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비 파리를 물고
by 송화은율두터비 파리를 물고
두꺼비가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뛰어 올라가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흰 송골매가 떠 있기에 가슴이
섬뜩하여 펄쩍 뛰어 내닫다가 두엄 아래 자빠졌구나.
마침 날랜 나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쳐서 멍들 뻔했구나.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풍자시(諷刺詩)
표현 : 대조, 의인, 상징법
성격 : 풍자적, 희화적(戱畵的), 우화적(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
주제 : 관리 혹은 양반들의 허장성세(虛張聲勢) 풍자, 약육강식의 험난한 세태 풍자
특징 : 권력 구조의 비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서민적인 일상어를 구사함.
출전 : <진본 청구영언>
내용 연구
두터비[두꺼비로 힘없는 백성을 상징하는 '파리'와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관리나 외세를 상징하는 '백송골'의 중간에 서서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부패한 양반이나 지방 관리]가 파리[힘없는 백성 혹은 힘없는 선비]를 물고 두험[두엄(지방 벼슬 자리)] 위희 치달아[올라가] 앉아 - 두꺼비가 파리를 잡음. 관리 혹은 양반의 허세(虛勢)
건넌 산[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백송골[(白松骨) : 날랜 매의 일종. 흰 송골매로 두꺼비보다 높은 중앙 관리를 비유]이 떠 있기에 가슴이 금즉하여[끔직해서] 풀떡[펄쩍 뛰여 내닫다가[앞으로 뛰어 나가다가] 두엄 아래 자빠지거고[자빠졌구나]. - 백송골에 놀람. 양반들, 혹은 지방 관리의 무능(無能)
모쳐라[마침] 날랜 낼싀만졍[나이었기 망정이지(다행이지)] (하마터면) 에헐질[멍들. 어혈(瘀血 : 살갗에 피가 맺힐)이 질] 뻔 하괘라[뻔 하였구나][두꺼비의 변명. 관리 혹은 양반들의 비굴성(卑屈性)을 나타내는 것으로 못난 사람이 집안에서 잘난 체하며 큰소리를 치지만, 밖에 나가면 별 볼 일 없는 것을 비유한 말로 허장성세와 자화자찬이 담겨 있음.]- 두꺼비의 위선
이해와 감상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사설 시조로, 탐관오리가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合理化)하는 내용이다. 초장의 '파리'는 힘없는 백성 혹은 선비를 나타낸 것이고, '두터비'는 부패한 양반 관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중장의 '白松骨(백송골)'은 두꺼비보다 높은 중앙 관리를 비유한 것이다. 즉 인간의 계층 단계와 비리를 동물의 약육강식(弱肉强食)으로 상징(象徵)화하여 풍자하고 있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못살게 굴면서 강한 사람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에서 양반의 위선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 노래는 '파리'와 '두터비', '白松骨(백송골)'의 세 계층을 통해서 권력 구조의 비리를 우화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으로, 당시의 탐관오리들의 부패상을 은근히 꼬집고 있다. 이처럼 조선 후기 서민 의식의 발달은 시조 형식에도 변화를 가져왔고 서민들은 이처럼 사설시조를 창작하면서 지배층의 부정을 비판하였던 것이다.
이해와 감상1
사설시조가 대두되어 일반 민중을 중심으로 널리 성행하던 17∼18세기는 관리들의 횡포가 극심했던 것과 더불어 민중 의식이 또한 강하게 싹트기 시작하던 때이다. 따라서, 일반 민중들의 날카로운 비판 의식이 문학을 통해 형상화되기에 이르렀고, 그 형상화의 수법은 풍자(諷刺)였으며, 그 대표적인 장르 형태가 사설시조였다. 이 작품은 그러한 성격이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두터비· 리·백송골'의 대응 관계를 통해 당시 위정자들의 거짓된 모습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두꺼비, 백송골, 파리 등을 의인화하여 약육강식(弱肉强食)하는 인간 사회를 풍자한 이 노래의 시적 자아는 관찰자 시점을 택하고 있다.
당시 시대상과 견주어 본다면, 두꺼비는 양반 계층, 파리는 힘 없고 나약한 평민 계층, 백송골은 외세(外勢)라는 도식을 이끌어 낼 수 있는데, 특권층인 두꺼비가 힘 없는 백성을 괴롭히다가 강한 외세 앞에서 비굴해지는 세태를 익살로 풍자한 것이다. 따라서 이 노래는 우의적(寓意的)이면서 풍자적이며 희화적(戱畵的)이라 할 수 있다.
심화 자료
사설시조(辭說時調)
시조의 한 형식. ‘장시조’ 또는 ‘장형시조’라고도 한다. 평시조의 기본형에서 두 구 이상에서 각각 그 자수가 10자 이상으로 늘어난 시조이다.
시조를 형식상으로 분류하면 평시조·엇시조·사설시조로 나뉘는데, 평시조는 정제(整齊)된 형식적 틀을 깨뜨리거나 규범을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반면 엇시조와 사설시조는 이 같은 규범에서 벗어나 있다. 그 중 사설시조는 평시조의 기본형에서 가장 벗어난 시조의 형식으로 율조의 제약을 벗어나 어조가 사설체로 되어 있고, 초장·중장·종장의 구분이 가능한 시조이다.
이 파격구(破格句)는 중장의 1·2구가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종장과 초장도 벗어나는 수가 있고 세 개 장이 각각 다 벗어날 때도 있다. 현존하는 고시조 가운데에서 약 15%의 시조가 이에 해당된다.
주제는 평시조가 양반 사대부들의 한정·애정·탈속을 내용으로 지은 것이 많은 데 반해, 사설시조에서는 자수상에 구애됨이 없이 인간생활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현존하는 사설시조에서 작자로 나타나는 인명은 약 30여명에 지나지 않아 평시조에 비하여 작자가 후세에 알려지지 못하였다. 다만, 서리 출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평민계층에서 널리 지어졌을 것으로 믿어진다.
발생시기는 명종·선조시대까지 올려보는 학설도 있으나, 통계상으로 볼 때 영조·정조시대에 지어진 것이 많아서 숙종시대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시조 창의 한 가지로서 사설시조는 엮음시조·편시조(編時調)·주슴시조·습시조(拾時調)·좀는시조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사설’과 같이 리듬이 모두 촘촘하다는 뜻이다.
사설이라 함은 가곡의 편(編)과 같이 장구 장단이 촘촘해지거나 시조에서와 같이 한 박자 안의 리듬이 촘촘해질 경우를 말한다. 즉, 사설의 뜻은 시조가사 자수(字數)의 많고 적음에서 온 이름이 아니고, 음악적인 리듬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곡 중 편의 음악적인 형태와 비교되는데, 가곡의 편은 초삭대엽 (初數大葉)·농(弄)·악(樂) 등 곡의 16박 한 장단을 10박 한 장단으로 바꾸고, 단형시조와 장형시조 등 시조의 자수와 관계없이 부르게 되어 있다.
즉, 단행시조일 경우에는 가곡의 기본장단에 의하여 부르고, 장형시조일 경우에는 중장 또는 종장에서 자수가 늘어나므로 가곡 편곡조에서는 5장 중 2·3장과 5장에서 장단을 연장하는 방법에 의하여 늘어난 시조가사 자수를 소화시킨다.
그러나 사설시조(또는 편시조)에서는 시조의 자수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평시조와 같이 본 장단 속에서 불러야 하기 때문에 한 박자 안에 2자에서 4자까지 불러야 한다. 한 박자 안에서 3·4박자씩 부르게 되면 그 리듬이 복잡하게 된다.
≪참고문헌≫ 歌曲源流, 國文學通論(張德順, 新丘文化社, 1963), 古詩歌論攷(李能雨, 宣明文化社, 1966), 時調音樂論(韓國國樂學會, 1973), 古時調文學論(秦東赫, 螢雪出版社, 1976), 韓國詩歌文學史(朴乙洙, 亞細亞文化社, 1997).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사설시조에 대하여
산문 정신과 서민 의식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설시조는 시조가 지닌 3장체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면서 낡은 허울을 깨뜨리는 데 공헌했다. 지난 날의 영탄이나 서경의 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폭로적인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暗喩)로써 그 표현 기교를 바꾸어서 애정, 거래(去來), 수탈, 패륜(悖倫), 육감(肉感)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지난 시대의 충의에 집착되 주제를 뒤덮었다.
형식면에서는
① 사설조로 길어지고,
② 가사투, 민요풍이 혼입(混入)하며,
③ 대화가 많이 쓰이고,
④ 새로운 종장 문구(文句)를 개척하였다.
내용면에서는
① 구체적, 서민적인 소재와 비유가 도입되고,
② 강렬한 애정과 육욕(肉慾)이 표현되며,
③ 어희(語戱), 재담(才談), 욕설이 삽입되고,
④ 거리낌없는 자기 폭로, 사회 비판 등이 다루어졌다.
사설시조의 작자층
사설시조는 그 형식이나 주제는 물론이고, 작자층에서도 평시조와 구별된다.
평시조의 작자층이 양반 사대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사설시조는 가객들을 비롯한 중간층 부류의 작자들이 지은 작품이 많으며, 그 내용이나 어법상 서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고 향유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여러 편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대부들이 주로 즐긴 평시조의 세계에 비하여 시정(市井)의 현실적 삶을 주로 표현했다.
또 골계미와 해학미를 통하여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시정(市井) 생활의 건강함과 발랄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양반 사대부들 또한 사설시조 창작에 나서서, 현전하는 사설시조 가운데는 작자가 사대부로 명시된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 시적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된 작품이 꽤 많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그러나 사설시조를 지을 정도의 수준을 보일 수 있는 작자층은 적어도 글을 아는 식자층, 즉 주로 중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사설시조의 미의식
사설시조는 우아한 기품과 균형을 강조하는 평시조와는 달리 거칠면서도 활기찬 삶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사설시조를 지배하는 원리는 웃음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중세적 고정 관념을 거리낌없이 추락시키는 풍자, 고달픈 생활에 대한 해학 등이 그 주요 내용을 이룬다. 아울러, 남녀 간의 애정과 기다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는 직선적인 언어를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종래의 관습화된 미의식을 넘어서서 인간의 세속적 모습과 갈등을 시의 세계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설시조는 문학의 관심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미의식은 조선 후기의 변모된 세계관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후 우리 근대 문학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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