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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 해설 / 김정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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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 김정환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작은 바퀴벌레 한 마리에 대해서 시를 쓰는 시인은 대단히 민감한 영혼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평범하거나 무딘 영혼이라면 아무것도 느끼지 않거나 징그러움 정도를 느끼고 말 테지만, 민감한 시인은 바퀴벌레 한 마리에서 타인을 보고 세상을 보고 허위와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깜깜한 밤중에 천정에서 이마로 떨어져 달아나는 바퀴벌레에 시인은 갑자기 놀란다. 무엇보다도 시인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이유는 자신에게 돌려줄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즉 바퀴벌레의 존재를 새삼스럽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바퀴벌레를 `동산'과 `부동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말장난인지도 모른다. 집이 부동산(不動産)이라면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는 동산(動産)인가? 아니면 바퀴벌레가 떨어지고 돌아다닐 때는 동산(動山)이자 가만 있을 때는 부동산(不動山)인 존재인가? 움직이는 산이라고 생각하자 바퀴벌레의 털난 다리가 더 커 보이고 다리 근육이 자신의 몸통보다 더 커 보인다.

이 시 전체는 말이 말을 낳는 식으로 연결되어 있어 확실한 의미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시인이 바퀴벌레에서 연상하고 있는 내용이 불연속적으로 튀어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에 대해 어떻게 느끼든지 시인의 말대로 바퀴벌레는 살아 있는 그 자체가 숨가쁜 진실이기도 할 것이다. [해설: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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