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매 기르기

by 송화은율
반응형

매 기르기

강재항 지음

이의강 번역

매는 맹금류로 사육하기가 어렵다. 세상의 매를 사육하는 자들은 길어야 삼사 년을 기르고 짧으면 일이 년을 기르며, 심지어는 두 세 달을 넘기지 못하고 매가 달아나거나 죽거나 하여 오래 사육하지 못한다.

어떤 노인이 매를 삼십오 년이나 사육하였지만 그 매가 죽지도 않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매를 기르는 어떤 자가 그에게 가서 물었다.

"매는 사육하기 지극히 어렵습니다. 소인이 매를 사육해 보았지만 길어야 삼사 년이고 짧으면 일이 년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두세 달을 넘기지 못하고 매가 달아나거나 죽거나 합니다. 지금 들으니 선생께서 매 한 마리를 기르는데 삼십오 년이 되었지만 죽지 않고 달아나지도 않는다고 하니, 어떻게 된 것입니까. 이에 대해서 묻고자 합니다."

노인은 이렇게 답하였다.

"내가 매를 기르는 특이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네. 무엇을 그대에게 알려주겠는가. 그러나 그대가 나에게 굳이 물으니 내가 그대에게 숨기지 않겠네. 그대는 들어보게.

무릇 매는 맹금류이네. 장백산 기슭에서 태어나 덕림산 벼랑에서 성장하는데, 넓은 바다와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네. 매는 산림에 대한 본성과 창공을 날고자하는 의지를 지녀 기르기가 옹졸한 닭이나 오리처럼 쉽진 않다네. 사냥꾼이 그물을 쳐서 그물코에 매가 걸리면 끈으로 매의 몸을 잡아 묶고 가죽으로 된 팔찌에 올려 놓고 먹이지. 낮에는 팔뚝에 올려 놓고 밤에는 등불을 켜 놓고 기르면서 가까이는 노끈으로 시험해 보고 멀리는 휘파람소리로 시험해 보지. 상아, 녹각, 쇠방울로 자태를 아름답게 꾸며 주고 쥐, 비둘기, 닭, 참새로 배를 채워 주지. 그리하여 조금씩 조금씩 사람과 가까워지게 한 뒤 굶기기도 하고 물을 주지 않기도 하면서 길을 들여 그 훈련이 몸에 완전히 배게 만들지. 그리하여 매의 산림에 대한 본성을 틀어막아 사람에게 양육되는 데 익숙해지도록 하고, 창공을 날고자 하는 의지를 잊게 만들어 사람의 손에 길이 들도록 하지. 삼십 일쯤 되면 매는 사람과 가까워지고 오십일쯤 되면 서로 스스럼없게 되지. 그러나 매의 산림에 대한 본성은 변함이 없고 창공을 날고자 하는 의지는 굳건하여, 마음을 움직여주는 것이 있으면 그동안 길러준 것을 돌아보지 않고, 기운을 충동시켜 주는 것이 있으면 그동안 훈련받은 것을 생각지 않게 된다네.

무릇 바람은 만물을 움직이는 것인데 새는 바람을 좋아한다네. 매는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날아서 바람을 만나면 그 기운이 바야흐로 솟아나서 스스로 멈출 수 없다네. 한 번 날면 마음이 흡족해지고 두 번 날면 자유 자재로 날고 세 번 날면 구속을 벗어나 구름을 가로질러 하늘 끝까지 올라가 아득히 가는 곳을 알 수 없게 된다네. 그래서 나는 창문 아래에 깃발을 세워놓는다네. 아침에 일어나면 그 깃발을 살펴보아서 바람이 불면 매를 날리지 않는다네.

무릇 저녁은 만물이 슬퍼하는 바이고, 산림은 새가 돌아가는 곳이라네. 해가 져서 산이 어두워지면 온갖 새들은 숲에 있는 보금자리로 들어가지. 서로 짝을 부르고 암수가 호응하여 높고낮은 울음소리가 숲에 울려퍼지지. 그런 소리를 매가 들으면 마음에 느낌이 일어 방황하고 주저하다 동쪽서쪽 돌아보고는 마침내 달아나버리게 된다네. 나는 산 위에서 해를 살펴보아 해가 기울었으면 매를 풀어놓지 않는다네.

무릇 매는 맹금이지만 그 혈맥과 근골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네. 몸도 너무 수고롭히면 고단해지고 정신도 너무 사용하면 피폐해진다네. 매는 꿩과 크기가 서로 비슷하고 그 힘도 서로 별 차이가 없다네. 매도 꿩을 쫒아 날면 혈맥이 동요되고 발톱으로 쳐서 잡으면 근골이 피폐해진다네. 한 마리의 꿩을 잡을 때는 힘이 왕성하지만 두 마리를 잡으면 힘이 쇠해지고 세 마리를 잡으면 힘이 고갈된다네. 힘이 고갈되면 병이 들고 병이들면 죽게 되는 것이라네. 세속의 매로 사냥하는 사람들은 이를 경계하기는 커녕 공을 탐내고 많이 잡은 것을 자랑하고자, 매의 힘이 쇠해졌는데도 만족하지 않고 힘이 고갈되었는데도 멈추지 않고 사냥을 계속 시켜 네 마리, 다섯 마리, 심지어는 열 마리까지 잡는다네. 그리하여 매의 기량이 더욱 쇠해지고 기력이 더욱 고갈되면 매는 능히 치솟을 수도 없고 능히 진퇴할 수도 없게 된다네. 숲에 부딪쳐 날개가 찢어지고 바위에 충돌하여 허리가 부러지는 낭패를 당하여 거꾸로 떨어져 허무하게 죽고 만다네. 나는 꿩을 세 마리만 잡으면 매를 날리지 않는다네.

무릇 매가 도망가게 되는 길이 두 가지이고 죽게 되는 길이 두 가지인데, 나는 이 네 가지를 삼가 지키기 때문에 매가 삽십오 년이 되었지만 죽지도 않고 달아나지도 않는 것이라네."

질문한 사람이 재배하고 나오면서 말하였다.

"선생의 가르침을 삼가 잘 들었습니다."

어떤 군자가 이 말을 듣고는 기이하게 여겨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 사람은 현자인가? 현자로서 매에 은둔한 사람인가?"

하고는, 직접 가서 물었다.

"선생의 매를 기르는 조리있는 말씀을 전해 들었는데, 제가 비루하여 그 비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히 이에 대하여 묻고자 합니다."

 

그 노인이 대답하기를,

"나는 매를 직업으로 기르는 사람이오. 단지 매에 관해서 알 뿐이니, 어찌 다른 것에 관하여 알겠소."

하였다. 군자가 대답을 강요하자, 그가 말하였다.

"내가 젊었을 때는 유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훌륭한 선생들의 문하에서 노닐었고 고금의 전기(傳記) 내용을 대략 들었지요. 전기의 내용을 가지고 고찰해 보겠소.

한 고조(漢高祖)는 스스로 사냥하는 방법을 안다고 여겼는데, 진(秦) 나라와 초(楚) 나라를 과연 사냥하였지오. 그러나 한신(韓信)과 경포(경布)는 모두 매처럼 하늘에 치솟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자들이었소. 한신은 제(齊)를 바람으로 삼았고 경포는 회남(淮南)을 산림으로 삼았는데, 한 고조는 능히 경계하지 못하였지요. 그래서 한신은 제 때문에 망하였고 경포 역시 회남 때문에 망하였던 것이오. 진 소왕(秦昭王)도 일찍이 여섯 나라를 사냥하였지요. 그러나 백기(白起)가 장평(長平)의 높지 않은 성벽에서 힘을 다해 싸워야만 했고 결과적으로 그뒤 두우(杜郵)에서 자살해야만 되었소.

한 무제(漢武帝)도 역시 흉노를 사냥한 적이 있지요. 그러나 이릉(李陵)이 준계산(浚溪山)에서 흉노가 굴러떨어뜨리는 바위덩어리에 기력이 꺾여 항복함으로써 그동안의 공적이 무너지고 말았소. 그러므로 '공을 탐내는 자는 멸망하고 얻은 것을 자랑하는 자는 잃는다.'고 하는 것이오. 천년의 역사에서 사냥을 아는 사람으로는 오직 한(漢) 광무제와 송(宋) 태조가 거기에 가까울 뿐이오.

내가 훌륭한 선생들에게서 듣고 전기의 내용에서 살펴본 것은 이와 같을 따름이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군자가 길게 한탄하며 말하였다.

"옛날에 포정(포丁)은 현자로서 소잡는 데 은둔했고, 윤편씨(輪扁氏)는 현자로서 수레바퀴를 깎는 데 은둔했습니다. 당신은 진실로 현자로서 매기르는 데 은둔했다고 하겠습니다."

 

강재항(姜再恒) : 1689∼1756. 춘양(春陽)출신으로, 자는 구지(久之), 호는 입헌(立軒)이며 본관은 진주(晉州)이다. 윤증(尹拯)의 문인으로 경전, 백가, 천문, 지리 , 술수 등에 모두 통하였다. 저서로 ≪입재유고(立齋遺稿)≫가 전한다. 위 글은 한국문집총간 제210집 ≪입재유고≫ 권6에 실려 있으며, 원제목은 <양응자설(養鷹者說)>이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추진위원회 국역연수원교양강좌 자료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