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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고(登高)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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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고(登高)

바람이 빠르며 하늘이 높고 원숭이의 휘파람이 슬프니

물가가 맑고 모래 흰 곳에 새가 돌아오는구나.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

다함이 없는 긴 강은 잇달아 오는구나.

만 리에 가을을 슬퍼하여 늘 나그네가 되니

한평생 많은 병에 혼자 대에 오른다.

온갖 고통에 서리 같은 귀밑머리가 많음을 슬퍼하니

늙고 초췌함이 흐린 술잔을 새로 멈추었노라.

 

바람이 빠르며 하늘이 높고 원숭이의 울음이 슬프게 들리는데,

물가가 맑으며 모래가 흰 곳에 새가 날아서 돌아온다.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내리고,

다함이 없는 긴 강은 계속하여 흘러오는구나.

만리타향에서 가을을 슬퍼하며 늘 나그네 신세가 되니,

평생 많은 병을 지닌 몸으로 홀로 대에 오르도다.

간난에 시달려 서리같이 센 귀밑털이 성가시게 많음을 몹시 슬퍼하나니,

늙고 신수가 사나움에 새로이 술잔을 멈추었노라.

요점 정리

갈래 : 칠언 율시

연대 : 두보가 56세 때(767년) 지음

표현 : 대구법, 선경 후정

성격 : 애상적, 영탄적

제재 : 중앙절의 등고

연대 : 성종 12년 (1481년 언해)

주제 : 인생무상(人生無常)과 노경의 처량한 심회

출전 :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 초간본 권 10

구성

風急天高猿嘯哀

풍급천고원(잔나비원)소(휘파람소)애

가을의 쓸쓸한 경관(시각+청각)

수련

비추지경

(비탄스러운

가을의 정경)

渚淸沙白鳥飛廻

저청사백조비회(돌회)

無邊落木簫簫下

무변락목소(쓸쓸할 소)소하

강가의 풍경 (청각+시각)

함련

不盡長江滾滾來

부진장강곤(물흐를곤)곤래

萬里悲秋常作客

만리비추상작객

외로운 나그네의 슬픔

경련

고한지정

(고통스럽고

한스러운 삶)

百年多病獨登臺

백년다병독등대

艱難苦恨繁霜빈

간(어려울간)난고한번상빈(귀털밑빈)

노경의 처량한 탄식

미련

요倒新停濁酒杯

요(겉늙을 요)도(무너질도)신정탁주배(술잔배)

 

 

내용 연구

 

바람이 빠르며 하늘이 높고 원숭이의 휘파람이 슬프니

물가가 맑고 모래 흰 곳에 새가 돌아오는구나. (1-2행 가을의 적막한 정경)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떨어지고

다함이 없는 긴 강은 잇달아 오는구나. (3-4행 강가의 쓸쓸한 모습)

만 리에 가을을 슬퍼하여 늘 나그네가 되니

한평생 많은 병에 혼자 대에 오른다.(5-6행 외로운 나그네의 슬픔)

온갖 고통에 서리 같은 귀밑머리가 많음을 슬퍼하니

늙고 초췌함이 흐린 술잔을 새로 멈추었노라. (7-8행 노경의 처량한 탄식)

가을 바람이 소슬하게 불며 하늘은 맑아 한결 드높고 원숭이 울음소리는 처량하게 들리는데

(가을산의 정경을 시각과 청각을 동원하여 묘사하고 있다. 원숭이는 그 울음소리가 휘파람을 부는 것 같다는 데서 '소소'한 표현이 관용적으로 쓰였다.)

맑은 강변 백사주에는 물새들이 제 보금자리인양 날아든다.

(시청각에 의한 가을의 정경묘사, 전구와 대구를 이루고, 새가 안식처로 돌아온다는 표현 속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작가의 처량한 심회가 함축되어 있다.)

우수수 지는 낙엽은, 져도 져도 한없이 자꾸만 떨어지는데,

(싸늘한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의 묘사이다. "간난에 서리 같은 귀밑털'과 같은 인생과 조응되는 풍경이다.)

무진장으로 흐르는 강물은, 흘러도 흘러도 다함이 없이 잇고 이어서 오는구나

( 자연의 유구함, 인생의 덧없음을 넌지시 함축한 표현이다.)

객지 만 리를 유랑하며 가을을 슬퍼하여 내내 나그네의 몸이 되니, 한평생 허구한 노심과 병고로 지친 몸이 친구도 없이 홀로 대에 올라 답답한 가슴을 헤쳐 보려고 한다.

(여기서 '병'은 육체적인 질병만이 아니고, 정신적인 고뇌, 간난 등을 지칭한 것이다.)

간난에 시달려 서리같이 센 귀밑털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것을 몹시 슬퍼하나니,

(온갖 고통으로 서리 같은 귀밑털이 많아짐을 심히 슬퍼하노니.)

늙고 영락한 몸임을 생각하매 또 한 잔 탁주잔을 들어 한스러운 마음을 달래려 한다.

(늙고 병든 몸으로 슬픔을 술 한 잔 술로 풀어보는 작자의 독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사나옵다'는 팔자가 사납다는 뜻과 몰골이 사납다는 뜻의 중의로 쓰였다. )

등고(登高) : 음력 9월 9일 중앙절의 풍습이다.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높은 곳에 오르는 일. 등척(登陟)·등돈(登頓)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등산은 레크리에이션 또는 스포츠로서 즐기지만, 옛날의 등고는 산의 정기를 쐬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호연지기를 기르는 수양의 수단으로서, 또는 일정한 목적이나 모임을 위한 것이었다. 그 예로서 신라 화랑도의 수련과정, 문인과 묵객들이 경치 좋은 곳에 올라가 시문을 짓던 것을 들 수 있다. 조선 순조 때 김정희(金正喜)가 북한산에 자주 올라, 그때까지 무학대사(無學大師)의 한양 도읍비라고 믿던 비석의 비문을 판독하여 신라 진흥왕 순수비임을 밝혀낸 것은 목적 있는 등고의 본보기이다.

 

가을 산의 정경을 시각과 청각을 동원하여 묘사하고 있다. 원숭이는 그 울음 소리가 휘파람을 부는 것 같다는 데서 소소(蕭蕭)한 표현이 관용적으로 쓰임.

시각과 청각에 의한 가을의 정경 묘사. 전구와 대구를 이룬다. 새가 안식처로 돌아온다는 표현 속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작가의 처량한 심회가 함축되어 있다.

싸늘한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의 묘사로, '간난에 서리같은 귀밑털'과 같이 인생에 조응되는 풍경이다.

전구와 대구를 이루며, 유구한 자연에 비해 인생의 덧없음을 함축한 표현이다.

여기서 '병'은 육체적인 질병만이 아니고, 정신적인 고뇌, 간난 등을 지칭

늘 변함 없이 흘러가는 자연의 영원성과 병마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인생의 순간성을 상징적으로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다.

온갖 고통으로 귀밑머리가 하얗게 새어 버릴 만큼 늙어 버린 노경을 탄식 모습을 표현하고 있고, '사나옵다'는 팔자가 사납다는 뜻과 몰골이 사납다는 뜻의 중의적인 표현이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명(明)의 호응린은 고금(古今) 칠률(七律) 중에 가장 으뜸 가는 작품이라고 격찬을 받은 작품으로 '등고'는 7언 율시(七言律詩)의 형식으로, 싸늘한 가을 바람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높은 언덕에 앉아, 늙고 병든 몸으로 슬픔을 한 잔 술로 풀어 보는 작자의 독백을 담은 작품이다.

 

자연의 흐름 속에 비춰진 인생의 무상함이 대구법과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이루어진 선경후정(先景後情)의 묘사를 통해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수련(首聯)과 함련( 聯)에는 자연적인 배경을, 경련(頸聯)과 미련(尾聯)에 서정적 자아의 정서를 표현하는 선경후정의 시 작법을 통하여, 가을이라는 계절에 느끼는 상념을 표현했다.

조락(凋落)의 가을 풍경에 조응(照應)된 인간의 모습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유구함과 대비된 인생의 무상함,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정서를 사실적으로 느끼게 하며, 오랜 세월 동안 피난과 생활고로 지병인 폐병이 악화되고 가을로 접어 들면서 귀가 먹어버린 자신의 처량한 심회를 노래하고 있다.

심화 자료

두보의 시풍(詩風)

오늘날 전해지는 두보 시는 대략 1,470여 수이다. 그 시를 보면 고난으로 가득찼던 유랑의 시기에 따라 각각 시풍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다른 시인에게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드문 일이다. 두보 시는 그의 엄격한 정신을 표현한 격조 높은 것이었다. 철저하게 사실을 묘사하는 수법과 엄격한 성률(聲律)에 의해 세상일이나 사람의 감정을 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백의 자유분방한 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두보 시의 긴밀하고 엄격한 구성은 이백을 앞서는 특히 율시에 관해서 말하자면, 초당(初唐)에 완성된 금체(今體 : 近體) 형식이 두보에 의해 비로소 생명력을 갖게 되었다.

두보의 고시(古詩)와 악부(樂府)에는 당시 눈앞에 보이던 사회모순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백성의 고난을 호소한 것이 많다. 이것이야말로 〈시경 詩經〉 이래의 풍유(諷諭) 정신을 계승한 것이고 이른바 중국 시의 올바른 전통이다. 백거이(白居易)와 원진(元)이 두보의 시를 존중한 것도 그 풍유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함이었다. 이백의 시는 육조에서 안사의 난 전까지의 낭만정신이 최고로 발휘된 것이고, 두보는 안사의 난 이후의 현실주의적 시풍을 연 것이다. 나아가 그의 시는 다음 시대인 북송(北宋)의 왕안석(王安石)·소식(蘇軾)·황정견(黃庭堅) 등에 의해 높이 평가되어 오늘날까지 여전히 민중을 위한 시인으로 널리 존중되고 있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두보와 이백의 시풍 비교

구분

두보 - 시성

이백 - 시선

사상

유교적, 현실적, 평민적

도교적, 탈속적, 귀족적

성격

돈후(심덕이 두텁다), 인자

호방, 표일(뛰어나게 훌륭함)

경향

현실적 사실주의 문학

가공적 낭만주의 문학

내용

우수어린 인생 무상

낙천적, 유미적 내용

시작 태도

갈고 다듬는 시

단숨에 내리쓰는 시, 즉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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