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내 마음의 풍차 / 해설 / 최인호

by 송화은율
반응형

내 마음의 풍차 / 최인호



 지은이 : 최인호

 갈래 : 성장 소설, 악인 소설

 주제 : 성숙 과정을 통한 순수함의 회복(여기 인용된 글은 동생에 대한 미움과 안타까움)

 특징 : 표면적으로는 동생의 성장을 다루고 있으나, 작가는 '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가 친구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듯이 '해체'의 비격식체를 사용하고 있다.

 문체와 어조의 특징 : 간결체의 문장과 툭툭 튀는 듯한 대화, 따옴표 없이 대화와 행동의 묘사가 뒤섞이는 서술, 연쇄적인 사건 묘사의 파괴 등은 무거운 세상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현대인의 의식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어조 또한 진지하기보다는 가볍고, 냉소적이며, 대상과의 거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성이 있다.

 사건 : 나는 동생과 함께 몰래 집을 빠져 나와 버스를 타고 도시 한복판으로 나갔다. 번잡한 거리에 넋을 잃고 있는 동생의 모습을 본 나는 이 밀림 같은 도시 한 모퉁이에 동생을 버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생이 전광판의 광고에 정신이 빠져 있을 때 나는 몰래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여기에 인용된 지문)

 인물 :

김영후 :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지만 사회에 대한 반항심과 도벽마저 갖고 있는 형은 첩의 아들로 동생을 끊임없이 타락시키려고 했지만, 결과적 동생을 자폐증에서 벗어나게 함

동생 : 자폐증을 가지고 있지만 이복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자폐증에서 벗어나게 됨

 줄거리 : 상반된 출신과 기질의 형제를 주인공들로 제시한 이 작품은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지만 사회에 대한 반항심과 도벽마저 갖고 있는 형은 첩의 아들로 알코올 중독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그의 이복 동생은 본가의 부인 소생으로 저택에서 편안히 잘살고 있지만 불행히도 극단적인 자폐증에 빠져 있는 미소년이다. 그들에게는 뛰어난 자질을 가진 큰형이 있었지만 그는 불행히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자폐아에게 집안을 맡길 수는 없는 상황이 되자 첩실의 소생인 형을 본가로 불러들이게 된다. 이렇게 만난 이복 형제는 처음에는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게 되고, 차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악동 기질이 다분한 형은 자폐증의 동생에게 도둑질을 시키고, 한치 앞도 분간 못하는 동생을 시내에 내버려두고 도망가기도 하며, 심지어 여자에 대해 가르치기도 한다. 온갖 악행을 전수하는 형을 맹목적으로 좋다고 따라다니던 동생은 어느새 사회에서 자기 스스로를 고립시켜오던 자폐증에서 벗어나게 되고, 본가에서는 사람 구실을 못하던 동생이 정상인으로 돌아오자 첩실의 소생인 형을 다시 내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형의 영혼이 정화되고 동생의 자폐증이 치료된다. 이러한 사건으로 인해 두 형제는 성숙하게 되고 두 사람 모두 인간으로서 그리고 형제로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가슴에 품고 이별을 맞이한다.

 




 우리는 우리가 탄 버스[미성숙한 인물들을 세상으로 안내하는 수단]가 어디로 향해 달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였어.

 그러나 그것은 무관한 일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가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를 알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동생에게 있어서 버스가 가고 있는 방향은 그것이 어느 쪽이건 간에 미지의 세계인 것은 틀림없는 일이었으니까 말야.

 동생은 매우 점잖게 앉아 있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거리의 불빛을 망연히 쳐다보고 있을 뿐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았다. 동생의 옷 속에 숨어 있는 다람쥐 한 마리만 단추 벌어진 옷 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가방을 훑어보고 있었다. 차는 마치 지구를 벗어난 달 로케트처럼 달려가고 있었고, 온 세계의 모든 물건은 신비롭고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차가 달릴 때마다 거리는 밝아 오고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 동생과 나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감

 자,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자.

 나는 차가 미도파 앞에서 서기를 기다려 동생을 향해 말을 하였다.

 동생은 엉거주춤 일어섰다. 우리는 미도파 부근에서 차를 내렸어.

 수많은 네온들이 너울거리는 번잡한 거리에 넋을 잃고 서 있는 동생은 그 불빛들로 해서 마치 금박을 입힌 사람처럼 보였다.

 형. 동생은 혼이 나간 목소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긴 어디야. 모르겠어. 나는 대답하였다.

 나두 모르겠어. 굉장하군. 동생은 침을 삼키면서 중얼거렸어. 굉장한 거리야. 마치 밀림 같아.

 그 순간 나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어.

 그 녀석이 이 거리를, 이 번화한 거리를 밀림 같다고 말한 그 순간 나는 번득이는 기발한 생각이 머리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던 것이지.

 그것이 주간지 퀴즈란에서 볼 수 있는 미로를 헤쳐 나가는 수수께끼와 같은 생각이었어. 입구와 출구만 명시되어 있고 들어서서 나가기까지의 미로를 헤쳐 나가는 수수께끼는 이 정글과 같은 도시 한 모퉁이에 던져진 동생의 입장과 거의 같아 보였던 것이야(중략) - 번화한 거리에서 넋을 잃은 동생

 나는 동생이 백화점 옥상에 걸린 전광판의 광고 문안을 읽어 내리는 동안에 동생의 눈을 피해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느 만큼 뒷걸음질쳐 동생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마구 뛰기 시작하였다. 빠른 걸음으로 한길을 건너 골목 사이에 숨어 동생을 훔쳐보았다.

 동생은 처음엔 나의 실종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어. 그저 멍하니 빌딩의 옥상을 바라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동생의 자세는 무너졌어. 두리번거리면서 이쪽, 저쪽을 살피기 시작한다고 느낀 순간 나는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근질근질한 쾌감을 느꼈다.

 나는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택시를 타고 운전사에게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달려가 주기를 부탁하였다.

 택시[미성숙한 인물들을 세상으로 안내하는 수단] 속에서 나는 줄곧 떨고 있었어. 밖에는 뜨거운 여름날의 한밤인데도 나는 사시나무 떨듯[몸을 몹시 떠는 모양을 이르는 말] 와들와들 떨어대고 있었다.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죄의식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어. 진땀이 이마에서 배어 나오더군.

 나는 동생을 버렸다. 나는 동생을 버렸다. 낯선 곳에서 나는 동생을 버렸다.

 형, 나는 무서워.

 동생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있었다.[환청 : 실제로 나지 않는 소리가 마치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환각 현상]

 나는 돌아가야겠어. 집으로 가야겠어.

 무서운 고열에 시달리던 동생의 뜨거운 이마가, 그의 고통이 내 가슴에 저며 들어오고 나는 와들와들 떨고만 있었어. 그러나 나는 동시에 동생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가슴이 터져 버릴 듯 고동치게 하는 두려움과 또 한편의 기묘한 쾌감으로 나는 교미하는 개처럼 헐떡이고 있었으니까. - 동생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나

 집 앞에서 나는 택시를 내렸다. 그리고 대문 앞에 서서 철문을 밀어 보았어. 그러나 철문은 당연하게 닫혀져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려고 발돋음을 하려다가 얼핏 초인종을 눌러서는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지.

 그것은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내가 동생과 집을 빠져나갔을 때는 아무도 우리들의 외출을 눈치채지 못하였다. 그러니까 내가 동생의 곁을 도망쳐 왔다는 것까지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집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중략)

 방안의 불을 끄고 침대로 기어들어 헐떡이는 숨을 가누기 위해서, 온몸을 볶는 열기와, 흘러내리는 땀을 가누기 위해서,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지.

 문득 눈앞으로 인파에 밀리는 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가 사라졌어. 불쌍한 자식.

 갑자기 눈물이 솟아 나오더군. 정말이야. 어이없게도 눈물이 조금 흘러내리더군. 그건 정말 괴상하고 우스꽝스런 눈물이었어. 나는 소리 죽여 울었다. (중략) - 외출한 사실을 속이고 방에서 우는 나

 동생은 아무 곳도 변한 데가 없었다. 우리들의 아침 식사 때 계단을 내려오는 동생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동생은 천천히 현관을 들어서고 있었다.

 



 죽었어요.

 대뜸 동생은 우리들과 눈이 마주치자 불쑥 말을 꺼냈다. 동생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었고 그러나 눈물은 흐르고 있지 않았다.

 다람쥐[도시로 나간 동안에 죽었으므로, 외출 전까지 자신의 세계에 갇혀 살아가던 동생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음]가 죽었어요.

 다람쥐의 죽음은 동생이 최초로 이 세상에 혼자로 떨어져 있을 때 비롯된 일이었다. 비단 다람쥐의 죽음만이 아니고 동생이 외출에서 새롭게 얻은 것과 새롭게 잃은 것은 경이의 세계와 그 녀석 가슴속에 자리했던 꿈의 세계였던 것이지. - 동생의 귀가

[인용 부호를 생략하여 인물의 대화 부분이 외형상 구분되지 않고 있으며, 자신의 체험을 독자에게 들려주는 듯이 서술하여 친근감을 유도하고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차적인 기술을 통해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으며, 등장 인물의 관점에서 상대방의 정황을 서술하므로 서술자 이외의 심리 묘사는 제한적임]



 첩의 아들로 태어난 '나'가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만난 이복 동생과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하여, 뒤틀린 감정의 분출을 극복하고 순수함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의 성장 소설로 이 작품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 성장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순수한 아이가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은 '동생'의 성숙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두 번째의 유형의 성숙은 어린 시절의 결핍으로 인해 영악함을 지니게 된 '나'가 뒤틀린 감정의 분출을 극복하고 순수함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이 쓰여진 70년대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할 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어야 하는 외부 세계의 경험을 도시적 감수성으로 설정한 것이 특징적이다.



 내 마음의 풍차의 의미

주인공 김영후의 말

내가 만든 풍차

그런가, 그럴지도 몰라

사람들은 모두 말들을 안하고 있지만

자기 가슴속에 자기 혼자서 만든 풍차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거야.

그리하여 마침내 바람에 의해서 그 풍차를 돌리는 거야.



그러면 무엇이 되어 나올까.

풍차는 돌아가서 곡식을 가루로 만드는데

내가 만든 풍차는 불어 가는 바람

그리고 내가 스스로 일으키는 바람.



아, 아, 공연히도 파괴하는 슬픔.

나의 공허, 나의 더러움, 나의 뻔뻔함.

나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이 참담함.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으로 내 가슴속의 풍차는 힘차게 돌아간다.

돌아간다. 그리하여 무엇을 만드는가.

아, 아,

젊음이 있으면서 내가 만드는 것은 무엇이 있는가.

 '나'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 마음 속에 풍차를 가지고 있어 바람이 불면 풍차를 돌린다고 한다. 그리고 풍차는 돌아가면 곡식을 가루로 만드는데 내 마음 속의  풍차가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의문을 갖는다. '나'의 마음 속의 풍차를 돌리는 바람은 '공연히 부서뜨리고, 파괴하는 나의 슬픔, 나의 공허, 나의 더러움, 나의 뻔뻔함' 이라고 한다. 이로 보아, '내 마음의 풍차'는 화자가 성숙해 가면서 부딪치는 번민, 감정의 뒤틀림과 같은 바람에 의해 한층 성숙해 가는 화자의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인 맨(Rain Man)

 자폐증 환자이며 암기력이 뛰어난 형의 유산을 가로채려는 이기적인 동생이 점차 형제애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묘사한 미국영화로 감독은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으로 배우로는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 톰 크루즈(Tom Cruise), 발레리아 골리노(Valeria Golino)가 출연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는 찰리는 새 모델에 대한 주문을 받았으나, 환경청으로부터 허가가 안 나와서 고민한다. 임기응변으로 계약자들을 설득시킨 찰리는 애인인 수잔나와 함께 휴가를 가던 중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와 다투고 가출한 지 10여 년 만에 장례식에 참석한 그는 3백만 달러의 유산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거기서 그를 기다리는 유산이란, 어릴 적에 몰래 타고 나갔다가 도둑으로 몰려 유치장 신세를 지게 했던 낡은 뷰익자동차 한 대와 장미 정원뿐이었다. 이에 분개한 찰리는 유산의 행방을 쫓게 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자폐증 환자인 형 레이먼드임을 알아낸다. 레이먼드는 규칙적인 스케줄에 따라 생활하면서도 뛰어난 암기능력을 갖고 있었다.

 찰리는 늘어나는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유산의 절반을 챙길 욕심으로 레이먼드를 로스앤젤레스의 변호사에게 데려가려 한다. 이런 찰리의 행동에 수잔나는 반대하며 레이먼드를 동정한다. 형 레이먼드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찰리는, 형의 기묘한 행동에 비위를 맞추느라 괴롭기 짝이 없다. 그러나 같이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레이먼드가 어릴 적 기억 속의 '레인 맨'임을 알아낸다. 찰리는 레이먼드의 뛰어난 기억력을 이용해 카지노에서 큰돈을 따고, 1급 호텔에 머물며 도시문명의 새로운 것들을 가르친다.

 뜨거운 형제애를 느낀 찰리는 이제는 진정으로 형의 보호자가 되려고 한다. 마침내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두 사람은 전문의사들로부터 청문회 형식의 진단을 받는다. 찰리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를 느끼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변호사와 정신과 의사들이 모여 의논한 끝에 레이먼드를 병원으로 돌아가게 한다. 찰리는 레이먼드를 보내며 섭섭해한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