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편수의 긍지 / 본문 일부 및 해설 / 이범선
by 송화은율도편수의 긍지 - 이범선
경상도에는 '서울 담쟁이'라는 말이 있다 한다.
그 말의 뜻인즉, 서울서는 담을 쌓는 인부들이 꼭 둘이 함께 다니며 담을 쌓아 주는데, 그 쌓은 담이 일꾼들이 자리를 뜨자 곧 무너질만치 되는 대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 일쑨은 꼭 두 사람이 같이 다닌단다. 담을 다 쌓고는 한 사람은 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등으로 밀고 있고, 한 사람은 집 주인한테 가서 돈을 받는단다. 그렇게 돈만 받아 쥐면, 두 일꾼은 그대로 골목 밖으로 달아나고, 그와 동시에 쌓은 담은 와르르 주저 앉는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의 일을 그저 되는 대로 무책임하게 해 주는 사람을 가리켜 서울 담쟁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시골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의 좋지 않은 점을 익살스레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겠으나, 어쩌면 그것은 또 사실이기도 하다.
집에서 하수도를 수리한다든가 상수도를 끌어 들인다든가 그밖에 무슨 자질구레한 일을 시켜보면, 경상도 사람들의 익살이 노상 근거없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한 번은 하수를 고쳤더니 물이 빠져 나가는 게 아니라 도리어 더러운 물이 안으로 흘러드는 것이었다. 그래 이웃에 사는 그 사람을 다시 불러 이야기를 했더니 그 일꾼의 대답이 참 걸작이다. 그거야 할 수 없지 않으냐, 토관을 묻기는 분명 묻었는데 물이 들어오는 걸 난들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 다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하기야 그의 말대로 물이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토관을 묻은 것은 사실이니까. 하는 수 없이 딴 일꾼을 대어 파헤치고 다시 놓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물이 빠진다.
또 한 번은 어린애의 샤쓰를 사러 상점에 들른 일이 있다. 점원이 내놓은 물건이 집에 있는 어린애에게 좀 작을 것 같았다. 그것은 우리 애한테는 좀 작을 것 같으니 그보다 큰 것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상점에는 큰 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모양으로 점원은 그 작은 샤쓰를 그대로 권하면서 하는 말이 참 어처구니 없었다.
<하략>
작자 : 이범선(李範宣)
형식 : 수필
성격 : 교훈적, 비판적, 예화적
주제 : 도편수의 삶에 대한 성실성과 긍지, 장인 정신
도편수 : 집을 지을 때 책임을 지고 일을 지휘하는 목수의 우두머리.
토관 : 흙을 구워 만든 둥근 관.
상석 : 무덤 앞에 제물을 차려 놓는 돌로 된 상.
요즈음 너무 무책임한 세태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으며 도편수를 예로 들어 사람들에게 책임감 있는 삶의 자세와 일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이 글에 등장하는 도편수와 같은 사람들이 너무도 부족하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건설 중이었던 건축물들이 무너지는 것은 장인정신의 부족과 무책임한 일에 대한 자세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너무도 쉽게 일어나고 있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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