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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기나긴 밤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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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기나긴 밤을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봄바람처럼 따뜻한 이불 속에다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정든 임이 오시는 날 밤이면 굽이굽이 펴리라.[정든 임이 오신 밤이면 굽이굽이 펼쳐 내어 그 밤이 오래오래 새지 않도록 이으리라. (그 밤을 님과 함께 오래오래 보내겠습니다.)]

요점 정리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연대 : 미상

갈래 : 평시조, 단시조

성격 : 감상적, 낭만적, 연정적, 서정적

표현 : 은유법, 의태법

제재 : 동짓달 밤, 이불

주제 : 임을 기다리는 절실한 그리움 , 임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특징 :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사물로 표현했고, 우리말의 묘미를 잘 살려 냄.

이미지 : 장단(長短), 냉온(冷溫), 유무(有無), 곡직(曲直)

출전 : 청구영언(靑丘永言)

 

 

내용 연구

한 허리 : 허리의 한가운데, 가운데 토막을

버혀 내어 : 베어 내어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 추상적 개념의 시각화

춘풍(春風) 니불 :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서리서리 : 노끈이나 새끼 등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모양, 국어의 묘미를 살린 말로 외로운 동짓날 기나긴 밤이라는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인 사물로 형상화하여 이를 압축한 표현으추상적 개념의 시각화

어론님 : 얼은 임. 정분(情分)을 맺은 임, 낭군

밤이여든 : 밤이거든. 밤이면

 

: 동짓달 기나긴 밤 한가운데를 베어 내어. 동짓달 긴 밤을 외로이 지내는 여심(女心)이 잘 나타나 있다.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외롭게 혼자 지낼 때 남는 시간을 임과 함께 지내는 즐거운 시간에 보태어 쓰고 싶다는 간절한 기다림의 마음을 노래함.

구뷔구뷔 : 구불 구불, 굽은 곳마다로 국어의 묘미를 살려서 표현한 말로 임이 오신 날 밤에 그 압축된 외로움의 긴 시간을 풀어낸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서리서리'는 긴장이 고조됨을, '구뷔구뷔'는 긴장이 이완됨을 나타내는 시어라고 할 수 있다.

동짓달 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 냄

임이 오면 베어 놓은 것을 펼침

부정적 시간의 단축

긍정적 시간의 연장

이해와 감상

 

초장은 임이 없이 홀로 지내야 하는 동짓달의 밤은 주관적으로 볼 때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시간으로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인 사물로 형상화시키면서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절실히 환기시키는 표현의 솜씨가 두드러진다.

 

중장은 길고 외로운 밤을 잘라 두었다가 임과 함께 보내는 밤을 더 길게 하고 싶다는 것이 이 시조의 중심 시상이다. 시적 화자는 임과 함께 보내는 밤 시간에 잇기 위해 동짓달의 춥고 외로운 밤 시간을 잘라서 따뜻한 이불 아래 넣어 두려 하고 있다.

 

종장은 그리운 임이 오시거든 이불 아래 넣어 둔 기나긴 밤을 다시 펼쳐 내겠다는 내용으로 임에 대한 그리움을 대담한 비유법을 통해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임을 기다리는 여성의 마음을 표현한 시조의 하나로, 임을 기다리는 절실한 그리움, 간절한 기다림을 비유와 의태적 심상에 의해 나타낸, 시적 호소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의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인 사물로 형상화하여 임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절실히 환기시켰다는 것이다. 시간이나 애정의 정서를 참신한 표현 기법으로 형상화하여 여성 특유의 시 세계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또한, 상층 문학(上層文學)의 갈래로 등장했던 시조가 연정을 읊은 기녀(妓女)들에 의해 시조의 작자층이 확대되고 주제도 확장되는 전환이 이루어졌다.

심화 자료

황진이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 본명은 진(眞), 일명 진랑(眞娘). 기명(妓名)은 명월(明月). 개성(開城) 출신. 확실한 생존연대는 미상이다. 중종 때의 사람이며 비교적 단명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전기에 대하여 상고할 수 있는 직접사료는 없다. 따라서 간접사료인 야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계통의 자료는 비교적 많은 반면에 각양각색으로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신비화시킨 흔적이 많아서 그 허실을 가리기가 매우 어렵다.

 

황진이의 출생에 관하여는 황진사(黃進士)의 서녀(庶女)로 태어났다고도 하고, 맹인의 딸이었다고도 전하는데, 황진사의 서녀로 다룬 기록이 숫자적으로는 우세하지만 기생의 신분이라는 점에서 맹인의 딸로 태어났다는 설이 오히려 유력시되고 있다.

 

황진이가 기생이 된 동기는 15세경에 이웃 총각이 혼자 황진이를 연모하다 병으로 죽자 서둘러서 기계(妓界)에 투신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용모가 출중하며 뛰어난 총명과 민감한 예술적 재능을 갖추어 그에 대한 일화가 많이 전하고 있다.

 

또한, 미모와 가창 뿐만 아니라 서사(書史)에도 정통하고 시가에도 능하였다. 당대의 석학 서경덕(徐敬德)을 사숙(직접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본받아서 도나 학문을 닦음.)하여 거문고와 주효(酒肴)를 가지고 그의 정사를 자주 방문여 당시(唐詩)를 정공(精工 : 정교하게 공작함)하였다고 한다.

 

황진이는 자존심도 강하여 당시 10년 동안 수도에 정진하여 생불(生佛)이라 불리던 천마산 지족암의 지족선사(知足禪師)를 유혹하여 파계시키기도 하였다. 당대의 대학자 서경덕을 유혹하려 하였으나 실패한 뒤에 사제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박연폭포(朴淵瀑布)·서경덕·황진이를 송도삼절(松都三絶)이라 하였다고 한다.

 

황진이가 지은 한시에는 〈박연 朴淵〉·〈영반월 詠半月〉·〈등만월대회고 登滿月臺懷古〉·〈여소양곡 與蘇陽谷〉 등이 전하고 있다. 시조 작품으로는 6수가 전한다.

 

이 중에 〈청산리 벽계수야〉·〈동짓달 기나긴 밤을〉·〈내언제 신이없어〉·〈산은 옛산이로되〉·〈어져 내일이여〉의 5수는 진본 (珍本) ≪청구영언≫과 ≪해동가요≫의 각 이본들을 비롯하여 후대의 많은 시조집에 전하고 있다.

 

〈청산은 내뜻이요〉는 황진이의 작품이라 하고 있다. 그러나≪근화악부 槿花樂府≫와 ≪대동풍아 大東風雅≫의 두 가집에만 전하며, 작가도 ≪근화악부≫에는 무명씨로 되어 있고, ≪대동풍아≫에서만 황진이로 되어 있다. 그리고 두 가집에 전하는 내용이 완전 일치하지도 않는다.

 

특히 초장은 ≪근화악부≫에서 “내 정은 청산이요 님의 정은 녹수로다.”라 되어 있다. ≪대동풍아≫에서는 “청산은 내뜻이요 녹수는 님의 정”이라고 바뀌어 그 맛이 훨씬 달라졌다. ≪대동풍아≫는 1908년에 편집된 책이고 작가의 표기도 정확성이 별로 없는 가집이라는 점에서 그 기록이 의문시되고 있다.

 

황진이의 작품은 주로 연석(宴席)이나 풍류장(風流場)에서 지어졌다. 그리고 기생의 작품이라는 제약 때문에 후세에 많이 전해지지 못하고 인멸(湮滅 : 자취도 없이 모두 없어짐)된 것이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전하는 작품은 5, 6수에 지나지 않으나 기발한 이미지와 알맞은 형식과 세련된 언어구사를 남김없이 표현하고 있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참고문헌≫ 燃藜室記述, 錦溪筆談, 松都紀異, 於于野譚, 李朝女流文學 및 宮中風俗의 硏究(金用淑, 淑明女子大學校出版部, 1970), 歷代時調全書(沈載完, 世宗文化社, 1972), 黃眞伊와 許蘭雪軒(金東旭, 現代文學 9, 1955), 黃眞伊의 詩와 韓國詩의 本質(趙雲濟, 月刊文學 32, 1971(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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