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록(夢遊錄)
by 송화은율몽유록(夢遊錄)
몽유의 형상을 빌려서 구성된 소설. 주인공이 우연히 날개를 얻어 이계(異界)로 들어가서 여러 가지 체험을 한 끝에 현실로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결국, 이계에서의 체험이 소설의 본 줄거리가 된다.
이계에 들어가기 이전과 돌아온 이후는 소설 전개를 위한 도입부와 결말에 해당하며 주인공 자신의 일상적인 생활의 시공(時空 현실)이다.
이계는 비일상적인 몽유의 시공이다. 이계는 공간적으로는 천상 · 지상 · 지하 · 수중 · 기타가 되며, 시간적으로는 과거 · 현재 · 미래 또는 무시간(無時間)의 세계가 된다.
소설구성에 따라서 이계 체험을 처음부터 분명한 꿈 형상으로 설정하는가 하면 당초에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 못하게 하였다가 이계 체험이 끝남과 동시에 꿈을 깨는 것으로 형상화하기도 한다.
우리 문학사상 몽유 형상은 몽유록계통의 소설이 출현하기 이전에 벌써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신라 조신 ( 調信 )의 설화(三國遺事 卷3, 洛山二大聖 觀音 正趣 調信 삼국유사 권3, 낙산이대성 관음 정취 조신)가 그 대표적 사례가 된다. 이규보 ( 李奎報 )의 ≪ 백운소설 白雲小說 ≫ 에도 이규보 자신의 선계로의 몽유가 서술되어 있다.
몽유의 문학적 전통을 이어받아 소설 ‘ 몽유록 ’ 이 나타나는 것을 김시습 ( 金時習 )의 ≪ 금오신화 金鰲新話 ≫ 에서 볼 수 있다.
〈 남염부주지 南炎浮洲志 〉 는 바닷 속의 한 섬인 남염부주라는 이계로의 몽유를 다루었고, 〈 용궁부연록 龍宮赴宴錄 〉 은 용궁에의 몽유를 다루었다. 위의 2편을 포함하여 현존하는 ≪ 금오신화 ≫ 5편의 소설은 구성상 한결같이 몽유의 형상을 빌리고 있다.
≪ 금오신화 ≫ 이후 이를 계승하여 임제 ( 林悌 )의 〈 원생몽유록 元生夢遊錄 〉 이 본격적인 몽유록소설로 나타났다. ≪ 금오신화 ≫ 의 몽유가 단순한 환상이요 낭만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 원생몽유록 〉 은 비록 몽유라는 낭만적 수법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비판적인 사실적 세계를 그려냈다.
〈 원생몽유록 〉 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인물이면서 작자의 감정이나 의도로 말미암아 개성적인 인물로 성격화되었다. 전편에 흐르는 분위기는 감상(感傷)과 애한(哀恨)이다.
따라서 인물의 성격도 이 분위기를 분유(나누어 가짐)하고 나타났다. 역사상의 순절 충신들이 옛 임금을 모시고 억울하고 답답하였던 지난날의 일들을 토로함으로써 소극적인 자위(自慰)를 일삼고 있다.
〈 원생몽유록 〉 의 이계는 한을 품은 영혼들이 사는 영계(靈界)였던 까닭에 분위기가 어둡고 쓸쓸하다. 등장 인물 9인이 시를 지어 부름에 따라 비감(悲感)이 고조(高調)된다. 그런 끝에 원생은 홀연히 놀라 꿈을 깬다. 원생이 꿈에서 깨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 원생몽유록 〉 이 나온 뒤에도 몽유록계 소설문학은 독자적인 발달양상을 띠고 활발하게 제작되었다. 〈 대관재몽유록 大觀齋夢遊錄 〉 은 조선 중종 때의 사람 심의 ( 沈義 )가 쓴 한문소설이다.
일명 ‘ 대관재기몽(大觀齋記夢) ’ 이라고 한다. 〈 대관재몽유록 〉 의 문장왕국에서는 문장의 고하(高下)와 관작(官爵)의 고하가 등가적(等價的)으로 형상화됨으로써 작자 자신의 비평의 의도가 고도로 우유화(寓喩化)되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이 몽유하여 들어간 이계는 최치원 ( 崔致遠 )이 천자이고 역대의 문인들이 신하가 되어 있는 문장왕국(文章王國)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대장군이 되어 김시습의 반란을 평정한다.
대당천자(大唐天子) 두보(杜甫)와 조선천자 최치원이 사단(詞壇)에 모여 시회(詩會)를 연다. 주인공은 이 나라에서 부귀와 공명을 누리다가 천자로부터 ‘ 대관선생(大觀先生) ’ 의 사호(賜號)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색 ( 李穡 )이 주인공의 장부(臟腑)를 묵즙으로 쓰기 위하여 금도(金刀)로 찌른다. 그 아픔에 놀라 꿈에서 깨어난다. 꿈을 깨고 보니 현실은 자신의 배가 불러 북과 같았다. 그리고 잔등 ( 殘燈 )이 가물거리는 가운데 병든 아내가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다.
〈 사수몽유록 泗水夢遊錄 〉 은 1942년 ≪ 인문평론 人文評論 ≫ (제2권 제4호)에 이명선(李明善)이 소개한 작자 미상의 필사본이 있고, 장서각(藏書閣) 도서의 〈 문성궁몽유록 文成宮夢遊錄 〉 이 이와 일치한다. 〈 사수몽유록 〉 은 유교주의적 왕도정치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중원 ( 中原 )에 사는 유생이 공자(孔子)와 같은 대현 ( 大賢 )이 뜻을 얻지 못하고 천하를 방황한 것을 원망하고 한탄하였다. 그러던 중에 청의동자(靑衣童子)의 안내를 받아 승천하였다. 거기서 유생은 옥황(玉皇)에게 질책을 받고 공자가 문성왕으로 있는 사수(泗水)의 소국(素國)으로 인도되어 갔다.
소국에는 공자의 제자를 비롯한 중국 역대의 유학자들과 우리 나라 역대의 유학자 등, 11명이 제각기 관직을 맡아 문성왕을 보필하고 있다. 전후 4차의 양(楊) · 묵(墨) · 노(老) · 불(佛)의 침략이 있었으나 맹가(孟軻)를 비롯한 제장이 그때마다 대전(對戰)하여 승전한다.
문성왕은 제신들과 더불어 유도 ( 儒道 )를 강론하고 자공(子貢)으로 하여금 역대의 인물을 논평하게 한다. 끝으로, 자공은 문성왕 치세의 소국을 요순(堯舜)과 비견하였고, 한유(韓愈)는 당우 삼대(唐虞三代; 요순시대와 하,은,주 시대를 이르는 말)에도 없었던 태평성대라 칭송하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기록하여 인간에 전해야 한다고 하였다. 유생에게 적은 것을 주어 돌아가게 하였다. 유생이 그것을 받아 가지고 섬돌을 내려오다가 실족하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 금화사몽유록 金華寺夢遊錄 〉 은 한문 필사본으로, ‘ 금산사몽회록(金山寺夢會錄) ’ · ‘ 금화사기(金華寺記) ’ 등의 표제로 된 3본이 있고, 1921년 세창서관 ( 世昌書館 )에서 발행한 국문본이 있다.
위의 4본은 구성 · 전개는 같으나 자구(字句)에 상이(相異)가 많다. 〈 금화사몽유록 〉 은 중화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유교적 왕도정치를 이상화한 작품이다.
청나라 강희(康熙) 말년에 산동(山東)에 사는 성허(成虛)가 금화사에서 얼핏 졸다가 중국 역대의 제왕들이 일당(큰 집)에 모여 연회하는 자리에 참여한다.
한고조(漢高祖)를 비롯한 한족(漢族)의 창업주들이 다 제왕연(帝王宴)에 참석하였다. 그러나 원나라 태조를 초청하지 않았다. 자신을 잔치에 초청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난 원나라 태조는 이들에게 도전한다. 그러자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가 그를 격퇴한다. 날이 새고 닭이 울자 연회가 파했다. 성생은 꿈에서 깨어난다.
그 밖의 몽유록으로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 강도몽유록 江都夢遊錄 〉 , 임진왜란 때 죽은 이의 수장(收藏)을 두고 유불(儒佛)의 논쟁을 다룬 〈 피생몽유록 皮生夢遊錄 〉 , 윤계선 ( 尹繼善 )의 〈 달천몽유록 達川夢遊錄 〉 , 〈 운영전 雲英傳 〉 으로 알려진 〈 수성궁몽유록 壽聖宮夢遊錄 〉 등이 전한다.
≪ 참고문헌 ≫ 李朝時代小說의 硏究(金起東, 成文閣, 1974), 古小說通論(蘇在英, 二友出版社, 1983), 夢遊錄小考(張德順, 國文學通論, 新丘文化社, 1960), 夢遊錄의 作者小攷(李家源, 書誌 2-1, 1961), 林悌와 元生夢遊錄(黃浿江, 韓國敍事文學硏究, 檀國大學校出版部, 1972), 金山寺夢遊錄攷(車溶柱, 淸州女子師範大學論文集, 1973).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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