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노신 / 김광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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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신 / 김광균

 

시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먼 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와 어린것의 베갯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 보다.

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맞으며

항시 곤두박질해 온 생활의 노래

지나는 돌팔매에도 이제는 피곤하다.

먹고 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

등불을 켜고 일어나 앉는다.

담배를 피워 문다.

쓸쓸한 것이 오장(五臟)을 씻어 내린다.

노신이여

이런 밤이면 그대가 생각난다.

 

<후략>


 요점 정리

 지은이 : 김광균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고백적, 의지적

 어조 : 화자의 고뇌를 담담한 목소리로 말함.

 구성 :

1~2행 현실적 고통에 대한 한탄
3~13행 현실적 생활고와 시인으로서의 사명감 사이의 갈등
14~21행 노신을 생각하며 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

 주제 :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과 그 극복 의지 / 가난 때문에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그 극복 의지

 특징 : 참신한 비유를 통한 이미지 제시나 감각적인 언어 구사 대신, 현실에서 느끼는 감회에 대한 진솔한 표현이 나타나 있다.

 내용 연구

시[예술적 신념]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생활인의 비애, 회의감][시를 쓰는 자부심과 가난한 현실 사이에서의 내적 갈등]

서른 먹은 사내[시적 화자]가 하나 잠을 못 잔다.[시인인 시적 화자가 현실에서 오는 고통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드러남 / 전전반측(輾轉反側)]

먼 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와 어린것[가족은 삶의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의 베갯맡[머리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 보다.

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맞으며[삶의 시련 - 화자를 둘러싼 절망적인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냄]

항시 곤두박질[힘겹고 절망적인 현실 암시]해 온 생활의 노래[삶의 시련과 절망적 인식]

지나는 돌팔매[힘겹고 절망적인 삶의 시련]에도 이제는 피곤하다.

먹고 산다는 것[현실적 생활의 문제]

너[먹고 살아야 하는 삶의 문제]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

등불[노신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계기]을 켜고 일어나 앉는다.

담배[화자의 내적 갈등을 드러내는 객관적 상관물]를 피워 문다.

쓸쓸한 것[내면적 고뇌]이 오장(五臟)을 씻어 내린다.[현실적 삶과 예술적 삶 사이의 갈등]

노신[화자와 동일시되는 인물이자 화자의 이상적 존재]이여

이런 밤[삶의 고통을 견디기 힘든 날]이면 그대가 생각난다.

온 세계가 눈물에 젖어 있는 밤

상해(上海) 호마로(胡馬路) 어느 뒷골목[초라한 삶의 현장]에서

쓸쓸히 앉아 지키던 등불 [홀로 잃지 않고 지킨 노신의 지조 / 노신과 등가(같은 값)를 이루는 것.]

등불이 나에게 속삭거린다.[주객전도의 표현으로 자신이 등불을 보며 속삭이는 것 - 노신을 생각하고 의지를 다짐]

여기 하나의 상심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어려웠던 현실을 견디어냈던 '노신'의 삶을 떠올리며 비관적 인식을 극복 / 화자와 '노신'을 동일시하며 현실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나타냄 / 고독하고 쓸쓸한 현실 속에서도 굳세게 살아간 '노신'의 모습을 화자 자신에게 투영함]

 

 이해와 감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과 시를 쓰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고뇌를 담담한 어조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으로 화자는 먹고살기 힘겨운 현실 속에서 피곤함과 쓸쓸함을 느끼고 있다. 생활고와 시인으로서의 사명감 사이에서 갈등하던 화자는 '등불'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간과 공간을 확대하여 현재의 화자와 과거의 중국의 작가 '노신'을 떠올려 그 '노신'과 자신을 병치하게 된다. '노신'은 고독하고 쓸쓸한 현실 속에서도 굳세게 살아간 인물이다. 화자는 이러한 '노신'의 모습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고독하고도 쓸쓸한 현실 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굳세게 살아갔던 '노신'을 생각하며 자신도 굳세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게 된다.

 심화 자료

 노신의 문학 정신

 노신(루쉰)의 위대성은 혁명을 위한 문학일지라도 안이한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삼지 않고자 한 점에 있다. 루쉰은 '현재의 우리들의 문학 운동에 대하여'란 기록에서 "작가란 그 어떤 인물을 그리든, 그 어떤 소재를 사용하든 자유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작품에 '민족혁명 전쟁'이란 꼬리를 달고 그것을 기치로 삼아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있는 것은, 작품 뒤에 붙인 슬로건이 아니라, 그 작품 속에 깃들여 있는 진실한 생활, 눈부신 투쟁, 약동하는 맥박, 사상과 정열이기 때문이다."라고 술회했다. 인간이 바뀌지 않고는 사회도 바뀌지 않는다는 이 작가 의식이 중국 국민의 전형으로서 '아큐정전'을 쓰게 하고 '고독자'를 쓰게 한 것이다.

 노신의 작품 세계

 노신의 문학 세계는 어두운 느낌을 준다. 작가를 둘러싼 현실이 모두 생명력을 잃어버린 절망의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절망 속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어두운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 확인을 통해 발전적인 의지로 승화시키고 있다. '고향'이라는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은 작가의 생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희망이라는 것은 원래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없다. 실상 땅 위에 본래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희망은 이처럼 묵묵히 다져진 좌절감 위에서 비로소 싹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은 자각을 필요로 한다. 이 자각을 통해서만 중국 민족이 회생할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의식은, 중국 민족에 대한 진정한 애정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출처 : 김대행·김동환 저 교학사 문학)

 루쉰의 문학 세계

 루쉰은 몸소 체험한 실생활을 바탕으로 우매하고 불행한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확대하여 국민 이익에 상반되는 일제를 부정의 빛으로 묘사함으로써 미래의 긍정과 이상의 동경을 배출해 내려고 노력하였다.

 루쉰이 주로 다룬 세계는 어두운 과거, 즉 신해혁명 전후의 중국 사회로서 특이 낙후된 농촌의 실정을 풍자적 수법을 통해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그 상상력이 인간 현실과 사회 현실을 넘어서고 있다. 즉 그의 작품은 상상력의 재현과 비밀스러운 것을 표현해 내는 언어 감각이 뛰어나고, 문제 의식이 뚜렷한 데다가 이를 더욱 예리한 필치로 심각하고 신랄하게 묘사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중국 민족의 병근(病根)을 노출시켜 치유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고자 했던 것이다.(출처 : 김병국 외 4인 공저 한국교육미디어 문학)

전기 시대(단편시대) 후기 시대(잡감문 시대)
계몽적, 사실적 인생 문학 사회 비판, 문학 비평을 전제로 한 정치 문학
전통적 애수, 낭만, 풍자 정공적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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