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언어 사용 지도
by 송화은율
바른 언어 사용 지도 / 교육연구관 정 종 규
교실수업개선 주제발표 (한국교원대부속 월곡초등학교)
1. 국어 교육과 국어과 교육
가. 국어 교육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에서, 이웃에서 또는 대중 전달 매체 등을 통해서 자연적으로 언어를 습득하게 된다. 이렇게 언어 곧, 국어의 사용 기능을 신장시키는데 관여하는 일체의 교육적 활동을 넓은 뜻으로 국어 교육이라 일컫는다. 국어 교육은 국어과 교육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이며, 따라서 국어과 교육을 막연히 국어 교육이라 해도 무방할 때가 있다.
국어 교육의 예로서는, 어떤 어머니가 아들의 상스런 말을 고운 말로 고쳐 주었다던가, 과학 시간이나 사회 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낱말의 뜻을 알려주거나 낱말의 발음을 교정해 주었을 때도 국어 교육이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밖에도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매스컴을 통해서, 또는 사회 각처에서 국어 교육은 부단히 이루어지며, 학교의 정규적인 국어과 시간에도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국어 교육은 학교 밖에서의 비의도적, 비체계적, 자연 발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언어의 모든 습득 및 전수와 학교 내에서의 국어 교과와 다른 교과목을 통하여 이뤄질 수 있는 모든 부류를 포함한다.
나. 국어과 교육
국어과 교육은 학교에서 교과목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으로서 좁은 뜻으로 쓰인다. 국어과 교육은 ①국가가 정한 법령에 따라 ②국어 교과서를 가지고 ③국어과 시간에 ④국어과 학습 지도를 담당할 수 있는 유자격자(교사)에 의하여 의도적, 체계적, 합목적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한다.
다. 국어과 교육의 강화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초등학교 시기가 언어 형성기라는 점에서이다. 말은 그냥 잘 쓰이고, 바르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언어 형성기인 아동기에 집에서 바로 가르치고, 학교에서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한 살부터 세 살 때까지 어휘가 형성되며, 네 살부터 3학년 때까지는 언어 습관이 형성된다. 그리고 4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는 언어 체계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학교 이상의 단계는 언어 발전기라고 한다. 이 때는 이미 초등학교 때 형성된 언어가 발전하는 시기이다.
어린 시기에 서둘러서 교육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우리의 말과 글을 제대로 가르치는 일이다. 초등학교 시기야말로 평생의 언어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국어과 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2. 바른 말과 고운 말의 지도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대중 매체를 통해서 사용하는 언어는 바른 말, 고운 말이어야 한다. 바른 말이란 어법(문법)에 맞는 말을 이른다. 잘못된 발음, 잘못된 낱말, 잘못된 문법적 표현 및 잘못된 표기 등은 바른 말이 아니다.
고운 말이란 순화된 말을 이른다. 은어, 비속어(卑俗語), 욕설, 유행어, 방언, 외래어 등은 고운 말이 아니다.
이제 우리의 언어 현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왜 그러한 언어 현상이 생겼는가에 대한 원인을 생각해 보고, 학교에서의 국어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어야 하겠다.
가. 발음 문제
오늘날 어린이들의 발음 문제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連音 法則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꽃이를〔꼬시〕로,빚을은〔비슬〕로 잘못 발음하고 있다. 이는〔꼬치〕,〔비즐〕로 발음해야 옳다. 바른 말 사용에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발음 문제이다. 언어 생활의 바탕은 음성 언어의 사용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발음 지도, 특히 연음 법칙을 살리기 위한 지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동들이 읽기 책을 읽을 때, 어떤 낱말을 잘못 발음하는지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유의해서 발음할 낱말은 책에다 밑줄을 치게(발음 유의 표시) 한다. 그리고 그 낱말은 소리내어 여러 번 따라 읽게 한다. 또한 국어 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시간에도 발음지도는 필요하며, 혹은 언어현장에서도 꾸준히 지도해 주어야 한다. 반복 지도, 꾸준한 지도만이 그릇된 발음을 올바른 발음으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강조해서 지도해야 할 발음>
꽃이 〔꼬치〕 꽃을 〔꼬츨〕 꽃에 〔꼬체〕 꽃으로 〔꼬츠로〕 |
흙이 〔흘기〕 흙을 〔흘글〕 흙에 〔흘게〕 흙으로 〔흘그로〕 |
닭이 〔달기〕 닭을 〔달글〕 닭에 〔달게〕 닭으로 〔달그로〕 |
빛이 〔비치〕 빛을 〔비츨〕 빛에 〔비체〕 빛으로 〔비츠로〕 |
빚이 〔비지〕 빚을 〔비즐〕 빚에 〔비제〕 빚으로 〔비즈로〕 |
햇볕이〔핻벼치〕 햇볕을〔핻벼틀〕 햇볕에〔핻벼체〕 햇볕으로〔핻벼트로〕
밭이 〔바치〕 밭을 〔바틀〕 밭에 〔바테〕 밭으로 〔바트로〕
밥솥이〔밥소치〕 밥솥을〔밥소틀〕 밥솥에〔밥소테〕 밥솥으로〔밥소트로〕
부엌이〔부어키〕 부엌을〔부어클〕 부엌에〔부어케〕 부엌으로〔부어크로〕
무릎이〔무르피〕 무릎을〔무르플〕 무릎에〔무르페〕 무릎으로〔무르프로〕
잎이 〔이피〕 잎을 〔이플〕 잎에 〔이페〕 잎으로 〔이프로〕
윷이 〔유치〕 윷을 〔유츨〕 윷에 〔유체〕 윷으로 〔유츠로〕
※ 활용〔화룡〕○ 활약 〔화략〕○ 절약〔저략〕○
〔활룡〕× 〔활략〕× 〔절략〕×
※ 공권력〔공꿘녁〕○ 상견례〔상견녜〕○ 동원령〔동원녕〕○
〔공꿜력〕× 〔상결례〕× 〔동월령〕×
나. 어휘 문제
(1) 수를 셀 때 관습적으로 쓰는 우리말
〈 한 달, 두 달 〉 석 달, 넉 달 |
〈 자동차, 오토바이, 비행기 〉 석 대, 넉 대 |
〈 물, 커피, 녹차, 우유, 소주, 쥬스 〉 석 잔, 넉 잔 |
〈 종이, 우표, 유리, 사진, 베니어판 〉 석 장, 넉 장 |
〈 글자의 수를 셀 때 : 한 자, 두 자 〉 석 자, 넉 자 |
(2)바램과 바람
바램 :바래다의 명사형. 본디의 색깔이 옅게 변함(=退色)
바람 :바라다의 명사형. 생각한대로 되기를 원함(=所望)
※ 오늘날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방송 기자, 방송 진행자, 심지어는 이름 있는 아나운서 중에도 이 말들을 구별하지 못한 채, 잘못 쓰고 있는 실정이다.
(3) 높임말과 낮춤말
저희 나라와 우리나라
이빨 ― 이 ― 치아
할아버지 치아는 아직도 좋으십니다.
다. 어법 문제
(1) 형용사에는 명령형을 쓸 수 없다.
건강하십시오. →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부지런하여라. → 부지런히 하여라.
깨끗하여라. → 깨끗이 하여라.
조용해라. → 조용히 해라. 조용히 하여라.
(2) 보어와 술어의 구성 관계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좋은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 편안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거운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 즐거운 여행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는 상대편에게 하는 말이다. 이 때 상대의 주체는 듣는 사람, 즉당신이 된다. 그래서당신은 좋은 하루 되십시오와 같은 말이 되고 만다. 사람이 어찌좋은 하루혹은좋은 시간이 될 수 있는가?
라. 표기 문제
(1) 뒤뜰 야영 ○ 위쪽 ○ 위칸 ○ 뒤축 ○
뒷뜰 야영 × 윗쪽 × 윗칸 × 뒷축 ×
※ 뒤에 된소리(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ㅋㅌㅊㅍ)가 오면 사이ㅅ을 쓸 수 없다.
(2) 살다 → 삶 알다 → 앎 만들다 → 만듦 ○ 만듬 ×
(3) 학부모 총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
학부모 총회를 개최하고저 합니다. ×
(4) 그는 부지런하므로 잘 산다.(이유 : 하기 때문에)
그는 열심히 일함으로 삶의 보람을 느낀다.(수단, 방법, 재료 : 하는 것으로)
(5) 인간의 행복과 무한한 번영을 추구함으로써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함 ○
인간의 행복과 무한한 번영을 추구하므로써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함 ×
※ ‘-써’는 수단, 방법, 재료 등을 나타내 주는 ‘-으로’ 다음에 쓰인다.
(6) 이것으로 축사를 갈음하는 바입니다. ○
이것으로 축사를 가름하는 바입니다. ×
※ “갈음”은 ‘바꾸다, 대신하다‘의 뜻을 가진 ‘갈다’의 명사형이다.
→ 부속품을 갈다. 이름을 갈다.
“가름”은 ‘가르다’의 명사형으로서 ‘서로 나눔’의 뜻을 가지고 있다.
→ 유산을 가름하다. 일을 가름하여 맡다.
(7) 가늠을 잘 해야 단발에 명중시킬 수 있다.
※ 가늠하다 : 목표나 기준에 맞고 안 맞고를 헤아리는 일
《 언어는 사회적 계약이다 》
지금까지 발음 문제, 어휘 문제, 어법(문법) 문제를 통하여 바른 말 사용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한 마디로 우리말이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말을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언어의 혼란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언어란 우리의 사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자의적(恣意的)인 기호이다. 이 언어 기호는 그것이 나타내는 개념(의미)과 형식(글자, 말)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요 임의적인 것이다. 예를 들면나무를 꼭나무로만 말해야 할 필연적인 까닭이 있었던 게 아니라, 다만 우리가 그것을나무라고 부르도록 약속한 것이다. 같은 사물을 언어에 따라 달리 이르는 것(나라마다 표기가 다름)은 이러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그러나 이 恣意性은 개인이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언어는 자의적인 기호이기는 하나 사회적인 계약이다. 따라서 말하는 이는 이 계약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계에 혼란이 와 언어는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서언어의 혼란을 걱정하는 이유가 있다.
마. 외래어 사용 문제
(1) 외래어의 사용 동기
외래어는 외국 문화나 외국 문물과의 교섭에서 생긴다. 외국 문화나 외국 문물과 접촉하게 되면 이에 관련되는 외국어도 전래된다. 문화적인 교섭과 함께 언어 사이의 교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다른 문화와의 교섭 없이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문화가 거의 없는 것처럼, 외국어와의 교섭 없이 완전히 고립되어 독자적으로 발달되어 온 언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휘 체계 내에 외래어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는 없다.
그런데 각국은 자국의 언어를 보호하기 위해서 외래어를 마음대로 수용하지는 않는다. 외래어가 수용되는 조건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 한가지가 미국의 언어학자 하게트(C. Hockett)가 들고 있는 위세적 동기(prestige-motive)와 필요적 동기(need-motive)라는 것이다. 앞의 동기는 거드름을 부리기 위해서, 뒤의 동기는 필요해서 외국어를 수용한다는 것이다.조사라는 말 대신에리서치라 하고,출발대신에스타트라 하는 따위는 전자의 예이며,버스텔레비젼셔츠등은 후자의 예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문제로 삼는 것은 위세적 동기에 의해서 많은 사람들이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어가 고유한 우리말과 글을 밀어내는 것은 물론, 크게 오염시키고 있다. 예를 들면 ‘녹지대’ 라는 우리말을 몰아내고 ‘그린벨트’라는 외국어가 버젓이 상전 노릇을 하고 있다. 즉 엄연히 우리나라의 말이 있음에도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말이 있으면 우리말을 써야 한다. 그것이 국민 된 도리요, 교양인의 자세다. 우리말로 대신 바꾸어 쓸 말이 없을 경우, 즉 필요적 동기에 의해서만 외래어를 써야 한다.
(2) 상품 이름과 외래어
우리는 흔히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 민족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주눅이 들어 있다. 홀로 서기에 자신을 갖지 못하고, 남에게 의지하고 큰 것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애써 만들고도 떳떳하게 우리말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서양말로 이름을 붙인다. 이렇게 서구어로 이름을 붙이는 것은외제의 냄새를 내거나, 외제로 위장하기 위함이다. 이는 여우가 호랑이 탈을 쓰고 거짓 위세를 드러내자는 것으로 그 속셈이 당장 드러나고 만다.
외국어로 된 제품이 외국에 수출되어 외국인에게 팔리는 제품이라면 백번을 양보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아닌, 우리나라 안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에 외국어 이름이 많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말로 된 상품을 세계 시장에 내어놓아 떳떳하게 경쟁해야 한다. 우리의 모국어로 된 세계적인 상품명(브랜드)도 나와야 한다.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외국어가 아니라 이해하기 쉽고, 매력이 있는 우리말로 이름지음으로써 구매욕을 갖도록 해야 한다.
(3) 상호와 상품명 보기
㉮ 외래어 사용실태
◦ 2002. 6. 8. 현재 총 796개 국내 상장 법인들 중 순우리말로 된 상호를 사용하는 기업은 단 두 개 뿐임 → (주식회사)빙그레, (주식회사)오뚜기
나머지는 모두 순한자, 영문, 외래어와 한글조합, 한자와 한글조합으로 된 것들임
◦ 외래어 상호 비율 : 피자ㆍ햄버거집 96%, 경양식집 77.4%, 제과점 70.4%, 미용실 96.0% (1998. 새국어생활)
◦ 텔레비전 방송 제목 중 외래어를 포함하고 있는 제목 : 63.2%(1998. 새국어 생활)
◦ 대도시 상가 간판의 81.2%가 외래어 간판이다.(2001. 2, 26. 조선일보)
◦ 여성지 이름, 자동차 이름, 의류이름 등의 상품명은 서양계열 이름이 대부분이며 특히 여성잡지 이름은 아예 영어로 표기하고 있다.
※ 박카스, 미원, 누비라, 하이트, 하이닉스, 포스코,
㉯ 고유어 상품명
◦〔보기〕'보드론‘(이불) ’새로나‘(백화점), ’잠뱅이‘(국산 청바지)
◦ 잘 만들어진 상호, 상품명의 파급효과
〔보기〕 ‘식물나라‘(화장품)라는 상품명이 호응을 얻음
과일나라(화장품), 나무나라(바닥장식재), 깨끗한나라(화장지), 머리나라(미용실), 한복나라(한복집), 소주나라(소주집)
〔보기〕 ‘노래방’ 이름이 호응을 얻음 : 소주방, 안마방, 찜질방
◦ 어린이 공원 이름
서울시는 ‘창신제1어린이 공원’, '개포5블럭 공원' 등 어린이 공원 이름을 무미건조한 관청식 이름에서, 어린이 정서에 맞게 곱고, 쉬운 이름으로 바꿈. 시는 적절한 이름을 찾기 위해 인근 초등학교에 의뢰, 어린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기도 함
〔보기〕온달 공원, 평강 공원, 배밭골 공원, 살곶이 공원, 채송화 공원, 참새 공원, 옹달샘 공원 등
◦ 간판 이름 (1998. 11.19, 조선일보)
서울시가 보기 좋고, 부르기 좋으며, 듣기 좋은 우리말 간판을 뽑아 발표
〔보기〕가위소리(미용실 이름), 철학마당(음식점 이름 : 품격있게), 느티나무(음식점 이름 : 정답게),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한정식 집)
바. 국어순화
우리말이 있는데도 외국말을 쓰는 경우를 보기로 한다.
〔한자어〕
야생화→들꽃 종자→씨, 씨앗, 파종→씨뿌리기
도작→벼농사 건시→곶감 흑임자→검은깨
춘계→봄철 추계→가을 목저→나무젓가락
영아→젖먹이 도서→책 완구→장난감
고식적→임시변동의 해안→바닷가 과년도→지난 해
공란→빈칸 공히→함께 이하여백→아래빈칸
시건장치→잠금장치 분말→가루 체류하다→머무르다
진입하다→들어가다 저의→속셈 부채→빚
부단한→끊임없는 매월→다달이 매년→해마다
목전의→눈앞의 단서→실마리 다과→많고 적음
심심한→깊은 차제에→이번 기회에 수주하다→주문받다
간조→썰물 만조→밀물 해태이유서→지연사유서
하계방학→여름방학 추계 운동회→가을 운동회
더하기, 빼기, 덧셈, 뺄셈, 모눈종이, 반지름, 지름, 맞선꼴, 제곱, 알림, 넓은 뜻, 좁은 뜻, 별자리, 달리기, 이어달리기등의 말은가산, 감산, 가법, 감법, 방안지, 반경, 직경, 대칭형, 자승, 통지, 광의, 협의, 성좌, 경주, 계주의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만들어낸 말들이다. 이들 말들은 특히 학교교육에 의해 의도를 가지고 새로 만들어 낸 말들인데 이미 생명을 얻어서 자리를 굳혔거나, 거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
〔일본어〕
요지→이쑤시개 와리바시→나무젓가락 자부동→방석
사라→접시 사시미→생선회 와꾸→틀, 테두리
데모도→조수 부지→터 견본→본보기
아다리→적중 시야시하다→차게 하다 다마→알, 구슬
마에가리→가불 쓰메끼리→손톱갂기 가리→임시
기리까에→바꾸기 고오바이→기울기 도끼다시→갈기
시다→보조원 노가다→노동자, 종사자 가이당→층계, 계단
가부시끼→나눠내기 다반사→예삿일, 흔한 일
도시락, 통조림, 가락국수, 단무지, 덮밥, 단팥죽, 꼬치안주, 튀김, 건널목, 물수건, 그림물감, 책꽂이같은 말들은벤또, 간스메, 우동---등과 같은 일본어를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정책적인 계획 조어에 의해 지어진 새말들인데, 완전히 생명을 얻어 통용되고 있다. |
《 민족의 자존심 》
우리의 언어 생활에서 일본말을 사용하는 경우는 민족의 자존심까지 상하게 만든다. 일본말의 사용은 외래어 사용 동기와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서, 정복자의 강요에 의해 학습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다른 외래어 사용과는 달리 부끄러운 언어 유산이다.
위 보기의 새말들이 성공적으로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 말이 제안되던 때의 민족의식, 민족감정의 힘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본말을 그대로 쓰거나 일본식 한자어를 함부로 쓰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말 속에 들어 있는 일본말의 잔재를 씻어 내어야 한다.
〔서양 외국어〕
오일펜스→기름막이 핸드폰→휴대폰 페스티벌→큰 잔치
가이드북→안내서 가이드→안내 그라운드→운동장
리스트→목록 룰→규칙 칼라→깃
찬스→기회 펀치→주먹 데이터→자료
게스트→손님 다이어리→일기장 딜러→분배상, 판매원
드라마→극, 연극 다이얼→번호판 랭킹→순위
루머→소문 리허설→예행연습 믹스하다→섞다
펀드→기금 네임벨류→명성, 이름값 포럼→공개 토론회
프로모션→흥행사 카리스마→권위 캐스팅보트→결정권
디스플레이→진열, 전시 컬러풀하다→다채롭다 파워게임→세력 다툼
R&D→연구ㆍ개발 M&A→인수ㆍ합병 CEO→최고 경영자
LPG→액화석유가스
바캉스(휴가), 트러블(말썽), 트릭(속임수), 넘버(번호), 뮤지컬 쇼(음악극), 리더(지도자), 테스터(시험), 아르바이트(부업), 라이벌(적수, 맞수), 코스트(원가), 볼륨(부피), 갭(틈)등과 같이 이들이 외국어라는 의식은 분명한데, 이에 대한 우리말 대신쓰기에 있어서는 아직 우리말이 지위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
3. 국어에 대한 가치관 지도
― 말과 겨레 ―
말은 그 민족의 정신이요 생명이라, 정신이 없는 몸뚱이가 살아갈 수 없으며, 흥해갈 수 없음도 당연하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말이 쇠함을 따라 그 임자인 겨레가 쇠하며, 말이 망함을 따라 그 임자인 겨레가 또한 망함을 나타내는 실례가 없지 아니하니, 만주말과 만주 겨레가 곧 그것이다.
저 만주족이 중국을 정복하여 중국에서 청나라를 세워 수억의 한족을 300년 동안 통치하였건만, 한족의 문화 용광로 속에서 녹아, 제 고유의 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겨레 그것도 함께 그 흔적이 희미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날에는 만주 천지에서 만주 말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드문 보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로마제국에게 나라를 빼앗긴 유태인들은 1900여 년 동안 유럽, 아메리카 등의 각지에 흩어져 유랑하면서, 간 곳마다 갖은 천대와 박해를 당하면서 그들의 말까지 조금씩 잃게 되었다. 그렇기에 유대인의 지도자들은 자기 조상들이 본래 쓰던 히브리말을 되살려 쓰자는 운동을 일으켜 밤이면 히브리어 성경 읽기를 잊지 않았다.
핍박받던 그들은, 1948년 유엔의 결의로 옛 땅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와서 이스라엘 공화국을 세웠다. 옛 땅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200만 명 가량인데, 그들이 흩어져 살던 곳의 다름을 따라 그 쓰는 말도 가지각색이어서, 48종의 다름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히브리어가 있었다. 그들은 광복한 조국을 운영하기 위하여 고대의 히브리어를 국어로 삼아 말의 통일을 꾀하였다. 세계를 방랑하던 유태인들이 다시 이스라엘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히브리어와 유태교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1872년 프로이션(독일)의 비스마르크는 프랑스의 알자스와 로렌에 있는 학교에서는 도이치말만 가르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당시를 배경으로 쓴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소설에서 ‘한 겨레가 남의 나라의 노예가 되더라도 제 나라말을 꼭 지키고 있는 동안은 감옥에 갇힌 사람이 그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우리들은 프랑스 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독일의 피히테는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강연에서 언어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기 보다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면서 한 민족이 자신의 언어를 지키는 것이 극히 중요함을 강조했었다.
때문에 선진 각 국은 오래 전부터 외래어 추방 운동을 끊임없이 벌여오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마르틴 루터는 종교 개혁의 기치를 들면서 로마 교황청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일 민족의 주체성을 지키려면 독일어로 된 성경을 읽어야 한다.며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일에 착수했다. 독일에서는 루터 이후 라틴어와 프랑스어 추방 운동이 활발해져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터키 공화국 초대 대통령이 된 케말파샤는 터키 재건의 초석은 바로 썩고 낡은 외래어의 추방에 있음을 확신하고 외래어 찌꺼기를 쓸어내기 위해 글자의 혁명과 말의 순화 작업에 착수했다.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어렵고 복잡한 아라비아 글자를 추방하고 로마 글자를 도입했는가 하면, 터키 정신을 되살리자는 목적으로 문헌과 사투리에서 터키말을 채집, 터키말 사전을 펴내고 터키말 부활 운동을 폈다. 새 용어는 모두 터키말로 제정하고, 외국어와 외래어를 몰아냄으로써 터키말 순화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반대도 있었다. 1952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자, 터키말로 된 헌법을 다시 아라비아말로 되바꾸는 사태가 전개됐고, 철학 용어도 오스만말로 되바꾸는 등 순화 운동을 송두리째 뒤엎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군사 혁명이 일어나고 민정 이양 과정에서 정의당이 집권하자 다시 국어 순화에 힘썼고, 젊은이들이 앞장서서 터키말을 쓰는 등 노력하여 현재 외래어 비율이 39%로 크게 줄었다.
이에 비하면 일제 치하 때 끈질긴 말살 정책을 견뎌 낸 우리말, 그리고 우리말을 잘 지켜준 우리 웃 세대들은 정말 자랑스럽다. 이제 우리말을 더럽히는 몇 줌의 일본말을 쓸어 내고, 그 일본말에 스스로가 오염되었음을 부끄러이 여길 줄 모르는 일부 계층이 깨달음을 갖게 하는 일은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 35년을 굳건히 견딘 의지와 노력에 비하면 아주 간단한 작업이라 할 것이다.
4. 우리의 겨레말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언어 생활은 극심한 언어 혼란에 처해 있고, 외래어 사용이 성행하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 이러한 때에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로 하여금 바른 언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는 교단에 선 우리 교사들에게 참으로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국민의 기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 교사들은, 어린이들이 교실에서부터 우리말
을 바로 찾고, 제대로 쓰게 하며, 나랏말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도록 지도하여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모국어에 배어 있는 민족 정신을 바로 이해하게 하고, 그 정신 세계를 구축해 나가도록 하여 장차 참된 한국 민족의 한 구성원이 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겨레말은 어찌 보면 신비스럽기까지 한 존재여서, 우리의 겨레말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는 자연히우리라는 의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끼리의 상호 확인과 우리 아닌 사람을 구별시켜 주는 겨레말을 바르게 사용하고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은 올바른 민족관과 투철한 주체성을 길러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어느 민족이나 사회가 창조한 문화는 그 민족이나 사회가 소유한 언어에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그 까닭은, 언어 자체가 그 민족의 전통이나 환경에 의하여 창조된 역사적 소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국어 교육은 우리 국어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남다른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참 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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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화관광부, 이런 말 실수 저런 글 실수,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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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남기심ㆍ김하수, 당신은 우리말을 새롭고 바르게 쓰고 계십니까, 샘터, 1995.
9. 한국교육개발원, 교육개발, 1997년 3월호.
10. 조선일보사, 조선일보, 1982년 11월 5일, 2001년 2월 26일.
11. 동아일보사, 동아일보, 1990년 8월 15일.
12. 한국일보사, 한국일보, 1997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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