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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신의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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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신의

 

퍽 오래 된 옛날에 사실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마음 착한 김 씨 한 분이 무근(사실에 없는 일, 근거가 없다는 말)의 죄명

을 입어서 감옥에 갇히었습니다. 아무리 변명을 하여도 효과가 없이 마지막

재판을 받아 사형(죽이는 형벌)을 받을 날짜만 기다리게 되어 버렸으므로

하는 수 없어서,

그러면 우리 집에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니 죽기 전에 잠깐 돌아가서

최후(마지막)의 하직이나마 하고 오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울면서 애원하였습니다.

너를 잠시라도 놓아주면 아주 멀리 도망해 버릴 것이니까 그것도 허락할

수 없다.”

하여 먼 시골서 헛되이 기다리고 계신 늙으신 부모님께 마지막 인사도 못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서울 근처에서 그 소문을 들은 박 씨라는 친구가 있어,

그에게는 그가 무죄 백방(죄 없는 것이 판명되어 놓여 진다는 말)되어

돌아올 것을 믿고 손꼽아 기다리고 계신 부모님이 계신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는 허언을 할 남자가 아닌즉 한 번 온다 하면 죽을 땅이라도 반

드시 온다는 날에 돌아올 것입니다. 그것을 못 믿으시면 그가 돌아올 때까

지 내가 대신 감옥에 들어가 있겠습니다. 만일 그가 도망하고 다시 오지 않

거든 나를 대신 죽이실 셈하고 제발 그를 보내어 마지막으로 부모님 얼굴을

보고 오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나섰습니다.

목숨 아끼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소. 한 번 놓여 가기만 하면 다시 죽

으려고 기어들 사람이 어디 있겠소. 암만 친구간이라도 그런 짓은 그만두시

.”하고 모든 사람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박 씨는 자진(남이 시킨 것

이 아니고 자기 스스로 한다는 말)하여 옥에 들어가 있고 그 대신 김 씨를

열흘 동안 다녀오게 보냈습니다. 10일 간이란 참말 속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10일 안으로 돌아온다던 그는 돌아오지도 않고 아무 소식도 없었습

니다. 그래 약속대로 박 씨만 죽게 되었습니다.

그것 보지. 으레 그럴 줄 알 일이지 누구인들 죽으러 올 사람이 있겠소.

아무리 친한 친구이기로 박 씨가 어리석은 짓을 해서 목숨을 잃어버리게 되

었지.

이런 소리가 빗발치듯 하였습니다.

 

사형을 하루 연기하고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또 하루를 기다리

어도 소식이 없기 때문에 그제는 박 씨를 그냥 집행(정한 대로 실행하는

) 하기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그가 돌아오지 못하는 것은 무슨 못 올 까닭이 생긴 것이 분명하고 그는

그렇게 무신(無信)한 사람이 아니오.”

하고 조금도 원망하는 빛이 없이 사형장으로 나아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박 씨의 죽음을 아까워하면서 차마 보지 못하고 눈들을 가

리우고 혹은 울기도 하는데, 그 때 먼 뒤로부터,

잠깐만 참으시오! 잠깐만 잠깐만!”

하고 소리치면서 허덕허덕 달려오는 사람이 있으므로 모두 돌아다보니 도망

간 줄 알았던 김 씨가 뛰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여름철이라 비가 많이 와서 산중으로 돌아오는 중로(中路)에 길이 무너지

고 다리가 떠내려가고 물이 막히고 하여 고생 고생 돌아오느라고 늦어졌던

것입니다.

금방 사형을 당할 뻔한 친구의 손목을 잡고 고마운 인사를 하고 나서,

자아, 내가 왔으니 나를 죽여 주시오.”

하였습니다.

아니 아니 그대 같은 사람들을 죽일 수 없소.”

하고 임금은 손수 내려가서 박 씨와 김 씨의 손목을 서로 맞잡아 주고, 

시 그 두 어깨에 한 팔씩 얹으면서,

나같이 변변치 못한 사람도 그대들 틈에 한몫 낄 수 있을는지……. 청컨

대 나도 한 친구로 넣어 주시오.”

하였습니다.

 

〈《어린이 6 4, 1928 7월호, 방정환

 


출처 : 공유마당

이용조건 :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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