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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고도 조심성 없이 / 이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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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고도 조심성 없이 / 이솝 /유종호(柳宗鎬) 옮김


병 든 사자가 동굴 속에 누워 있었습니다. 사자는 절친한 동무인 여우에게 말했지요.

"내가 회복되어 살기를 바란다면 자네의 달콤한 혓바닥을 놀려 숲 속에 살고 있 는 큰 사슴을 꾀어 내 발톱이 미치는 곳으로 데려오도록 하게나. 나는 사슴의 창자와 허파가 먹고 싶단 말일세."

여우는 나가서 숲 속에서 뛰놀고 있는 사슴을 발견했습니다. 거기 끼여들어가 여우는 사슴에게 이렇게 인사말을 붙였지요.

"나는 아주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우리들의 왕인 사자님과 내가 이웃이 란 것은 알고 계시지요? 병환이 나서 오늘내일 하십니다. 그래서 어떤 동물이 다 음에 왕이 되어야 할지를 생각하고 계시거든요. 돼지는 지각이 없고, 곰은 게으름 뱅이요, 표범은 성미가 고약하고, 호랑이는 허풍선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슴 이 왕좌(王坐)에는 가장 적임자라는 것이지요. 귀도 인상적으로 크고 장수하는 동 물인 데다가 두 뿔은 뱀도 무서워한다는 것이지요. 요컨대 귀하가 왕으로 지명되 신 겁니다. 이 소식을 처음으로 전해 드리는 제게 무슨 대답을 주시렵니까? 어서 말씀해 주세요. 전 서둘러야 합니다. 사자님은 매사에 제 조언에 의존하십니다. 그래서 곁에 있기를 바라실 것입니다. 이 늙은이의 충고를 따르셔서 저와 함께 가셔서 임종(臨終) 때까지 사자 곁에 눌러 계십시오."

이 말에 사슴의 마음은 자부심으로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런 의심도 않고 동굴로 갔습니다. 사자는 열을 내어 사슴에게 덤벼 들었지요. 그러나 발톱으로 사슴 귀를 찢을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사슴은 급히 숲 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여우는 자기 헛수고에 실망하여 두 손을 치고 야단이었습니다. 사자는 분하고 배가 고파서 큰 소리로 탄식하고 으르렁거렸습니다. 종당에 사자는 다시 한 번 시도해서 사슴을 꾀어 오라고 여우에게 간청했습니다.

"제게 맡기시는 일은 참 어렵고 성가신 것이지만 그러나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여우는 대답했지요. 그리고 간교한 궁리를 하면서 사냥개처럼 사슴을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몇 목동들에게 피가 묻은 사슴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사슴이 들어간 숲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었습니다. 급히 도망쳐 와서 몸을 식히고 있는 사슴을 보고 여우는 뻔뻔스럽게도 말을 붙였습니다. 사슴은 노여움으로 머리카락이 쭈뼛해졌지요.

"네놈에게 다시 걸리지 않겠다. 내게 가까이 오기만 하면 살려 두지 않겠다. 가서 너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속여 먹어라. 딴 사람을 찾아 내어 왕으로 삼고 분통을 터뜨리렴."

하고 사슴은 말했습니다.

"그리도 친구인 우리를 의심한단 말이오? 사자님이 귀하의 귀를 잡은 것은 돌아 가시기 전에 마지막 충고와 교시를 내리시려 한 것입니다. 왕으로서의 큰 책임에 관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병 든 환자의 손에 긁히는 것조차 견디지를 못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자님은 지금 당신보다 더 화가 나셔서 이리를 왕으로 삼으 시길 바라고 계십니다. 우리에겐 고약한 왕이 될 것입니다. 자, 저와 함께 가시고 두려워 마십시오. 양처럼 유순하십시오. 모든 나무 잎새와 샘을 두고 맹세하지만 사자는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 이외엔 누구도 상전으로 모시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속임수로 여우는 재수 없는 사슴을 다시 함께 가도록 하였습니다.

동굴로 들어서자마자 사자는 사슴을 먹어 치웠고 뼈와 골수와 내장도 모조리 삼켰습니다. 여우는 서서 구경을 했지요. 시체에서 염통이 떨어져 나오자 그는 몰래 나꿔채어 자기 수고에 대한 보수라고 먹어 치웠습니다. 사자는 그것을 놓치고 두루 찾았습니다.

"염통 찾기를 그치는 게 좋아요."

하고 여우는 안전한 거리에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은 염통이 없으니까요. 두 번이나 사자 굴과 사자 손아귀로 찾아드는 녀석에게서 무슨 염통을 기대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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