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문학에서의 상상력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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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서의 상상력

 

문학은 언어를 통해 현실 세계와는 다른 별도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때문에 현실 세계의 구체적인 무엇을 직접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래서 문학을 허구(虛構)라고도 하고 상상력의 소산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만들어 내되 멋대로가 아니라 경험 세계에 근사하게 조직된 것이다. 만일 경험 세계의 뒷받침이 없는 문학이 있다면 넋두리가 되거나 무의미한 글자의 나열에 그치고 말게 된다. 아무리 독특한 경험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삶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거기에는 누구든 동의하고 수긍할 수 있는 삶의 진실이 담겨 있을 터이므로 사람들은 그것을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을 접하는 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것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매우 다양하다. 그 가운데에서 문학은 진실을 추구하되 형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것들과 현저한 차이를 지닌다. 그런데 그 형상은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창작자는 자신이 체험, 관찰, 생각한 바를 나타내되 주관적 관점과 상상을 통해 재구성하므로 허구성을 지닌다. 그러나 비록 허구라 할지라도 그 상상은 개연성이 있기에 공감을 준다.

문학을 가리켜 허구적 진실이라 할 때 진실은 인간을 둘러싼 그 모든 것을 꿰뚫는 보편적인 진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보편적 진실은 이미 실재하는 사실이 아니라 허구, 즉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진실은 인간이 그렇다고 믿어야 할 가치의 범주에 속한다. 그것을 믿게 만드는 것이 문학의 근본적인 역할이다.

문학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감염력을 바탕으로 문학의 세계를 통해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만드는 데서 문학의 생명력의 원천을 찾을 수 있다. 노래를 통해, 이야기와 연희를 통해 인간은 그러한 진실의 세계를 자기 삶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학의 다양한 양식과 구성 법칙은 이러한 기능의 실현을 위한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로 설명되는 상상의 범주 내에 존재하는 진실을 읽어 내는 일이 그리 수월한 것은 아니다. 설령 창작자의 머리 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창작자 자신 역시 명쾌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다기하게 얽힌 상념들을 때로는 덜어내고 때로는 결합하면서 이끌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진실이 매우 추상적인 것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문학은 형상으로 제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접근의 통로가 마련된다.

문학이 다루는 형상은 가시적이고 개별적이다. 따라서 그 형상을 이루고 있는 제 요소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지각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요소를 연결해주는 보이지 않는 끈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여기에 연상이라는 사고 활동이 개입된다. 문학과 관련된 연상은 창작 과정이냐 수용 과정이냐에 따라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전자가 한정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쪽에 가깝다면 후자는 열려 있는 맥락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구별된다. 창작자는 자신이 경험했거나 지각한 요소들이 어떤 연관 관계에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의미를 발견하거나 부여한다.

예를 들면, 창작자는 꽃병에서 활짝 피어난 꽃과 쓰레기통에 버려진 시든 꽃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꽃과 인간을 동일시하는 한 편의 시를 쓰게 된다. 그러나 그 시를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과정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꽃이나 인간에 관해 가능한 모든 생각들을 떠올려 보아야 한다. 왜 두 사물이 연관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유 연상이라는 사고 활동이 수반되는 것이다. (문학교육원론, 100-117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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