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미도네스
by 송화은율
미르미도네스
뮈르뮈돈은 트로이아 전쟁 때, 아킬레우스가 끌고 간 군대였다. 이 종족의 이름을 따서 오늘날에도 정치상의 수령에 대해서 열광적으로 절도 없이 맹종하는 자는 모두 뮈르미돈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종족의 기원을 보면 맹렬하고 잔인한 종족이라는 인상보다 근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종족이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아테네의 왕 케팔로스는 그의 옛 친구요 동맹자이기도 한 아이아코스 왕의 조력을 얻고자 아이기나 섬을 찾아왔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와 전쟁을 하고 있을 무렵이였다. 케팔로스는 환대를 받고 원군의 청탁도 쉽사리 승낙되었다. 아이아코스는 말했다.
"나는 많은 백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우리 국토를 방위하는데 충분할 뿐만 아니라 당신이 필요로 하는 인원을 나누어 드릴 여력을 가지고 있소."
케팔로스는 대답했다.
"대단히 기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의 같은 연배의 청년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전에 제가 본 일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아이아코스는 긴 한숨을 내쉬며, 슬픔이 어린 음성으로 대답했다.
"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하던 차입니다. 곧 이야기하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시면 처음에는 가장 슬펐던 일로부터 때로는 행복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당신이 전에 알고 있던 사람들은 지금 티끌과 재가 되었습니다. 노한 헤라가 내린 역병(역병)이 이 나라를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헤라가 이 나라를 미워한 것은 그 이름이 자기의 남편의 여러 애인중의 한 사람의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병이 자연의 원인에 의하여 일어나 것으로 생각되었을 동안에는 우리는 전력을 다하여 자연의 약으로써 이에 저항하였습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우리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병이라는 것이 명백해져서 우리는 모든노력을 포기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하늘이 지상에 내려앉은 것 같았고, 두꺼운 구름이 뜨거운 공기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4개월 동안 지독한 남풍이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질병이 우물과 샘에까지 감염되었습니다. 수천 마리의 뱀이 지상에 기어다녔고, 샘에다 독을 뿜었습니다. 질병은 처음에는 하등동물, 개,소,양,새들에게 위세를 부렸습니다. 불행한 농부는 그의 소가 일하는 도중에 쓰러지고, 밭고랑을 갈다가 죽어 넘어지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매애>하고 울부짖는 양들은 털이 빠지고 몸은 날로 여위어 갔습니다. 전에는 경주에서 제일 가던 말도 이제는 승리를 다투지 않고 외양간에서 신음하였고, 명예롭지 못한 죽음을 하였습니다. 산돼지는 그의 광포한 성질을 잃었고, 사슴도 그의 민활성을 잃었으며, 곰도 이제는 소떼를 습격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생기를 잃었습니다. 시체는 길에도 들에도 숲에도 널려 있었습니다. 공기는 시체의 독기로 충만하였습니다.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ㅏㅁ는 개도, 새도, 굶주린 이리도 시체에는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 시체가 부패하니 질병은 더욱더 만연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병은 시골 사람들을 엄습하고 점차 도시의 주민들에게도 만연하였습니다. 이 병에 걸리면 처음에는 양볼이 붉어지고 호흡이 곤란해집니다. 혀도 거칠어져서 붓고, 건조한 입은 혈관이 확대되어 벌어지게 되고, 공기를 갈망하게 됩니다. 환자들은 그들의 옷이나 침대의 열을 견딜 수 없어 땅바닥에 누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면은 그들을 식혀 주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이 누워 있는 지면을 뜨겁게 하였습니다.
의사들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질병은 의사들까지도 휩쓸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환자에게 접근하면 바로 감염되었기 때문에 충실한 의사일수록 빨리 그 희생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모든 구제의 희망은 사라지고 질병의 유일한 해방자는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성한 사물에 대한 모든 존경의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시체는 묻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화장하는 데 사용하는 나무도 부족하여 그 쟁탈전이 일어날 지경이었습니다. 울어 줄 사람조차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들과 남편, 늙은이와 젊은이가 다같이 애도하는 사람 없이 죽어 갔습니다.
제단 앞에서 나는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습니다. <제우스여, 당신이 정녕 저의 아버지이시거든, 그리고 저와 같은 아들을 치욕으로 생각지 않으신다면 저의 백성을 돌려보내 주십시오. 아니면 제 목숨도 앗아가십시오!"
이런 말을 하자, 뇌성이 들려왔습니다.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저건 무슨 징조로구나. 제발 신이 나를 버리지 않으시겠다는 좋은 징조이기를!"
마침 내가 서 있던 곳 근처에 가지가 크게 벌어진 참나무가 서 있었는데, 그것은 제우스에게 바쳐진 것이었습니다.
그때 언뜻 보니 한 떼의 개미가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조그만 곡식을 입에 물고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렬로 나무에 기어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많은 수에 놀라면서 말했습니다.
"오, 아버지시여, 저에게 이와 같이 많은 국민을 주셔서 텅 빈 도시를 다시 채우도록 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그 나무는 바람도 불지 않았으나 가지를 흔들면서 살랑살랑 소리를 냈습니다. 나는 사지가 떨렸으나, 땅과 나무에 키스를 하였습니다. 확실히 자각하지는 못했으나, 나는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밤이 왔고, 나는 여러가지로 심뇌가 많았기 때문에 바로 잠이 들었습니다
꿈 속에서도 참나무가 나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무수한 가지는 다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로 덮여 있었습니다. 나무는 가지를 흔들며, 부지런하게 곡식을 모으는 개미떼들을 지상으로 던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상에 떨어진 개미들은 점점 커져서 얼마 가지 않아 똑바로 서고, 여분의 다리와 검은 빛깔을 버리고 마침내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나는 잠을 깼습니다. 그리고 나의 최초의 충동은 나에게서 아름다운 꿈을 빼앗고 그 대신 실제로 아무 것도 주는 바가 없는 신들을 원망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신전 앞에 조용히 앉아 있으려니까, 밖에서 많은 사람들의 음성이 들리고, 그 소리는 내 주의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음성은 최근에 들어본 적이 없던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 텔라몬이 신전의 문을 열어젖히면서 부르짖었습니다.
"아버지, 여기에 오셔서 보십시오. 아버지의 희망 이상의 것을 보십시오."
나는 나갔습니다. 꿈에도 본 바와 같은 무수한 인간이 같은 모양으로 행렬을 지어 자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내가 놀람과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그들은 가까이 와서 무릎을 꿇고 나를 그들의 왕이라 부르며 맞아들였습니다. 나는 제우스에게 서약을 하고 빈 도시를 이 새로이 탄생한 종족에게 배당하며, 전답을 분배하는 일에 착수하였습니다.
나는 그들이 개미[뮈르메크스]에서 나왔기 때문에 뮈르미돈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은 그 사람들을 보셨지요. 그들의 성질은 그 전신인 개미의 성질과 같습니다. 그들은 부지런한 종족으로서 모으기에 열중하고, 일단 모은 것은 헛되이 쓰지 않습니다. 그들 가운데서 당신이 필요로 하는 병력을 보충하십시오. 그들은 당신을 따라 기꺼이 전쟁터에 나갈 것입니다. 그들은 나이도 젊고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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