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경여자미술학교 시대 / 나혜석
by 송화은율나의 東京女子美術學校時代[동경여자미술학교시대] / 나혜석
나의 東京女子美術學校[동경여자미술학교] 時代[시대] 五個(오개) 星霜(성
상) 동안 지낸 回想記[회상기]를 적으랴면 한 두 가지가 아님니다 그 中
[중] 가장 잇치지 안코 今日[금일]까지 回想[회상]되는 事實[사실]이 두 가
지 잇습니다
其[기] 一[일].
나는 只今[지금]이라도 몸이 좀 困[곤]하면 試驗[시험]치르는 꿈을 꿈니다
남들은 試驗紙[시험지]를 다 듸려노코 나가는대 나 혼자만 남아서 애를々々
[애를] 쓰다가 깨이면 몸에 진땀이 쭉 흐름니다.
나는 西洋畵科[서양화과] 高等師範科(고등사범과) 在學中[재학중]임으로서
實技[실기](洋畵[양화])外[외] 學課[학과]가 十餘種[십여종] 잇섯습니다 卒
業試驗[졸업시험]이 닥처왓습니다 實技[실기]와 學課[학과] 두 部分[부분]
의 試驗[시험]이 잇섯습니다.
回想[회상]만 하야도 어리석엇든 그때 K와의 戀愛時代[연애시대]다 그를
따라 京都[경도]에 가서 卒業製作[졸업제작]으로 鴨川附近(압천부근)을 그
리고 잇는 中[중]이엿습니다 學校[학교]에 잇는 내 唯一無二[유일무이] 親
友[친우] 西澤(서택)상에게서는 每日[매일] 書信[서신]이 왓습니다 나는 學
課試驗[학과시험] 時間表[시간표]를 무럿습니다 學校[학교] 마루에 크게 써
붓침니다
月曜日[월요일]의 倫理[윤리] 國語[국어] 用器畵(용기화)가 잇스니 곳 오
라는 答狀[답장]이 잇섯슴니다 나는 勿論[물론] 學課[학과] 全部[전부]를
復習[복습]하여 노앗슴니다 그러나 다른 學課[학과]는 그前[전]날 다시 볼
豫定[예정]으로 月曜日[월요일]에 試驗[시험]잇는 學課[학과]만 汽車[기차]
속에서 읽어 거의 외우다 십히되엿슴니다 上學鐘(상학종) 치기 前[전] 한
時間[시간] 前[전]에 學校[학교]에 到着[도착]하엿습니다 나는 揭示板(게시
판)을 다시 보앗습니다 倫理[윤리]가 아니라 敎育學(교육학)이엿습니다 나
는 깜짝 놀낫습니다 敎育學[교육학]은 水曜日[수요일]에나 잇스리라 하야
넉々[넉]이 生覺[생각]하든 터이라 只今[지금] 冊[책]을 들떠나보기로서니
五十[오십]페지나 되는 것을 다 읽을 수도 업거니와 아든 것도 이저 바리게
됩니다 그러자 上學鐘[상학종]이낫습니다 나는 가삼이 두근거리고 同班學生
[동반학생]들의 얼골을 一々[일일]히 치어다 보앗습니다 아모도 나와 갓치
근심스러운 얼골 빛이 업섯습니다 우리는 교실노 들어갓습니다 未久[미구]
에 뚱々[뚱]한 先生[선생]이 들어오더니 첫마대로 「여러분 시험준비를 잘
하엿겟지」합니다 내 얼골은 확근하엿습니다 先生[선생]은 白墨[백묵]을 쥐
더니 黑板[흑판]에다가 問題[문제]를 씀니다 나는 그것을 처다 보기에는 마
음이 간질々々[간질]하고 아실々々[아실]하고 소룸이 찍々[찍] 끽첫습니다
쓸 때까지 눈을 딱감고 안젓다가 說明[설명]하는 하는 소리에 눈을 번적 떳
습니다 問題[문제]는 이러하엿습니다
① 베스탈노치의 敎育說[교육설]
② 짠작크 룻소의 自然敎育說(자연교육설) 及[급] 에미루에 對[대]
한 批判[비판] 如何[여하]
③ 啓發的(계발적) 敎育[교육]과 被動的(피동적) 敎育[교육]에 對
[대]한 分別[분별]과 밋 學說[학설]
나는 마음이 눅으러젓스나 萬點[만점] 받을 自身[자신] 은 멀니 떠낫습니
다 그 前[전]갓흐면 冊[책]속이 환이 눈압헤 떠오르겟지만 희미할 뿐이외다
試驗紙[시험지]로 다섯페지나 되어야 할 것이 겨우 세페지 써노코 쓸 말이
업섯습니다 남은 두페지는 선생님전상서하고 사정에 편지를 썻습니다 내 이
마에서는 땀이 뚝々[뚝]떨어젓습니다 同班學生[동반학생]들은 試驗紙[시험
지]를 척々[척] 내노코 活潑[활발]이 나갓습니다 나는 이때와 갓치 그들이
부러운 적이 업섯습니다.
其[기] 後[후] 通信簿(통신부)를 받을때 나는 急[급]하게 敎育學[교육학]
點數[점수]를 보앗습니다 [美[미]](乙[을])이라고 씨여 잇습니다 나는 고마
웟습니다 그리고 그 先生[선생]이 平素[평소]에 나를 貴愛[귀애]해주신 德
[덕]인가 하엿나이다 이 點數[점수]로 因[인]하야 나는 學課[학과]에 優等
[우등]을 못하고 實技[실기]에만 優等[우등]을 하엿습니다.
나는 西澤[서택]상을 크게 원망하엿스나 그는 分明[분명]이 倫理[윤리]로
보앗다고 합니다 한 수々[수]꺽기외다
바로 어제 밤에도 또 試驗[시험]치르는 꿈을 꾸고 애를 썻습니다.
其[기] 二[이].
二學年[이학년] 때이엿습니다 우리 舍兄[사형]은 나에게 內地[내지] 家庭
[가정]을 볼 必要[필요]가 잇다 하야 自己[자기] 先生[선생]인 某氏宅[모씨댁]으로
가 잇게 되엿습니다 그러자 여름이 되엿습니다 내가 胃病(위병)으
로 苦生[고생]하는 것을 보고 主人[주인] 先生[선생]은 海邊[해변]으로 가
는 것이 조타고 하야 房州(방주)에 사는 自己[자기] 親友[친우]에게 片紙
[편지]를 써 주엇습니다 나는 그리로 가서 조흔 家庭[가정]에서 放學[방학]
동안 起居[기거]를 하게 되엿습니다 一日[일일]은 主人[주인]딸이 年甲[연
갑]되는 女學生[여학생] 卽[즉] 東京[동경] 音樂學校[음악학교] 在學中[재
학중]인 四寸[사촌] A을 데리고 와서 紹介[소개]합니다 그러더니 그 女學生
[여학생]이 머리가 덥수룩하고 키가 짤막한 靑年[청년]을 데리고 와서 인사
를 식히며 東京[동경]사는 畵家[화가]인대 自己[자기]집에 留夜(유야)하고
잇다고 합니다 나는 이웃이오 갓흔 동모도 잇고하야 無時[무시]로 놀너 다
녓습니다 三人[삼인] 四人[사인]이 海邊[해변] 散步[산보]도 하고 無邪氣
(무사기)하게 노랏습니다 그러다가 그 畵家[화가] 佐蕂彌太(좌승미태)는 먼
저 東京[동경]으로 갓습니다
몃칠 후에 A가 佐蕂[좌승]상에게서 전화가 왓다고 합니다 나는 어리둥절하
엿습니다 A의 재롱바람에 멋모르고 가서 電話[전화]를 밧덧습니다
「アイタイカラハヤクカエツテクタサイ」(만나고 싶으니 속히 돌아와 주세
요)
하고 딱 끈습니다 A의 아버지 어머니며 내 主人[주인]집 어머니들은 큰일
이나 난 것처럼 눈이 동그래서 무어시라고 電話[전화]가 왓더냐고 뭇는대
(그때 그들의 心理[심리]를 그때는 알지 못하엿스나 지금은 알 수 잇습니
다) 正直[정직]히 對答[대답]하엿습니다 其[기] 後[후] 나도 東京[동경]으
로 갓습니다
어느날 下學[하학] 後[후] 同侔[동모] 中[중] 一人[일인]이
「Rちんへ 御客樣[어객양]デスヨ」(R씨 손님이에요)
한다 나는 學校[학교] 玄關[현관]으로 나가 보앗습니다 거긔에는 佐蕂氏
[좌승씨]가 서 잇섯습니다.
「イラシヤイ ナニカ御用[어용]?」(어서오세요, 무슨 일이라도?)
「エ ─ 寸[촌] ソウダンガアルカラ ウチマデキテクタサイヨ」(저, 잠깐
의논할 것이 있으니 집에까지 와 주세요)
「デモ」(하지만)
「イラッシヤラナイト マタクルヨ」(안 와주시면 또 오렵니다)
「キテモラツチヤコマリマスヨ」(자꾸 오면 곤란해요)
나는 동모들이 이구석 저구석에서 숙설거리는 것을 보고 불쾌햇든 까닭이
외다
「コナイトマタクルヨ」(안 오시면 또 와야죠)
또 온단 말이 시려서
「デワイクカラ」(그렇다면 가겠어요)
그는 가는 길을 가라처 주엇습니다 나는 約束[약속]한 時日[시일]에 차자
갓습니다 그는 기다리고 잇섯습니다 사다 논 과자를 내게 권하면서
「ケイサンニ ソウタンガアルカラ」(蕙[혜]씨에게 의논할 것이 있어서)
「ナンデスカ」(뭔데요)
「ボクトケツコンシテ クレマセンカ」(저와 결혼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トソデモナイコトヲ」(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アナタニ ニホンジンニナレト イヒマセン ボクガチヤウセンジンニ ナリ
マスヨ」(당신더러 일본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조선 사람
이 되겠어요.)
「デキマセン」(안돼요)
나는 强[강]하게 매몰스럽게 이러케 對答[대답]을 하고 붓잡는 것을 뿌리
치고 왓습니다 其[기] 後[후] 우리 舍兄[사형]에게 와서 結婚[결혼]식혀 달
나고 懇求[간구]하엿담니다 그때 우리 舍兄[사형]은
「ケイノコトダカラ ケイニキイテクレ」(네 일이니까 네가 알아서 할 일이
다)
하엿습니다 其[기] 後[후] 내가 大森[대삼]에서 自炊生活[자취생활]을 할
때입니다 하로 저녁때 學校[학교]에서 省線[성선]으로 내려 풀냇홈을 나시
랴니까 웬 靑年[청년]이 섯다가 반색을 하며
「オカエリ」(어서 오십시오)
합니다 그는 分明[분명]히 佐蕂[좌승]이엇습니다
「ボクトケツコンシテクレマセンカ」(저와 결혼해 주실 수 없습니까)
「デキマセン」(안돼요)
매몰이 돌떠시는 나에게 그는 번쩍어리는 비스돌을 내밀며
「アナタトホクトイツシヨニシ―」(당신과 나와 같이 죽읍시다)
하엿습니다 나는「으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쏜살갓치 다라낫습니다
그때 엇지 놀낫든지 只今[지금]도 從々[종종]꿈에 칼을 마저 가위가 눌니
는 일이 잇습니다
其後[기후] 白樺(백화) 雜誌[잡지]에 K子[자]에게 라는 題目[제목]으로 自
己[자기]가 戀慕(연모)한다는 事情[사정]을 쓴 것을 보앗고 四年[사년] 前
[전] 東京[동경] 갓을 때 畵具店[화구점] 압헤서 엇던 中年[중년] 男子[남
자]가
「ケイサンヅヤアリマセンカ ボクサトウデス」(혜씨가 아닙니까 저 사토입
니다)
나는 한참 生覺[생각]하다가
「エ オヒサツブリスネ」(아 참, 오래간만입니다)
「オチヤノミニ イキマツヨウ」(차 마시러 함께 합시다)
그 近處[근처] 茶店[다점]으로 드러가서 테불을 압두고 마조 안젓습니다
「モハヤ 十八年[십팔년]ニ ナリマスネ」(벌써 18년이 되네요)
「ソウデスネ」(그렇군요)
「アナタリ イイツマニナツテ コウフクナセイカツヲシテイルノダッテネ」
(당신은 좋은 아내가 되어서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요)
「アナタワ?」(당신은?)
「ボクワ スベテガイヤニナッテ イママデ 一人[일인]デ ルンペン 生活[생
활]ヲ シテイルノデスヨ」(저는 모든 것이 싫어져서 지금까지 혼자 룸펜 생
활을 하고 잇죠)
「ソレハイケマセンネ」(그러시면 안되는데)
이러한 談話(담화)로 맛낫다가 다시 作別[작별]을 告[고]햇습니다
今年[금년] 正初[정초]에 京城[경성]으로 水原[수원]으로 삥々[삥]돌다가
내 손에 드러온 年賀狀(연하장)한장이 잇스니 거긔는 分明[분명]히 住所[주
소]도 아니 쓰고 一東京[일동경] 佐蕂彌太一[좌승미태일]라써잇섯습니다 이
것이 二十餘年[이십여년]을 두고 年中行事[연중행사]로 新年初[신년초]면
반드시 東京女子美術學校時代[동경여자미술학교시대]를 回想[회상]케 하나
이다.
(『三千里[삼천리]』, 193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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