람에게서 이와 같은 일을 들어보지도 못함

보수 : 복수. 원수를 갚음

자취지화 : 스스로 불러들인 화

운무대작 : 구름과 안개가 크게 일어남

구상유취 : 젖비린내 나는 어린 아이

언미필 : 말이 미처 마치지 못하여

촌보 : 한 발자국

막비운수 : 이것 또한 운수

조양자 :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인물

위유공무덕 : 공을 이루는 것이 아무런 쓸 데가 없음

군곤 : 군대에서 쓰는 곤장

수원수구 :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할까

수복강영 : 오래 장수하고 몸이 건강하고 안녕함

작품 개관 :

이 작품은 인조 때 일어난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실재 인물이었던 이시백과 그의 아내 박 씨라는 가공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은 서사 문학이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주성이 매우 강한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주무대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역사적인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킨 점과 남존 여비 시대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점 등을 통해 작자의 주제 의식이 작품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용연구

변신모티프 :

이 작품은 사건 진행의 구조상, 추녀 박 씨가 탈을 벗기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반부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영웅적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와 후반부를 매개하는 사건상의 전환점으로 제시된 것이 박 씨의 변신 모티프이다. 박 씨의 변신은 비범한 부덕(婦德)과 부공(婦功)을 보여 줌은 물론, 신묘한 도술로써 징벌 의식적인 전생의 죄를 벗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여성의 우수한 능력을 보여 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주제의식 :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적인 사건을 겪은 민중들의 현실적인 패배와 고통을 상상 속에서 복수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욕구를 표현하였다. 아울러 여성을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봉건적 가족 제도 하에 억압당한 여성들의 해방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

지도방법

작품의 사건 전개 과정을 이해하도록 한다. : 사건의 실제적 추이를 기술하는 고전소설의 양식적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이 작품의 구조를 이해하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의 창작 동기와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도록 한다. : 작품이 생산된 문화적 배경이 그 작품의 미적 구조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한편, 작품의 주제 역시 작자의 창작 동기나 작자가 살던 당대의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이해시키도록 한다.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의 특징을 파악하도록 한다. : 이 소설은 영웅소설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영웅적인 면모를 보이는 주인공의 행동이 사건의 서사적 골격을 이루고 있음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학습활동

이 소설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작품이 본래의 역사적 사실과 일치하는 부분이 어떤 것이며, 다른 부분은 어떤 것일지 역사적 자료를 조사하여 정리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작품은 군담 소설의 하나로서, 조선 후기의 전란을 겪은 어려움과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를 담고 있다. 그러나 문학은 허구적인 것이므로, 이 소설을 병자호란의 사실적 기록으로 볼 수는 없다. 대부분의 역사 소설이 그렇듯이, 소설의 소재는 역사적 사실에서 취하되, 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자의 해석이 첨가되며, 또한 실제 일어나지 않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내용들을 허구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시답안 :

병자호란은 조선16대 인조14년(1636년) 청나라의 침입으로 일어난 난리이다. 군신(君臣)의 관계를 맺자는 청나라의 요구에 조선이 불응하자, 청 태종이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침략하였다. 조정은 일시적으로 남한산성으로 피난했으나, 마침내 삼전도에서 항복하여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당했고, 청나라와는 군신의 관계를 맺고 해마다 조공을 바쳐야 했다. 뿐만 아니라 두 왕자와 끝까지 싸울 것을 주장한 3학사는 볼모로 연경에 잡혀 갔다. 박씨전은 인조반정에 공을 세워 연양 부원군에 봉해지고 병자호란 때 병조 판서를 거쳐 효종1년에 우의정이 되고 이어서 영의정까지 오른 실제 인물 이시백을 상대로 그의 처 박 씨를 등장시켜 이야기로 엮은 소설이다. 물론 박 씨는 허구적인 인물이다. 박씨전에서 호왕이 조선을 침공해서 인조가 항복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과 일치한다. 그러나 용골대가 직접 군졸을 지휘해 싸움에 나선 것이나, 박 씨가 신통력을 부리는 것 등은 꾸며진 것이다. 무엇보다 조선의 패배로 끝난 병자호란이 박씨전에는 부분적인 승리로 그려져 있는 점이 특이하다.

2. 이 작품의 허구적 내용과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작자의 입장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작품은 군담 소설임을 알고, 군담 소설이 가지는 특징을 이해하도록 지도한다.

예시답안 :

이 작품은 군담 소설의 하나로서, 조선 후기의 전란을 겪은 어려움과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를 담고 있다. 그러나 문학은 허구적인 것이므로, 이 소설을 병자호란의 사실적 기록으로 볼 수는 없다. 대부분의 역사 소설이 그렇듯이, 소설의 소재는 역사적 사실에서 취하되, 그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작자의 해석이 첨가되며, 또한 실제 일어나지 않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내용들을 허구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2. 작자가 소설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한 까닭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소설이 창작되었을 당시에는 남성 우월주의가 팽배한 사회 구조였음을 이해하도록 한다. 작자는 당시의 사회 구조와 대비되는 문학적 이상을 가졌었고, 그것이 작품에 반영되어 나타난 것임을 주지시킨다.

예시답안 :

필사본과 활자본이 30여종이나 전해지는 박씨전은 조선 후기에 인기 있는 군담 소설이었다. 이 작품은 역사 군담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임진록이나 임경업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 작품은 역사상 실존 인물이었던 이시백의 부인, 박 씨라는 가공 인물의 위인적인 행위를 통해 병자호란의 참상과 패배를 설욕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여성인 박 씨를 주인공으로 하고, 박 씨가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비범한 인물인 데 반해 남성인 시백은 평범한 인물로 묘사되어,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음을 표현한 점이다. 이는 가부장적 제도 하의 삼종지의에 억압당해 살아야 했고 봉건적인 가족 제도에서 정신적으로 해방되고자 했던 여성들의 욕구와,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우수한 능력을 갖추어 국난을 타개할 수 있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습 활동

1. 이 소설은 박 씨 부인의 용맹스런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작품 전체를 읽어 보고, 사건의 전개 과정을 정리해 보자.

이끌어주기 :

우선,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파악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활약상을 통해 드러나는 영웅 소설적인 사건 전개 과정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시답안 :

조선 인조 때 한양의 이득춘이 늦게 낳은 아들 시백은 총명하고 비범하였다. 금강산의 도사 박 처사가 자신의 딸과 시백의 혼일을 청하자 득춘이 허락한다. 시백은 신부의 얼굴이 추물임에 실망하여 부인을 돌보지 않는다. 박 씨는 후원에 피화당을 짓고 홀로 지낸다. 박 씨는 부덕과 신묘한 도술의 힘으로 가정을 풍족하게 하고 남편을 장원 급제하게 한다. 어느 날 박 씨의 아버지 박 처사가 찾아와서 액운이 끝났다며 딸의 허물을 벗겨 주니, 박 씨 부인은 절세 미인으로 변한다. 이에 시백을 비롯한 가족들이 박 씨를 사랑하게 되고 가정은 행복하게 된다. 시백은 병조 판서가 되어 남경에 사신으로 갔다가 임경업과 함께 가달의 난을 평정하고 귀국한다. 호왕이 조선 침공에 앞서 시백과 경업을 죽이려고 첩자를 보내지만, 박 씨가 첩자를 쫓아버린다. 박 씨가 시백을 통하여 호왕의 침입에 대비하도록 조정에 청했으나 김자점의 반대로 거절된다. 호국이 침입하자 왕은 남한산성으로 피난했다가 항복하고 많은 사람이 화를 당한다. 적장 용골대의 아우가 피화당에 침입했다가 박 씨에게 죽고, 복수하러 온 용골대도 박 씨 도술에 혼이 난다. 용골대가 인질들을 데리고 회군하다가 의주에서 임경업에게 대패한다. 왕은 지난날을 후회하고 박 씨를 절충 부인에 봉한다. 박씨전의 사건은 전반부의 가정 내의 갈등과 후반부의 사회적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가정 내의 갈등에서 박 씨는 자신의 추한 용모 때문에 생기는 시련을 탁월한 능력으로 극복한다. 사회적 갈등에서는 무력한 남성들과의 정면 대결에서 승리하며, 자신의 탁월한 능력으로 호장에게 복수를 하고 실제 전쟁에서 진 패배감을 정신적 승리로 보상한다.

2. 토의토론 : 하나의 가상적 영웅을 설정하여 위와 같은 소설을 쓴다고 가정하고, 다음 사항에 대하여 모둠별로 토론해 보자.

이끌어주기 :

영웅의 일생을 다루는 고대 소설에서는 전형적으로 영웅 서사 구조가 나타남을 알도록 한다. 즉 고귀한 혈통, 기이한(비정상적인)탄생, 탁월한 능력, 어려서 기아(棄兒)가 되어 죽을 고비에 이름. 구출자나 양육자를 만남. 자라서 반복되는 고난의 통과,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함. 위업의 성취와 같은 구조로 전개된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한다.

예시답안 :

주인공의 성별, 환경, 외모, 능력 등 고대 소설에서는 주로 남성 영웅을 설정하지만, '박씨전'은 여성 영웅소설이며, '잔 다르크'는 실존하는 외국 여성 영웅의 예이다. 본래부터 고귀한 신분을 타고난 인물을 설정해도 좋고,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것으로 설정해도 좋다. 하지만 영웅적 인물상으로 설득력을 가지려면 외모와 능력은 출중한 것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 : 현대는 영웅이 사라진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적 배경은 고대나 중세로 설정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공간적 배경은 우리나라의 구체적인 지역을 설정하거나 중국이나 유럽 등으로 다양하게 설정한다.

소설의 축이 되는 사건 : 규모가 크고, 소속 집단의 존망에 관련된 시련을 겪으며, 그것을 주도적으로 극복해 가는 과정이 있어야 영웅이라 불릴 만하다. 따라서 다른 나라와의 전쟁 등의 사건 설정이 필요하다.

'박씨전'의 여성문학적 성격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때의 소설로 '박씨부인전'이라고도 한다. 작자와 연대는 미상이며 인조 때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실재 인물이었던 이시백과 그의 아내 박 씨라는 가공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은 서사 문학이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주성이 매우 강한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주무대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주인공 이시백을 비롯하여 인조 대왕, 임경업, 호장(胡將) 용골대 등 역사적인 실재 인물들을 등장시킨 것부터가 특이하다. 더욱이 이 작품은 남존 여비 시대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어서 오늘날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신선의 딸인 박 씨와 시비(侍婢) 계화(桂花), 만 리를 훤히 내다본다는 호왕후(胡王后) 마 씨(馬氏)와 여자객(女刺客) 기홍대(奇紅大) 등 이 작품에서는 가히 여인 천하라 할 만큼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 이처럼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 주는 '박씨전'이 필사본으로 전승되면서 독자층에 깊이 파고 들어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그 빛을 잃지 않는 것은, 이 작품의 탁월성과 함께 그 애독자의 대부분이 부녀자 층이었다는 데 있다.

이해와 감상

'박씨전은 필사본과 활자본이 30여종 전해지는, 미모와 도술을 겸비한 박씨 부인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으로서, 조선 시대에 매우 인기 있는 한글 소설이었다. 박 씨는 여러 가지 도술을 사용하고, 박 씨 자신도 부친의 도술로 하룻밤만에 박색에서 절세 미인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도술적 표현법은 허구적 창의력이 발휘된 부분이지만, 아직 전기적 구성을 벗어나지 못한 표현이다. 실제 전쟁담인 '징비록', 난중 일기', '산성일기' 등도 있지만 이러한 비현실적 서술법을 통해, 병자호란의 패배에 대한 심리적인 보상과 민족적인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고, 여성의 능력과 지혜로써 무력한 남성 사회를 비판하는 주제도 찾을 수 있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1

필사본과 활자본이 30여종이나 전하는 '박씨전'은 조선 후기에 매우 인기있는 한글 소설로, 이 작품은 역사 군담에 속하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임진록'이나 '임경업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 준다. '박씨전'은 역사상 실존 인물이었던 이시백의 부인, 박씨라는 가공 인물의 이인(異人)적인 행위를 통해 병자호란의 참상과 패배를 설욕하고 있는 작품으로 특이한 것은 박씨라는 여자가 남성보다 뛰어난 능력으로서 국가 전란에 과감하게 맞서 승리한 것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일부 여성 사회에서 일기 시작했던 여성들의 남성 사회에 대한 도전의식과 함께 이민족으로부터의 패배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적인 승리 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다 자세하게 말하면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예비적 지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병자호란은 조선 인조 14년에 청(淸)이 침입하여 군신의 예를 강요한 치욕적 사건이다. 인조(仁祖)는 삼전도(三田渡)에서 굴욕적인 항복의 예를 갖추었는데, 현실에서의 패배를 문학적으로 보상받고자 하는 심리가 박씨전이나 임경업전으로 나타났다. '박씨전'은 전반부의 가정내의 갈등과 후반부의 사회적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의 갈등에서, 박씨는 자신의 추한 용모 때문에 생기는 시련을 탁월한 능력으로 극복한다. 후반부에서는 무력한 남성들과 정면 대결해서 승리하며, 자신의 탁월한 능력으로 호장에게 복수를 하여, 실제 전쟁에서 진 패배감을 정신적인 승리로 보상한다. '박씨전'은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의 여성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주었다. 역사상의 실제인 병자호란과 실제 인물 이시백을 등장시켜 현실감을 주고, 유능한 여성 박씨의 변신과 도술을 통해 무능한 위정자들과 남성들의 은근히 비판하여 여성 독자들을 흐뭇하게 한 점은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심화 자료

'박씨전'의 주제 의식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격이 되고 있는 병자호란은 조선 역사상 유례 없는 치욕적사건으로, 정치적·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끼쳤으며 민중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었다. 이 소설은 현실적인 패배와 고통을 상상 속에서 복수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심리적 욕구가 반영된 작품이다. 또 한,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남성보다도 여성인 박씨를 주인공으로 하고, 박씨가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비범한 인물인데 비하여 남성인 시백은 평범한 인물로 표현되어,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부장제도하의 삼종지의에 억압되어 살아야 했고 봉건적인 가족 제도에서 정신적으로 해방되고자 했던 여성들의 욕구와,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우수한 능력을 갖추어 국난을 타개할 수 있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박씨전'의 여성문학적 성격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때의 소설로 '박씨부인전'이라고도 한다. 작자와 연대는 미상이며 인조 때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실재 인물이었던 이시백과 그의 아내 박 씨라는 가공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은 서사 문학이다.

이 소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주성이 매우 강한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주무대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주인공 이시백을 비롯하여 인조 대왕, 임경업, 호장(胡將) 용골대 등 역사적인 실재 인물들을 등장시킨 것부터가 특이하다. 더욱이 이 작품은 남존 여비 시대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어서 오늘날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신선의 딸인 박 씨와 시비(侍婢) 계화(桂花), 만 리를 훤히 내다본다는 호왕후(胡王后) 마 씨(馬氏)와 여자객(女刺客) 기홍대(奇紅大) 등 이 작품에서는 가히 여인 천하라 할 만큼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 이처럼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 주는 '박씨전'이 필사본으로 전승되면서 독자층에 깊이 파고 들어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그 빛을 잃지 않는 것은, 이 작품의 탁월성과 함께 그 애독자의 대부분이 부녀자 층이었다는 데 있다. (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변신모티프

이 작품은 사건 진행의 구조상, 추녀 박씨가 탈을 벗기까지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전반부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영웅적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와후반부를 매개하는 사건상의 전환점으로 제시된 것이 박 씨의 변신 모티프이다. 박 씨의 변신은 비범한 부덕과 부공을 보여줌은 물론, 신묘한 도술로써 징벌 의식적인 전생의 죄를 벗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여성의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박씨전'에 대하여

이 작품은 조선 숙종 때의 소설로서 일명 '박씨부인전'이라고 한다. 작자와 연대는 미상이며 인조때 있었던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실재 인물이었던 이시백과 그 아내 박씨라는 가공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엮은 서사 문학이다.

이 '박씨전'은 여러 면에서 자주성이 매우 강한 작품으로, 우리 나라를 주무대로 사건이 전개되면서 남주인공 이시백을 비롯하여 인조 대왕, 임경업, 호장, 용골대 등 역사적 실재 인물을 등장시킨 것부터가 특이하다. 더욱이 이 작품은 남존 여비 시대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드문 것이어서 오늘날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신선의 딸인 박씨와 시비 계화, 만리를 훤히 본다는 호왕후 마씨와 여자객 기홍대 등이 이 작품에서는 가히 여인 천하라 할 만큼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

이처럼 여성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눈부신 활약상을 보여주는 '박씨전' 이 필사본으로 전승되면서 독자층에 깊이 파고 들어 오랜 세월이 흐른 오늘날 까지도 그 빛을 잃지 않는 것은 이 작품의 탁월성과 함께 그 애독자의 대부분이 부녀층이었다는 점이다.

내용은 인조대왕 때의 서울의 노재상·이득춘이 늘그막에 아들을 낳아 시백이라 하였다. 시백의 나이 16세에 금강산 박처사의 딸과 결혼하였는데 박씨는 그 모습이 흉칙하여 시아버지만이 극진히 위해준 뿐 남편은 물론 온 집안의 조롱과 천대의 대상이 되었다.

박씨는 할 수 없이 후원에 피화당을 짓고 시비 계화와 고독하게 지냈다. 그러나 원래 슬기롭고 도술이 탁월한 박씨는 하룻밤에 시아버지의 조복을 짓고, 비루먹은 말을 천리마로 키워 가세를 일으키고, 시백을 장원 급제시키는 등 놀라운 재주를 보이지만 남편의 구박과 천대는 여전하였다.

그러나 결혼한 지 3년 만에 박씨가 허물을 벗어 하룻밤 사이에 절세 미인이 되고,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자 일가는 화락하게 된다.

호왕이 여자 자객 기홍대를 우리 나라에 잠입시켜 우의정 이시백과 의주 부윤 임경업 등을 죽이려는 것을 박씨가 미리 알고 퇴치한다.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남편을 졸라 국왕에게 방비택을 진언케 했으나, 그것이 좌절되자 서울에 침입한 호국 장졸을 무수히 죽여 대공을 세운다. 3차에 걸친 도술전에서도 승리하고 전쟁이 끝나자 국왕은 박씨에게 절충부인을 봉하고 많은 상금을 내린다. 박씨 부부는 2남매를 두고 나이 90이 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한국판 잔다르크 박씨전

보기에도 끔찍스러운 외모를 지닌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허물을 벗더니 아름다운 요조숙녀로 변신하고, 뿐만 아니라 공중에 바람을 일으키고, 나뭇가지를 떨게 만들고 천둥과 번개를 치며, 힘깨나 쓰는 장정들을 단숨에 척척 날려 버리는 미모와 지략과 힘을 겸비한 게다가 도술도 부리는 힘도 엄청난 괴력의 여자가 바로 박씨다. 우리 고전작품에 이렇게 환상적인 매력들을 다 가진 천사처럼 고운 인물이 또 어디 있을까? 고전작품 속에 드러나는 여성주인공은 대부분 착하고 선량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인물인 '춘향', '심청', '장화홍련' 대부분은 당대 유교적 가치관을 잘 지켜나가며 순응적인 삶을 사는 인물이다. 반면 '박씨전'의 '박씨'는 매우 진취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과 나라의 운명을 개척해 가는 한국판 '잔다르크'와 같은 인물이다.

이런 영웅적인 여성인물이 소설작품에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물론 인진왜란 후, 영웅적인 인물을 고대하던 당대 사회의 요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선의 '남존여비'라는 오랜 관습이 이미 퇴색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남성보다 더 우월한 여성, 남자로부터 보호받는 여자가 아니라, 오히려 남자를 보호하는 여자를 통해 그 동안 억눌렸던 여성들을 대리 만족시키는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런 여러 가지 점들을 통해 볼 때 이 소설의 작자는 여성이 아니었는지 추측해 볼 수도 있겠지만, 입증할 수는 없다. 우리의 고전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이 '박씨전'의 작자를 알 수 없지만, 그 창작 시기는 대체로 현종·숙종조 무렵, 곧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초 사이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여성에게 강인함을 부여한 점이다. 즉 여주인공 박씨가 여러 가지 도술을 부려 오랑캐 병사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박씨는 비록 연약한 여성의 몸이었지만 가정과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전술한 바와 같이 바로 잔다르크적 냄새가 풍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자는 박씨를 통해 호란 때 나라를 지키지 못한 남성들을 간접적으로 질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씨전의 성격

등장 인물 가운데서, 이시백, 임경업, 용골대, 용울대는 역사적 인물이고, 호왕의 침입이나 인조의 항복 등은 역사적 사실이다. 역사적 사실을 작자의 주제 의식에 따라 허구로 재구성, 패배감에 젖은 민족에게 정신적인 승리를 안겨 주고자 한 것이 창작 의도이다. 여성을 영웅으로 설정, 남편 이시백을 박씨의 조종을 받게 꾸민 점, 도술을 부려 계화라는 시비를 시켜 적장과 싸우게 한 점이 특이하다.

임경업전(林慶業傳)

박씨전 과 자매편적 성격을 가지는 작품으로 작자나 창작 연대는 미상이다. 임경업의 행적과 무용(武勇) 등을 전기체로 엮은 작품인데, 박씨전과 마찬가지로 병자호란의 치욕에 대한 보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보다 상세하게 말하자면,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목판본·활자본. 조선 인조 때의 명장 임경업의 일생을 작품화한 한글소설로서 ‘님장군전’·‘림경업전’ 등의 이칭이 있다.

전하는 판본으로는 목판본 3종과 활자본이 있다. 목판본 모두 경판본 〈님장군젼〉으로서,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된 27장본, 일본 도요문고(東洋文庫)에 소장된 21장본,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에 소장된 16장본이 있고, 활자본은 세창서관에서 간행된 〈임경업전〉이 있다. 목판본과 활자본은 전체적인 내용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으나, 활자본은 뒤에 이루어진 임경업의 연보를 참조하여 보충한 것으로 보인다.

〈임경업전〉은 정조의 명령에 따라 임경업에 관한 유문(遺文)·비문·행장·연보·사당봉안제문(祠堂奉安祭文)·현령록(顯靈錄) 등의 실기(實記)를 모아 1791년에 간행된 ≪임충민공실기≫를 참고하고, 민간에서 구전되는 설화를 토대로 하여 창작된 것으로 보인다.

작자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작품연대 또한 확실하지 않다. 경판본 〈님장군전〉 끝에 김자점(金自點)을 처치하고 임경업의 집에 정문을 세우며, 장군의 고향인 달천에 서원을 세우고 장군의 화상을 모셔 제사지내도록 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실 및 역모의 누명을 쓰고 죽은 임경업이 1697년(숙종 23)에 신원복관되고, 1726년(영조 2)에 달천(達川)에 충렬사가 건축된 사실을 아울러 참조할 때, 이 작품의 형성은 1726년 이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충청도 충주 달천촌에서 태어난 임경업은 25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백마강 만호가 되고, 천마산성 중군이 되어 산성을 축조한 뒤 사신 이시백(李時白)을 따라 중국에 들어간다. 이때 마침 호국이 가달의 침략을 받고 명나라에 구원을 청한다. 명나라에는 마땅한 장수가 없어서 조선의 임경업이 청병대장이 되어 출전하여 마침내 가달을 물리치고 호국을 구원한다.

귀국 후에 호국이 점차 강성해져 조선을 침략하고자 하니, 조정에서는 임경업을 의주부윤으로 삼아 호국의 침입을 막도록 한다. 임경업의 용맹을 두려워한 호국은 의주를 피해서 함경도로 돌아 도성을 공격하여 인조의 항복을 받고 회군한다. 의주에 있던 임경업은 이 소식을 듣고 회군하는 적을 공격하여 섬멸하려 하였으나, 호국군에게 인질로 잡혀가던 세자와 대군의 만류로 할 수 없이 길을 열어준다.

임장군에게 원한을 산 호왕은 명나라를 치겠다고 조선에 청병을 하며 임장군을 대장으로 보낼 것을 요구한다. 김자점의 주청으로 조선 조정에서는 임경업을 호국에 파견하였는데, 임경업은 옛날 의리를 생각해서 명나라와 내통하여 명나라로 하여금 거짓항서를 올리게 하고 귀국한다. 이 사실을 안 호왕은 다시 임경업을 호국으로 보낼 것을 요청한다. 호국의 간계를 간파한 임장군은 호국으로 가는 도중 호송하던 호병을 죽이고 머리 깎고 중이 되어 명나라로 도망한다.

임장군은 명군과 합세하여 호국을 정벌하고자 하였으나, 승 독보의 배신으로 호군에게 잡혀 호국으로 끌려가게 된다. 호왕은 임장군에게 항복을 받으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임장군의 위엄과 충의에 감복하여 세자 일행과 임장군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한다. 임장군의 귀환소식을 들은 김자점은 자기의 죄를 숨기고자 왕을 알현하고 나오는 임장군을 암살한다. 어느날 왕의 꿈 속에 임장군이 나타난 이후, 김자점을 잡아 처형하고 임장군의 충의를 포상한다.

이러한 소설의 내용은 실제 사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병자호란은 정해진 국가의 운수로서 결코 우리 민족의 힘이 부족한 때문이 아니라는 의식과, 조정에 김자점과 같은 간신이 있어서 임경업과 같은 유능한 인물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호란과 같은 국치를 당하였다는 집권층에 대한 비판의식을 아울러 반영하고 있다.

〈임경업전〉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비운에 쓰러진 명장의 일생을 영웅화한 작품으로 역사소설에 속한다. 호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과,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개인의 사리사욕만을 일삼던 간신에 대한 분노를 민족적·민중적 차원에서 소설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이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나, 기실은 외적의 침입으로 수난을 겪은 조선조의 국민들이 모두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국난중에 영웅의 활약을 갈망하고 있음에 부응하여 〈임진록〉·〈박씨전〉·〈최고운전〉 등과 함께 창작된 허구적 작품이다. 조선 후기 민족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참고문헌≫ 林慶業傳硏究(徐大錫, 韓國學論叢, 1974).(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박씨전(朴氏傳)

작자 ·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권 1책. 국문필사본. 활자본으로 한성서관판 ‘ 박씨전 ’ , 대창서원판 ‘ 박씨부인전 ( 朴氏夫人傳 ) ’ 등이 있다. 필사본인 ‘ 명월부인전 ( 明月夫人傳 ) ’ 은 이 작품의 이명(異名)이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역사소설 · 군담소설 · 전쟁소설의 범주에 넣지만,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박씨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여걸소설(女傑小說)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명나라 숭정연간 세종조(혹은 세조조)에 한양에 살고 있는 이득춘이라는 사람이 늦게 시백이라는 아들을 얻었는데 사람됨이 총명하고 비범하였다.

어느날 박처사라는 사람이 찾아와 이득춘과 더불어 신기(神技)를 겨루며 놀다가 시백을 청하여 보고는 그 자리에서 자기 딸과의 혼인을 청한다. 이득춘은 박처사의 신기가 범상하지 않음을 알고 쾌히 응낙한다. 이득춘은 정해진 날짜에 시백을 데리고 금강산으로 가서 박처사의 딸 박씨와 혼인시킨다.

시백은 첫날밤에 박씨가 천하에 박색이요 추물임을 알고 실망하여 그날 이후로는 박씨를 돌보지 않는다. 가족들도 박씨의 얼굴을 보고는 모두 비웃고 욕을 한다. 이에 박씨는 시아버지에게 후원에다 피화당(避禍堂)을 지어 달라고 청하여 그곳에 홀로 거처한다.

박씨는 이득춘이 급히 입어야 할 조복을 하룻밤 사이에 짓는 재주와, 비루 먹은 말을 싸게 사서 잘 길러 중국 사신에게 비싼 값에 팔아 재산을 늘리는 영특함을 보인다. 또 박씨는 시백이 과거를 보러 갈 때 신기한 연적을 주어 그로 하여금 장원급제하도록 한다.

시집온 지 삼년이 된 어느 날 박씨는 시아버지에게 친정에 다녀올 것을 청하여 구름을 타고서 사흘 만에 다녀온다. 이때 박처사는 딸의 액운이 다하였기에 이공의 집에 가서 도술로써 딸의 허물을 벗겨주니, 박씨는 일순간에 절세미인으로 변한다. 이에 시백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박씨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시백은 평안감사를 거쳐 병조판서에 이른 뒤, 임경업 ( 林慶業 )과 함께 남경에 사신으로 간다. 그곳에서 시백과 임경업은 가달의 난을 당한 명나라를 구한다. 그들은 귀국하여 시백은 우승상에, 임경업은 부원수에 봉해진다.

이 때 호왕(胡王)이 조선을 침공하기 앞서 임경업과 시백을 죽이려고 기룡대라는 여자를 첩자로 보내 시백에게 접근하게 한다. 박씨는 이것을 알고 기룡대의 정체를 밝히고 혼을 내어 쫓아버린다. 두 장군의 암살에 실패한 호왕은 용골대 형제에게 10만대군을 주어 조선을 치게 한다.

천기를 보고 이를 안 박씨는 시백을 통하여 왕에게 호병이 침공하였으니 방비를 하도록 청하나 간신 김자점 ( 金自點 )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침내 호병의 침공으로 사직이 위태로워지자 왕은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지만 결국 항복하겠다는 글을 보낸다. 많은 사람이 잡혀 죽었으나 오직 박씨의 피화당에 모인 부녀자들만은 무사하였다.

이를 안 적장 용홀대(龍忽大)가 피화당에 침입하자 박씨는 그를 죽이고, 복수하러 온 그의 동생 용골대도 크게 혼을 내준다. 용골대는 인질들을 데리고 퇴군하다가 의주에서 임경업에게 또 한번 대패한다. 왕은 박씨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서 박씨를 충렬부인에 봉한다.

〈 박씨전 〉 의 이본들은 그 시대배경과 사건진행으로 보아 세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작품을 추녀 박씨가 탈을 벗는 이야기로 된 전반부와, 병자호란을 당하여 영웅이 활약하는 이야기로 된 후반부로 나누어 이본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① 전반부와 후반부가 모두 선조 · 인조대의 사건으로 구성된 이본군이 그 하나이다. ② 전반부는 세종 · 세조대의 사건, 후반부는 인조대의 사건으로 구성된 이본군이 다른 하나이며, ③ 전반부에 해당되는 이야기만이 세종 · 세조대를 배경으로 전개되어 있는 유형이 나머지 하나의 이본군을 형성한다.

이러한 이본의 성격을 토대로 하여, 〈 박씨전 〉 은 〈 이시백전 〉 과 〈 박부인전 〉 이 부자연스럽게 결합된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는 설(說)이 있다. 혹은 전후반이 같은 작가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음은 물론 후반부만도 한 사람의 솜씨라고 할 수 없는 전승적 적층성을 지닌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 박씨전 〉 의 대부분의 이본은 전후반이 연결되어 전해지고 있으므로, 그 전후반 전체를 통한 총체적 인식이 이루어져야 한다.

〈 박씨전 〉 의 시대적 배경이 되고 있는 병자호란은 조선 역사상 유례 없는 치욕적 사건으로, 정치적 ·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끼쳤으며 민중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었다. 야인(野人)이라고 경멸하던 만주족에게 패배한 만큼 민중들의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현실적인 패배와 고통을 상상 속에서 복수하고자 하는 민중들의 심리적 욕구를 표현한 작품이다. 또한 〈 박씨전 〉 에서는 남성보다도 여성인 박씨를 주인공으로 하고, 박씨가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진 비범한 인물로 설정되었다는 것이 특이하다. 남성인 시백은 평범한 인물로 표현하여, 여성이 남성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부장제하의 삼종지의(三從之義)에 억압되어 살아야 했던 봉건적인 가족제도에서 정신적으로 해방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우수한 능력을 갖추어 국난을 타개할 수 있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은 ‘ 변신(變身) ’ 의 모티프를 가지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변신모티프는 작품의 구성상 사건 전개의 전환점의 구실을 하고 있다. 박씨의 변신은 비범한 부덕(婦德)과 부공(婦功)은 물론, 신묘한 도술로써 여성의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계기가 된다.

또한, 변신모티프는 박씨가 전생에 지은 죄로 인하여 추한 탈을 쓰고 태어났다고 하는 징벌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징벌이 구제됨으로써 박씨는 남편을 비롯한 시집식구들과 다른 사대부 부인들의 사회에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박씨의 변신은 입사식(入社式)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박씨가 후원의 피화당에서 삼년 동안 홀로 기거하는 기간은 시집을 위시(爲始)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관문에 해당한다. 이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박씨는 명실상부한 아내와 며느리로서 받아들여지게 된다.

≪ 참고문헌 ≫ 朴氏傳(東國大學校韓國學硏究所編, 活字本古典小說全集 제2권, 亞細亞文化社, 1976), 古典小說-朴氏傳-(民族文化社, 1983), 朴氏夫人傳(張德順 外 校注, 韓國古典文學大系 제1권, 敎文社, 1984), 李朝戰爭小說朴氏傳硏究(申東一, 陸軍士官學校論文集 第6輯, 1968), 朴氏傳硏究(金美蘭, 우리文學硏究 3집, 1978), 朴氏傳의 形成過程(史在東, 藏庵池憲英先生古稀記念論叢, 1980), 朴氏夫人傳의 主題에 대한 一考察(玄吉彦, 韓國言語文學 20집, 형설출판사, 1981). (자료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군담 소설(軍談小說)

주인공이 전쟁을 통하여 영웅적 활약을 전개하는 이야기를 흥미의 중심으로 하는 고전소설. 작품의 소재를 어디에서 취하였는가에 따라 창작군담소설·역사군담소설·번역군담소설로 나뉜다.

창작군담소설은 작중인물이나 사건이 허구인 작품으로, 〈소대성전〉·〈장풍운전〉·〈장백전〉·〈황운전〉·〈유충렬전〉·〈조웅전〉·〈이대봉전〉·〈현수문전〉·〈남정팔난기〉·〈정수정전〉·〈홍계월전〉·〈김진옥전〉·〈곽해룡전〉·〈유문성전〉·〈권익중전〉 등 수십 종이 있는데 작자와 연대가 밝혀져 있지 않다. 대체로 한글로 쓰여졌고 필사본·방각본·구활자본의 세 가지 형태로 유통되었다.

대개 작품의 배경은 중국이고 외적의 침입과 간신의 반란을 평정하는 가공적 전쟁이 등장하며, 주인공은 명문대가에서 기자치성을 드려 출생하며 어려서 많은 고난을 겪다가 도사를 만나 도술과 무예를 배우고, 국가 위기에 등장하여 적을 물리치고 왕권을 수호하는 영웅적 활약을 전개하여 그 공로로 높은 벼슬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창작군담소설이 출현한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분분하나, 1794년에 쓰여진 야마다(山田士雲)의 〈상서기문 象胥記聞〉에 〈소대성전〉·〈장풍운전〉 등의 작품명이 등장하고 1736년 중국에서 간행된 〈설인귀정동전전 薛仁貴征東全傳〉의 영향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18세기 중엽 이후에 창작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창작 시기는 작품에 따라 다르며 비교적 초기에 창작된 작품은 〈소대성전〉·〈장풍운전〉 등이고, 다음으로 〈조웅전〉·〈유충렬전〉 등이 나타났으며, 그 후 군담소설이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자 소설의 상업적 출판이 성행하면서 20세기 초까지 많은 작품이 지어진 것으로 본다.

창작군담소설은 충신과 간신의 대결로 정쟁에서 몰락했던 가문이 주인공의 영웅적 활약으로 국가에 큰공을 세우면서 부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비현실적인 도술전으로 전쟁의 양상이 기술되고 표면적으로는 전통적 유교윤리가 강조되면서도 이면에는 충(忠)이나 열(烈)에 대한 전통윤리로부터의 일탈이 심하다는 점에서 정치적 변혁에 관심이 많았던 평민층이 향유하던 작품으로 추정된다.

특히 후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정수정전〉·〈홍계월전〉 등의 작품은 여성 주인공이 군담의 주역으로 등장하여 남성보다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군담소설이 여성층에게까지 애독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군담소설로는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쓰여진 〈임진록〉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쓰여진 〈임경업전〉·〈박씨전〉이 있다. 〈임진록〉은 임진왜란의 체험을 통해 형성된 설화가 후대에 결집되어 이루어진 소설로서, 이순신(李舜臣)·권율(權慄)·사명당(四溟堂, 惟政)·김덕령(金德齡)·곽재우(郭再祐) 등 난중에 활약한 역사적 인물의 활동을 기술하고 있다. 작품의 전체적 전개는 역사적 추이를 따르고 있으나 의병장들의 일화를 중심으로 비현실적 도술에 의한 전쟁 양상을 기술하고 있다.

〈임경업전〉은 병자호란 당시 활약한 임경업 장군의 전기를 소설화한 것으로서, 역사적 사실과는 달리 임경업의 영웅성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둔 작품이며, 〈박씨전〉은 추녀였던 이시백의 아내 박씨의 이인적 면모를 드러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역사의 실상과는 달리 임경업은 호왕이 두려워하고 존경하는 명장으로서 호병을 물리칠 능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정이 무능하여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고 간신배에게 희생되는 것으로 그려지며, 박씨는 호란 당시 도술로써 적장 용홀대를 혼내준다.

역사군담소설은 주로 외적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는 민족적 능력을 과시하여 전란을 겪으면서 피폐해진 민족적 자존심을 고취하려는 의식과, 외침을 당하여 무능을 드러낸 집권층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번역군담소설은 중국소설 〈삼국지연의〉 등이 널리 애독되고 창작군담소설이 인기를 얻게 되자 중국의 연의소설 중 특히 군담이 흥미의 중심을 이루는 부분을 초역하여 독립 작품으로 간행한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일부를 초역하여 독립 작품으로 간행한 작품이 가장 많은데, 이러한 작품에는 〈삼국대전〉·〈적벽대전〉·〈조자룡전〉·〈화룡도실기〉·〈관운장전〉 등이 있다.

〈초한연의 楚漢演義〉를 축역한 작품으로는 〈초한전〉·〈장자방실기〉 등이 있고, 〈설인귀정동 薛仁貴征東〉을 축역한 작품으로 〈설인귀전〉·〈서정기 西征記〉가 있으며, 〈설정산정서 薛丁山征西〉를 축역한 작품으로는 〈설정산정서〉·〈번이화정서전〉 등이 있다. 그 밖에 〈봉신연의 封神演義〉를 축역한 〈강태공전〉, 〈진당연의秦唐演義〉를 초역한 〈울지경덕전〉 등이 있다.

군담소설은 대체로 주인공의 고난 극복과 영웅적인 호쾌한 활약을 보여주는 통속소설이다. 군담소설은 판소리계 소설과 함께 조선 후기에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했던 인기소설로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염원을 도선적 신비주의에 근거한 상상을 통하여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 일반 대중의 흥미의 성향과 상상력의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군이다. ≪참고문헌≫ 군담소설의 구조와 의미(徐大錫,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985).(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군담 소설(軍談小說)의 특징

임진 병자 양란 이후 발생하여 조선조 후기에 유행했던 한글 소설의 한 유형으로 군담, 즉 전쟁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가 되는 소설을 말한다. 허구적인 주인공과 허구적인 사건으로 꾸며 낸 창작 군담 소설 '박씨부인전', 역사에 실재한 역사적 인물의 활약상을 서술한 역사 군담 소설 '임경업전', 중국 소설을 번역 혹은 번안한 작품들 중 싸우는 이야기가 중심이 된 번역 군담 소설 '조웅전', '옥루몽' 등이 있다.

영웅 소설은 인물의 특성과 관련된 용어이나 군담 소설이라는 소재의 공통성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군담 소설은 특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사회 전체에 충격을 초래한 전쟁이 작품 속으로 유입된 결과, 작품의 내용까지도 싸우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된 작품을 지칭한다. 이러한 점은 군담 소설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고전 소설의 두드러진 경향으로 나타나게 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군담 소설에서는 대부분 플롯의 유사성이 두드러지는데, 다음과 같이 유형을 가진다. 즉, 주인공은 권문세가의 자제로서 부모의 극진한 치성으로 태어난다. 그는 난리나 간신의 참소 때문에 부모와 이별하면서 고난을 겪게 되나 도사의 구출로 비범한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그때 국가는 전란으로 위기를 당하지만 주인공이 나타나 그의 비범한 능력으로 전란을 평정한다. 이후 그는 보상으로 높은 벼슬을 얻으며, 헤어진 가족과 재회하거나 집안을 일으키면서 부귀 영화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군담 소설의 특징은 주인공이 전쟁을 통해 영웅적 활약을 드러내고,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입산하게 되는 일대기적 구성에 있다. 군담 소설의 작가들은 대부분 익명으로, 조선조 후기에 형성된 몰락 양반 또는 중인 계층으로 추측된다. 또한 소설을 인쇄하거나 대여하는 상업 집단의 발달로 보아 부녀자, 평민 등 다양한 독자층이 형성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강담사, 전기수 등의 구연(口演) 집단이 있어서 아들에 의해 보다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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