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가정은 얼마나 다를까 / 나혜석
by 송화은율佛蘭西[불란서] 家庭[가정]은 얼마나 다를가 / 나혜석
내가 여긔 쓰난 것은 佛蘭西人[불란서인]의 한 家庭[가정]을
紹介[소개]하고저 하난 것이다. 卽[즉] 내가 몸담어 잇든 집의 生活[생활]
狀態[상태]를 보고 늣긴대로 쓰고저 함니다.
巴里[파리] 안에 弱小國[약소국] 民族[민족]을 爲[위]하야 세운
人權(인권) 擁護會(옹호회)가 잇다. 이 會[회]에서 每年[매년] 一次[일차]
或[혹]은 臨詩(임시)로 各國[각국] 代表者[대표자]가 모여 弱小[약소]
國民[국민]을 爲[위]하야 會[회]를 연다.
昨年[작년] 十二月[십이월]에도 白耳義(백이의) 首府[수부] 랏셀에서
開催[개최]되엿섯다. 卽[즉] 이집 主人[주인]솰네 氏[씨]는 이 會[회]의
副會長[부회장]이오, 二三個所[이삼개소] 高等中學校[고등중학교]
哲學校[철학교] 敎授[교수]요 有名[유명]한 著作家[저작가]이다.
日本[일본]에난 세번이나 갓다 왓고 中國[중국], 朝鮮[조선]도 잘 안다.
더욱이 여러가지 事件[사건]을 目見[목견]한 後[후], 朝鮮[조선]에 만흔
理解[이해]를 갓는 친구가 되엿다. 日前[일전]에는 氏[씨]는 어느
冊[책]에서 光化門[광화문]을 헐엇다는 거슬 보고 거기 대한 記事[기사]를
썻다 한다. 朝鮮[조선]과 其他[기타] 記行文[기행문] 쓴 冊[책]이
學校[학교] 敎科書[교과서]로 쓸만치 有名[유명]하단다고 한다.
이 집 設備[설비]
이 집은 巴里(쌍라잘) 停留場[정류장]에서 電車로[전차]로
二十五分[이십오분] 間[간]밧게 아니 걸니는 巴里[파리] 갓가온
市外[시외]니 別莊(별장) 만키로 有名[유명]한 레베지네라고 하는 곳에
잇다. 市外[시외]니만치 樹木[수목]이 만코 이집 庭園[정원]도 넓다.
庭園[정원]에는 놉흔 高木[고목]이 군대군대 서 잇고 푸른 잔듸 우에는
百色[백색] 花草[화초]가 피여 잇고 욱어진 수풀 엉켜올느는 덩굴
芍藥花(작약화), 月桂花[월계화] 등 이 피여 잇고 그 엽헤는 채소밧이
잇서 기, 감저, 상추, 파, 콩이 심겨 잇다. 한편 마당에는 톡기,
비둘기, 蜜蜂(밀봉)을 기른다. 그리하야 거 房[방]에 장치하고
菜蔬[채소] 더 반찬하고 家畜[가축]잡아 供物[공물]노 쓴다. 外形[외형]
차림차림만 보아도 얼마나 滋味[자미]잇는지!
집은 조고마하다마는 집에 드러서면 主人[주인]이
世界一週[세계일주]하면서 사다가 노은 名國[각국] 物産[물산]업난 것이
업다. 中國[중국]것 朝鮮[조선]것 日本[일본]것 其外[기외] 印度[인도]것
英國[영국]것을 壁[벽]에 걸어 노코 장 속에 늘어 노코 卓子[탁자] 우에
언저 노앗다. 正門[정문]을 드러서서 門[문] 하나만 열면 食堂[식당]이다.
거긔를 거처서 들어서면 主人[주인]의 書齋[서재] 兼[겸] 應接室[응접실]노
쓰는 比較的[비교적] 넓은 房[방]이 잇다. 爲先[위선] 눈에 번 우는
화덕 위 거울 周圍[주위]를 꾸며 논 中國[중국] 物産[물산]「武德(무덕)
壽福(수복) 來沙(내사)」이라는 글자가 우고 房[방] 周圍[주위]에는
古文典[고문전]을 爲始[위시]하야 百話傳(백화전) 남의 作品[작품]
自己[자기] 作品[작품]으로 찻다.
그러고 冊床[책상] 우에는 片紙[편지]가 山[산]가티 싸혀 잇다. 이 집
아이들은 名國[각국] 郵票[우표] 모는 것이 今年內[금년내]로
二天張[이천장]이라 하는대 이것이 다 너의 아버지에게서 어든 것이냐고
물은즉 그러타고 한다. 이것만 보아도 이 사람이 社交界[사교계]에
얼마만한 地位[지위]에 잇난지를 알 것이다.
도로 나와서 食堂[식당]을 거처 正門[정문] 마즌 便[편]으로 廚房[주방]이
잇다. 二層[이층]에는 夫婦[부부] 共同[공동] 寢室(침실), 沐浴房(목욕방),
化粧室(화장실)이 잇고 三層[삼층]에는 두 의 房[방], 八歲[팔세]된
아들房[방]이 로로 잇다. 그러고 主人[주인] 夫婦[부부]의 房[방]은
그럴 듯하게 점잔케 차려잇고 딸의 房[방]은 산하게 차려잇고
小兒[소아]의 房[방]은 壁[벽], 椅子[의자], 장 等[등]의 色[색]이 모다
紅色[홍색], 茶色[다색]을 썻다. 色彩[색채] 敎育[교육]을 暗示[암시]하고
其外[기외] 童謠(동요) 童話(동화) 雜誌[잡지] 玩具物[완구물]노 잔 늘어
노아 잇다. 여긔서 그 아희는 혼자 자고 自己[자기] 것은 自己[자기]가 다
한다.
家閥[가벌]과 食口[식구]
佛蘭西[불란서] 家閥[가벌]이 엇지 되엿는지 常識[상식]을 엇지 못하야
確實[확실]히 모르겟스나 이 집은 本來[본래] 리온(第二[제이]
都會[도회])에서 잇다가 솰네 氏[씨]와 主人[주인]으로 붓어
리지안(巴里[파리] 出生人[출생인])이라 한다. 食口[식구]는 세 아들
夫婦[부부] 두 인대 成年[성년]된 아들들은 方今[방금] 英國[영국] 가서
海航[해항] 會社[회사]와 電氣[전기] 會社[회사]의 社員[사원]으로 잇스며
이 집 本食口[본식구] 五人[오인]과 客[객]으로 나 하나 이다.
家庭[가정]의 構成[구성]
이집 아니라 여러 사람의 말을 綜合[종합]하여 歐羅巴[구라파]
各國[각국]의 家庭[가정]으로 보면 例外[예외]도 잇겟지만
一般[일반]으로는 兩親[양친]과 未成年者[미성년자]로 成立[성립]된다고
말할 수 잇다. 그리하야 保護者[보호자]와 被保護者(피보호자)의
家庭[가정]임으로 別[별]로 意思[의사]가 衝突[충돌]될 닭이 업다.
男女間[남녀간] 成年[성년]이 되면 自己[자기] 意思[의사]를 當々[당당]히
主張[주장]하고 男子[남자]는 돈 벌줄 알며 女子[여자]도 될 수 잇스면
自立的[자립적]으로 살아가며 그러치 못하고 父母[부모]의 保護[보호]를
밧는다 하더라도 過[과]히 干涉(간섭)을 밧지 안는 거시 例[예]이다. 이 집
長女[장녀]도 二十歲[이십세]된 成年[성년]인대 社交界[사교계]든지
接賓(접빈)하는 態度[태도]가 十八世[십팔세]된 아오와는 판이다.
家風[가풍]
이 집 家風[가풍]은 質素(질소)하고 秩序[질서] 잇고 精神[정신]을 쓰는
이들인 만치 조용한 거슬 조와한다. 그러고 主人[주인] 以下[이하]
小兒[소아]지 自治的[자치적]일다. 자고 난 이불도 다 各々[각각] 치우고
먹고 난 그릇도 다 각々[각각] 들고 나간다. 衣服[의복],帽子[모자]도 다
名々[각각] 맨들어 입는다. 八歲[8세]된 男兒[남아]가 살님사리를 다 하다
십히 朝夕[조석] 면 상보기, 누이들이 설거지하면 행주치기, 아참에
이러나면 層々[층층]대 걸내질 치기, 食口[식구]들 다 나가면 집보기,
果然[과연] 놀날만치 저 할 일을 々[] 하고 만다. 이와 갓치 어려슬
붓허 獨立心[독립심]을 養成[양성]하고 空[공]으로 먹고 놀거시 아니라는
거슬 가라친다. 그러고 밤에 잘 나 아참에 이러나서 內外[내외] 입
마초고 兒孩[아해]들이 兩親[양친]에게 입 마초어 잘 잣느냐, 잘자거라
인사를 한다. 勿論[물론] 자는 時間[시간], 이러나는 時間[시간],
食事[식사] 時間[시간]은 一定[일정]한 時間[시간]일다. 朝飯[조반]은 자리
속에서 茶[차]와 으로 겨오 여우고 点心[점심]은 토기 잡고 겨란 삼고
살나다 해서 飽食[포식]하며 저녁은 남은 거슬 가지고 그럭저럭 먹는다.
낫에는 다 名々[각각] 散在[산재]해 잇다가 저녁 밥 면 食卓[식탁]에
느러안저 終日[종일] 보고 듯고 한 거슬 그대로 흉내내여 웃킨다. 로는
내가 잘못 알아 듯고 전을 하면 主人[주인] 內外[내외]는 우숨을
참너라고 애를 쓰고 애들은 웃는다. 라지오로 音樂[음악]올 드르며
食事[식사]를 하고 食後[식후]에는 이 피아노를 치며 춤도 춘다.
午后[오후] 四時[사시] 茶[차] 時間[시간] 外[외]에는 絶對[절대]로
間食[간식]이 업다. 로는 家族[가족] 一同[일동]이 演劇[연극]
求景[구경]을 간다.
主婦의 權威[주부의 권위]
어느 나라든지 中流[중류], 上流[상류]의 점잔은 집안은 主人[주인]
男子[남자]가 內庭[내정]에 干涉[간섭]치 안는거슨 上例[상례]이다. 이
집도 그러하야 主婦[주부]의 權威[권위]가 絶對[절대]로 잇다.
兒孩[아해]들을 어머니가 지즈면 남편은 슬슬 지즈며 말닌다. 이집
夫人[부인]은 熱々[열열]한 女權[여권] 主張者[주장자]요, 雜誌[잡지]에
寄稿(기고)를 만히 하난이만치 늘 讀書(독서)를 하고 잇다. 날마다 하는
일은 아참마다 家畜(가축)에게 밥 주기와 編物(편물), 裁縫(재봉),
讀書[독서] 社交[사교]이다. 子息[자식]을 만히 길느고 살님사리를 오래
한이만치 로 큰 소리가 날 도 잇다. 이는 東西洋女子[동서양여자]를
勿論[물론]하고 사람의 진을 는 살님사리를 격근 女性[여성]에게는
免[면]치 못할 事實[사실]인가 한다.
이 집 主人[주인]은 五十餘歲[오십여세]나 되엿스나 아직도
健壯(건장)하고 夫人[부인]은 多産[다산]한 이만치 날것다. 夫婦[부부]
사이는 三時期[삼시기]가 잇다 한다. 靑年期[청년기]에는 情[정]으로 살고
中年期[중년기]에는 禮[예]로 살고 老年期[노년기]에는 義[의]로 산다고
한다. 이 夫婦[부부]는 義[의]로 살 時期[시기]이엇마는 情[정]으로 산다.
남편은 늘 夫人[부인]의 낫츨 엿보아 깃부게만 해주고 입 마초기, 레스트랑
가기며 演劇場[연극장] 가기, 地方[지방] 演說[연설]하러 가면
同伴[동반]하여 가기, 一時[일시]라도 러지는 일이 업다. 兒孩[아해]들은
오히려 로 돈다. 夕飯[석반] 後[후]에는 다 各々[각각] 밤 인사를 마초고
房[방]으로 올너가고 夫婦[부부]만 書齋室(서재실)에 남어서 남편은
新聞[신문]을 일켜 들니고 婦人[부인]은 그 엽헤서 編物[편물]을 하고
잇다. 그러고 終日[종일] 지낸 일, 내일 할 일을 相議[상의]하고 잇다.
그러고 자러 드러간다. 歐羅巴人[구라파인]의 生活[생활]은 全[전]혀
性的[성적] 生活[생활]이라고 볼 수 잇다. 더구나 巴里[파리]갓치
外的[외적] 刺戟[자극]과 誘感[유혹]이 만흔이랴. 이들의 內面[내면]을
보면 別々[별별] 秘密[비밀]이 다 잇겟지만 外面[외면]만은
一夫一婦[일부일부] 主義[주의]로 서로 사랑하고 앳기는 거슨
事實[사실]이다. 아모려도 自由[자유]스러온 곳에 참 사랑이 잇는 듯 십다.
(『三千里[삼천리]』,19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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