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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분석 능력 배양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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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분석 능력 배양

 

문학이 창조한 형상은 현실 속의 어떤 것에 일 대 일로 대응하거나 구체적으로 어떤 사물을 지칭하지 않는다. ‘홍길동(洪吉童)’이 조선조 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어떤 조건이나 경향의 반영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결코 실재한 인물은 아니다. 그것은 실제 세계와는 전혀 별개로 창조된 하나의 형상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문학이 그려내는 형상은 독자적(獨自的)이며 자족적(自足的)이고 완결적(完結的)이다.

 

문학적 형상의 이러한 독자성자족성완결성은 그 형상으로 하여금 어떤 것의 지칭(指稱)이 아니라 상징(象徵)이 되게 한다. 상징은 그 홀로 존재하되 무엇인가 그것 아닌 다른 것을 대신하는 형상이다. 유치환의 깃발에 나오는 소리없는 아우성이라는 형상은 현실 속의 아우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아우성으로서의 진실을 지닌 어떤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사물의 뒤틀리고 덧씌워진 현실적 모습을 넘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있는 본질로서의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처럼 문학의 진실 추구는 형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 진실을 이해하고 발견하는 능력은 그 대상의 본질을 분석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속마음을 감추고 그것을 호도하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말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듯이 현실 속의 행위나 언어도 변형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문학 능력은 그 변형된 현실을 상징으로 이해하여 그 의미를 읽어 내고, 또 새로운 상징인 형상으로 제시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문학 능력의 교육은 먼저 작품 또는 삶의 모습에서 그것이 무엇의 표상(表象)인가를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 된다.

 

그런데 표상은 하나의 기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상상의 본질이 진실의 추구에 있는 것이므로 표상은 진실에 이르는 의미 작용이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표상의 해독 능력은 다시 그 표상에 담긴 의미가 어떤 진실을 추구하는 것인가를 읽어 내는 데 이르러야 한다. 이 세상의 진실은 하나로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진실이 어떤 삶의 진실이며 무슨 의미 작용을 일으키고 있는가를 분석하는 능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소월(金素月) 진달래꽃은 특정 집단이 추구하는 진실인가, 아니면 한 시대가 추구하는 진실인가, 혹은 한 개인이 문제라면 그것은 행위의 방식인가, 아니면 존재의 본질인가 등등 그 의미가 작용하는 범위와 지향을 분석함으로써 이해된다. 또 나뭇잎이 떨어지는 하나의 현상을 두고도 그것이 어떤 의미 작용을 함으로써 어떤 가치를 형상화하는 가를 읽어 내는 분석 능력이 문학 능력이 된다.

 

이처럼 문학 능력은 일차적으로 문화를 분석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이런 조건에 비추어 이 측면과 관련된 문학 교육의 목표는 그 첫 단계로 문화 분석의 능력을 그 도달점으로 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연구소, 󰡔국어교육학 사전󰡕, 대교 출판,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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