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김용택 시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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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1948- )

 

· 전북 임실생

·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으로 작품 활동 시작

· 시세계

- 농촌의 실상을 농촌의 언어를 통해 현장성 있는 작품을 씀

· 시집 : 첫시집 [섬진강](1985), [맑은 날] 등

·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 [나를 키운 공간] 시인 김용택의 섬진강

 

- 굽이굽이 5백리 `내 문학의 고향'…50평생 함께 호흡

섬진강은 아름다운 강이다. 산과 산들이 만들어낸 계곡을 굽이굽이 굽이 돌며 작은 마을들을 곳곳에 거느리고 평화롭게 때론 굽이쳐 부서지며 어쩔 때는 유장함을 자랑하며 흐르는 아름다운 이 강의 가을은 얼마나 서정적인지 모른다. 강변에, 강언덕에 피어난 억새와 골짜기마다 누렇게 익은 벼들, 그 벼를 거두어들이는 마을의 부산함, 산마다 고운 단풍과 산 아래 하얀 쑥부쟁이 꽃들, 해저문 날의 가을 섬진강은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서정이 넘친다. 이 아름답고 고운 강은 전북 진안에서 발원하여 3개 도와 12개 군을 넘나들며 남도 5백리 길을 흐른다.

 

나는 이 아름다운 강의 상류 쯤에 있는 전북 임실군 덕치면 진메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껏 50평생을 살며 글을 쓰고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다. 나는 22살을 먹을 때까지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우연히 교사가 되어 너무도 우연히 책들을 가까이 하게 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문학에 빠져 들어 오늘까지 문학의 길을 걷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하루도 섬진강을 보지 않은 날이 없다. 눈만뜨고 방문을 열면 언제나 강이 내눈에 들어왔다. 우리집 마루에 앉아도 누워도 강물은 보였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까지 가는 길도 강길이고, 학교에서도 눈만 주면 언제나 거기 강이 있었다.

 

나는 그 강길에서 내 새파란 청춘을 다 보냈다. 누구나 그렇듯 청춘시절의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절망과 고독함들을 나는 혼자 문학에 기대어 지냈다. 내 젊은 청춘시절은 온통 책과 외로움 뿐이었다. 내 주위에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단에 나가기까지 나는 혼자 절망하고 혼자 일어섰다.

 

그것은 캄캄한 절망과 눈부신 비상이었다. 나는 캄캄한 그 작은 마을 작은 방에서 부활를 꿈꾸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가려는 나는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떨었었다. 거기 강이 있었다. 강은 내 유일한 삶의 위안이었고, 세상을 향한 길이었다. 나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늘 강물을 따라 걷고 강가에 나가 헤매었다. 사랑을 잃었을 때도, 사랑을 얻었을 때도, 기쁘고 슬플 때도, 강물은 내 진정한 동무였다.

 

내가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강물은 예사로운 강물이 아니었다. 강은 역사의 강이었고 강물의 외침은 역사의 외침이었다. 강은 내 시의 젖줄이었고, 가난한 마을사람들의 얼굴이었고, 핏줄기였다. 강과 마을 사람들의 일상은 내 시가 되어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그들의 분노 슬픔과 기쁨은 강물을 떠나 있을 수 없었다.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내가 보고 알고 있는 그 어떤 삶의 모습보다 조촐하고 아름다웠다. 그들의 아름답고작은 삶은 모두 강물을 닮았다. 늘 고운 앞산, 산을 닮아 이쁜 앞강, 그리고 그 작은 마을 사람들의 일하는 일상은 늘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었다. 나는, 내 문학은 그 강가 거기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자랐고, 거기 그강에 있을 것이다. 섬진강은 나의 전부이다.

 

󰏐 [문학] 교사시인 김용택씨 "농촌이 좋아요"

 

교실 복도에서 벌 한마리 붕붕거리는 5월의 오후, 산골의 어린 학생들이 동시를 외운다.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파보나마나 자주감자/하햐 꽃 핀 건 하얀감자/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전북 임실군 운암면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 전교생이 모두 15명 뿐이다.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씨(49)가 호수가 바라보이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동시를 가르친다.

 

김씨가 맡은 학급은 2학년 1반과 5학년 1반. 2학년은 두명, 5학년은 세명이다. 그는 5명의 제자를 한 교실에서 가르친다. 이처럼 작은 학급에서 교사가 일어서서 강의하면 너무 위압적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바퀴달린 의자에 앉아 2학년과 5학년 책상 사이를 오가면서 학생들과 머리를 맞댄 채 숙제를 도와주듯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는 올봄에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선정됐고, 최근 산문집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창작과 비평사)도 펴내 또다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섬진강변의 임실에서 태어난 그는 20여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교사시인이다. 올 3월 마암분교로 옮기기 전까지 그는 전교생이 53명인 임실군의 덕치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나한테 배운 여학생이 나중에 커서 낳은 아들까지 내 제자가 됐고, 몇몇 집안의 삼형제를 모두 가르쳐본 경우도 많았어요.}.

 

그는 마암분교로 옮긴 뒤 아이들과 함께 대청소를 벌이다가 낡은 학교종을 찾아냈다. 놋쇠로 만든 그 종은 옛날 졸업생들이 기증한 것이었지만, 이 시골 학교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교실 창가에 학교종을 걸어놓고 아이들을 부를 때 땡땡땡 소리나게 친다. {처음찾아오는 문우들도 멀리서 이 종을 보면 아, 저기가 김용택이네 교실이구나 하고 알아봅니다.}.

 

지난 82년 서른다섯의 나이로 뒤늦게 시단에 나온 그는 첫 시집 [섬진강]이후 5권의 시집을 펴내면서 섬진강변 농촌공동체의 생활과 자연의 서정을 다뤄왔다. 광대살이꽃, 노란 꽃다지꽃, 현호색꽃, 때죽나무, 이팝나무 등 도시 시인들이 식물도감에서나 찾아낼 자연의 알갱이들이그의 문학 속에 가득하다.

 

[아침 산 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누가 알랴 사람마다/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마주 보는 산은 흰이마가 서럽다/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사람들은왜모를까] 부분).

 

그의 산문집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를 보면 농촌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다. 초가 지붕의 박꽃과박덩이,여러차례 깁고기운 쌀바가지, 물바가지 등을 찾을 수 없는 농촌. {우리들의 할머니는 긴긴 겨울밤 뱀이야기로 몇날 며칠밤을 보내기도했는데 이제 내 아이들은 구렁이를 텔레비전의 동물의 세계에서 본다.}.

 

그는 5년전부터 전주 시내의 아파트에서 출퇴근을 하지만 아직도 도회생활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은 반드시 마암분교에서 가까운 고향 덕치의 엄니 집에 가서 자고 나와야 살 것 같다.}모친이 무심코 내놓는 토속어라든지, 들풀을 아플까봐 뜨거운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모친의 순박한 마음이 바로 김용택문학의 원천이기때문이다.

발행일 : 97년 0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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