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바람 / 해설 / 김혜숙
by 송화은율고향의 바람 / 김혜숙
각박한 도시의 생활에서 고향을 떠올릴 때는 조금 넉넉해질 수 있다. 이해 타산과 익명성의 도시에서 고향을 상기하게 하는 계기를 만날 때 더욱 반갑고 친근한 것인지 모른다.
「고향의 바람」에서는 고향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고향의 넉넉함을, 그리고 도시의 각박함을 일깨워주는 구실을 한다. 1연에서 문 열기를 재촉하는 바람은 고향에서 불어온 것이다. 드넓은 바다에서부터 거칠 것 없는 옥수수 밭을 지나온 바람은 도시에 사는 `나의 대문'을 흔든다. 바람의 개방성과 대조되는 굳게 닫힌 대문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사는 고단한 삶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바람은 고향의 꽃을 피워낸 훈기를 머금고 있다. 그 훈기를 `나의 집'에 당도하여 풀어 놓는 것이다. 고향 바람이 지닌 훈기와 개방성에 비하여 `나의 삶'은 폐쇄적이다. 고향도 잊은 채 도시의 삶에 몰두하는 `나'는 거짓말도 잘하게 되었고 그러한 자기 기만의 아픔은 굳게 닫힌 대문과 울타리로 폐쇄된 집이 상징한다. 그 폐쇄성을 고향의 바람이, 푸근한 자연의 힘이 흔들어댄다.
문 열기를 재촉하는 고향의 바람은 앞마당의 꽃나무들을 흔들어 깨워 꽃을 피우게 한다. 개화란 꽃이 외부세계로 열려짐을 뜻한다. 바람의 훈기가 아니라면, 각박하고 폐쇄적인 삶에 대한 서슬 퍼런 각성의 바람이 아니었던들 외부로 향한 그 아름다운 열림이 가능했을 것인가. 있는 대로 모두 다 피어난 꽃을 보는 시인의 눈길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해설: 유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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