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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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문학사의 운동은 계승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앞시대의 문학은 뒷시대의 문학으로 지속되고, 지속과 함께 변화가 일어나는데, 지속과 변화를 함께 포괄하는 것이 계승이다. 계승은 지속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변화를 초래하는 데 귀착한다. 어느 시기의 문학, 문학의 어느 갈래, 어느 작품은 모두 지속과 변화를 아울러 내포한 계승으로서 존재하고, 계승되면서 존재한다. 그런데 지속과 변화의 비중은 항상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지속이 두드러진 현상이고, 어떤 경우에는 변화가 두드러진 현상이다. 구비문학에서는 지속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변화는 실제로 적게 일어났고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록문학에서는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그러나 지속이 변화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중략>

 

그러나 구비문학적 지속성이나 기록문학적 변화는 둘 다 지나치게 강조할 것은 아니다. 구비문학과 기록문학을 비교해 볼 때, 구비문학에서는 변화의 비중이 적고, 기록문학에서는 지속성이 비중이 적은 것이 사실이지만, 구비문학에서도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기록문학 또한 지속되면서 변화를 겪었다. 기록문학에 존재하는 지속성 중에는 구비문학에서 유래하고 구비문학이 보장해 주는 것도 있다.

 

<중략>

 

문학의 지속성과 변화는, 전통의 계승에는 긍정적 계승도 있고 부정적 계승도 있다는 각도에서 설명할 때 더욱 명확한 이해가 이루어진다. 전통은 앞시대 문학이 뒷시대 문학에 미치는 작용이다. 일단 이루어진 앞시대 문학은 어떻게든지 뒷시대 문학에 작용을 미친다. 다만 그 작용이 퇴화할 수도 있고 생동하는 모습을 지닐 수도 있지만, 퇴화가 전통의 단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통이 단절되면 다시 계승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퇴화된 전통은 필요에 따라서 다시 계승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다. 앞시대 문학이 뒷시대 문학에 미치는 작용이 생동하는 모습을 지닐 때, 이러한 현상을 계승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계승은 긍정적인 계승만이 아니고, 부정적인 계승일 수도 있다. 긍정적인 계승에서는 변화보다는 지속성이 두르러지게 나타나고, 부정적인 계승에서는 지속성보다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앞시대 문학의 작용이 뒷시대에도 계속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작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면, 긍정적 계승이 이루어진다. 앞시대 문학의 작용은 뒷시대에 이르러서 극복해야 할 장애라고 생각해서, 이 작용을 극복하고자 하면 부정적 계승이 이루어진다. 부정적 계승은 앞시대 문학의 작용을 논쟁과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점에서, 전통의 퇴화를 초래하는 앞시대 문학의 작용에 대한 무관심과는 구별된다. 부정적 계승은 전통 계승의 정상적인 방법의 하나이고 문학의 발전을 초래하지만, 전통의 퇴화는 문학의 발전에 장애가 생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략> 문학에서의 변화는 부정적 계승의 결과로 생긴다. 그러나 부정적 계승은 또한 긍정적 계승이기도 하다. 부정적 계승은 앞시대 문학의 두드러진 전통에 대한 부정이다. 그러나 앞시대 문학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전통만 지였던 것이 아니고,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던 전통이 또한 존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논리이다.

 

전통은 단선적인 것이 아니며, 어떤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었는데, 그것을 부정하면서 이와 대립되어 있으면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던 다른 전통을 긍정하는 것이 부정적 계승의 일반적인 양상이다. 예컨대 김유정의 소설은 그보다 앞서 성행했던 소설의 오랜 전통, 귀족적 영웅소설에서 신소설로, 신소설에서 이광수 소설로, 이광수 소설에서 1820～1930년대 소설로 긍정적으로 계승되어 온, 세상의 잘못 때문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 부당한 고난을 겪는다고 하는 소설의 공식적 구성과 진지한 문체를 거부하고, 판소리계 소설의 민중적 성격과 골계적 표현을 긍정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주인공의 수난에 말려드는 격정극적인 설정을 거부하고, 주인공이 수난을 당할수록 비판적 거리를 취하는 새로운 소설은 김유정 다음에 채만식에 이르러서 더욱 분명하게 성장했는데, 이러한 과정은 부정적 계승의 특징을 면밀하게 살펴 이해해야 할 것이다. ▷ 조동일, 󰡔문학 연구 방법󰡕, 지식산업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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